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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Keys to Decoding the Korean Wave #29 The Wide Spectrum of Koreans' Taste Buds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29 한식이 주는 엑스타시 Korean Food Ecs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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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가이드 뉴욕편/ 한인 셰프 최초로 미슐랭 3스타를 딴 샌프란시스코 베누(Benu)의 코리 리(이동민) 셰프.

 

미슐랭 스카이의 별을 따고 있는 한식당들

 

왜 많은 한인들은 해외 여행지에서도 굳이 한식을 고집하는 것일까? 김치와 고추장이라는 발효 음식의 맛에 길들여진 우리의 혀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과 감칠맛(Umani) 외에도 온 몸에 전율이 날 정도로 짜릿하게 만족스러운 한식 고유의 맛을 알고 있다. 그 시원하고, 개운한 맛은 '음식의 오르가즘(foodgasm: food orgasm)'이라 부를만 하다. 그 맛을 아는 우리들에게는 미국이나 유럽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도 시시하다. 우리는 김치와 고추장 없이는 못 사는 코리안이다.  

 

한국인들은 음식의 맛을 (눈으로) 보고, (식탁에서) 냄새를 맡고, (보글보글 끓는 전골이나 지글지글 익는 불고기) 소리로 들으며, 입 안에서 음미하며, 온몸으로 (매운맛을) 느끼는 민족이다. 우리는 식사 후 "개운하다" "시원하다"고 말한다. 마치 사우나에서 방금 나온 것처럼 온몸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한식이다. 한국인에게 식사는 이처럼 총체적인 체험이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 음식에서도 이 짜릿한 흥분감, 한식이 주는 황홀경 'food ecstasy'를 느끼지 못한다. 한식에 대한 욕구는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원초적인 욕망인듯 하다. 

 

그 한식이 이제 세계인들을 매료시키며 이 세상 셰프들이 흠모하는 미슐랭(Michelin) 스타를 속속 따고 있다. 미슐랭 최고 등급인 3스타 레스토랑은 2021년 10월 현재 세계에 135곳, 미국엔 14곳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코리 리(Corey Lee, 이동민)가 운영하는 베누(Benu)는 2015년 한인 셰프 최초로 미슐랭 3스타를 획득했다. 뉴욕에 미슐랭 스타(1-3개)를 받은 식당은 2021년 현재 68곳이다. 3스타는 일레븐 매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 르 버나단(Le Benadin), 퍼 세(Per Se), 마사(Masa), 그리고 Chef's Table st Brooklyn Fare(브루클린 페어 세프즈 테이블) 등 5개 레스토랑이다. 

 

뉴욕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은 14곳이며, 임정식 셰프의 정식(Jungsik), 박정현 셰프의 아토믹스(Atomix), 그리고 한인 2세 데이빗 장(David Chang)의 모모푸쿠 코(Momofuku Ko)가 미슐랭 3스타에서 내려간 프렌치 레스토랑 장 조지 봉거리첸의 장 조지(Jean-Georges), 다니엘 불루의 다니엘(Daniel)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정식과 아토믹스는 'Korean/ Contemporary)'를 내세우는 테이스팅 메뉴 전문 레스토랑이다. 아토믹스의 메뉴에는 창란젓, 김부각, 숙주나물 잡채, 청국장도 올랐다.  

 

미슐랭 1스타 식당에는 심성철 셰프의 꼬치(Kochi), 사이먼 김(김시준)의 스테이크하우스 꽃(Cote), 더글라스 김의 라면집 제주 누들바(Jeju Noodle Bar), 김호영 셰프의 주아(Jua)가 선정됐다. 테이스팅 메뉴를 제공하는 꼬치엔 아구튀김, 보쌈, 주아에는 고구마와 호떡, 제주 누들바엔 고추라면, 트러플 비빔면, 양고기 짜장면, 고추장볶음도 메뉴에 올랐다.

 

뉴요커들의 한식 사랑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1월 주간 타임아웃 뉴욕(TimeOut NY)은 맨해튼 최고 레스토랑 39에서 1위에 꼬치, 5위에 아토믹스, 7위에 꽃, 그리고 모모푸쿠 코와 모모푸쿠 누들바를 각각 32위와 36위에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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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1745-1806), 행려풍속도-설후야연(디테일), 비단에 옅은 채색, 1778, 파리 기메뮤지엄 소장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 김득신(1754-1822), 강상회음, 종이에 옅은 채색,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2016년 파리 여행 중 아시안 미술관 기메뮤지엄(Musée Guimet)에서 본 단원 김홍도의 8폭 행려풍속도(行旅風俗圖, *전체 사진은 기사 하단 참조)에서는 '설후야연(雪後野宴)'이 특별히 눈길을 끌었다. 눈 내린 겨울 보름달이 휘영청 뜬 날 밤 선비들이 소나무 아래서 멍석을 깔고 기녀들과 옹기종기 모여앉아 함께 고기를 구우며 술을 마시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김홍도, 신윤복과 함께 조선의 3대 풍속화가로 꼽히는 김득신의 '강상회음(江上會飮)'은 여름 강변 버드나무에 배를 정박한 후 그 아래서 어부들이 둘러앉아 숭어 한마리를 구워 밥을 먹는 모습을 담았다. 두루미 몇마리가 공중에서 이들의 식사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다.  

 

'설후야연'의 추운 겨울 산속에서 불고기와 술로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 '강상회음'의 강변에서 생선 한마리에 밥을 나누어 먹는 어부들의 정취.  두 그림은 우리 민족이 피크닉을 즐기며, 타고난 식도락가들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인들의 음식에 대한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요, 가난해도 손님이 오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야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도 밥과 김치를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 '먹방(Mukbang)'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사람들, 한반도 곳곳에 향토음식을 보유한 나라, 4계절 절기마다 먹거리를 개발했던 지혜의 민족, 식탐이 취미인 민족이 코리안들이다.

 

오늘날 한식은 세계인들의 혀를 매혹시키고 있다. 코리안 아메리칸 셰프 데이빗 장(David Chan), 코리 리(Corey Lee), 에드워드 리(Edward Lee), 대니 보윈(Danny Bowien), 후니 김(Hooni Kim), 로이 최(Roy Choi) 등이 오늘날 미 동서남북에서 식문화를 주도하는 것도 한국인의 맛에 대한 특별한 DNA를 보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인들의 입맛 스펙트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다.     

 

 

#앤디 워홀과 먹방(Muk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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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arhol eating a hamburger <YouTube> / The Food Porn Superstars of South Korea: Mukbang <YouTube>

 

미국의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Andy Warhol)은 1963년 동료 화가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가 버섯을 먹는 모습을 흑백으로 담은 '먹기(Eat, 39분 30초)'를 찍었다. 워홀은 1981년엔 자신이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 'Andy Warhol eating a hamburger(4분 27초)'를 만들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종이 봉지에 들어있는 햄버거를 꺼내 케첩을 뿌려 먹은 뒤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다. 마지막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앤디 워홀, 전 방금 햄버거를 다 먹었습니다." 이어 -Burger, New York-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먹는 모습'을 퍼포먼스로서 세계적으로 유행시키게 된다. 2010년 인터넷 방송 서비스 '아프리카TV(AfreecaTV)'에서 시작한 '먹방(Mukbang, eating broadcast/eatcast)'이다. 한국인들은 인디애나와 워홀처럼 버섯과 햄버거, 단일 품목을 먹는 게 아니라 푸짐하게 차려놓고 식탐을 즐긴다. 외로운 청춘남녀들이 나홀로 진수성찬을 즐기는 모습에서 애잔함도 느껴진다. 

 

이후 한국에선 먹방을 컨셉트로 한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다. 고독한 미식가, 냉장고를 부탁해, 맛있는 녀석들, 밥블레스유, 수요미식회, 스타 뒷담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식식한 소녀들, 식신로드, 신상출시 편스토랑, 오늘 뭐 먹지?, 위기탈출 넘버원의 '위험한 밥상' 코너, 잘 먹겠습니다, 잘 먹는 소녀들, 조용한 식사, 집밥의 여왕, 테이스티 로드, 한끼줍쇼, 소프라노스 등 컨셉으로 한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세계로, 유튜브로 퍼져나갔다. 먹방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되면서 먹방 스타들, 백만장자들이 탄생했다. 

 

*'먹방' 유튜버 구독자 순위 Top 10

 

 

#안소니 부르댕과 최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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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s Unknown' 하노이 편(2016)에서 버락 오바마와 안소니 부르댕/ '한국인의 밥상' 쌈밥 편(2013)에서 최불암씨 

 

몇년 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던 음식 및 여행 프로그램은 고 안소니 부르댕(Anthony Bourdain)이 진행했던 CNN의 'Parts Unknown(미지의 세계, 2013- 18)'와 트래블 채널의 '예약 없음(No Reservation, 2005-12)'이었다. 셰프 출신인 안소니 부르댕은 척박한 미국의 식문화보다는 지구촌의 맛을 찾아 유랑하면서 날카로운 입맛과 지성으로 '세계는 넓고, 먹거리는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부르댕은 2016년 'Parts Unknown' 베트남 하노이편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6달러 짜리 분짜 쌀국수(숯불 돼지고기 쌀국수)와 하노이 맥주를 즐겼고, 홍콩편에서는 왕가위 감독의 콤비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과 식당을 누볐다. 부대찌개를 좋아했던 부르댕은 2018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프로그램도 중단됐다.  

 

한편, 한국에선 2011년부터 KBS-TV가 방방곡곡의 맛을 소개해온 '한국인의 밥상'이 있다. MBC-TV '수사반장'과 '전원일기'의 구수한 탤런트 최불암씨가 전국의 향토음식과 역사, 고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푸드 다큐멘터리다.

 

최불암씨는 구수하고도 담백한 해설로 2021년 3월 18일 현재 503화에 이르기까지 가난했던 시절 우리 민족이 지혜를 모아 개발했던 음식을 탐험해왔다. 흑산도 홍어, 서산 갯마을 밥상, 부산 피난민 밥상, 제주도 누들로드, DMZ 로드까지 가난했지만, 풍요한 한국인들의 밥상을 소개해왔다.  '한국인의 밥상'은 먹거리가 넘쳐나는 오늘날 전국 방방곡곡의 향토음식 뿐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한민족의 음식 뿌리를 탐구하는 다큐멘터리다.    

 

 

#All in One,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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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마지막 상궁 한희순(제1대 기능보유자, 1889-1971)의 증언을 토대로 재현한 수라상

 

미국은 국토 면적이 세계 3위, 중국은 4위이며, 일본이 63위, 한국(남한)은 111위다. 중국의 크기는 한국의 100배에 육박한다. 중국은 2020년 현재 인구가 14억4천만명으로 세계 1위이며, 미국이 3억3천만명으로 3위, 일본이 1억2천만명으로 11위, 한국은 5천100만명으로 28위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인 자그마한 한국은 두 나라가 부러워할 정도로 풍요한 식문화와 다양한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다. 밥상에도 3첩부터, 5첩, 7첩, 9첩, 12첩 임금님의 수라상까지, 손님이 오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요리와 반찬을 차려내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성은 가히 독보적이다. 

 

국/밥/김치/반찬류를 한꺼번에 내놓은 한식의 'All in One'식 상차림은 서양의 코스요리와는 달리 개방성, 효율성, 자율성, 균형과 조화의 식탁이다. 한 눈에 모든 음식이 보이고,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으며, 속도를 내서 먹을 수 있다. 즉, 먹는 이를 배려한 상차림이다. 우리는 '빨리빨리' 민족이 아닌가?

 

하지만, 서양의 애피타이저-메인디쉬-디저트 식의 코스 요리는 먹는 이보다 차려내는 이의 독선(?)이 깔린듯한 식사다. 그날의 식사 메뉴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한 먹는 이는 그저 주는대로 먹어야 하며, 다음 코스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여기에 한국인의 밥상의 매력이 있다.  

 

또한, 한식은 먹는 이가 조리까지 즐긴다. 한식당에서는 고객들이 식탁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전골을 끓여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타민족들이 이제는 직접 조리해 먹는 '한국식 테이블 바비큐'를 학습하고, 즐기고 있다. 주방의 일손을 덜고, 고객이 노동에 참가하는 우리 고유의 식문화가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절기음식과 향토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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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근(金俊根), 엿 만들기,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비엔나민족학박물관 소장/ 떡매질,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비엔나민족학박물관 소장/ 두부 짜기, 19세기 말, 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

 

"세계에서 소고기를 부위별로 분류하고, 자르는 문화는 한국과 동아프리카(이디오피아)의 보디족(Bodi tribe)이다. 프랑스인과 영국인들은 소고기 부위를 35개로, 보디족은 51개 컷으로 나누는 반면, 한국인들은 소고기 부위를 무려 120개 부위로 나눈다."

-마가렛 미드(Margaret Mead, 1901-1978), American Anthropological Journal-

 

우리 민족은 명절과 24절기에 때마다 제철 식재료로 만들어 나누어 먹었다. 지역마다 특산물이나 버려지는 식재료로 고유의 조리법을 만들어 향토음식을 즐겨왔다. 국물에는 밥을 말고, 남은 음식은 비벼 먹고, 남은 양념에는 밥을 볶고, 각종 야채는 김치로 담그고, 해산물은 젓갈로 만들고, 외국 음식에는 김치를 곁들여 먹어 본다. 간장, 된장, 고추장과 수많은 김치 및 젓갈 등 발효음식, 시간으로 완성되는 음식 '슬로우 푸드(slow food)'가 가장 발달된 나라도 아마 한국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9백여차례의 외침에 36년간의 식민통치까지 수많은 고난과 핍박을 받아온 한민족은 어떻게 이토록 풍부한 음식문화를 갖게 되었을까? 중국은 나라 크기와 사람 수에 걸맞게 조리법이 발달했지만, 튀김과 볶음 요리가 대부분이며, 모든 음식을 익혀먹는다. 반면, 일본은 회(膾)요리가 발달했지만, 한국처럼 매운맛을 개발하지는 못했다. K-드라마, K-영화, K-뷰티, K-팝, 그리고 K-푸드까지 한류(Korean Wave)에 매료된 두 이웃 나라는 우리의 김치를 훔쳐가려는 술수를 보여주었다. 

 

우리 조상은 산과 들에서 수확한 나물, 채소, 곡물 채소에서 육류, 3면의 바다에서 나오는 생선과 해조류까지 육해공의 풍요한 식재료를 데치고, 찌고, 삶고, 끓이고, 굽고, 볶고, 튀기고, 졸이고, 절이고, 발효시키는 조리법을 개발해 전수해왔다. 비록 살림은 빈궁했지만, 지혜로운 조리법을 발휘했다. 고기 한점으로 국과 찌개를 해서 온 식구가 나누어 먹었고, 산과 바다와 들의 모든 재료를 먹거리로 만들고, 저장했다. 닭 한마리, 소 한마리를 잡아서 어느 부위 버리지 않고, 모두 먹거리로 밥상에 올렸다. 간장 게장, 콩나물, 도토리묵, 번데기, 산낙지, 골뱅이, 멍게, 미더덕, 산낙지, 깻잎, 콩잎, 호박잎 등은 세계에서 우리들만 먹는 기이한(혹은 귀한) 음식들이다.

 

한민족은 오래 전부터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며 맛을 향상시키고, 건강에도 유익한 식품을 즐겨왔다.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에서 김치, 장아찌, 각종 젓갈까지  발효식품뿐만 아니라 김과 미역에서 각종 산나물 등 산에서 들에서 바다에서 강에서 캐다가 말려서 데쳐서 요리조리 다양한 레시피로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왔다. 아주 오래 전부터 슬로우 푸드를 실천해온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세계의 어느 타민족들이 맛보지 못했던 맛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독특하고, 다양한 식문화는 우리 민족의 지혜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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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3스타 뉴욕 레스토랑 르 버나단(Le Bernadin)의 셰프 에릭 리퍼트와 김치국물 소스 홍어 -Skate (Poached Skate; Braised Daikon, Charred Scallion Jam/ Lemon Confit-Kimchi Broth) 

 

미국에서는 얼마 전까지 홍어(skate fish)와 아구(monk fish)같은 생선을 버렸다. 한국인들은 오래 전부터 홍어회, 홍어찜, 홍어전, 홍어튀김, 삭혀서 홍어회무침, 돼지고기 수육과 묵인지와 곁들이는 홍어삽합 등으로 홍어 특유의 풍미(암모니아)를 즐겨왔다. 지금은 국산 홍어는 비싸서 호텔이나 고급 한정식에서 맛볼 수 있으며, 대부분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지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못생긴 생선 아구(아귀)는 미국에서 '가난한 자의 랍스터(poor man's lobster)'로 불리웠다. 랍스터보다는 싸고, 맛은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 치하 일본인들이 남해의 어획고를 싹쓸이해가면서 남은 생선이 아구였다고 한다. 이 버려진 아구에 콩나물과 고추가루 증 갖은 양념으로 아구찜을 만들어 먹은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셰프들이 뒤늦게 홍어와 아구의 매력(값 싸고, 맛있다)을 발견해 미슐랭 3 스타 뉴욕 레스토랑 르 버나단(Le Bernadin)나 레스토랑 위크의 메뉴에도 종종 오르고 있다. 또한, 뉴욕 레스토랑 위크의 정식에도 메인 디쉬로 등장한다.   

 

한국인들은 홍어와 아구 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독특한 레시피로 풍요한 요리를 개발했다. 갈비만 해도 소갈비(포천, 수원), 돼지갈비(인천, 담양), 숯불갈비(마포), 떡갈비(광주), 찜갈비(대구) 등, 국밥도 콩나물국밥(전주), 소머리국밥(광주), 따로국밥(대구), 올갱이국밥(청주), 수구레국밥(창녕군) 등 지역마다 독특한 조리법으로 즐겨왔다.   

 

<대표적인 향토음식> 

-경기도: 조랭이떡국, 우매기, 홍해삼, 게걸무 김치, 쑥굴레, 우찌지, 부대찌개 등

-강원도: 닭갈비, 막국수, 감자전, 올챙이국수, 촌떡, 옥수수술, 댑싸리떡 등

-충청도: 어리굴젓, 호박범벅, 쇠머리떡, 용봉탕, 도리뱅뱅이, 고추부각 등

-경상도: 파전, 헛제사밥, 건진국수, 갈치식해, 아구찜, 충무김밥, 갱시기죽 등

-전라도: 비빔밥, 꽃게장, 메기탕, 추어탕, 애저찜, 은어구이, 홍어삼합 등

-제주도: 옥돔구이, 자리물회, 몸국, 깅이죽, 갈치국, 빙떡, 오메기떡, 몸국 등

 

 

#맛에 관한 한국어 400여개

 

우리 민족은 각 지역마다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다양한 조리법을 개발하면서 짠맛, 단맛, 신맛, 쓴맛, 감칠맛 등 혀로 느끼는 맛 외에도 매운 맛까지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순두부 전문 식당에선 외국인 고객을 위해 맵기 정도를 '안맵게' '약하게' '보통' ''맵게' '아주 맵게'로 내놓기도 했다. 라면도 불닭면에서 핵불닭면까지 지독하게 매운맛까지 즐긴다. 조리할 때 고추장, 고추가루에 청양고추(땡초)까지 넣어 트리플 매운 맛의 엑스타시를 아는 민족이다.

 

2003년 농수산쇼핑의 호스트 전은경씨는 '맛을 표현하는 어휘 연구'에서 우리의 음식맛을 표현하는 어휘가 400개 이상이라고 보고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도 놀랄 만큼 한국어에는 음식의 맛에 관한 어휘가 풍부하다. 구수하다, 고소하다, 담백하다, 맹맹하다, 삼삼하다, 심심하다, 슴슴하다, 밋밋하다, 쌉싸래하다, 새콤하다, 달달하다, 달콤하다, 시큼하다, 텁텁하다, 개운하다...매운 맛도 얼큰하다, 칼칼하다, 매콤하다, 매옴하다, 알알하다, 얼쩍지근하다 등, 촉감도 말랑말랑, 꼬들꼬들, 탱글탱글, 야들야들, 보들보들, 쫀득쫀득, 끈적끈적, 꾸덕꾸덕, 촉촉하다, 걸죽하다, 물컹하다, 차지다 등 영어로 옮기기에 아리송한 어휘들도 많다.  

 

재료 써는 방법도 어슷 썰기, 송송 썰기, 쫑쫑 썰기, 나막 썰기, 깍둑 썰기, 반달 썰기, 통썰기, 저며 썰기, 돌려 깎아 채썰기... 조리법도 오래 달이기, 푹 곤다, 진득하게 졸이기...김치 담글 때는 절이고, 버무리고, 얼버무리기, 뒤버무리기 등 다양하다. 맛의 어휘가 세분화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미묘한 맛의 차이, 조리하는 기술이 발달되었다는 것이기도 하다.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KFC?)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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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치킨 공화국'이라 할 정도로 프라이드 치킨을 즐겨 먹는다. 2019년 현재 한국에는 치킨집이 8만7천여개로 맥도날드의 세계 체인 수 3만8천개(2020)보다 두배 이상 많은 수치다. 치열한 경쟁과 레시피 개발로 세계화에 성공했다. 

 

불고기, 비빔밥, 김치에 이어 한국식 치킨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달콤 짭조롬한 간장마늘 양념 치킨과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 치킨, 즉 한국의 장맛을 가미한 양념 닭튀김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여기에 기름기가 적고, 바삭한 식감도 한몫했다. 

 

2006년부터 프라이드 치킨 체인 본촌치킨(Bonchon Chicken), 교촌치킨(Kyochon Chicken), 처갓집 양념치킨(Cheogajip) 등이 뉴욕과 뉴저지에 잇달아 지점을 열면서 코리안 치킨 열풍을 일으켰다. 한편, 미국의 햄버거 체인 셰이크 섁(Shake Shack's)은 올 1월초 고추장 양념치킨 샌드위치, 고추장 프라이, 백김치 슬로를 메뉴에 올렸다. 

 

프라이드 치킨이 미국에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선시대 요리책 산가요록(山家要錄, 1450s)에는 포계(炮鷄) 조리법이 나온다. "살찐 닭 한마리를 24-25개로 토막 낸 후 솥에 기름을 넣고 달군 후 고기를 놓어 빠르게 뒤집는다. 그리고, 간장과 참기름을 밀가루에 섞어 익힌 후 식초와 함께 낸다." 단, 그 시대엔 기름과 밀가루가 귀했기 때문에 권세있는 양반가에서 귀한 손님을 대접하던 음식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조리서와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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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를 넣어 끓인 물에 (곰 발바닥을 잠깐) 담가 털을 뽑아 없앤 후, 깨끗이 씻고 간을 쳐서 하룻밤을 재워 두어라. (이튿날 물이) 매우 솟구치도록 충분히 끓인 후 (아궁이의) 불을 반으로 줄이고 약한 불로 다시 무르도록 고아 쓰라. 곰 발바닥이 다 힘줄로 된 것이니, 다른 고기와 (같이) 하면 무르게 하기가 쉽지 않다. 곰 발바닥을 소발(牛足) 그을리듯이 불을 많이 때고 그을리면 털이 다 타고 발바닥 가죽이 들뜨게 된다. (들뜬 가죽을) 벗겨 버리고 깨끗이 씻어 무르게 고아 조각으로 잘라서도 쓴다. 발가락 사이를 칼로 긁어 째고 간장 기름을 발라 구우면 더 좋다."

-음식디미방, 곰발바닥 조리법(Steam-Braised Bear Paw(熊掌), 1670-

 

'갖은 양념'과 '적당량' '충분히' '살짝' 으로 대표되는 한식 레시피가 비과학적인듯 하지만, 사실 우리 민족은 눈썰미와 감으로 요리의 달인들을 배출했다. 수많은 외침과 한국전쟁,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도 조선시대에 집필된 요리서들이 대대손손 전해져 내려왔다. 

 

'수운잡방(需雲雜方)'은 조선 1540년경(중종 35년) 김유(金綏, 1491-1555)가 저술하고, 그의 손자 김령(1577-1641)이 펴낸 한문본 음식 조리서로 한국에 현존하는 요리책 중 저술자, 저술연대, 출처가 확실한 조리서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안동시 와룡면 군자리에 살았던 관산 김씨 예안파 종가에서 나온 책이다. 수운(需雲)은 격조를 지닌 음식문화, 잡방(雜方)은 여러가지 방법을 의미한다.

 

수운잡방은 상하편으로 나뉘어져 주류(이화주, 오정주, 송엽주), 김치류(수과저, 처저, 납조저, 파김치, 동치미, 향과저), 장류(조장법, 청근장), 과정류( 동아정과, 전약법, 전곽법, 다식법), 탕류(서여탕법, 전어탕법, 분탕, 황탕, 삼하탕, 삼색어아탕), 찬류(타락, 두부, 더덕좌반, 육면, 모점이법, 전계아법) 등 121가지 레시피가 설명되어 있다. 안동시에서 수운잡방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경상북도에서 도내 종가에서 전해지는 음식 조리서 음식디디마방과 수운잡방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은 1670년 조선(朝鮮) 현종(顯宗) 때 안동 지역에 살았던 장계향(張桂香, 1598-1680)이 75세에 며느리와 딸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기록한 레시피 모음책이다. 동아시아에서 여성이 쓴 최초의 요리서이며, 한글로 표기되어 있다. 안동지방 양반 음식 문화을 엿볼 수 있다. 국수 등 밀가루 조리법이 18가지, 어류와 육류 레시피 44가지, 꿩김치류, 개고기, 술, 한과, 식초 등 총 146가지 레시피와 저장 발표식품, 식품 보관법을 기술했다.

 

음식디디미방이란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라는 뜻. 장계향은 "이 책을 이리 눈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알고 이대로 시행하고, 딸 자식들은 각각 베껴 가되, 이 책을 가져갈 생각일랑 마음도 먹지 말며, 부디 상하지 않게 간수하여 쉽게 떨어지게 하지 말라."고 지침했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엔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이 있다. http://www.janggyehyang.or.kr

 

2015년 발굴된 '최씨음식법'은 신창 맹씨 맹세형의 부인 해주 최씨(1591-1660)가 쓴 순한글 요리집이다. 신창 맹씨 가문 여성들이 270여년간에 기록한 자손보전(子孫寶傳) 서첩의 한 챕터다. 무동치미, 가지김치, 오이김치, 파김치, 토란김치 등과 17세기 충청도 양반가문의 조리법 20종이 적혀 있다. 고추가 한반도에 전파되기 이전으로 맨드라미, 할미꽃을 사용한 오이김치 레시피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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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KBS-TV)에서 소개된 전립투 https://youtu.be/NuGlKmhEe5c

 

또한, 2021년 1월 최불암씨가 진행하는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밥상'(KBS-TV) 10주년 특집 '옛 것이 새 것이다, 대한국민의 밥상'편에 소개되어 재발견된 서유구(1764-1845)의 '정조지(鼎俎志, *미슐랭 스타 셰프 장 조지 봉거리첸 Jean-Georges Vongerichten!)'가 있다. 실학자 서유구는 27세에 초계문신을 시작 승정원, 규장각, 사헌부를 거쳐 형조, 예조, 호조, 병조 판서(순조-헌종) 등 76세까지 요직을 맡았다. 그가 18년간 귀농시절 집필한 '임원경제지'는 농업, 목축, 어업, 양잠, 상업에서 의학, 음식, 주거, 일상 실용지식 등16가지 주제로 113권으로 구성된 방대한 백과사전이다. 그중 음식 편이 4권, 1천 368페이지에 달하는 '정조지'엔 조리법 1천 748가지의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정조지는 솥 정(鼎), 도마 조(俎), 즉 솥과 도마를 의미한다. 

 

'한국인의 밥상'은 이 에피소드에서 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씨를 대동하고 정조기 요리 복원가 곽미경, 곽유경씨와 미슐랭 1스타 셰프 신창호 셰프가 정조기의 레시피와 이에 영감을 받은 요리를 소개했다. 조선시대 무관 무쇠 모자였던 전립을 솥처럼 이용한 요리로 갓 모자 부분엔 육수와 채소를 넣어 익히고, 챙에는 고기를 굽는 전립투다. 민가에서도 즐겼던 전립투는 일제강점기 때 무쇠와 유기 그릇이 공출로 다가면서 전립투 문화는 맥이 끊겼다. 다진 고기에 소금 간을 하고, 나무 상자에 넣은 후 버선으로 밟아 발효시킨 후 햇빛에 말려 항아리에 넣어 숙성시킨 육포-버선포(조편포)는 프랑스의 샤퀴테리(charcuterie, 살라미, 초리조 등)를 연상시킨다. 또한, 포르투갈에서 유래한 빵 가수저라(카스테라), 게살을 대나무 속에 넣어 구운 게구이 등을 소개했다. '정조지'는 2020년 임원경제연구소에 의해 번역 출판됐다.

 

그외에 조선시대 요리서로 고사십이집/ 고종무진진찬의궤/ 고종정해진찬의궤/ 군학회등/ 규곤요람/ 규합총서/ 기해진연의궤/ 다신전/ 도문대작/ 산가요록/ 소문사설/ 순조기축진찬의궤/ 술빚는법/ 시의전서/ 식료찬요/ 양주방/ 역주방문/ 영조갑자진연의궤/ 온주법/ 요록/ 우음제방/ 원행을묘정리의궤/ 음식방문/ 음식방문니라/ 음식보/ 임원경제지/ 정청일기/ 주방문/ 주식시의/ 주찬주초침저방/ 증보산림경제/ 치생요람/ 풍정도감의궤/ 혜경궁진찬소의궤 등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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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출간된 장선용씨의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이화여대 출판부)이 선풍을 일으켰다. 시어머니가 외국에 사는 며느리들에게 틈틈히 요리법을 적어 보낸 편지를 엮은 사진 없는 요리책이다. 밥, 국, 찌개, 조림과 볶음, 저냐, 나물, 김치 등 주요 한국음식부터 샌드위치, 스파게티, 마파두부, 누룽지탕 등 서양식과 중국식 요리, 후식, 아기 이유식, 손님 접대용 음식, 그리고 명절, 제사, 생일 등 특별한 날 자주 먹는 요리의 조리법과 상차림을 담았다.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은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 스테디 셀러다. 1997년엔 영문판 'A Korean Mother’s Cooking Notes'으로도 번역 출간됐다. 장선용씨는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후 남편의 직장을 따라 미국,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 살다가 귀국해 요리학교를 다닌 후 주부 요리 전문가가 됐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20056

 

오늘까지 K-Food를 비롯 한류 붐을 타고, 영문판 한국 요리책(Korean Cookbook) 출간도 전성기를 맞았다.

https://www.amazon.com/s?k=korean+cookbook&ref=nb_sb_noss_1

 

 

뉴욕 K-Food의 선구자-한가위(Hanga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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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gawi Restaurant, NYC 

 

K-Pop, K-Drama, K-Movie, K-Beauty 등 한류가 밀려오기 오래 전, K-Food(음식 한류)는 맨해튼 32가에서 조용히 시작됐다. '코리안 푸드'라 하면 김치, 불고기, 비빔밥, 잡채 정도로만 알려졌던 1994년 크리스마스 이브, 한식당이 집중된 K-Town(5-6애브뉴)에서 한 블럭 떨어진 곳에 '한가위(Hangawi)'가 데뷔했다. 

 

육중한 한옥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조각보와 한국화와 전통 찻잔들이 진열된 인테리어에 국악이 나직하게 흐른다.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 방석에 앉으면, 한복과 버선 차림의 서버가 능숙한 영어와 공손한 매너로 인사한다. 실크 주머니 안에 담긴 수저가 격조있게 한국 문화를 소개했다. 한가위는 뉴욕 한식당의 간판 매뉴인 BBQ 대신 대신 호박죽, 더덕구이, 잡채, 곱돌 비빔밥 등 채식 메뉴를 스타터/애피타이저/메인디쉬/디저트로 나누고, '황제의 식사(Emperor's Meal)' 등 코스 메뉴를 정갈하게 선보였다. 그리고, 한달만에 뉴욕타임스의 레스토랑 비평가 루스 레이첼(Ruth Reichl)로부터 찬사를 받는다.

 

"한가위를 떠나면서, 나는 마치 채식주의 한식당이 아니라 스파(spa)에서 나온듯 정화되고, 생기를 찾은 느낌이었다. 이는 부분적으로 내가 목기, 묵직한 도기잔과 함께  고요하고 우아한 공간에서 전적으로 평화로운 식사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부분적으로는 2시간에 걸친 여러 코스 식사 후 내 몸이 아직도 떠있는 느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루스 레이첼, 뉴욕타임스 <1995.1.27>-

 

베테랑 비평가 레이첼의 시적인 리뷰는 뉴요커들에게 보내는 K-타운 초대장과도 같았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펜 스테이션, 메이시즈 백화점 인근의 황금 로케이션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식당이 즐비한 한인타운의 문턱은 타민족에게 높았다. 바쁜 한인 이민자들과 고단한 한인 관광객들에게 '컴포트 푸드'를 제공하는 식당이 대부분이었으며 메뉴와 언어, 그리고 서비스는 열악한 형편이었다. 말하자면, 코리안을 위한, 코리안에 의한, 코리안의 레스토랑들인 셈이었다.

 

여기에 한가위가 K-식당들과 차별화된 채식(vegetarian) 컨셉으로, 메뉴와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한층 업그레이드하면서 뉴요커들은 물론 세계의 채식주의자들을 향해 문을 활짝 열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가위는 뉴욕 한복판에서 '동중정(動中靜)의 오아시스'가 된다.  

 

'식도락가들의 성경'으로 불리우는 식당 평가서 자갓 서베이(Zagat Survey)에서 한가위는 한식당으로서도, 채식당으로서도 늘 상위에 올랐다.  2015년 자갓은 한가위에 뉴욕 채식주의 식당으로는 최고의 점수(30점 만점)인 26점(Food)/ 26점(Deco)/ 25점(Service)을 주었다. http://hangawirestaurant.com 

 

 

세계로 간 한국 사찰음식과 정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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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 스님과 한국 사찰음식을 소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즈 테이블(Chef's Table)'  

 

한편, 한국의 사찰음식(temple food)이 완전채식(vegan)/채식(vegetarian),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to-Table) 운동, 웰빙음식의 트렌드 속에서 새롭게 조명되면서 백양사 천진암(전라남도 장성)의 정관 스님은 세계 요식업계의 스타로 부상했다.

 

뉴욕의 미슐랭 3스타 해산물 레스토랑 '르 베르나르댕(르 버나단, Le Bernadin)'의 셰프 에릭 리퍼트(Eric Ripert)는 불교신자로 특히 한국 사찰음식에 매료됐다. 그는 백양사를 방문해서 정관 스님으로부터 사찰음식을 배웠으며, 스님을 르 베르나당에 초청해 시연회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2015년 미 공영TV PBS에서 진행했던 '아베크 에릭(Avec Eric)'의 'Korean Temple Food: Feed the Soul'편에서 정관 스님과 사찰음식을 집중 소개했다.   

 

리퍼트는 뉴욕타임스의 제프 고디니어(Jeff Gordinier) 기자에게 한국 사찰음식을 소개했다. 르 베르나르댕 시식회에서 정관 스님의 음식에 반한 고디니어는 한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2015년 10월 '정관, 철학가 셰프(Jeongkwan, the Philosopher Chef)'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관 스님에 대해 "수세기 동안 강물처럼 한국문화의 저변을 흘러온 사찰요리의 화신(avarta of temple cuisine)"이라며 대서특필했다. 고디니어는 '슬로우 푸드(slow food)'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to-table)', 그리고 '로카보어(locavore, 로컬에서 재배, 사육된 음식 먹기 운동)' 등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에 천진암같은 영적인 도피처에서 이름 모를 거장 세대가 주변의 땅에서 채취한 모든 것으로 아름답고 정교한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코펜하겐 레스토랑 노마(Noma)의 셰프 르네 레드제피((René Redzepi)도 사찰음식에 대해 배우기 위해 한국을 여행했다고 전했다. 노마는 '레스토랑' 잡지에 의해 세계 최고 식당 1위에 4차례 오른  미슐랭 3스타 식당이다.  

 

사찰음식은 불교에서 먹지 못하는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leek)의 오신채(五辛菜)를 쓰지 않는 '금욕'의 레시피를 고수한다. 수행자 셰프 정관 스님은 "사찰음식에는 입으로 느끼는 오미(五味)를 넘어선, 마음으로 느끼는 맛 선미(禪味)가 있다. 몸이 열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선의 맛"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관 스님과 사찰음식 스토리는 2017년 넷플렉스 다큐멘터리 '셰프스 테이블(Chef's Table, 감독 데이빗 겔브)' 시즌 3에서 집중 조명했으며,  베를린 국제영화제 컬리너리 시네마 섹션에 초청됐다. 한때 '절밥'으로 불리우던 한국의 사찰음식은 이제 세계의 요식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한류 33 코드 #3 음주가무를 즐기는 민족 <1> 먹고(EAT)

*한류 33 코드 #8 김치와 고추장의 힘  

*Beyond BBQ and Kimchi: Five Korean-American Star Chefs at Inside Korea’s Table

 

 

박숙희/블로거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수료. 사진, 비디오, 영화 잡지 기자, 대우비디오 카피라이터, KBS-2FM '영화음악실', MBC-TV '출발! 비디오 여행' 작가로 일한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Korean Press Agency와 뉴욕중앙일보 문화 & 레저 담당 기자를 거쳐 2012년 3월부터 뉴욕컬처비트(NYCultureBeat)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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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03.24 18:54
    어디서도 읽을 수없는 값진 한식에 대한 글을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식이 건강식이란 사실이 속속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발효식품인 김치는 그맛과 정성이 세계제일 입니다. 김치를 만드는 공정이 정성과 여러사람이 힘을 함께해서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음악으로 말하면 오페라가 종합예술이라고 하듯이 감치는 '음식의 오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건강식의 관심이 전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김치가 체중감량과 감기(김치국물) 그리고 코로나 19에 좋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김치를 빼놓을 수없는 이유이지요. 김치를 비롯해서 한식의 세계화가 이뤄지는 날이 올것울 기대합니다 .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