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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Film Festival 2022 (9/30-10/16) 

세상을 바꾼 NYT 두 여기자의 폭로 저널리즘 'She Said' ★★★★

 

침묵은 금이 아니라, 독이다 Silence is not Gold, but Po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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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Said by Maria Schrader

 

*She Said | Official Trailer '그녀가 말했다' 예고편

https://youtu.be/i5pxUQecM3Y 

 

2022 뉴욕영화제에서는 여성 감독들이 약진했다. 메인 슬레이트(Main Slate) 부문 32편 중 여성 감독의 작품이 무려 12편에 달했다. 프랑스 거장 클레르 드니(Stars at Noon)를 비롯, 미아 한센-뢰브(One Fine Morning), 로라 포이트라스(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샬롯 웰즈(Aftersun), 칼라 시몬(Alcarras), 마리 크로이처(Corsage), 베레나 파라벨(De Humani Corporis Fabrica, 공동 감독), 마가렛 브라운(Descendant), 조안나 호그(The Eternal Daughter), 알리스 디옵(Saint Omer), 켈리 라이카트(Showing Up), 로라 시타렐라(Trenque Lanquen)의 작품이 초청됐다. 

 

한편, 가장 기대되며, 중요한 작품을 소개하는 스포트라이트(Spotlight) 부문 12편 중에서는 여성 감독작이 3편 상영됐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 소설가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수퍼 8의 시절(The Super 8 Years)', 사라 폴리 감독의 '여성들 말하다(Women Talking), 그리고 마리아 슈레이더 감독의 '그녀가 말했다(She Said)'다. 캐나다 배우 출신 사라 폴리(Sarah Polley, *하비 와인스틴 성추행 피해자로 #MeToo) 감독의 '여성들 말하다'는 종교집단의 공동체에서 남자들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온 여성 8인의 대화를 담았다. 독일 배우 출신 마리아 슈레이더(Maria Schrader) 감독의 '그녀가 말했다'는 2017년 할리우드 프로듀서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행을 폭로하며 #MeToo에 방아쇠를 당긴 뉴욕타임스 두 여기자의 탐사보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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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 가드너(플랜B)가 제작한 두 여성 영화 '그녀가 말했다'와 '여성들 말하다' 포스터 

 

침묵은 금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 두 영화는 여성들이 말 하는 것, 즉 침묵을 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가부장적인 역사 속에서 여성들에겐 늘 침묵이 강요되어왔다. 권력을 쥔 남성들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억압하면서 폭력을 휘두르고, 거짓말을 강화하고, 범죄를 묵인할 수 있었다. 여성의 역사, 특히 성폭력의 역사 속에서 피해여성들의 침묵은 남성들이 범죄와 비행을 정당화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었다. 따라서 여성들이 침묵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말하기 시작하는 것은 개인적인 용기일뿐만 아니라 인간성의 회복이며, 해방의 목소리다. 그리고, 남성들을 심판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영화 'Women Talking'과 'She Said'는 그런 의미에서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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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하다(She Said)'의 제 60회 뉴욕영화제 토론회에서 조디 캔터(왼쪽)와 메간 투히 기자. 이들이 쓴 책 'She Said'.   

 

마리아 슈레이더 감독의 'She Said'는 할리우드 파워 프로듀서인 미라맥스 영화사 창립자 하비 와인스틴(Harvey Weinstein)의 상습적인 성추문을 폭로한 뉴욕타임스의 두 여기자(조디 캔터 Jodi Kantor & 메간 투히 Megan Twohey)의 취재기를 담았다. 캔터 역은 조우 카잔, 트워히 역은 캐리 멀리건이 맡았다.

 

이 영화는 알란 J 파큘라 감독의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 1976)'을 연상시킨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시킨 1972 워터게이트 스캔달(닉슨 행정부의 도청, 불법침입 등)을 폭로한 워싱턴 포스트의 두 기자(밥 우드워드 & 칼 번스타인)의 탐사보도 취재기를 담은 영화였다. 우드워드 역은 로버트 레드포드, 번스타인 역은 더스틴 호프만이 맡았다. 두 기자는 워터게이트 탐사 보도로 1973년 퓰리처상 공공서비스상(Public Service)을 수상했다. 2018년 조 캔터와 메간 투히는 '뉴요커' 잡지의 기고자 로난 패로우(Ronan Farrow)와 공동으로 퓰리처상 공공서비스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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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과 와인스틴을 몰락 시킨 저널리즘.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 1976)'/ '그녀가 말했다(She Said, 2022)'

 

'그녀는 말했다'는 1992년 아일랜드의 해변가에서 젊은 여성 로라 매든이 영화촬영을 목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로라는 곧 미라맥스에 취직했고, 꿈에 부풀어 거리를 달린다. 그녀는 하비 와인스틴이라는 괴물 프로듀서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그 꿈을 짓밟히고, 악몽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뉴욕타임스의 기자 조디와 메간은 와인스틴의 성폭력(강간, 추행, 희롱 등) 피해자들과 미라맥스 인사이더들을 취재한다. 애슐리 저드, 기네스 팰트로, 로즈 맥고완 등 유명 여배우들에서 배우 지망생, 미라맥스 직원 등 피해자들을 취재한다. 그런데, 피해자의 대부분은 와인스틴 폭로기사에 이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한다. 많은 이들이 '침묵의 댓가'로 기밀유지서약(NDA, non-disclosure agreement)을 하고, 합의금/배상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와인스틴이 그들의 경력을 방해하고, 파멸시킬만한 파워맨이었기 때문에 두려워 한다. 법적으로 침묵할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이 어느덧 용기를 내어 입을 열고, 두 기자의 끈기는 보상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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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Said by Maria Schrader

 

2017년 10월 5일 뉴욕타임스의 '하비 와인스틴은 수십년간 성추행 고발자들에게 배상해왔다(Harvey Weinstein Paid Off Sexual Harassment Accusers for Decades)'는 기사는 수십년간 루머로 떠돌던 와인스틴 성추문을 사실(truth)로 공인하며,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전 문화예술, 언론, 정치계, 종교계, 스포츠계 등 전 분야에서 권력형 성범죄를 폭로하는 #MeToo 운동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된다. 

 

기사는 "20년 전 할리우드 프로듀서 하비 와인스틴은 사업상 아침식사 미팅으로 기대한 배우 애슐리 저드를 비버리힐스 페닌슐라 호텔로 초대했다. 대신 그는 그녀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목욕가운을 입고 나타나 그녀에게 마사지를 해줄까, 아니면 그녀가 자신이 샤워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지를 물었다고 그녀는 회상했다"로 시작한다. 

 

영화 '그녀가 말했다'는 문제의 성추행 장면들을 실제로 보여주는 대신 호텔의 빈 복도를 트래킹 숏 촬영(Natasha Braier)l과 불협화음의 음악(Nicholas Britell)에 피해 여성들의 증언을 들려주면서 그 공포스러움과 역겨운 현장을 관객의 상상에 맡겨버린다. 그리고, 와인스틴 인사이더들과의 대화는 유아독존의 할리우드 거물 와인스틴이 전화 한통으로 자신이 추행한 여성들의 인생을 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두 기자와 편집자가 침묵을 깬 여성들의 증언을 토대로 기사를 완성한 후 와인스틴 측의 성명을 기다린다. 마침대 와인스틴(대역)이 뉴욕타임스에 나타나는데, 그 뒷모습을 잡는 것만으로도 그 권력과 추악함이 풍겨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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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Said by Maria Schrader

 

그리고, 편집팀이 컴퓨터 화면에서 발행(PUBLISH) 버튼을 클릭하면 영화는 끝나고, 후발 소식이 자막으로 올라간다. 그후 와인스틴 피해자 80여명(*위키피디아 107명)이 나왔다. 와인스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MeToo한 피해자들은 안젤리나 졸리, 케이트 브랜쳇, 셀마 헤이약, 리아 세이두, 우마 서먼, 션 영, 대릴 한나, 케이트 베켄세일, 헤더 그레이함, 로렌 홀리, 아나벨라 시오라, 루피타 니용고, 사라 폴리(감독) 등 107명에 달한다. 

 

와인스틴은 뉴욕 대법원에서 유죄판결로 징역 23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며, LA와 런던 재판이 남아 있다. 이로써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펄프 픽션' '셰익스피어 인 러브' '킹스 스피치' '장고: 분노의 추적자' 등의 '언터처블' 프로듀서 와인스틴(70세)은 감옥에서 여생을 보낼 운명이 됐다.     

 

한편, 주간 뉴요커(The New Yorker)지는 NYT 보도 5일 후인 10월 10일 로난 패로우가 기고한 '공격적인 서곡에서 성폭행까지: 하비 와인스틴의 고발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From Aggressive Overtures to Sexual Assault: Harvey Weinstein’s Accusers Tell Their Stories)'를 실었다. 배우 미아 패로우와 우디 알렌 감독의 아들인 저널리스트 로난 패로우는 성추행 피해자 13명(미라 소비노, 로잔나 아퀘트 등)과 성폭행 피해자 3인(아시아 아젠토 등)과의 인터뷰를 세세하게 실었다.  이로써 로난 패로우는 2018년 뉴욕타임스의 두 기자와 공동으로 퓰리처상 공공부문상을 수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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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Said by Maria Schrader

 

'그녀가 말했다'는 페미니스트 영화다. 두 여성 기자, 여성 감독, 여성 촬영기사(Natasha Braier), 그리고 여성 제작자가 만든 여성 영화이자, 기자들과 언론인 지망생들에게는 교과서같은 영화다. 두 기자의 동명 타이틀 책 'She Said'(2019)를 원작으로 영국 출신 희곡작가 레베카 렌키비츠(Rebecca Lenkiewicz)가 각색했다.  'Women Talking'과 'She Said'의 프로듀서 디디 가드너(Dede Gardner)는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플랜B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리 아이삭 정 감독의 '미나리', 그리고 봉 감독의 차기작 '미키 7(Mickey 7)'의 제작도 맡고 있다. 139분. 뉴욕영화제 세계 최초상영 후 11월 18일 미 전역에 개봉된다. 

 

 

She Said

SATURDAY, OCTOBER 15 9:15 PM/ SUNDAY, OCTOBER 16 6:00 PM

Walter Reade Theater - Francesca Beale Theater

https://www.filmlinc.org/nyff2022/films/she-said

 

Harvey Weinstein Paid Off Sexual Harassment Accusers for Decades, NYT

https://www.nytimes.com/2017/10/05/us/harvey-weinstein-harassment-allegations.html

 

From Aggressive Overtures to Sexual Assault: Harvey Weinstein’s Accusers Tell Their Stories | The New Yorker

https://www.newyorker.com/news/news-desk/from-aggressive-overtures-to-sexual-assault-harvey-weinsteins-accusers-tell-their-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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