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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 이수임: 오지랖 여사
창가의 선인장 (129) A Busybody
오지랖 여사
천정이 높고 넓은 창고에서 사람들이 둘러앉아 조각 작품을 만들고 있다. 선생님이 퇴근하면서 나보고 뒷정리하라고 했다. 주위 사람들과 잡담하느라 뒷정리가 더뎌지는 와중에 옆방에서 친구가 도와달란다. 친구를 도와주고 돌아오니 전등불을 꺼 놓고 모두 떠나고 없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퍼붓는다. 전등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번갯불로 더듬으며 버릴 것을 쓰레기통에 넣으며 정리한다. 일 진행이 느려서 마음이 조급하다.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무서움이 엄습했다.
평상시 내 주위환경과 너무 다르다. 비정상이다.
‘이건 내가 처한 현실 세계가 아니야.’
눈을 떴다. 불안하거나 복잡한 일상을 만들지 않고 피해 가려고 애쓰는 나로서는 꿈이라는 것을 꿈속에서 알아차렸다. 너무 좋아도 내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꿈속에서 직감적으로 안다. ‘이건 꿈이야. 이렇게 좋을 수가! 깨지 말고 좀 더. 조금만 더.’하는 순간, 그야말로 깨어진 꿈이 된다.
누군들 좋아하련만, 나는 복잡한 것을 질색한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자면서도 꿈이라고 깨닫고 깨어나듯이 현실에서도 가담하지 않는다. 물론 여간해서는 끼어들지도 않지만, 간단한 일이겠지 하고 가담했다가도 뭔가 엉기는 분위기가 되면 발을 뺀다.
간단해야 반복하기 쉽다. 재미까지 보태진다면 더욱더 오래 하며 즐길 수 있다. 한번 시작한 일은 불평불만 없이 죽~ 아주 오랜 기간 재미 붙여서 한다. 간단하기 때문에 신경 쓸 일이 없어서다. 그래서 혼자서 하는 일을 선호한다.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일은 셋만 모이면 패가 갈리듯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 물론 리더를 잘 만나면 다행이지만, 아무리 리더가 능력이 있어도 주위에서 초 치는 인간이 있기 마련이다. 비틀기를 즐기는 인간은 앞장서서 시작도 잘하고 일이 잘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이 주도권을 쥐려고 혼란에 빠뜨린다.
복잡한 것을 질색하는 내 성격에 보조라도 하듯 팬데믹 핑계로 사람들을 멀리하며 혼자서 평화로운 삶을 즐겼다. 그런데 바이러스를 감기 정도로 취급하는 요즈음 다시 주위에서 번잡한 일들이 꿈틀대서 그런 개꿈을 꾼 것 같다.
3년이란 격리기간을 잘 적응했다. 팬데믹 이전으로는 돌아가기는 그리 쉽지 않다. 유튜브나 구글을 통해 각자의 문제나 외로움을 해결하기 쉬운 세상도 한몫한다.
팬데믹이 끝나고 사람들을 만나도 "남의 제사에 밤 놓아라. 대추 놓아라" 지적질하면서 인간관계를 복잡하게 뒤틀지 않게 오지랖 떨지 말아야지 스스로 다짐한다.
이수임/화가
사람은 사회적동물임을 이번에 절실히 느꼈습니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게 정말 좋은 교훈임을 알았습니다. 복잡한 것은 싫지만, 혼자 단순함을 지키며 즐감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드디어 사람이 그리워서 온식구가 만나서 같이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만나서 침을 튀기던 말던 얘기에 얘기를 하면서 이곳저곳을 다녔습니다. 살맛이 났어요.
인간관계를 복잡하게 뒤틀지않게 조심을 하면서 살려고 하는 작가의 마음에 동감을 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