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우타마(Utama, 우리의 집)' ★★★★
고혹적인 풍광, 볼리비아 원주민들의 시련
우타마, 우리의 집(UTAMA, Our Home) ★★★★
11월 4일 맨해튼 필름포럼(Film Forum) 개봉
UTAMA, Our Home *trailer/ 예고편
https://youtu.be/RragIUAAK-Y
11월 4일 맨해튼 필름포럼(Film Forum)에서 개봉될 볼리비아 영화 '우타마(Utama)'는 2022년 선댄스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 심사위원대상(Grand Jury Prize) 수상작이다. 알레얀드로 로아이자 그리시(Alejandro Loayza Grisi)의 감독 데뷔작 '우타마'는 볼리비아의 내년 아카데미 국제극영화상 출품작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를 출품했다.
볼리비아의 고지대에서 감자와 콩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노부부 버지니오(호세 칼치나 분)와 씨싸(루이사 퀴스페 분)는 문명과 담을 쌓은 채 자연에 의지해 평온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위기가 찾아왔다. 1년 이상 가뭄이 지속된 것이다. 땅은 갈라지고, 농작물은 메말라가고, 식수도 부족하다. 할머니는 물을 길러 다니고, 콜록거리는 할아버지는 라마들을 이끌고 풀을 먹이러 다닌다. 어느날 도시의 손자 클레버( 산토스 초쿠에 분)가 방문해 노부부에게 이사가자고 권유하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의 생활방식을 바꿀 마음이 없다.
UTAMA, Our Home
도시에서 온 손자가 노부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야구모자, 후드티, 청바지에 백팩, 그리고 물론 스마트폰을 늘 들고 다니는 손자는 도시에서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신세대다. 그의 아버지, 즉 버지니오의 아들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지만, 부자의 관계가 나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떠난 자와 남아있는 자의 갈등이다. 손자는 그 다리(bridge)가 되어 할아버지를 설득시키려 한다. 할아버지는 병으로 죽어가고 있지만, 땅과 하늘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한다.
노부부는 때때로 잉카문명의 공용어였던 케추아(Quechua)어로 대화한다. 케추아어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남미를 점령하기 전 원주민들의 언어였다. 할아버지에겐 언어처럼 그들 삶의 터전이었던 고산지대와 라마를 버릴 수 없다. 하늘에서 비를 내려주지 않지만, 원망하지 않는다. 버지니오와 마을 사람들은 산에 라마를 바치며 기우제를 지낸다. 그 의식은 '산에 물을 심는 것(sowing water on the mountain)'이다.
The Naked Island(1960) by Kaneto Shinto
볼리비아 영화 '우타마'는 일본감독 신도 가네토((Kaneto Shindo/ 新藤兼人, 1912-2012)의 '벌거벗은 섬(裸の島, Hatakano Shima/ The Naked Island, 1960)'을 연상시킨다. 일본 열도의 외딴 섬에서 문명을 등지고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흑백영화다. 섬의 유일한 주민인 이 가족은 해안까지 노를 저어 고구마를 팔며 생계를 이어가고, 두 아들은 배타고 육지로 학교를 다닌다.
아들이 바다낚시로 큰 물고기를 잡자 온 가족은 육지로 가서 생선을 팔아 모처럼 식당에서 식사를 즐긴다. 어느날 갑자기 큰 아들이 병에 걸리고, 아버지는 육지로 가서 의사를 데려오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아들이 먼저 세상을 뜨는 슬픔을 움켜지고, 부부는 다시 힘든 섬생활을 지속한다. 무성영화처럼 대사는 거의 없이 다큐멘터리같은 이 영화는 1961년 모스크바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심사위원장은 이탈리아 감독 루키노 비스콘티(Luchihno Visconti, 1906-1976)였다.
1990년대 초 대학원 영화 수업에서 불량한 화질의 비디오로 보았던 '벌거벗은 섬'은 예술영화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크라이테리온(Criterion.com)에서 다시 보았다. 예전보다 4배 큰 TV 스크린에 훨씬 좋은 화질로 감상할 수 있었다.
UTAMA, Our Home
스펙터클한 와이드 스크린(2:39.1)의 '우타마'의 노부부는 고원 평지에서 지은 농사가 가뭄으로 망쳤지만, 흑백영화 '벌거벗은 섬'의 부부는 물이 풍부한 섬의 비탈 밭에서 농사 짓는다. 우타마의 노부부의 아들은 도시로 떠나갔고, 할아버지는 땅을 지키다가 죽음을 맞는다. 두 아들과 섬을 지키던 가족은 아들의 죽음을 지켜본다. 마을 사람들의 장례식(우타마), 육지 학생들이 참관하는 장례식(벌거벗은 섬) 장면도 대조적이다.
'우타마'가 식민제국에 의해 정복됐던 원주민 케추아가 지켜야할 땅과 자존심이었다면, 일본 열도섬의 부부가 어깨에 지고가는 물지게는 끊임없이 바위를 산꼭대기에 올려야하는 시지푸스의 형벌처럼 비극적이다.
UTAMA, Our Home
감독 알레얀드로 로아이자 그리시는 사진작가 출신으로 영화 촬영기사를 거쳐 '우타마'로 감독 데뷔했다. 바바라 알바레즈(Barbara Alvarez)의 카메라는 광활한 고산시대의 하늘과 땅과 사람들을 그림엽서처럼 포착한다. 황홀하게 아름다운 대지의 풍광 속에서 관객은 도시의 소음 대신 사람의 숨소리와 바람소리에 귀기울이게 된다.
노 부부의 주름진 얼굴은 원주민들이 수백년간 겪어야했던 고초를 보여주는 시련의 지도처럼 보인다. 아마추어 배우인 이들은 실제 부부라고 한다. 그들이 메마른 땅을 고집하는 이유는 제국주의가 가져온 문명에 대한 거부감일지도 모른다.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짓밟힌 원주민들의 문화를 지키려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자존심일 것이다.
'우타마'는 볼리비아 여인들의 컬러풀한 패션과 모자, 할리우드 서부극의 의상보다 기품있는 남자들의 패션, 그리고 라마떼의 뿔에 달린 핑크 리본까지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들의 삶이 아무리 각박할지라도, 노부부의 황혼은 슬픈 동화처럼 느껴진다.
UTAMA, Our Home
영화 제목 '우타마'는 일본의 18세기 목판화가 기타가와 우타마로(Kitagawa Utamaro)를 연상시킨다. 우타마는 케추아어로 '우리 집(our home)'이라는 뜻이다. 버지니오에게 그의 땅은 메말랐을지언정, 자신이 묻혀야할 집이었던 것이다. '우타마'는 물질적으로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자연과의 조화, 하늘에 대한 믿음,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그리고 최소한으로 유지될 수 있는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오아시스같은 영화다.
UTAMA Theaters
Film Forum New York NY November 4 - November 25, 2022
Film Forum: 209 West Houston St. west of 6th Ave.
https://filmforum.org/film/utama
Laemmle Theatres Los Angeles CA November 11 - December 2, 2022
a/perture cinema Winston Salem NC December 2 - December 23, 2022
Bear Tooth Theatrepub Anchorage AK November 14 - November 24, 2022
Brattle Theatre Cambridge MA November 18 - November 20, 2022
Detroit Institute of Arts Detroit MI December 2 - December 5, 2022
Gene Siskel Film Center Chicago IL November 11 - November 18, 2022
Honolulu Museum of Art Honolulu HI November 18 - November 26, 2022
Living Room Boca Boca Raton FL November 18 - December 9, 2022
Living Room Portland Portland OR November 18 - December 9, 2022
Northwest Film Forum Seattle WA January 13 - January 20, 2023
Speed Art Museum Louisville KY November 18 - November 20, 2022
*진영미의 남미여행 <1>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Salar de Uyuni
*진영미의 남미여행 <2> 볼리비아: 패셔니스타 촐리타(Cholita)
*진영미의 남미여행 <5> 살바도르 달리 사막과 철도 묘지
*진영미의 남미여행 <6>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호수 플라밍고 발레단
잉카문명의 공용어인 케주아어로도 대화를 나눈다니 그 말이 듣고싶네요. 배경이 볼리비아 고지대고 노부부의 원주민에 가까운 떼묻지않은 모습이 신선함을 느끼게 합니다. 자연과 함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사는 노부부가 우리에게 평화 자유를 줌을 느끼겠기에 영화를 보고 그것을 실제로 느끼고 싶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