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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가모의 아메리칸 드림을 넘어서

'살바토레: 꿈의 구두장이(Salvatore: Shoemaker of Dreams)' ★★★

 

11월 4일 안젤리카필름센터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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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z, 1939)'의 주디 갈란드를 위해 디자인한 샌달 'The Rainbow'. 

 

Salvatore: Shoemaker of Dreams

*Trailer/예고편 https://youtu.be/uxebX9kvwJ0 

 

지난해 말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 리들리 스콧 감독의 '하우스 오브 구찌(House of Gucci, 2021)'가 개봉됐다. 사라 게이 포든의 넌픽션 'The House of Gucci: A Sensational Story of Murder, Madness, Glamour, and Greed'(2001)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전기영화라기보다 피비린내 나는 범죄영화였다. 레이디 가가, 아담 드라이버, 제레미 아이언스, 알 파치노, 셀마 헤이약의 호화 캐스트의 이 영화는 구찌 브랜드의 화려한 명성 뒤에 숨겨진 탐욕, 배신, 복수, 광기, 살인을 그렸다. 

 

창업자 구찌오 구찌(Guccio Gucci, 1881-1953)의 증손녀 파트리치아 구찌(레이디 가가 분)는 "할리우드가 수익을 얻기 위해 한 가족의 정체성을 훔쳤다"는 비난 성명까지 발표했다. 사실상 구찌 제국의 이미지는 하락했다. 구찌는 이브생로랑, 알렉산더 맥퀸, 발렌시아가, 보테가 , 브리오니 등 패션기업들을 소유한 케링그룹(Kering, 회장 프랑수아-앙리 피노)이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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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vatore: Shoemaker of Dreams

 

구두 디자이너 살바토레 페라가모(1898-1960)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살바토레: 꿈의 구두장이(Salvatore: Shoemaker of Dreams)'가 11월 4일 개봉된다. '하우스 오브 구찌'처럼 이탈리아 하이 브랜드 가문의 스캔달을 다룬 할리우드 감독의 오락영화가 아니라 페라가모의 장인정신과 그 가족에 촛점을 맞춘 이탈리아 감독의 '오마쥬' 다큐멘터리다. 연출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2017)'로 명성을 얻은 루카 과다그니노(Luca Guadagnino)가 맡았다.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미국 이민자였으며, 영화 자막에도 나오지 않는 할리우드의 구두 제작자였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다. 페라가모의 삶은 드라마틱하다. 하지만, 러닝타임 2시간에 달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전반부만 흥미진진하며, 후반으로 가면 지리멸렬해진다. 이탈리안 아메리칸 마틴 스콜세지 감독, 구두 디자이너 마놀로 블라니크의 인터뷰를 제외한 페라가모 후손들과의 반복되는 인터뷰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 Less is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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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vatore: Shoemaker of Dreams

    

이탈리아 시골(Bonito)의 가난한 농가에서 14형제 중 11번째로 태어난 살바토레는 동네 구두공을 보며 자랐다. 9살의 살바토레는 부모가 누나 주세피나가 성찬식에 신을 구두를 사줄 형편이 되지 않자 구두공에게서 못, 실, 캔바스 조각과 도구를 빌려 밤새 구두 한켤레를 만들었다. 새벽에 아들의 망치질을 지켜본 아버지는 구두장이 꿈을 허락하게 된다.

 

11살이 된 살바토레는 나폴리에 가서 구두 제작기술을 배웠고, 고향 부모의 집에 작은 구두가게를 열었다. 자신 보다 나이 많은 직원 6명을 데리고 구두를 만들어 팔았다. 1915년 17살엔 증기선을 타고 보름간 항해 후 뉴욕 엘리스아일랜드에 도착, 형들이 사는 보스턴으로 갔다. 신발공장에서 일하면서 살바토레는 기계로 만든 카우보이 부츠는 무겁고, 모양도 볼품 없다는 것을 알고, 이탈리아인의 수제화 기술에 자부심을 품고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서부로 갔다. 그는 슬프거나, 외롭지 않았고, 희망과 꿈에 가득찬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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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vatore: Shoemaker of Dreams

 

그는 산타 바바라에서 세 형제와 합류해 가게를 차렸다. 아메리칸필름컴퍼니에서 의상 다림질을 했던 형 알폰소를 통해 메리 픽포드, 폴라 네그리, 릴리언 기쉬 등 무성영화 스타들의 구두를 만들었고, 저녁 때는 LA의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편안한 구두를 위해 해부학을 공부하며 발 구조를 연구했다. 자신의 구두를 한번 신으면 이전의 신발로 돌아갈 수 없도록 충성스런 고객들을 만들었다. 

 

아느날 교통사고로 동승했던 형이 사망하고, 자신은 다리 부상으로 입원해 있는 동안 해부학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자신의 몸에 적용해 다리를 지탱할 실린더를 고안해 특허를 받았다. 이후 페라가모는 자신의 구두 디자인도 속속 특허에 집착하게 된다. 페라가모의 카우보이 부츠도 역사극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영화 '10계(The Ten Commandments, 1923)' 의 세실 B. 드밀 감독은 "이런 부츠가 있었더라면, 서부는 더 빨리 정복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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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vatore: Shoemaker of Dreams

 

페라가모는 할리우드에 숍(Hollywood Boot Shop)을 열고, HOLLYWOOD 간판이 있는 언덕의 찰리 채플린 저택 인근에 살았다. 페라가모는 이탈리아인답게 숍을 우아하게 꾸미고, 칵테일(진저엘)까지 만들어 살롱 분위기로 할리우드 고객들을 대우했다. 루돌프 발렌티노는 페라가모의 스파게티를 먹으러 들렀고, 존 길버트와 페어뱅크스는 페라가모와 호수에서 수영하며 교제했다. 페라가모는 구두쟁이가 아니라 할리우드 유명인사였다.  

     

그러나, 1926년 페라가모는 맞춤 제작 신발 이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13년만에 고국으로 돌아간다. 그는 8밀리 카메라를 들고 문화예술의 중심지 피렌체로 가서 우피치 미술관, 미켈란젤로 언덕을 촬영했으며, 구두 공장을 열었다. 이 다큐멘터리에 1920-30년대 그가 촬영한 가족영화가 삽입되고 있다.  

 

피렌체에 정착한 페라가모는 구두 샘플을 만들어 뉴욕에 팔러 왔다. 그러나, 대공황의 쇼크로서 사업은 기울어져 갔고, 1933년 페라가모는 파산하고 만다. 하지만, 1936년 피렌체의 중세 궁전 팔라쪼 스피니 페로니(Palazzo Spini Feroni)를 매입하고, 로마와 런던에 지사를 열며 사업을 재개했다. 이 팔라쪼는 페라가모의 본부이자 뮤지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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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vatore: Shoemaker of Dreams

 

1940년 마흔두살의 총각이었던 페라가모는 고향 보니토 의사의 19세 딸 완다와 결혼에 이르러 6자녀를 낳게 된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페라가모는 미국 백화점 니만마커스 패션상을 수상했고, 아르헨티나 영부인 에바 페론이 고객이 됐다. 1947년 디오르(Dior)의 뉴 룩(New Look)에 구두를 제작하며 소피아 로렌, 그레타 가르보, 오드리 헵번, 마릴린 먼로, 폴렛 고다르, 제인 러셀, 진 티어니, 안나 마냐니 등 스타들에서 유럽 왕족의 구두 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페라가모는 1960년 62세로 눈을 감았다.    

 

"편안한 패션(fashion with comfort)" "나쁜 발은 없다. 나쁜 신발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 페라가모의 장인정신은 빛난다. 영화 전반부는 구두장이를 꿈꾼 9살 소년이 나폴리를 거쳐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구두에 바친 디자이너의 삶은 그러나 그의 명성과 부를 안고 태어난 은수저 후손들 인터뷰가 지나치게 많아 에 의해 색이 바랜다. 마치 8밀리 홈무비를 확대(blow-up)한 것 같은 컨셉이다.  페라가모 가문이 편집에 관여했을까? 그렇다면,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이 필요한 영화다.   

 

패션디자이너의 삶을 다룬 극영화론 '샤넬 이전의 코코(Coco Avant Chanel, 2009)', 'Yves Daint Laurent'(2014) 등이 있으며, 다큐멘터리로는 '라거펠트 컨피덴셜(Lagerfeld Confidential, 2007)', '마크 제이콥스와 루이 뷔통(Marc Jacobs & Louis Vuitton, 2007)', '마놀로: 도마뱀을 위해 신발을 만든 소년(Manolo: The Boy Who Made Shoes for Lizards, 2007)', '발렌티노: 마지막 황제(Valentino: The Last Emperor, 2008)', '맥퀸과 나(McQeen and I, 2011)', '디오르와 나(Dior and I'(2014), '맥퀸(McQueen, 2018)', '웨스트우드: 펑크, 아이콘, 사회운동가(Westwood: Punk, Icon, Activist, 2018)', 그리고 '파리 텍사스(Paris, Texas)'의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은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의 다큐멘터리 'Notebook on Cities and Clothes'(1989)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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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vatore: Shoemaker of Dreams

ANGELIKA FILM CENTER

18 West Houston St. 

https://www.angelikafilmcenter.com/nyc/film/salvatore-shoemaker-of-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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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2.11.07 13:20
    페라가모의 일생을 읽고나니까 그의 장인 정신에 존경을 표하게 됩니다. 구두만드는 걸로 끝나지않고 예술의 경지를 이루어 냈기에 오늘날도 페라가모가 명품으로 빛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대통령 부인이었던 미첼 오바마 여사가 지미 추 제작의 구두를 신는다고해서 지미 추를 패라가모보다 더 올려봤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이 나의 소견임을 알았습니다. 구두하니까 발레리나 강수진씨의 발이 떠오르네요. 못이 사방에 박히고 굳은살 투성이인 그분의 발을 페라가모는 어떻게 디자인해 줄까 생각해 봤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