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비던스(Providence, RI) 여행 (1) 대학촌을 멋지게 만드는 것들
프로비던스 볼거리, 먹거리와 즐길 거리
운치있는 캠퍼스 타운에서 하루 보내기
프로비던스를 멋지게 만드는 것들. 거리의 감각있는 간판, 가로등과 시계, RISD의 소장품, 그리고 이탈리안 레스토랑.
프로비던스(Providence)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의 주도(state capital)이다. '신의 섭리'라는 뜻의 프로비던스는 우나스쿠터킷강(Woonasquatucket River)를 중심으로 고풍스런 건물이 즐비한 도시다. 인구(2020년 기준) 19만명, 수도권 인구도 총 100만명 남짓하다. 하지만, 아이비리그 브라운 대학교(Brown University)와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리즈디/ RISD,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이라는 명문대가 프로비던스를 매력적인 캠퍼스 타운으로 만든다.
하지만, 프로비던스는 두 대학 탐방이 아니라면, 제 1 목적지로 가게 되는 도시는 아니다. 약 20년 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Newport Jazz Festival)에 가는 여정에서 처음 머물렀다. 뉴포트에서 40분 거리라 성수기에 호텔 잡기가 수월했다. 그때 한여름 고요한 캠퍼스 타운에 흐르는 강 위에서 펼쳐지는 불놀이 워터화이어(Waterfire)와 이탈리안 레스토랑 알 포르노(Al Forno)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지난해 12월 초 보스턴 여행 후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에 1시간 거리인 프로비던스로 갔다. RISD 뮤지엄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한밤중에 도착하니 워터플레이스 파크(Waterplace Park)에서 마지막 불놀이가 펼쳐졌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움추렸을 사람들이 강변에 둘러싸여 베니스같은 곤돌라 뱃사공이 노니는 불놀이를 보고 있었다. 불놀이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겨울 도시 프로비던스를 한층 운치있게 만들었다.
구 빌트모어 프로비던스(Biltmore Providence)를 리모델링한 그래듀에이트 호텔(Graduate Hotel)에서 하룻밤 머문 후 프로비던스를 한나절 누볐다. 최근 아트북 전문 출판사 리쫄리(Rizzoli)에서 'Graduate Hotels'를 출간했다. 프로비던스의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소개한다.
프로비던스 하이라이트 Providence Highlights
#RISD 뮤지엄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Museum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 뮤지엄의 전시 2021. 12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은 한인 아티스트 서도호(Do Ho Suh)씨를 비롯 카라 워커(Kara Walker), 제니 홀처(Jenny Holzer), 영화감독 구스 반 산트(Gus van Sant), 패션디자이너 니콜 밀러(Nicole Miller), 그리고 에어비앤비 창립자인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 등을 배출했다.
1877년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의 일부로 설립된 RISD뮤지엄은 그 컬렉션의 규모와 스펙트럼이 가히 '미니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이다. 놀라운 고대 이집트 컬렉션부터 세잔, 마네, 반 고흐, 잭슨 폴락, 현대미술품까지 약 10만여점의 미술품을 소장한 미국 내 20대 미술관이다. 성인($17), 노인($12), 대학생($8), 18세 이하(무료). 일요일(10am-5pm), 목-금요일(5-7pm)은 무료 입장이다. 20 North Main St. https://risdmuseum.org
*건너편의 미술용품 숍(risd:store, 30 North Main St.)도 들러볼만 하다. 아기자기한 미술용구, 선물용품과 문구류를 판매한다.
#워터화이어 WaterFire @Waterplace Park
매년 5월부터 12월 초까지 토요일은 밤이 좋다. 프로비던스에 해가 내리면, 강물을 따라 불꽃이 환하게 타오른다. 프로비던스의 명물이 된 강 위의 불놀이 '워터화이어(WaterFire)는 1994년 브라운대 출신 아티스트 바나비 에반스(Barnaby Evance)가 공개한 조각으로 이후 연례 설치작이 됐다. 33개의 나무를 묶은 모닥불 86개가 우나스쿼투킷강의 워터플레이스 파크에서 사우스 메인 스트릿 파크까지 타오른다.
*낮에는 베니스 스타일의 곤돌라 세일링(La Gondola Providence, @One Citizens Plaza)을 40분간 즐길 수 있다. https://www.gondolari.com
#리틀 이태리의 일 마씨모 Restaurant Il Massimo, Little Italy (Federal Hill)
프로비던스 리틀 이태리의 이름난 레스토랑 일 마씨모(Il Massimo)에서의 브런치.
뉴욕처럼 프로비던스에도 리틀 이태리가 있다. 다운타운에서 I-95를 가로질러 다리를 건너면 페더럴 힐(Federal Hill, 일명 'The Hill') 동네에 뉴욕의 리틀 이태리처럼 레스토랑이 이어지는 리틀 이태리가 자리해 있다. 애트웰 애브뉴(Atwell Ave.)의 환영 아치에는 솔방울 조각(La Pigna)가 달려 있다.주세페 가리발디 흉상이 있는 광장(Garibaldi Square), 금요일 밤 알 프레스코(야외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광장 드파스콸레 플라자(DePasquale Plaza), 그 이름들이 이탈리아 풍취를 자아낸다.
프로비던스의 애트웰 애브뉴는 맨해튼 멀베리 스트릿, 브롱스의 아서 애브뉴처럼 이탈리아 식당이 즐비한 거리다. 우리는 로드아일랜드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는 일 마씨모(Il Massimo, 134 Atwells Ave Providence, RI 02903)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소피아 로렌 등 옛 스타들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는 일 마씨모의 브런치 칵테일 메뉴가 신선했다.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에 오렌지 쥬스를 섞은 마씨모 미모사(Massimo Mimosa, $7)로 부담없는 가격이었다. 친구가 기왕에 이탈리아 샴페인 벨라비스타(Franciacorta Brut Bellavista) 1병을 주문하니 오렌지, 그레이프프룻, 파인애플, 크랜베리 주스를 따로 주며 칵테일을 셀프서비스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뉴욕에선 접할 수 없는 서비스다.
애피타이저로 신선한 모짜렐라 치즈가 올려진 가지 파미자나(Melanzane alla Parmigiana)를 시켜 나누어 먹었다. 일 마씨모는 크림 소스에 날계란이 올라 나오는 카르보나라 스파게티(Spaghettoni alla Carbonara)가 유명하지만, 해산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새우, 스캘롭, 홍합, 조개, 문어, 오징어로 조리한 씨푸드 스파케티(Spaghetti ai Frutti di Mare), 친구는 부라타 치즈가 올려진 미트볼 푸실리(Fusilli con Polpette e Burrata)를 주문했다. 관광객 고객들이 많은 맨해튼의 리틀 이태리 식당들보다 훨씬 맛좋은 식당이었다. 134 Atwells Ave Providence, RI. https://massimori.com
#브라운대학교 Brown University
Brown University
존 D. 로커펠러, 존 F. 케네디 주니어, 김용(Jim Yong Kim) 전 세계은행 총재 겸 다트머스대 총장, 자넷 옐렌 재무부 장관이 다녔던 브라운 대학교(Brown University)는 1764년(*조선 영조 40년)에 세워졌다. 존 헤이 도서관(John Hay Library)에는 상설 전시가 열리며, 희귀도서와 필사본 등 보관실과 열람실(Willis Reading Room)이 추천된다. 10 Prospect St. Providence RI https://library.brown.edu/exhibits/index.php
#프로비던스 건축 양식 구경
칼리지 힐(College Hill) 노스 메인스트릿의 현대식 RISD 뮤지엄 건물(왼쪽)과 RISD 소유 건물들.
-그래듀에이트 호텔(Graduate Hotel): 우리가 묵었던 그래듀에이트 호텔은 프로비던스강변에서 하늘을 보면 눈에 띄는 건물이었다, 꼭대기에 'BILTMORE' 네온 사인을 달고 있는 현 그래듀에이트 호텔(Graduate Hotel, 11 Dorrance St.)은 1922년 워렌 & 웨트모어(Warren & Wetmore)가 페더럴 양식과 보자르 양식을 조합해 건축했다. 밴더빌트 가문의 사촌이었던 휘트니 워렌과 찰스 델리반 웨트모어가 설립한 호텔 전문 건축회사로 맨해튼 스랜드센트럴 북쪽의 헴슬리 빌딩, 맨해튼 하버드 클럽 인근의 뉴욕요트클럽 빌딩, 브로드웨이 세인트제임스 시어터 등이 그들의 설계 빌딩이다.
https://www.rizzolibookstore.com/graduate-hotels
한때 600개의 객석을 보유했던 빌트모어 프로비던스 호텔이 전신이다. 71년간 프로비던스 최대 호텔이었다. 이 건물은 1977년 국립사적지구로 등재됐으며, 미역사호텔에 소속되어 있다. 2017년 빈티지 노스탈지어 테마로 리모델링 후 대학촌 호텔 체인 그래듀에이트 호텔로 재 오픈했다. 거대한 샹들리에가 있는 로비도 구경할만 하다. *그래듀에이트 호텔은 프로비던스 2편에서 별도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11 Dorrance St, Providence, RI. https://www.graduatehotels.com/providence/hotel
Rhode Island State House
이외에도 세컨드 엠파이어 바로크 양식의 시청(City Hall, 1878), 르네상스 리바이벌 양식의 유니온 트러스트 컴퍼니 빌딩(Union Trust Company Building, 1902), 그리스 리바이벌 양식의 아케이드 프로비던스(Arcade Providence), 일명 '수퍼맨 빌딩'으로 불리우는 인더스트리얼 내셔널 뱅크 빌딩(Industrial National Bank Building, 1928), 이탈리안 양식의 머천트 뱅크 빌딩(Merchants Bank Building, 1857), 퀸 앤 양식으로 지어진 닥터 조지 W. 카 하우스(Dr. George W. Carr House, 1885), 튜더 리바이벌 양식의 플레르 드 리스 스튜디오(Fleur-de-lys Studios, 1885), 그리고 철거된 뉴욕 펜스테이션과 보스턴 도서관의 맥킴, 미드 앤 화이트가 네오클래식 양식으로 설계한 로드아일랜드 주의사당(Rhode Island State House, 1904)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프로비던스 아트 지구
프로비던스 다운타운 웨이보셋 스트릿의 이탈리아네이트 양식의 Bank of North America Building(1856, 왼쪽)/ 뉴욕의 Flat Iron Building을 연상시키는 Turks Head Building (1813)과 부티크 호텔 베아트리스(The Beatrice)가 자리한 Exchange Building(1887)
옛날옛적 프로비던스는 '보석 제조의 수도'였다. 뉴잉글랜드 지역 제조붐이 끝나면서 보석공장들은 문을 닫았고, 도시 서쪽의 올니빌(Olneyville)의 빈 건물은 아티스트들의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갤러리와 공연장, 그리고 페미니스트 그룹 더트 플레이스(The Dirt Palace) 등과 레스토랑들이 속속 들어섰다. 아마도 철거된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의 파이브 포인츠(5 Pointz)와 브루클린 덤보(DUMBO)를 연상하면 될 듯 하다.
그래듀에이트 호텔(구 빌트모어 프로비던스) 건물 뒤는 웨스트민스터 스트릿을 중심으로 아트 디스트릭트다. 고풍스러운 건물, 공연장, 벽화와 부티크 숍, 레스토랑과 카페가 이어지는 미술 지구(Arts District)로 시간이 여유로우면 느긋하게 산책하며 구경하기 좋다. 한식당도 수라(Sura, 232 Westminster St.)과 목반(Mokban, 217 Westminster St.) 두곳이나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