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비던스(Providence) 여행 (2) 그래듀에이트 호텔(Graduate Hotel)에서의 하룻밤
대도시의 빈티지-힙스터풍 '그래듀에이트 호텔(Graduate Hotel)'
미 대학 탐방 'Visitcationer'들을 위하여...
2021년 12월 초 프로비던스를 방문했을 때 묵었던 그래듀에이트 호텔(Graduate Hotel) 외경과 로비.
지난해 12월 보스턴 여행 후 뉴욕으로 돌아오기 전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Providence)에 하룻밤 머물렀다.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 뮤지엄에 갈 계획이었지만 호텔 예약을 하지 않았다. 하룻밤이라 쾌적하고, 무난한 호텔을 구할 예정이었다. 우연한 여행에 편리한 앱 호텔투나잇(HotelTonight)은 당일 호텔을 평소보다 저가에 찾을 수 있다. 2018년 가을 프랑스 샴페인 여행 때 랭스(Reims) 인근에서 샤토를 개조한 호텔 샤토 드 쿠르셀레(Château de Courcelles)에 머문 것도 호텔투나잇 앱 덕분이었다. 물론 이 앱만 믿고 있다가 마땅히 숙박할 곳이 거의 없거나 (그날 따라) 너무 비쌀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운이다.
1년 전이라 기억이 희미해서 가격은 기억하지 못한다. 프로비던스 가는 날 아침 호텔투나잇 앱을 열었다. 이전에 후보로 점찍었던 베아트리스(The Beatrice)라는 예쁜 이름의 부티크 호텔이 이미 매진됐다. 대신 그래듀에이트 호텔(Graduate Hotel)이라는 생소한 이름이 눈길을 끌었다. 졸업생 호텔? 대학원 호텔? 대학교 학생회관이나 기숙사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런데, 리뷰를 보니 힙한(hip)한 호텔이라는 호평에 90% 이상이 좋아요(Like)였다. 그러고 보니, 맨해튼 44스트릿의 하버드 클럽(하버드 동창회관) 호텔이 기억났다. 런던의 친구 부부가 뉴욕에 왔을 때 머물렀을 때 가보았는데, 하버드의 자주색 컬러에 동문들 사진이 즐비했다. 미니멀리즘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고급스러운 호텔이었다.
JFK 주니어가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했던 브라운대학교가 있고, 영화감독 구스 반 산트, 배우 제임스 프랭코, 사진작가 디아나 로슨, 아티스트 제니 홀처 등이 공부한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가 있는 교육/예술 도시 프로비던스에 '그래듀에이트 호텔'이란 이름은 걸맞는지도 모르겠다.
*프로비던스(Providence, RI) 여행 <1> 대학촌을 멋지게 만드는 것들
https://www.graduatehotels.com/providence
그래서 선택했던 그래듀에이트 호텔은 알고 보니 1922년 지어진 프로비던스 빌트모어(Providence Biltmore) 호텔을 빈티지풍으로 개조한 호텔이었다. 객실도 294개에 달하는 대형 호텔이다. 로비와 객실 인테리어는 고풍스러우면서도 특이했다.
한때 유럽 왕족과 할리우드 스타들이 머물던 빌트모어 호텔 전성기를 입증하듯 로비에 화려한 샹들리에, 유리와 놋쇠로 제작된 엘리베이터가 웅장하다. 실제로 100년 전 그랜드 맨션의 인테리어를 연상시키는 2층 발코니엔 고풍스런 의자들과 큰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어서 노닥거리기도 좋다. 객실은 격자 무늬, 트위드와 붉은색 가죽에, 램프 기둥은 대학생들 빈티지 사진이 담겨있다. 배스룸 벽지는 조객(clams)로 덮여있다. 프로비던스 그래듀에이트 호텔의 메인 테마가 로드아일랜드의 명물 조개이기 때문인듯 하다.
그래듀에이트 호텔 프로비던스의 로비에 설치된 안드레 레온 톨리 초상화
레드 카펫에 블루 모던 소파가 설치된 로비엔 패션잡지 '보그'지 최초의 흑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편집위원을 지냈던 안드레 레온 톨리(André Leon Talley, 1948-2022)의 초상화가 걸려있었다. 톨리는 브라운대에서 프랑스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톨리는 2019년 이 호텔에서 자신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The Gospel According to André'(감독 Kate Novack)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 톨리는 올 1월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벤자민 위프린 CEO Photo: Lyndon French/ 리쫄리에서 11월 출간한 'Graduate Hotels'
최근 아트북을 전문으로 출간하는 리쫄리(Rizzoli)에서 'Graduate Hotels'라는 책도 나왔다. 저자 벤자민 위프린(Benjamin Weprin)은 부동산회사 AJ 캐피털 파트너스(AJ Capital Partners)을 설립자로 2014년 그래듀에이트 호텔을 창립하고 미국과 영국의 주요 대학도시에 체인을 31개 운영하고 있는 인물이다.
내쉬빌에 본사를 둔 그래듀에이트 호텔은 2014년 아리조나주립대 인근에 첫 호텔을 오픈했다. 이후 교육도시의 오래된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으로 그래듀에이트 호텔을 확장 중이다. 예일대, 브라운대, 코네니컷대, 펜실베니아주립대, 미시간대, UC 버클리, 인디애나대, 신시내티대, 오하이오대,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노스웨스턴대, 아이오와대, 테네시대, 네브라스카대, 밴더빌트대, 뉴욕에는 지난해 루즈벨트아일랜드의 코넬공대(Cornell Tech) 옆에 그래듀에이트 호텔을 오픈했으며, 내년엔 프린스턴에 호텔을 오픈할 예정이다. 영국에는 캠브릿지대와 옥스포드대에 그래듀에이트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빅 컨추리이며,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저 머나먼 도시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 부모를 둔 유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자녀의 입학을 앞두고 대학탐방을 가는 한인들도 많다. 휴가 때 대학을 탐방하는 'visitcation'이라는 말도 생겼다. 대학촌에 관광객들은 많지 않아도 대학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을 타겟으로 한 그래듀에이트 호텔은 근사한 발상인 셈이다. 단조로운 체인 호텔에 노스탈지어와 빈티지의 캐릭터를 부여하며 타지에서 머무는 공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애리조나대(투산)의 그래듀에이트 호텔은 선인장 모양의 램프, 밴더빌트대(내쉬빌) 그래듀에이트 호텔은 테네시주 출신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이 테마다.
세계 그래듀에이트 호텔의 테마 이미지 https://www.instagram.com/graduatehotels
창업자이자 CEO 벤자민 위프린이 힐튼(Hilton), 하이야트(Hyatt)나 매리옷(Marriott) 호텔처럼 이름을 따지 않고, 대학촌의 구식 건물을 매입, 리모엘링해 향수를 자극하는 인테리어의 부티크 호텔을 오픈하면서 평범하게 '대학원 호텔'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겸손한듯, 오히려 돋보이는 느낌이다. 1978년 오하이오주 데이튼 인근에서 태어난 벤자민 위프린은 테네시대 경영학과 졸업후 시카고의 노스웨스턴대 MBA를 마쳤다. 그는 전형적인 CEO들처럼 수트 차림이 아니라 빈티지 프란넬 셔츠나 나이키를 즐겨 입으며, 스리프트숍의 미술품을 좋아한다. 뉴욕타임스는 2018년 기사에서 빈티지 티셔츠에 야구모자를 쓰고 백팩을 메고 코넬 공대가 있는 루즈벨트아일랜드를 거니는 신세대 호텔리어 '브로텔리어(the brotelier)로 소개했다.
미국의 대도시엔 대학들이 있고, 체인호텔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대학촌의 그래듀에이트 호텔은 방문을 업그레이드시켜줄 선택이될 듯 하다. 프로비던스 여행을 더 운치있게 만들어준 호텔이었다.
Graduate Providence
11 Dorrance St. Providence, RI 02903
(401) 421-0700
https://www.graduatehotels.com/providence
*리버티 호텔(Liberty Hotel): 보스턴 감옥에서 힙스터 호텔로
http://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3536575
*프랑스 샤토(Château de Courcelles)에서의 하룻밤
http://www.nyculturebeat.com/?mid=Travel2&document_srl=4067217
*프랑스 샴페인의 시골 마을(르메닐쉬로제)에서 하룻밤
http://www.nyculturebeat.com/?mid=Travel2&document_srl=3750830
*포르투갈 종단 여행: 부사코의 궁전 호텔에서 하룻밤
https://www.nyculturebeat.com/?mid=Travel2&document_srl=4038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