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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Books <1> 박완서 단편소설집 '꿈을 찍는 사진사' 

 

뉴욕공립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에는 한국어 도서 섹션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된 소설, 시 등 문학작품과 논픽션을 대여해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컬처비트가 도서관에서 주목할만한 책들을 CulBooks 페이지에 소개합니다. *NYPL 카드 발급 요령

 

*뉴욕시 도서관 예산 삭감 반대 청원 

에릭 아담스 시장 뉴욕공립도서관 예산 5천270만 달러 삭감 추진. 한국작가 책 구입, 한국작가 초청강연 프로그램 등 멸종 위기.

https://www.nypl.org/speakout

 

*Tell City Hall: No Cuts to Libraries!

Mayor Adams proposed yet another devastating round of cuts to all city agencies—including public libraries. This means the painful $36.2 million cut we were looking at is now a staggering $52.7 million, the steepest budget cuts we’ve faced in a decade.

https://www.nypl.org/speak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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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찍는 사진사

박완서 저, 문학판, 2017년 

 

지금 활동하는 한국 여성 소설가들은 박경리(1926-2008)와 박완서(1931-2011)라는 문학의 대모들의 후예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결은 다르지만, 가부장적인 한국 근대 문학사에서 사회를 비판하고, 휴머니즘을 추구한 두 거장은 문단에 흐르는 도도한 강물들이다. 

 

뉴욕공립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에서 집어 든 박완서 단편소설집 '꿈을 찍는 사진사'는 보석같은 작품집이다. 원래 이 책은 1978년(!) 열화당에서 초판이 나왔다가 절판된 후 잠들어 있던 책으로 박완서 작가 자신도 소장하지 못했던 터라 생전에 출간을 원했으나 2011년 타계했다. 초판 후 근 40년이 흘러 2017년에서야 문학판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문학판은 박완서 티베트 여행기 '모독'(2021)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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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1916-1956), 판잣집 화실, 종이에 수채와 잉크, 1953

 

'꿈을 찍는 사진사'는 우선 표지부터 심상치 않다. 표지 그림은 이중섭(1916-1956)의 수채화 '판잣집 화실'(1953)이다. 미국 화가 필립 거스톤(Philip Guston, 1913-1980)의 회화 'Painting, Smoking, Eating'(1972)를 연상시키는 작가의 자화상이다. 그림 도구가 널부러진 방 바닥에 누운 작가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중섭은 그림들이 걸린 벽의 천장에서 빨간색 전구가 내려와 있고, 침대에 누운 거스톤의 방 천장에선 밧줄이 내려와 있다. 거스톤은 10살 때 목매 자살한 아버지를 발견했다. 지금 워싱턴 DC의 내셔널갤러리(National Gallery)에서 회고전(Philip Guston Now, 3/2-8/27)이 열리고 있다. 제호는 서예가 민병일씨, 작가의 사진은 구본창씨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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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 Guston(1913-1980), Painting, Smoking, Eating, oil on canvas, 1972 

 

박완서는 미술과 인연이 깊다. 1950년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한 박완서는 6.25 전쟁이 발발해 오빠와 삼촌을 잃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미 8군 PX(군인용 물품 취급소) 초상화부에서 일하며 박수근(1914-1965)을 알게됐다. 1968년 박수근의 유작전시를 본 후 그의 전기를 쓰다가 소설로 바꾸어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내 당선됐다. 마흔살 박완서의 데뷔작 '나목'이었다.   

 

 

'꿈을 찍는 사진사'엔 단편 '창밖은 봄', '꿈을 찍는 사진사', '꼭두각시의 꿈', '우리들의 부자'가 실려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문학에서는 1970년대엔 박완서가 빈부격차에 첨예한 메스를 가하고 있었다. 

 

'창밖은 봄'에서 교수댁 식모 길례와 물역가게의 일꾼 정씨는 서로 호감이 있는 사이다. 어느날 교수의 아들이 중국집 뒷방에서 이들을 목격하자 교수 부인은 길례를 창녀 취급하고 쫓아낸다. 정씨도 일자리를 잃어버린다. 살길이 막각해진 이들은 공사장 오두막에서 함께 살며 야방일로 밥벌이를 하며 생활을 근근히 이어간다. 겨울이 오자 공사는 중단되고, 정씨는 공씨 아래서 수도관을 녹이는 일을 시작한다. 어느날 정씨는 독립하려고 장비를 사갖고 일을 나가지만 돌아오지 않는데...    

 

'꿈을 찍는 사진사'는 서울 중학교 교사 영길의 이야기다. 그의 학교는 부촌과 판잣촌의 중간 지대에 위치해 있다. 시골 부잣집 딸 약혼자인 옥순은 학생집에서 하숙하는 영길을 방문한다. 영길은 부유한 학부모들의 촌지를 받아 가난한 학생들의 등록금을 대주는 분배로 선행하는 선생의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한편, 옥순은 부잣집 신랑감을 소개하려는 언니의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는 와중 하숙집 여주인은 영길을 유혹한다. 

 

'꼭두각시의 꿈'의 주인공은 번번이 대학 입시에 떨어진 재수생이다. 그는 부모처럼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는 물론, 누이와 매형까지 온 집안이 입시에 매달리는 중이다. 그는 친구 성길의 누나를 연모한다. 가방공장에 다니며 홀아버지와 성길을 부양해온 누나는 어느날 공장 화재로 화상을 입고 입원하는데...

 

'우리들의 부자'는 고교 동창생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숙경은 뇌성마비 딸 혜나를 키우며 삯바느질하는 동창 순복을 만난다. 숙경은 혜나를 장애자 복지시설인 희망원으로 보내라 설득하지만, 순복은 이에 저항한다. 어느날 희망원을 방문한 이들은 재벌 사모님으로 후원자가 된 고교 동창 혜림을 만난다. 마침내 혜나는 희망원으로, 순복은 혜림의 기업에서 지은 쇼핑센터 안으로 입주해 살아가지만...

 

이 네편의 스토리는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소시민들의 삶과 부유층의 오만, 지나친 교육열과 경쟁의식, 곳곳에 잠복한 유혹, 그리고 장애자가 살기 어려운 환경을 짚어가며 한국 사회의 현실을 해부한다. 임신한 채 실종된 정씨를 기다리는 길례의 봄은 어두운 시대의 희망을 상징한다. 교사 영길은 촌지를 재분배하면서 '꿈'의 로빈훗이 되지만, 또 다른 유혹에 굴복하고 만다. 사진사는 형체가 없는 꿈을 계속 찍고 있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 실패한 꼭두각시에게 공장 다니며 희생하는 친구 누이는 성모 마리아같은 따뜻한 품의 여인상이다. 그녀가 온몸에 화상을 입었을 때 재수생은 꿈에서 깨어난다. 장애아 딸과 삯바느질하며 살던 순복은 재벌 동창을 만나 딸을 희망원에 보내고, 자신도 쇼핑센터에서 새출발하지만 또 다른 장애물에 맞서게 된다. 

 

박완서는 가난하고, 장애가 있는 소시민들의 가혹한 삶을 들여다보며, 등대처럼 봄과 꿈과 희망의 빛을 따사롭게 드리운다. 삶이 고달플지라도, 사진사는 계속 형체없는 꿈을 찍는다. 그것을 희망이라고 부른다. '꿈을 찍는 사진사'는 작가로서 박완서의 미션인듯 하다. 뉴욕공립도서관에서 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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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MoMA(뉴욕현대미술관) 건너편 53rd Street Library의 한국어 도서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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