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Books (2) 불편한 미술관: 그림 속에 숨은 인권 이야기
CulBooks <2> 불편한 미술관: 그림 속에 숨은 인권 이야기
마네와 고갱의 누드화에 나타난 인권 침해
*뉴욕공립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에는 한국어 도서 섹션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된 소설, 시 등 문학작품과 논픽션을 대여해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컬처비트가 도서관에서 주목할만한 책들을 CulBooks 페이지에 소개합니다. *NYPL 카드 발급 요령
미술 감상이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seeing)이 아니라 읽는 것(reading)임을 알게해준 분은 웬디 수녀님(Sister Wendy Beckett, 1930-2018)이었다. 1990년대 한국 TV에서 본 다큐멘터리 '웬디 수녀의 미술 기행(Sister Wendy's Story of Painting)' 등 시리즈는 그림 속의 수수께끼를 찾는 모험과도 같았다. 웬디 수녀는 필자가 처음 접한 미술 역사가였다.
1996년 뉴욕에 와서 메트로폴리탄뮤지엄, 뉴욕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뮤지엄, 휘트니뮤지엄의 작품을 보면서 웬디 수녀처럼 작품 속의 코드를 찾아 그림을 읽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물론 모든 그림에서 코드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뉴욕공립도서관에서 발견한 김태권의 '불편한 미술관: 그림 속에 숨은 인권 이야기'(창비/ 창작과비평사, 2018)는 웬디 수녀의 다큐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책이다. 서울대에서 미학과 서양 고전문학을 전공한 만화가이자 저술가인 김태권씨는 해박한 이론과 아티스트이자 글쟁이로서 인권(human right)라는 현미경으로 동서고금의 미술작품을 들여다 본다. 그를 통해 미술가들은 그들의 시대 사회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표현하는 지성인들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불편한 미술관'은 성차별, 인종차별, 장애인 차별, 성소수자의 인권, 종교와 표현의 자유 등 인권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룬다.
폴 고갱, 죽은 이의 유령이 본다(Spirit of the Dead Watching), 1892, 올브라이트 녹스미술관, 버팔로, 뉴욕
미술사는 가부장적인 역사(History)다. 여성 작가들은 오랫동안 미술관에서 소외되어 왔으며, 대부분 남성작가들의 관음적인 시선 속에서 종종 누드로 등장한다. 증권 브로커였던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이 프랑스 식민지인 타히티섬으로 간 후 그의 캔버스는 성차별에 제국주의까지 드러났다. '불편한 미술관'에선 고갱의 시선을 불편하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한 프랑스 남성 화가도 불편해했다. '고갱이 타히티 사람들은 데리고 무슨 짓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고갱의 친구 카미유 피사로는 이렇게 투덜댔다고 한다. 고갱은 위대한 예술가지만, 여성, 특히 식민지 여성을 타자화하고 대상화하는 그의 시선은 두고두고 욕을 먹는 중이다."
책에 소개된 '죽은 이의 유령이 본다(Manao tupapau, Spirit of the Dead Watching, 1892, 버팔로 올브라이트-녹스 미술관 소장)'는 고갱의 13세 원주민 부인 타하아마나/ 테후라(Teha'amana/ Tehura)이 벌거벗고 침대에 누운 모습과 늙은 유령의 모습이 담겨 있다. 고갱은 그날 밤 집에 늦게 도착했을 때 어린 부인이 두려움에 떨며 누워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검은색 옷차림의 유령은 타히티 원주민들의 불면증에 나타나는 귀신의 모습이다. 고갱이 타히티에 갔을 때 성병이 있었고, 고갱은 섬에서 첫 섹스 파트너였던 타하아마나에게 옮겨주었다.
에두아르 마네, 올랭피아, 1863. 오르세미술관, 파리
고갱은 자신이 좋아했던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의 '올랭피아(Olympia, 1863)'에 대한 자신의 버전을 그린듯 하다. 1865년 파리 살롱에 선보인 '올랭피아'는 미술계를 경악시켰다. 누드의 올랭피아와 옷을 입은 하녀 때문이 아니라 올랭피아의 시선과 그녀의 신분(매춘부 여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고갱의 그림은 이에 비유해 '타히티의 올랭피아(Olympia of Tahiti)' '갈색의 올랭피아(the brown Olympia)'로 불리우기도 한다. 명백히 고갱의 그림에는 여성혐오, 소아성애, 제국주의 등 인권을 침해하는 시각이 엉켜있다. 2015년 크리스티에서 고갱의 타히티 두 여성을 묘사한 회화 '언제 결혼할거니(Nafea Faa Ipoipo?/ When Will You Marry?, 1892)'는 3억 달러에 팔렸다.
달변의 김태권씨가 들려주는 '불편한 미술관'은 그림을 통해 작가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뉴욕공립도서관에서 대여할 수 있다.
불편한 미술관
1부. 우리가 기억할 사실들
01 여성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02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03 장애인 인권과 비장애인의 편견
04 이주민, 국민 이전에 인간
05 성폭력,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
06 미술 속 성소수자의 인권
07 제노사이드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08 사슬에 묶이지 않을 권리
09 내 마음대로 표현할 자유를 달라
2부. 답하기 어려운 문제들
10 표현의 자유에 한계란 없나?
11 인종주의를 둘러싼 문제들
12 여성혐오, 무엇이 문제인가
13 나의 사상과 타인의 신앙
14 고령화 사회와 인권의 새 문제
15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