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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 Wild West

NYCultureBeat Goes to the West <4> Grand Canyon North Rim 

콜로라도 강이 깎아낸 협곡의 그랜드 스펙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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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길이 277마일. LA에서 라스베가스까지의 거리. 1919년 루즈벨트 대통령이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그랜드캐년 노스림에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우리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그랜드캐년(Grand Canyon). 18억년 전부터 콜로라도강물과 바람에 의해 깎아진 거대한 협곡을 처음 본 것은 1995년 가을이었다. 한국에 살던 그때 서부여행을 하면서 미국 땅을 처음 밟았다. 라스베가스-그랜드캐년-L.A.(디즈니랜드+유니버설스튜디오)의 일정이었고, 우리는 그랜드캐년에서도 가기 쉽고 관광객들이 몰리는 사우스림(South Rim)을 구경했다.

 

라스베가스에서 16인승 경비행기를 탔다. 얼핏 종이를 구겨놓은듯한 그랜드 캐년이 보였다. 흔들리는 작은 비행기 안에서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협곡을 보며 울렁거리는 가슴을 쓰러내리고 있었다. 마침내 비행기에서 내려 숨막히게 하는 웅장한 지형을 육안으로 보는 순간, 무엇인가 뒤통수를 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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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비디오로 봤던 로렌스 캐스단 감독의 영화 '그랜드 캐년'(1991)을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랜드 캐년 협곡처럼 깊고 깊은 미국의 문제들-인종문제, 폭력, 그리고 일상의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는 LA와 할리우드 사람들의 이야기. 할리우드에서 폭력물을 만들어내던 스티브 마틴이 문득 깨달은 것이다. 케빈 클라인, 스티브 마틴, 대니 글로버가 나온 영화에서 그랜드 캐년은 거대한 주제이기도 했다. 그들은 미미한 존재임을 깨닫고 화해하게 되는 것이다. 캐스단은 캐년 앞에서 동양화 속 아주 작은 인물들처럼 무력하게, 겸손하게 그렇게 낮아지는 걸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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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웨스트림에 설치된 전망대 스카이 워크(Skywalk). 그랜드캐년은 "신이 빚은 걸작"이자 "지구의 나이테"로도 불리운다.

 

우디 알렌 영화를 보며 뉴요커를 꿈꾸었던 그 영화광은 그랜드캐년을 보는 순간 뉴욕으로 서둘러 가야했다. 

그후 6개월도 되지 않아 JFK 공항에 내렸으며, 그후로 19년간 뉴욕에 살고 있으니 그랜드캐년이 인생을 바꾸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년이면 강도, 산도 두번 변할텐데, 사람이야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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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림에서 오래 전 삶의 터전을 빼앗긴 후알라파이 인디언족이 퍼포먼스로 돈을 벌고 있는데, 역사의 반전이 처량했다.

 

2007년 다시 그랜드캐년에 갈 기회가 있었다. 

감사하게도 신문사에서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교회협회 컨벤션에 문화 담당기자를 보냈다. 목사님들과 단체 여행으로 세도나와 그랜드캐년까지 돌게 됐다. 마침 그랜드캐년의 황무지였던 웨스트림(West Rim)에 유리 전망대 스카이워크(Skywalk)가 설치된 직후였다. 덧버선을 신고 말발굽처럼 생긴 유리 플랫폼 스카이워크에서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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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그랜드캐년 노스림의 롯지, 이스트 테라스에서. 같은 곳을 바라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곳, 황혼의 커플도 많다. 

 

 

이듬해 메모리얼데이 연휴 때 그랜드 캐년에 다시 갔다. 친구와 아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출발해 세도나를 거쳐 노스림으로 들어갔다. 굳이 들어갔다고 하는 이유는 노스림은 그랜드캐년국립공원 방문자 중 겨우 10%만 가는 오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0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는 폐쇄된다. 

 

그랜드 캐년의 남쪽 가장자리 끝 사우스림(해발 6860ft)은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하다. 북쪽 가장자리 끝 노스림(8255ft)은 거리상 10마일에 불과하지만, 사우스림에서 215마일을 5시간 이상 운전해야 도착할 수 있다. 그래서 그랜드 캐년의 웅장한 협곡을 배경으로 인증 숏을 찍고 서둘러가는 사우스림 관광객(tourists)들과는 달리, 노스림은 순수하게 자연을 음미하는 여행자들(travelers)처럼 생각된다.

 

*레슨 26: 관광객이 아니라 여행자가 되자. 인증숏보다는 여정을 음미하자.000000000IMG_3352 (2).jpg

그랜드 캐년 노스림 롯지의 이스트 테라스에서 본 전망. 미국에서 공기가 가장 좋은 곳 중의 하나로 맑은 날엔 110마일 앞까지 보인다.

 

 

펜주 티오가 스테이트 포레스트(Tioga State Forest)에 '펜실베니아의 그랜드 캐년(Grand Canyon of Pennsylvania)' 라 불리우는 파인 크릭 고지(Pine Creek Gorge)가 있다. 두 번 여행해봤는데, 사이즈는 서부 그랜드 캐년에 비해 미니어쳐지만, 가을의 단풍이 멋지다. 또한, 크릭을 따라 자전거 타는 것도 운치있다. 인근 체리 스프링스 주립공원은 무공해 지역으로 동부에서 별 보기 가장 좋은 곳 중의 하나. 천체 망원경으로 별 보러 가는 이들이 많다. 대포처럼 큰 천체 망원경으로 토성의 테두리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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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의 그랜드캐년'으로 불리우는 파인 크릭 고지(Pine Creek Gorge)

 

 

노스림에 반해서 다시 여행을 계획했다. 서부가 더욱 좋아졌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오밀조밀한 유럽의 박물관이나 명소에서는 가슴으로보다 머리로 생각해야 하지만, 서부에 가면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의 숨결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머리를 비우기에 좋은 여행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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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Grand Canyon North Rim! 그랜드캐년국립공원 입구에서 입장료($30)을 내야 한다. 이틀 후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에 갈 예정이라 혹시 둘다 이용할 수 있는 패스가 있냐고 물었더니, 카드를 만들어주면서 진짜 Passport가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1년 쓸 수 있는 국립공원 패스는 $80. 패스포트를 사서 국립공원 입장 때마다 스탬프를 받으면, 좋은 기록이 되고 여행에 동기를 부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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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패스포트에 도장 찍으세요~ 미국의 국립공원 관리는 실로 훌륭하다. 해외 여행 대신 미 국립공원을 탐닉해볼까나. 도장 찍는 것도 성취감 중의 하나. 모뉴멘트 밸리는 인디언 보호구역이라 미 국립공원이 아니다. *미 국립공원 리스트

 

몇년 전 뉴욕필하모닉의 제 1호 한인 연주자였던 바이올리니스트 김명희씨를 인터뷰했을 때 인상적인 말이 기억난다.

"은퇴 후 미 국립공원을 다 돌아보며 등산하고 싶다"고 하셔서 의아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미 국립공원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됐고 버킷 리스트에 올렸다. 1년 내 한 곳을 더 가야 본전을 뽑는다. 내년 노동절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아카디아 국립공원에 가게될 것 같다. 패스가 있으니깐 더 신이 난다. 국립공원이 무료인 날도 있다. http://www.nps.gov/grca/planyourvisit/fees.htm

 

*레슨 27: 미 국립공원을 하나씩, 하나씩 여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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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 먼 길 그리고 또 한참을 달려야 목적지인 그랜드 캐년 롯지(Grand Canyon Lodge)에 도착한다. 노스림의 유일한 숙소이기도 하다. 이 길은 겨울에 통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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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관광버스 마침내 노스림 비지터 센터에 도착했다. 고요한 노스림 정상에서 한국말이 들려왔다. "자! 어서 타세요!" 한인 여행자들을 가득 실은 관광버스가 떠나려는 참이었다. 이토록 먼 길을 오신 걸 보면, 아마도 새벽부터 출발해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캐년과 노스림을 정복하고 가시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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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더로사 소나무 Ponderosa Pine 장대같은 소나무 폰더로사 파인은 통나무 캐빈 건축에도 쓰였다. 브라이스 캐년의 통나무집도 같은 폰더로사 파인으로 지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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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캐년 롯지 Grand Canyon Lodge 노스림 여행 때 먼저 해야하는 것이 바로 롯지를 예약하는 것. 캐빈만 무려 360여개에 달하지만, 몇개월 전에 완전 매진된다. 전기로 하지만 파이어플레이스가 있는 통나무집(캐빈)이 아늑하고, 소박해서 고요한 산장의 매력이 있다. 이번에는 동으로 창이 난 캐빈에서 이틀 묵었다. http://www.grandcanyonlodgenor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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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캐년 롯지(노스림)의 썬룸 이스트 테라스와 웨스트 테라스 사이의 실내. 유리창으로 그랜드 캐년의 경관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오후에 푹신한 소파에서 햇살을 받으며 낮잠을 즐기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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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테라스의 선셋 타임 6백만년 전부터 콜로라도강이 깎아내려간 그랜드 캐년. 누군가는 "신이 빚은 걸작(조각)"이라고 했다. 해가 질 무렵 하늘에선 자연 조명 쇼가 펼쳐진다. 그리고 나선 하늘엔 추상 표현주의 그림이 그려진다. 조각과 조명과 회화...자연이 예술가들에게 주는 영감이 무궁무진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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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도 동물을 닮아가는 듯. 원숭이와 두꺼비를 닮았다.monument-valley-grand canyon 486 (2).jpg

Shrimp Sashimi Cocktail 그랜드캐년 롯지의 약점은 바로 음식이다. 지난 여행에서도 느꼈지만, 유일한 식당인데 대체로 맛이 없다. 도착 후 웨스트 테라스에서 일몰을 보기 위해 새우 칵테일을 시겼더니 거의 날 새우가 나왔다. 이럴 경우엔 슈림프 사시미 칵테일.

 

잠시 후 고요한 웨스트 테라스 뒤로 컬러풀한 양복을 입은 남성들이 지나갔다. 영국국기, 핑크색, 카드 패턴... 마치 록스타들같은 남성들이 저 멀리 전망대 벼랑끝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웨스트 테라스의 사람들이 속삭이기 시작한다. 누굴까? 누굴까?

 

날 새우를 먹다가 자꾸 궁금해져서 용기를 냈다. 궁금하면,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해서 "기자는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더록 라이센스를 받은 이들이다"라고 배웠지 않나? 최근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인터뷰 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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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국산 자전거족! 컬러풀한 남자들이 모인 전망대로 가서 뭐하는 사람들이냐 물었다. 핑크 수트 남자가 "믹 재거!"라고 농담했다. 그는 사실 로드 스튜어트를 더 닮았다. 이들은 영국에서 온 자전거족이다. 할로윈처럼 차려입은 이유는? 그저 자기네들끼리 즐기기 위해서라고. 옷은 미국에서 샀다고 했다. Boys Just Wanna Have Fun!

 

*레슨 28: 삶이 지루할 땐, 옷으로 표현해라!

 

테라스로 돌아가니 옆에 앉은 커플이 귀를 쫑긋하며 날 쳐다보았다. 바이커들이라고 이야기 해주니, 배시시 웃었다. 그들도 무척 궁금했고, 우리 모두 유명한 록밴드일까 기대했나보다. 아무튼 궁금증이 풀렸으니, 이제 선셋에 집중할 차례다.

 

*레슨 29: 궁금하면, 물을 것. 억측하는 것보다 진실을 확인하는 것이 소화에도, 숙면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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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족 대 자전거족 오토바이족(이지 라이더, Easy Riders)과 자전거족은 참으로 대조적이다. 오토바이족은 대개 뚱보이며, 수염이 있고, 터프하며, 대식가들이다. 자전거족들은 젓가락처럼 날씬하며, 순하며, 소식가, 때론 채식주의자들도 많다. 캠프그라운드의 자전거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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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림의 선셋 신이 조각했다는 그랜드 캐년 위로 지는 태양. 하늘이 추상화를 그리고 있다.

 

*레슨 30: 자연은 끊임없는 영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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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멍크 자명종 아침 일찍, 6시 30분 경 짹짹이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캐빈 안으로 무슨 동물이 침입했을까? 때로는 미니 도룡뇽(salamander)도 들어오니, 박쥐일 수도 있다. 창문 커튼 뒤, 침대 밑, 천장 모두 수색해도 소리의 진원지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밖을 보니 얼룩 다람쥐(chipmunk)가 있었다. 이토록 작은 것이 짹짹거리면서 투숙객을 깨우다니. 이 조그만 다람쥐가 그랜드캐년 노스림의 자명종 노릇을 했다. 포획해서 뉴욕으로 데려오고 싶지만... 칩멍크는 잽싸게 뛰어다닌다. 작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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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와 아침식사 살롱에서 커피와 블루베리 스콘을 사다가 이스트 테라스에서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할 요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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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콘 다람쥐 Scone Squirrel 얼마전 뉴욕 지하철 계단에서 피자 한조각을 물고 가는 쥐의 모습(Pizza Rat)이 유튜브에 올려져 화제가 됐다. 그랜드 캐년 노스림에서 우리는 스콘을 먹으려는 다람쥐와 씨름을 해야 했다. 갑자기 우리의 돌 테이블에 나타난 다람쥐가 스콘을 물었다. 친구가 스콘을 빼앗았다. 힘이 센 다람쥐와 실갱이를 하니 주변에서 사람들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서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갑자기 유명해진 우리와 다람쥐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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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피는 제 커피? 그랜드캐년의 이 다람쥐는 커피도 좋아하는 모양이다. 저와 함께 아침식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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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지의 레스토랑은 보기엔 멋져도 음식은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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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호 타코(Navajo Taco) 모뉴멘트 밸리에서 침만 꿀꺽했던 인디언 전통의 프라이 브레드(fry bread)에 살사와 양지살코기가 올려져 나온 나바호 인디언식 타코. 핫소스 두 가지를 뿌려 먹으니 김치가 간절했던 위장이 다소 위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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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텐 프리 팬케이크 다음 아침식사는 다람쥐와 씨름할 필요 없게 다이닝룸으로 갔다. 팬케이크를 시켰더니, 왕년의 코미디언 서영춘씨를 닮은 웨이터가 '글루텐 프리'를 추천한다. 그러더니, 키친에서 아예 팬케이크 가루를 들고 나왔다. 알고 보니 이 웨이터는 업스테이트 뉴욕의 요리학교 CIA에 다녔다고. 그래서 식재료 설명도 자상했다. 그는 지난 겨울 키웨스트에서 웨이터를 했고,  얼마 전 그랜드캐년 노스림으로 온 것. 이처럼 방랑자처럼 풍광좋은 곳을 돌며 일하는 삶도 부러워진다. 

 

풍선처럼 부풀은 팬케이크 봉지는 8000피트가 넘는 캐년으로 올라오면서 기압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그러니 고산지대로 올라온 나의 몸은 얼마나 고단할까? 이 봉지처럼 내 얼굴도 띵띵 부어잇었다. 잠시 후 키친에서 '뻥!'하는 소리가 났다. 팬케이크 가루 봉지를 터트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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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기네스 팰트로가 집착한다는 글루텐 프리가 사실 뭔지는 몰라도,  팬케이크는 참으로 맛있었다. 

참, 그랜드 캐년의 약수는 정말 특별하다. 베리 향이 그윽한 생수가 만병통치수일듯 했다. 산마다 약수의 맛이 약간씩 달랐다. 그랜드 캐년 약수맛이 그리워진다.

 

*레슨 31: 새로운 음식, 식재료를 탐험하자. 핫소스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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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캐년의 나이테 오후에 테라스에서 파크 레인저의 지질 특강이 열렸다. 고등학교 때 지리시간에 배웠던 암석의 종류와 침식, 융기같은 단어들이 머리 속을 빙빙 도는데, 영어로 하니 어려웠다. 계단형 지층에서 가장 아래쪽은 18억년 이전이라니 아득하다.

 

 

800px-GrandCanyonStratigraphic.png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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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토리움의 지질 단면도. 지구의 나이테. 이제는 거리의 돌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 것 같다. 파크 레인저는 그랜드캐년의 지층을 팬케이크 이론(Pancake theory)으로 설명했다. 맨 아래는 18억년, 맨 꼭대기는 2억7000만년 된 지층이라고.

 

*레슨 32: 배우자. 못 알아들을지라도. Better Than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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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림의 화가들 강의 후 테라스에서 저멀리 벼랑 끝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두 화가들이 보였다. 8000피트 상공에서 그랜드 캐년의 풍경을 담고 있는 빌 크레이머와 빌 조슈아. 이들은 사우스 림에서도 그렸고, 그랜드 캐년에 미술가들의 공간 마련을 위해 작품을 판매했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다음 날 다른 장소에서 만난 것도 인연이다.

 

*그랜드 캐년 노스림 벼랑 끝의 화가들

 

*레슨 33: 위험을 무릅써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No Pain, No 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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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하이킹 코스 브라이트 앤젤 포인트. 좁은 벼랑같은 등산로라서 양면의 스펙터클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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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소나무는 여전히 한 자리에.  솔잎으로 송편을 찌어먹으면 좋겠건만. 예전에 영화 공부할 때 솔잎을 쪽쪽 빨아드신다는 정 교수님 생각이 났다.

 

*레슨 34: 늘 푸른 소나무처럼 강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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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 Angel Point 그랜드 캐년에서는 독일계 여행자들을 많이 봤다. 유럽 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대자연의 웅장함. 바그너의 음악 같다고나 할까. 아니면, 빔 벤더스 감독이 '파리 텍사스'에서 보여준 사막 때문일까? 자연과 인간의 광끼를 해부하는 베르너 헤르조크 감독의 영향일까? 민족성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랜드 캐년 지도/가이드는 영어/스페인어/불어/독어/이탈리아어/중국어/일본어/한국어도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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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밥 다람쥐 Kaibab Squirrel 노스림에만 사는 흰 꼬리 카이밥 다람쥐가 솔밭에서 뛰어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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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terweed 그랜드캐년 노스림 바위 틈에서 발랄하게 피어난 버터위드. 무공해 야생화가 아름답다.

    

*레슨 35: 거리의 꽃, 센트럴파크의 이름모를 꽃도 주의깊게 보자. 모든 꽃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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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Imperial 노스림에 세번째 오는 친구는 루즈벨트 아웃룩이 포인트 임페리얼보다 볼만하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떠나는 날 다이닝룸에서 어디 전망대를 갈까 의논하는데, 옆 테이블의 한 중년 여인이 조언을 해주었다. 자기 남편은 루즈벨트 포인트도 좋아하지만, 자기는 포인트 임페리얼을 적극 추천한다고. 노스림에서는 서로 친구가 된다. 

 

체크아웃 하고 포인트 임페리얼로 가니 전에도 보았던 전망대인데, 다시 봐도 스펙터클했다. 노스림에서 가장 높은 8803ft의 포인트 임페리얼은 그랜드캐년 롯지의 뷰를 압도하는 전망이었다. 루즈벨트는 표지판조자 사라졌거니와, 이름 값을 못했다.

 

*레슨 36: 사람은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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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Condor Pasa 마침 포인트 임페리얼에 스미소니언박물관의 연구원 그룹이 왔고, 조류 전문가가 "Red-Tailed Falcon(매)!"라고 외쳤다. 그랜드 캐년에선 북미 최대의 새이며 멸종위기에 처한 독수리 캘리포니아 콘도르(Condor)가 발견된다. 콘도르는 번호표를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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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림에서도 가장 고지대인 해발 8803ft의 포인트 임페리얼 정상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여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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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s Window 천사의 창문 노스림에서 케이프 로열(Cape Royal)로 가는 길은 아름답다. 남쪽 끝 케이프 로열에 자연이 만든 창문, Angel's Window의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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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e Bye My Friend! 그랜드 캐년(아리조나주)의 다람쥐 친구를 멀리하고 우리는 브라이스 캐년(유타주)로 향했다. 아침식사를 나눌 뻔한 이 다람쥐는 내일도 노스림의 롯지에서 누군가의 아침식사를 방해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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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레이크에서 북으로, 브라이스캐년으로 가는 길, 156마일, 3시간의 여정이다. 노스림에 다시 올 것을 약속하면서...

 

*그랜드 캐년 한국어 가이드

https://www.nps.gov/grca/learn/news/upload/grca_korean.pdf

 

<5> 브라이스 캐년(Bryce Canyon)으로 이어집니다.

 

*뉴욕컬처비트 서부 가다 <1> 라스베가스 공항에서 세도나로

*뉴욕컬처비트 서부 가다 <2> 세도나, 빨간 바위산의 파노라마

*뉴욕컬처비트 서부 가다 <3> 서부극 촬영지 모뉴멘트 밸리

*뉴욕컬처비트 서부 가다 <4>  지구의 나이테, 그랜드캐년 노스림

*뉴욕컬처비트 서부 가다 <5> 브라이스 캐년, 오렌지색 후두들의 극장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