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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불루 '르 그라탕(Le Gratin)의 부야베스(bouillabaisse) 

마르세이유 가난한 어부의 수프에서 고급 요리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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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불루 '르 그라탕'의 부야베스 (bouillabaisse) 

 

음식문화에서 지리적으로 섬나라와 반도국의 강점은 풍부한 해산물일 것이다. 꽃게, 오징어, 새우, 홍합, 동태, 미더덕 등 각종 해산물에 무, 미나리, 청양고추, 버섯, 멸치육수, 마늘, 대파, 고추가루, 고추장, 된장 등을 넣어 식탁에서 펄펄 끓는 해물탕을 한술 뜨면 뜨거운 바다의 내음이 온 몸에 퍼지며 시원해진다. 한여름의 이열치열(以熱治熱) 음식 중 하나 해물탕이다.  

 

프랑스엔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이유에서 기원한 부야베스(bouillabaisse)가 있다. 마르세이유에 가보진 못했지만, 예전에 맨해튼 한인타운 인근에 자리했던 치즈 전문 프렌치 레스토랑 아티사날(Artisanal)에서 정통 부야베스을 맛보았다. 부야베스는 우리의 멸치육수, 고추장 대신 올리브 오일, 토마토와 사프론 등을 넣어 조리하는데, 국물이 진하고, 자작하고 약간의 비린내를 품고 있으며, 따뜻하게 제공한다. 그래서 감칠맛보다는 감질나는 맛이라고나 할까. 영혼까지 시원해한식 해물탕과는 다르다. 

 

그랜드센트럴 터미널 오이스터 바(Oyster Bar)에서도 부야베스 그랜드센트럴 터미널 오이스터 바(Oyster Bar) 메뉴에도 부야베스가 있다. 메인 랍스터 반마리가 나오는 푸짐한 부야베스다. 부야베스 샌드위치도 있는데, 필자는 국물이 흘러서 기피하지만, 친구는 무척 좋아하는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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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그라탕의 간판 감자 요리 그라탕을 들고 있는 셰프 다니엘 불루. https://www.legratinnyc.com

 

최근 미슐랭 스타 셰프 다니엘 불루(Daniel Buloud)의 다운타운 새 식당 르 그라탕(Le Gratin)에 갔다. 감자를 얇게 저며서 치즈를 얹어 구워내는 요리 르 그라탕을 레스토랑 이름으로 걸어 놓았다. '미식의 도시' 리용 요리 전문가 다니엘 불루의 어머니 마리의 도피네 지역 레시피로 'Gratin Dauphinois comme Marie'라고 메뉴에 올라 있다.

 

사실 그라탕보다 더 관심있는 메뉴는 부야베스(bouillabaisse-Mediterranean fish soup)이었다. 르 그라탕은 매달 간판 요리를 내걸고 있는데, 7월의 요리가 바로 부야베스였다. 부야베스는 메뉴 예약이 필요하다. 우리는 7월의 마지막 주말 저녁 르 그라탕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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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틴(Augustine), 2018

 

다니엘 불루의 부야베스는 레드 스내퍼, 새우, 아구, 오징어, 쭈꾸미, 홍합 등 해산물과 페널 줄기가 가지런히 놓였고, 셰프가 소스를 접시에 둘어가며 부어주었다. 이것이 정통 부야베스 서빙 방식이라고 한다. 얼마나 조려냈는지 짙은 갈색의 소스가 여러 해산물과 토마토, 사프론이 어우러져 깊은 맛은 냈다. 생선도 하나하나 별도로 조리한듯 신선했다. 대부분의 해물탕은 한꺼번에 넣고 끓여내는 것 같다. 

 

*프랑스의 맛, 바 불루의 샤퀴테리(Charcuterie)

*다니엘 불루의 리옹(Lyon) 요리와 론 와인 식사

*리뷰: 다니엘 불루 제국의 맛

 

 

부야베스에 대하여 About Bouillabai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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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그라탕 7월의 특선 요리 부야베스, 그리고 그라탕, 크림 시금치.

 

#부야베스의 어원

부야베스는 프랑스어로 끓이다 (bolhir/ boil)와 졸이다(abaissar/ simmer)의 합성어다. 즉, 끓여서 오래 조려내는 슬로우 푸드(slow food)다. 

 

 

#어부들의 수프(fishermen's stew)에서 고급 요리로

부야베스는 지중해 연안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이유(Marseille)에서 유래한 해물탕이다. 원래 마르세이유 어부들이 식당이나 시장에 팔수 없는 뼈 많은 생선인 우럭, 광어 등 볼락류(rockfish)를 사용해 만든 요리였다. 이후 더 다양한 생선과 해산물이 추가됐다. 부야베스는 가난한 어부의 수프에서 고급요리 부야베스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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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그라탕의 부야베스

 

#생선 수프(soupe de poisson)와 부야베스(bouillabaisse)

일반적으로 생선 수프는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생선으로 만들 수 있다. 한편, 부야베스는 못생기고, 가시가 많으며, 아무도 원치않는 생선과 해물에 프로방스의 허브 등 더 많은 양념을 넣어 뭉근하게 오래 끓여낸 해물탕이다. 부야베스는 생선을 한번에 하나씩 넣어 조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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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포르투갈 리스본 인근의 식당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보여주는 웨이터.

 

#부야베스의 재료 

전통적으로 부야베스엔 3가지 이상의 생선이 들어간다. 붉은 전갈 물고기(Scorpaena scrofa), 성대(sea robin), 유럽산 붕장어(European conger), 청돔(gilt-head bream), 대문짝 넙치(turbot), 아귀 (monkfish), 숭어(mullet), 유럽산 대구(European hake) 등 생선과 해삼, 홍합, 게, 문어 등 해물의 선호도에 따라 다르다. 더 비싼 부야베스엔 랍스터나 랑고스틴이 추가된다. 

 

#사이드 디쉬 루이유(rouille)

부야베스엔 그릴에 구운 빵과 함께 제공하는 소스 루이유를 서빙한다. 루이유는 달걀 노른자, 마늘, 레몬, 사프론,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로 만드는 마요네즈같은 소스. 안소니 부르댕(Anthony Bourdain)은 루이유를 "마술과 같은 양념"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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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야베스 서빙 방식

마르세이유에선 수프 접시에 국물을 먼저 제공한다. 빵 조각과 루이유를 곁들여 낸다. 이때 빵에 루이유를 찍어 진한 국물에 찍어 먹기도 한다. 다음에 해산물이 담긴 큰 접시를 제공한다. 그리고 국물을 부어 먹는다. 미국의 전설적인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Julia Child)는 해산물과 국물을 테이블로 가져와 큰 수프 접시에 함께 제공하라고 제안했다. 다니엘 불루의 르 그라탕에서도 해산물 접시를 가져온 후 국물을 부어주었다. 

 

 

#세계의 해물탕 

우리의 해물탕, 프랑스의 부야베스 외에도 세계 여러나라에 해물탕 버전이 있다. '해산물의 왕국' 포르투갈의 칼데이라다(caldeirada)는 여러 생선과 해물 외에 감자를 넣는다. 뉴저지 뉴왁의 포르투갈 식당가 아이언바운드의 아데가(Adega)에서는 무척 큰 팟에 칼데이라다를 제공했다. 마드리드와 뉴욕의 소카랏 빠예야 바(Socarrat Paella Bar)에서 먹어본 스페인 해물탕 자르주엘라(zarzuela)도 감자와 스캘롭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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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맨해튼 포르투갈 식당 알파마(Alfama)의 칼데이라다/ 2017년 맨해튼 소카랏 빠예야 바의 자르주엘라.

 

오래 전 샌프란시스코의 타디치 그릴(Tadich Grill)에서 맛본 초피노(cioppino)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토스카나와 리구리아주 해물탕 카추코(cacciucco)를 미국 버전으로 만든 것으로 던저니스 크랩, 조개, 새우, 스캘롭, 오징어, 홍합 등에 토마토와 와인을 넣어 조리한다. 생선보다 해물이 많이 들어간 것이 특징으로 사워도우를 함께 제공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의 검보(gumbo)는 해산물에 때때로 육류, 셀러리, 파프리카, 양파와 필레 파우더 등 향신료를 넣고 푹 조린 스튜로 밥이 말아서 나온다. 브루클린 우리 동네의 검보 브라더스(Gumbo Bros.)를 즐겨 찾았었는데 폐업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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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르 그라탕에서는 그라탕과 크림 시금치를 부야베스와 곁들였다. 와인은 상세르(Domaine Gerard Fiou Terroir Silex 2022) 보졸레(Dominique Piron Beaujolais Morgon Cote du Py 2020)을 곁들였다. 

 

르 그라탕은 프렌치 레스토랑 오거스틴(Augustine) 자리에 오픈했다. 소호의 '발타자르(Balthazar)', 웨스트 빌리지의 '미네타 태번'를 소유한 영국 출신 레스토랑 사업가 키스 맥날리(Keith McNally)가 문을 닫은 후 다니엘 불루가 벽 거울을 제외한 인테리어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르 그라탕을 열었다. 예전보다 소음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르 그라탕 올해 나머지 '이달의 특선 메뉴(Monthly Special, Plat du Mois)는 

 

8월 랍스터 그라탕 Lobster Au Gratin "Thermidor"

9월 스터프드 카비지 Stuffed Cabbage

10월 송아지 머리 Crispy Calf's Head

11월 가금류 피티비에르 Poultry Pithivier

12월 투르네도 로시니 스테이크 Tournedos of Beef Ross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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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Gratin

5 Beekman St. 

212-597-9020

https://www.legratinnyc.com

 

 

*뉴올리언스의 맛: 검보 브라더스(Gumbo Brothers)

https://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3794465

 

*레스토랑 위크 리뷰: 소카랏 빠예야 바 (Socarrat Paella Bar), 2018

https://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3683275

 

*로시니가 작곡가가 아니었다면? 투르네도 로시니 스테이크

https://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27424

 

*레스토랑 위크 리뷰: 오거스틴(Augustine)의 스테이크 프리트, 2018

https://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3681206

 

*레스토랑 위크 리뷰: 템플 코트(Temple Court), 2017

https://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3615134&mid=FoodDrin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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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3.08.02 17:15
    해물탕 부야베스가 가난한 어부의 수프에서 고급요리로 진화한 과정을 잘읽었습니다.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맛을 이미 본것 같습니다. 부야베스가 고급요리로 탈바꿈한것을 보고 몇십년전의 가난했던 시절의 한국밥상이 떠오릅니다. 꽁보리밥에 된장찌개, 풋고추를 된장 고추장에 찍어먹었고, 상추와 깻잎을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가 채가시지도 않은체로 된장 고추장을 밥에 언져서 깻잎 상추에 싸서 먹었습니다. 그 시절은 나라가 가난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기는 먹을 염두도 못했습니다. 쌀밥 노래는 없었지만 보리밥 노래는 있었습니다. 보리밥 먹는 사람 힘이 장사래라는 노래를 하면서 자연 그대로의 밥상을 대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 가난한 밥상이 건강식으로 탈바꿈을 해서 일부러 찾아서 먹지요. 부야베스가 고급요리가 되듯이~
    불란서 요리를 읽어내려 가면서 느낀 것은 우리의 시골밥상이 훨신 건강식이란 겁니다. 부야베스의 맛을 보고 된장국과 비교하고 싶네요.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