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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센터 '한국 영화 황금기 1960년대' (9/1-17) 추천작 

<2> 휴일 A Day Off /Hyuil (1968)

 

무기력한 시대, 가난한 연인들의 하루 

거장 이만희 감독 유럽영화 영향 반영 모더니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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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감독의 '휴일' (1968)

 

한겨울의 일요일 무일푼의 남자(신성일 분)가 애인(전지연 분)을 만나러 간다. 이들은 커피 마실 돈도 없어서 다방 앞에서 만나는 가난한 연인들이다. 애인이 임신했지만, 결혼비용도, 가정을 꾸려 아이를 양육할 형편도 안된다. 남자는 중절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을 찾아갔다가 한 친구(김순철 분)의 돈을 훔쳐 달아난다. 애인이 낙태수술을 하는 동안 남자는 술을 마시고, 낯선 여자와 술집을 전전하다가 만취한 채 공사장에서 사랑을 나눈다. 교회 종소리에 정신 차린 남자는 병원으로 가지만...

 

실직자에 무일푼인 남자에게는 매일이 휴일이다. 1968년 서울의 하늘 아래서 무기력한 젊은이의 하루 동안의 방황을 담은 '휴일'은 검열에 걸려 개봉되지 못한 채 창고에 있다가 2005년 한국영상자료원을 통해 37년만에 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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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감독의 '휴일' (1968)

 

벌거벗은 겨울 나무, 황량한 서울의 풍경은 암울하다. '만추' '삼포가는 길'의 거장 이만희 감독은 미래가 불확실한 연인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불란서 영화처럼 멜란콜리하게 시적으로 포착했다. 흑백 화면은 이 연인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든다. 십자가처럼 보이는 전신대와 남자가 바람을 피운 후 들리는 교회의 종소리는 위안이라기 보다는 죽음을 상징하는듯 하다.  

 

'휴일'은 프랑스 알랭 레네 감독의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L'année dernière à MarienbadLast Year Marienbad, 1961)', 아그네스 바르다 감독의 '5시에서 7시까지의 클레오(Cléo de 5 à 7, 1962)',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정사(L’Avventura, 1960)', 그리고 이따금 이탈리아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들을 연상시킨다. 이석기 촬영감독의 앵글과 전정근의 음악이 두 연인의 소외감과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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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감독의 '휴일' (1968)

 

한국영상자료원에 따르면, 백결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에선 남자가 자살한다. 오프닝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남자의 해설로 영화가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편, 영화에선 남자가 전차 철로가 끊긴 곳에 서서 독백을 하며 "이제 곧 날이 밝겠지. 새벽이 오겠지.... 이발관에 가야지. 머리부터 깎아야지, 머리부터 깎아야지..."로 마무리된다. 검열당국에서 남자가 머리 깎고 군대가는 설정으로 결말을 바꾸면 상영 허가를 내준다고 종용했으나, 감독,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들이 반대해 상영이 좌절됐다. 때문에 37년간 창고에 묻혀있다가 2005년 세상 밖으로 나왔다.

 

유사한 가난한 연인들의 하루 이야기로 '나생문' '7인의 사무라이'의 구로사와 아키라(Kurosawa Akira) 감독이 초기에 연출한 '어느 멋진 일요일 (素睛らしき日曜日, One Woderful Sunday, 1947)'이 있다. 이탈리안 네오리얼리즘 영화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가난한 연인들의 하루를 통해 패전 후 일본의 비참한 현실을 그렸다. 여자는 카페를 여는 것이 꿈이지만, 무일푼의 남자는 절망적이다. 이들은 35옌으로 도쿄의 이곳저곳을 배회한다. 마지막에 남자는 한밤중 부는 공원의 무대에 올라 허공에 지휘를 하다가 포기하고, 긍정적인 여자는 박수를 쳐대며 그를 위로한다. 매서운 바람이 불며 낙엽이 무대를 뒹군다. 여자는 카메라를 향해 박수로 환호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며 "제발 박수를 쳐주세요"하며 남자는 기운을 채려 무대에 올라 지휘한다. 이때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 흐르고, 두 연인은 뜨겁게 포옹을 한다. 밤하늘 아래 기차역 벤치에서 남자는 "굿나잇" 여자는 "다음주 일요일에 봐야" 하고 이별을 한다. 이만희 감독의 '휴일'보다는 낙관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크라이테리온 채널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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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어느 멋진 일요일'(1947)

 

제작자 홍의선(대한연합영화주식회사), 기획자 전옥숙씨가 홍상수 감독의 부모다. 헌병 대령 출신 홍의선씨는 1964년 대한연합영화사(일명 답십리 촬영소)를 설립해 제작을 시작했으며, 이화여대 국문과 출신 전옥숙 여사는 1960년 영화평론지 '주간영화'를 발행했으며, 한국 최초의 여성 촬영소장이 됐다. 대한연합영화주식회사는 '부부전쟁'(1964, 정창화 감독)을 비롯 이만희 감독의 '기적'(1967), '휴일'(1968), '생명'(1969) 등 60여편을 제작했다. 전옥숙 여사는 1984년 시네텔 서울을 설립해 MBC-TV 베스트셀러 극장을 수편 제작했다. 

 
영화음악은 공군 군악대 출신으로 1980년대까지 400여편의 음악을 작곡한 전정근(1931-2007)이 맡았다. 멜란콜리한 음악에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멜로디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선율이 전편에 흐른다. 시나리오 작가 백결씨는 이석기 촬영감독의 데뷔작 '성리수일뎐'(1987)의 시나리오를 섰다. 영상자료원의 채널에서도 볼 수 있지만, 큰 스크린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1960년대말 남산, 명동, 동대문운동장 등 서울 풍경이 향수를 자아낸다. 영어 자막 제공, 7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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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Cinema’s Golden Decade: The 1960s

SEPTEMBER 01 - 17, 2023

 

휴일 A Day Off / Hyuil, 1968 

이만희 감독 Lee Man-hee, 1968, South Korea, 74m

출연: 신성일, 전지연, 김순철 

Korean with English subtitles

Heo-wook and Ji-youn are a young couple, desperately poor, who can meet only on Sundays. Without any money to go to a cafe, they wander the windswept streets and parks of Seoul. Their future is bleak and their relationship appears strained. And they face a crisis: Ji-youn is pregnant. Unable to support a child, she tells Heo-wook that she wants an abortion. Forgotten in storage for 37 years after censors refused to allow its release, A Day Off was belatedly recognized as one of the decade’s masterpieces. Clearly influenced by European auteurs such as Antonioni and Resnais, Lee Man-hee’s spare, lyrical images express everything that the film’s physically and spiritually exhausted heroes struggle to put into words. Poetic and rich, A Day Off is, for all its bitter pessimism, a kind of love letter to the expressive potential of cinema. Restored in 2017 by the Korean Film Archive.

Monday, September 4 at 2:30pm/ Thursday, September 7 at 6:30pm/ Monday, September 11 at 4:30pm

Walter Reade Theater: 165 West 65th St. 

Tickets: $17(일반), $14(학생, 노인, 장애인), $12(필름소사이어티 회원) *$5 할인코드 KOREANYC

https://www.filmlinc.org/series/korean-cinemas-golden-decade-the-1960s/#films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 

#5 한(恨)과 한국영화 르네상스 Country of Trauma, Culture of Drama  

Koreans have a unique sentiment of 'han'. The ethnic trauma of Koreans, such as separated families due to the division of the two Koreas after the war and the Ferry Sewol disaster, were more dramatic reality than the movies. Koreans who share their national sad feelings want more dramatic narratives and unforgettable characters. We are hungry for that. It is also the reason why Korean directors such as Park Chan-wook, Bong Joon-ho and Hwang Dong-hyeok have developed brutal aesthetics.

http://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Zoom&document_srl=4072876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 채널 1930-90년대 한국 고전영화 100여편 무료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Film2&document_srl=410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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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3.08.31 14:12
    60년대 한국영화는 흑백이 전부였습니다. 그후로 신필름(신상옥 감독이 세운 영화사)에서 총천연색 영화가 나왔습니다. 60년 초에 김승호, 엄앵란 주연의 '마부'와 최은희 주연의 '검사와 여선생'을 보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60년대가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이룬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국산장려정책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산영화를 장려하고 지원해서 그당시 몇명 안되는 주연급 배우들이 겹치기를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대표적인 배우가 최무룡, 신영균, 엄앵란) 궁핍했던 시절이라 가난과 배고픔의 주제가 많았습니다. 그런 영화는 감성을 자극해서 눈물 콧물을 자아냈습니다. 이만희, 유현목, 한형모, 신상옥 감독 등은 한국영화의 주춧돌입니다. 60년대와 같은 한국영화의 황금기가 또 있을까요?
    컬빗이 추천해 주신 60년대 영화를 볼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