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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F 61 (9/29-10/15)

히트맨(Hit Man) ★★★★

때로는 악당이 되고 싶은 인간의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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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Man by Richard Linklater

 

누구에게나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만약에 (What if)'를 생각하며 백일몽에 잠기는 대신 그 환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그런 삶도 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 감독의 '히트맨(Hit Man, 청부살인업자)'은 실존 인물에 바탕을 둔 액션 코미디다. 커뮤니티 칼리지 교수 게리 존슨(Gary Johnson)는 휴스턴 경찰을 위해 '히트맨'으로 변장해 위험천만하면서도 스릴 넘치는 이중생활을 즐겼던 인물이었다. 2001년 스킵 홀랜스워스(Skip Hollandsworth) 기자가 월간 텍사스(Texas Monthly)에 게리 존슨의 드라마틱한 삶을 연재했다. 홀랜스워스에 따르면, 게리 존슨은 "현장의 로렌스 올리비에"로 어떤 상황에서도 변장이 가능한 훌륭한 연기자였다. 

 

게리 존슨의 이야기가 할리우드로 갔다.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배우 글렌 파웰(Glen Powell)과 함께 게리 존슨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각색했고, 파웰이 게리 존슨 역을 맡았다. 영화의 배경은 뉴올리언스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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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n Powell, Richard Linklater, Adria Arjona. https://twitter.com/glenpowell

 

'히트맨'은 주로 장례식에서 관악기로 연주되는 재즈곡 (jazz funeral) "New Orleans Bump"가 흐르며 시작된다. 아이러니컬하게 교수(게리)와 청부살인업자(론)으로 이중생활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양이 두마리(이름은 Id와 Ego)와 새를 키우며 뉴올리언스 대학에서 심리학/철학을 가르치는 게리 존슨(글렌 파웰 분)은 아르바이트로 경찰서의 함정수사 기술작업을 하고 있다. 어느날 부패경찰 재스퍼(오스틴 아멜리오 분)가 정직을 당하면서 호출된다. 그는 경찰이 범죄자의 유죄 판결을 내리려면 충분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함정수사를 하는 인물을 맡았다. 청부살인업자로 위장하는 것이다. 

 

게리 존슨은 살인청부업자 론으로 행세하며 뉴올리언스의 수많은 의뢰인들을 만난다. 학대하는 상사, 바람난 배우자, 괴롭히는 엄마... 등 배우자, 상사, 친구, 부모에 대한 분노로 살인까지 계획하는 사람들이 있다. 범죄를 계획하지만, 감옥살이는 하기 싫은 그들은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돈으로 히트맨을 산다.

 

의뢰인과 식당에서 만나며 접선의 암호는 “모든 파이는 좋은 파이야(All pie is good pie.)” 어느날 게리는 학대하는 남편을 제거해달라는 매디슨(아드리나 아르호나 분)을 만나 반하며 선을 넘게 된다. 그녀는 팜므 파탈(femme Fatal), 게리는 히트맨 론으로 매디슨과 연애를 하다가 궁지에 몰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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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Man by Richard Linklater

 

실화에서 매디슨의 이야기는 원래 게리 존슨이 폭력적인 애인을 죽일 히트맨을 찾고 있는 스타벅스 여직원을 만난 후 오히려 그녀를 돕고 보호소에 들어가도록 지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에선 섹스, 속임수, 그리고 살인이 엉키게 된다.  

 

'히트맨'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것은 게리 존슨의 변장술이다. 가발, 수염, 메이크업, 발성, 그리고 의상으로 때론 히피, 때론 퀜틴 타란티노 영화의 캐릭터, 때론 프레디 머큐리, 라이언 고슬링, 틸다 스윈튼 어쩌다 브래드 피트(한때 이 영화의 주인공이 될 뻔했다)처럼 변신하는 글렌 파웰의 연기가 압권이다. 페르소나가 많아질수록 정체성을 잃고, 정신분열증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미 사진작가 신디 셔만(Cindy Sherman)은 영화 속 인물로 분장한 자화상 사진 'Untitled Film Stills' 시리즈로 유명해졌다. 강인원의 노래 '가시나무'엔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라는 가사가 나온다. 미 정신과의사 진 시노다 블린(Jean Shinoda Bolen)의 저서 '우리 속의 여신들(Goddness in Everywoman)' '우리 속의 남신들(God in Everyman)'처럼 우리는 수많은 성향을 안고 살아가며 순간순간마다 적합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는 설이다. 아니면, 너무도 한 캐릭터에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지도. 우리 모두 인생이라는 무대에 오른 연기자들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때로 악당이 되고 싶은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주연의 로맨스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1995)', '비포 선셋(Before Sunset, 2004)',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 2013)' 3부작으로 열혈팬이 많은 감독이다. '스쿨 오브 록(The School of Rock, 2003)'에선 밴드에서 쫓겨나 초등학교 보조교사가 된 잭 블랙이 학생 록밴드를 결성하는 이야기, 에단 호크와 패트리샤 아퀘트가 출연한 '보이후드(Boyhood, 2014)'는 12년간 같은 배우들을 촬영해 소년이 성장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의 영화는 항상 인생의 어느 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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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Man by Richard Linklater

 

'히트맨'의 마지막 장면에서 게리 존슨은 학생들에게 "진실은 여러가지 관점에서 온다. 변형을 위해 마음을 열어라. 인생을 짧다"고 말한다. 게리 존슨은 히트맨을 연기하면서 '중년의 위기'를 넘어서 신나는 인생 체험을 한 셈이다. 에이전트47이라는 살인청부업자가 나오는 비디오 게임 '히트맨'보다 육체적인 어드벤처였다.

 

우리는 우리 안의 id/ego/super ego를 조율하며 살아간다.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소설 '데미안(Demian, 1919)'의 문귀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처럼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뉴욕영화제에 도착한 '히트맨'은 넷플릭스가 2천만 달러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영화제와 극장 개봉을 놓치더라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HIT MAN

OCTOBER 3, 8:30 PM/ OCTOBER 4, 6PM/ OCTOBER 7, 9:15 PM

https://www.filmlinc.org/nyff2023/films/hi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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