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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詩 아닌 詩
2023.12.26 16:41
(698) 강익중: 송구영신(送舊迎新)
조회 수 149 댓글 1
詩 아닌 詩 (77) 송구영신(送舊迎新)
Ik-Joong Kang, Untitled 2, 2023, 9 x 6 in, Mixed Media on Paper
한 해를 보내며
안다고 무시하지 않았는지
모른다고 기죽지 않았는지
없다고 비굴하지 않았는지
있다고 자랑하지 않았는지
바쁘다고 질러가지 않았는지
한가하다고 게으르지 않았는지
부끄럽다고 도망가지 않았는지
멀다고 포기하지 않았는지
적다고 탐내지 않았는지
많다고 헤프지 않았는지
그리고
고맙다고 말했는지
사랑한다고 말했는지
Ik-Joong Kang, Untitled 1, 2023, 9 x 6 in, Mixed Media on Paper
한 해를 맞으며
일어나는
욕심의 기둥을
자꾸 쓰러뜨리는
흔들리는
걱정의 가지를
자꾸 꺾어버리는
잡아 끄는
외로움의 손짓을
자꾸 뿌리치는
밀려오는
초조함의 물결을
자꾸 물리치는
피어나는
괴로움의 잡초를
자꾸 뽑아버리는
Ik-Joong Kang, Untitled 1, 2023, 9 x 6 in, Mixed Media on Paper
할 수 있다
던지면 뭐든 할 수 있다
믿으면 뭐든 할 수 있다
꿈꾸면 뭐든 할 수 있다
견디면 뭐든 할 수 있다
버리면 뭐든 할 수 있다
웃으면 뭐든 할 수 있다
걸으면 뭐든 할 수 있다
하려면 뭐든 할 수 있다
*강익중씨 런던 템즈강에 '꿈의 섬(Floating Dreams)' 설치
*An Interview with Ik-Joong Kang, Inside Korea(The New York Times)
반갑습니다. 그분의 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해를 보내며
"고맙다고 말했는지"란 귀절은 절묘합니다. 제가 2023년의 끝자락을 붙잡고 지나온 일년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생각 중이었습니다.
강 화백님이 내 마음 속을 쏙 빼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고맙다고 말했는지".
'한해를 맞으며' 밀려오는 초조함의 물결~
'할 수 있다' 뭐든 할 수 있다~
이 시에서는 한가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건강이 빠졌네요.
세편의 시가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Catharsis가 넘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