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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Books <6>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정진호 저

조지 워싱턴의 사인, 안젤리나 졸리의 암예방 수술

아스피린, 코카콜라에서 불로초와 바이애그라까지 

 

*뉴욕공립도서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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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질병과 맞서 싸워온 인류의 열망과 과학

정진호 (지은이), 푸른숲, 2017-07-31

 

수년간 지구촌을 뒤덮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새클러 가문의 중독성 진통제 옥시콘틴 파문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전염병, 백신과 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약에 대한 관심은 곧 건강에 대한 관심이다. 예전에 한국에서 감기 들면, 곧 바로 약국으로 달려갔고, 약사는 마이신, 가루, 알약 등을 섞은 감기약을 주었다. 많은 약을 처방전이 있어야 구할 수 있는 미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뉴욕공립도서관의 한국도서 섹션에서 주목할만한 책을 발견했다.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질병과 맞서 싸워온 인류의 열망과 과학'(정진호 저, 푸른숲, 2017년 8월 간)은 커피처럼 우리의 일상이 된 약, 그러나 독이 될 수도 있는 약에 대해 궁금한 점을 풀어주는 책이다. 

 

저자 정진호 박사는 서울대에서 제약학을 전공한 후 생명약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존스홉킨스대에서 독성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 국립보건원의 방문연구원을 지냈고, 서울대 약학대에서 30여년간 가르쳤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워 의약학부의 학부장을 맡고 있다.  

 

'위대함과 위험함의 양날을 갖고 있는 약'에 대한 이야기엔 마취제, 백신, 소독제와 상하수도 위생처리 시스템이라는 근대 의술의 3대 혁명을 비롯, 영생을 꿈꾸었던 진시황제, 미 초대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죽음, 안젤리나 졸리의 결단, 비타민의 진실, 아스피린 전쟁, 바이애그라의 탄생, 그리고 코카콜라의 비화까지 비하인드 스토리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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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회사 바이엘의 아스피린이 성공한 이유는 제 1차 세계대전 뒤 승전국의 제약회사들은 패전국인 독일의 바이엘과 아스피린 상표를 복제약에 마음대로 썼다. 바이엘이 상표와 알약에 새긴 로고를 돌려받는데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1994년 미국과의 계약을 마지막으로 상표와 로고를 완전히 되찾았다. 그러나, 아스피린의 열풍은 1953년 맥닐연구소가 개발한 타이레놀이 등장하며 아스피린이 위를 자극해 위출혈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며 타이레놀을 권장하는 학술 심포지움을 열며 타이레놀을 홍보했다. 1959년 존슨앤존슨은 맥닐연구소를 인수, 아스피린의 부작용을 부각시키는 마케팅을 펼쳤다. 이어 해열진통제 애드빌(성분명 이부프로펜)이 개발되고, 1980년대부터 약국에서 팔며 라이증후군의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으로 아스피린 매출이 급감하게 된다.    

 

#소독제(antiseptics)와 항생제(antibiotics)의 차이는 무엇일까? 항생제는 박테리아만 죽이는데 반해 소독제는 박테리아를 포함한 곰팡이, 바이러스 등 여러 세균을 동시에 죽인다. 

 

#방혈(防血, bleeding, 치료의 목적으로 피를 빼는 것)은 고대부터 19세기말까지 서양의사들이 가장 신뢰했던 만병통치 치료법이었다. 1163년 교회는 치료법이 도덕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수도승이나 성직자에게 방혈시술을 금지하는 칙령을 내렸다. 그 결과 이발사가 방혈 시술, 발치, 심지어는 절단 수술까지 하게 된다. 이발사들은 정식 의료교육을 받지 않고 귀동냥으로 얻어들은 지식으로 방혈 시술을 했다. 이발소에 걸린 white/red의 줄무늬 봉은 중세시대 시술한 후 밖에 걸어놓은 피묻은 수건에서 유래한 것이다. 외과의사와 이발사는 16세기 중반 영국에서 하나의 직종(barber-surgent)으로 합쳐졌다가 1745년 두 직종은 완전히 분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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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us Brutus Stearns(1810–1886), Washington on his Deathbed, 1851, Dayton Art Institute, Ohio

 

#조지 워싱턴은 대통령으로 물러난지 2년 후인 1799년 겨울 눈 내리던 날 무리해서 말을 타고 산책하다가 폐렴과 후두염에 걸렸다. 주치의는 방혈요법을 권해 워싱턴은 16시간 동안 2.35리터의 혈액이 뽑힌 지 3일만인 12월 14일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불로장생약에 집착했던 진시황제는 서복에게 불로초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가 돌아오지 않자 수은이 들어간 탕약을 먹었다. 중금속 수은으로 피부가 팽팽해지자 진시황은 이것은 불로장생약으로 빋었지만 수은 중독으로 49세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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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Coca-Cola)는 특허약(patent medicine)에서 출발했다. 1885년 애틀랜타의 약사 존 펨버튼(John Pemberton)은 뒷마당에서 약초 배합을 연구하면서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 잎과 카페인이 들어간 콜라나무 콩을 배합해 두통, 위통, 피로를 완화시키는 특허약을 개발했다. 펨버튼이 죽자 사업가 아사 캔들러(Asa Candler)가 2천3백달러에 특허 사업권을 인수, 배합한 두 약초(coca leaves & kola nuts) 이름에서 따서 코카콜라 회사를 세웠다. 캔들러는 쿠폰발행과 로고 부착 등 획기적인 마케팅으로 코카콜라 시럽 매출을 10배 이상 올린 후 특허약 사업을 접고, 청량음료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1903년 마약 반대운동이 벌어지자 캔들러는 코카인 성분을 빼고, 카페인 양을 늘렸다. 1914년 코카인 사용이 불법화되고, 1929년 금주령으로 술을 대체하면서 코카콜라의 인기는 치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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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뉴욕 팬시 푸드쇼에서

 

#한인들이 좋아하는 인삼제품에 대한 설명도 있다. 인삼이 암, 당뇨, 심혈관 질환, 발기불능, 우울증, 만성피로 등을 개선하는 효과에 대한 연구논문이 수천편이 나왔지만 아직도 인삼의 유효성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는 질병 진단에도 혁명을 일으키는 중이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질병의 위험성을 사전에 알고 조치를 취했다. 졸리의 엄마는 유방암을 앓다가 난소암으로 사망했고, 할머니는 난소암, 이모는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졸리의 몸에서 유방암 확률 87&, 난소암 확률 5%의 돌연변이 유전자 BRCA1가 발견됐다. 이에 졸리는 2013년 유방 절제 수술, 2015년엔 난소 절제수술을 받았다.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목차

서문: 삶에 대한 열망과 호기심이 빚어낸 과학

 

1부 약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플라시보 효과, 믿음은 이렇게 약이 된다

비타민, 노벨상이 가장 사랑한 주제

우울증 약은 위험하지 않을까

설사를 낫게 하는 가장 과학적인 민간요법

술 깨는 약, 과학이 풀지 못한 숙제

 

2부 약은 어떻게 독이 되는가

약과 독의 두 얼굴

탈리도마이드가 죽인 아이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이렇게 끝내면 안 되는 이유

아편, 고마운 진통제이자 마약

디톡스 제품보다 우리 몸의 방어 엔진

 

3부 인류를 살린 위대한 약의 탄생

외과 수술의 혁신적 진보를 가져온 마취제

백신, 시대의 용기가 빚어낸 결실

간단한 방법으로 수많은 생명을 구한 소독제

질병의 원인을 밝힌 세균론과 항생제 발견

아스피린, 흥망성쇠의 역사

말라리아와의 끝없는 전쟁

비아그라, 남성만을 위한 해피 드러그

 

4부 무병장수를 향한 끝없는 욕망

만병통치약, 영원한 거짓말은 없다

슈퍼푸드, 건강기능식품 그리고 약

인간의 평균수명은 몇 살까지 늘어날까

인공지능이 의사와 약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temId=114969699

 

 

<1> 독약인가, 진통제인가? 옥시콘틴의 정체

<2> 뮤지엄과 독약: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새클러 가문

<3> 옥시콘틴 중독에서 사회운동으로, 사진작가 낸 골딘(Nan Gol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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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4.01.20 19:40
    위대함과 위험성의 양면을가진 약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우리 곁에 항상있는 게 약이다보니 이 컬럼이 여간 재미있고 유익하네요. 몰랐던 조지 워싱톤 대통령의 사인이, 약과 연결이 됐네요.
    약하면 지워지지않는 한가지 사실이 내 뇌리에 있습니다. 대학교 시절에 인기가 높던 체육과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미국에서 갓 공부하고 귀국해서 강단에서 가르쳤습니다. 필수 교양과목인 체육을 인기과목으로 끌어올리셨지요. 가정도 가지고 계셨고 나이도 40대 였습니다. 바로 이윤진(?)교수님입니다. 그 교수님이 어느날 교정에서 사라지셨습니다. 의아해서 물어봤더니 반신불수가 돼서 꼼짝 못한다고 해서,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약을 잘못먹고 그렇게 되셨다고 합니다. 의사의 처방전없이 약국에서 마구 조제해서 약을 주던 때였으니까요. 조제해 준 약 속에 수은이 선생님을 망가뜨렸다고 했습니다. 아마 수은중독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60년이 훨씬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각인됩니다.
    그러나 약의 위험성보다는 위대함이 훨씬 크기 때문에 오늘날도 많은 사람들이 약을 복용하고 있지않나요?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