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카네기홀에서 연주 후 청중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는 예브게니 키신. Photo: Bic Banana/ NYCultureBeat
예브게니 키신(Evgeny Kissin, 52)이 5월 24일 카네기홀에서 리사이틀을 열었다. 이제 중년인 거장 피아니스트 키신은 올 K-클래식 돌풍 임윤찬(Yunchan Lim, 20세, 2월 21일)과 조성진(Seong-jin Cho, 29세, 5월 17일)이 연주했던 무대에서 노련하게 베토벤, 쇼팽, 브람스, 그리고 프로코피예프를 연주했다. 키신이 카네기홀 무대에 데뷔한 것은 1990년 카네기홀 100주년이 되던 해였다.
키신은 이날 앙콜로 '마주르카'(쇼팽), '왈츠'(브람스), 그리고 '마치'(프로코피예프)를 선사했다. 키신은 5월 29일 같은 프로그램으로 두번째 리사이틀을 연다. 카네기홀 역사상 일주일 내에 2회의 콘서트를 연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Vladimir Horowitz, 1903-1989) 이후 2015년 키신이 두번째다.
Evgeny Kissin, Piano
Wednesday, May 29, 2024 8 PM
Stern Auditorium / Perelman Stage
With virtuosic skill, brilliant musicality, and innovative programming, Evgeny Kissin is an exceptional artist in every regard, and there is no better way to discover what makes him so special than a Carnegie Hall recital. This alluring program features works by Beethoven, Chopin, Brahms, and Prokofiev, offering four distinctive perspectives on piano composition performed by one of the instrument’s greatest practitioners.
Tickets start at $195 ($186 + $9 fee)
https://www.carnegiehall.org/Cart/Event-Seating?itemNumber=43515#/
Program
BEETHOVEN Piano Sonata No. 27 in E Minor, Op. 90
CHOPIN Nocturne in F-sharp Minor, Op. 48, No. 2
CHOPIN Fantasy in F Minor, Op. 49
BRAHMS Four Ballades, Op. 10
PROKOFIEV Piano Sonata No. 2 in D Minor, Op. 14
Evgeny Kissin: Also performing May 17, 2025, May 28, 2025, and May 31, 2025.
https://www.carnegiehall.org/Calendar/2024/05/29/Evgeny-Kissin-Piano-0800PM
카네기홀 125주년, 리사이틀 데뷔 25주년 예브게니 키신 인터뷰
An Interview with Evgeny Kissin, 2015
"야망은 없다, 나 자신을 위해 연주할 뿐"
Translated by Sukie Park/ NYCultureBeat
2011년 5월 에버리피셔홀에서 뉴욕필하모닉과 협연한 키신. 올 시즌 카네기홀 시즌 개막 콘서트에서도 협연했다.
클라이브 질린슨: 당신이 센터가 되는 올 시즌은 우리에게 특별한 해입니다. 정말 놀랍고도 특별한 것입니다. 사실 당신은 카네기홀의 100주년 시즌, 여기 리사이틀 데뷔를 했지요. 그 데뷔 콘서트에 대해 말해주세요.
예브게니 키신: 제가 무대에 올라가 연주하던 때를 기억합니다. 무척 초조했지요. 그래서 1부에서는 여러번 실수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미션 후 2부에선 우리가 러시아어로 말하듯이 '피아노를 제 자신의 손으로 가져갈 수 있었지요. 운이 좋게도 청중이 잘 받아들여주었어요. 리뷰 중 하나에서 비평가가 몇개의 실수는 키신이 결국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고 했는데, 무척 친절한 비평가였어요.
클라이브 질린슨: 호로비츠 이후 처음으로 카네기홀에서 1주에 2차례 리사이틀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정말 대단한 헌사인데요. 당신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 이전의 리사이틀에서도 무대에서 당신 옆 앉았습니다.
예브게니 키신 제가 처음 솔로 리사이틀을 한 것은 고작 11살 때였어요. 제 고향 모스크바의 600석 밖에 안되는 아주 작은 곳에서 열렸습니다. 티켓은 무료여서 무대에 많은 의자를 올렸지요. 사실 무대는 의자로 꽉 찼습니다. 콘서트가 끝난 후 제 선생님께서 수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있는 것이 방해되지 않느냐고 물으셨어요. 전 바로 제 느낌을 말씀 드렸지요. "아니요! 그들은 저를 도와주는 걸요" 전 시작부터 무대에 청중이 있는 걸 좋아했어요.
11월 6일 카네기홀에서 리사이틀 후 무대 위 청중에게 인사하는 키신. 무대 위 청중이 오히려 연주를 도와준다고.
예브게니 키신 전 유대어를 배우면서 자라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 많이 들었지요. 제는 종종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시골집에서 여름철을 보냈고, 그때 외조부모님들이 유대어를 많이 쓰셨지요. 그후 제가 나이들면서 유대어를 진짜 배우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클라이브 질린슨: 덜 알려진 유대인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는 것에 대해서는요?
예브게니 키신 오래 전 훌륭한 블로크 소나타(Bloch Sonata) 음반을 들었습니다. 지난해엔 워싱턴 DC에서 찰스 크라우태머와 부인 로빈이 기획한 'Pro Musica Hebraica' 시리즈에 참가한 후 이 부부가 유대인 음악 악보들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2011년 뉴욕필과의 협연에서 청중의 환호 후 앙코르 연주를 시작하려는 키신.
클라이브 질린슨: 전에 당신이 그랬지요. 그날 저녁 자신의 생애 최고의 리뷰를 받았을 것이라구요. 유대어로는 당신이 유대어를 부활시키는 것이 유대인 유산과 연관되어 있기데 중요한가요?
예브게니 키신 물론입니다. 모든 언어는 보물이지요. 모든 국가의 유산은 보물이구요. 유대어는 무척 풍부하며, 표현적인 언어입니다. 훌륭한 문학이 있고, 여전히 창작되고 있지요. 그래서 맞습니다. 저는 유대어가 살아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12세의 키신(1984)
클라이브 질린슨: 당신이 아주 어렸을 때 존경했던 , 아마도 당신이 닮고 싶어했던 피아니스트가 있나요? 아니면, 당신 자신의 음악에 더 집중했나요?
예브게니 키신 전 그다지 야망이 없었기 때문에,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한번은 무척 게을러져서 제 피아노 선생님이 말씀하셨지요. "만일 네가 연습을 그렇게 못한다면, 그들은 너에게 피아노 연주를 절대 허락하지 않을꺼야. 그리고, 드럼을 치게 할꺼야"라고 하셨지요. 그래서 전 대답했어요. "제가 드럼을 못친다면, 피아노를 다시 칠 수 있겠지요?"
15세의 키신(1986)
클라이브 질린슨: 당신에게 야망이 없었다는 말이 놀랍네요. 그럼 무엇이 당신을 이끌었나요? 어떻게 지금 여기까지 왔나요? 어떻게 당신이 피아노를 치길 원한다는 걸 진짜 알게 됐나요?
예브게니 키신 제 삶에서 그렇게 의식적으로 결정한 순간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를 위해 결정된 것이지요. 하지만, 누가 음악적 재능이 있다면, 음악을 사랑하지 않기는 불가능할 것 같아요.
클라이브 질린슨: 만일 야망이 없었다면, 음악에 대한 사랑이 당신을 이끌었나요?
예브게니 키신 맞습니다. 어린시절부터,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욕구였습니다. 저는 피아노 레슨을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해서 연주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16세의 키신(1987)
클라이브 질린슨: 그리고, 누가 당신을 떠미는 사람이 있었나요? 아니면, 모두 당신 내부에서 왔나요?
예브게니 키신 연습하라고 떠민다구요? 맞습니다. 비록 음악공부를 하던 초기 시절 저에겐 무척 쉬운일이라 다그침 없이 할 수 있었지만, 사람들이 저를 다그쳐야 했습니다. 제가 나이 들면서, 물론 바뀌었지만요. 그리곤 제가 연주를 잘 하기 위해서는 연습을 무척 많이 해야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단순하게 제가 연주를 잘하기 원하는 것은 제가 야망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입니다.
클라이브 질린슨: 음악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당신은 다른 열망이 잇나요? 당신 삶에서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나요?
예브게니 키신 매우 종종 인생은 자체의 놀라움을 가져오지요. 예슬 들어, 단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유대어로 산문을 쓰고, 출간되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요.
11월 3일에 이어 6일 리사이틀에서 키신. 1주에 2회 솔로 리사이틀은 1979년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이후 처음이다.
클라이브 질린슨: 카네기홀에서 가장 기억할만한 일이 있나요?
예브게니 키신 제 데뷔 연주회가 가장 기억할만한 일인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여기서 거의 매 시즌 연주해왔지요. 그래서 수많은 콘서트 중 하나를 집어내긴 어렵습니다. 내일, 다음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요. 매 콘서트에서 연주 중엔 이것이 나의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클라이브 질린슨: 네, 그 콘서트들이 우리 모두의 평생에서 굉장히 위대한 음악적 체험입니다.
예브게니 키신(Evgeny Kissin)
1971년 10월 10일 모스크바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음악교사. 두 살 때 피아노를 만지기 시작해 여섯살 때 영재학교인 모스크바 그네신 음악학교에 들어갔다. 여기서 안나 파블로나 칸토를 만나 평생 사사하게 된다.
10살 때 율리아노프스크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의 피아노 콘체르토 K477으로 데뷔한 후 이듬해 첫 리사이틀을 열었다.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84년 3월, 모스크바콘서바토리의 그레이트홀에서 모스크바스테이트필하모닉과 쇼팽의 피아노 콘체르토 1&2를 연주하면서다. 이 콘서트는 전세계에 중계됐다.
1990년 주빈 메타가 이끄는 뉴욕필하모닉과 쇼팽의 피아노 콘체르토를 협연하면서 미국 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일주일 후 카네기홀의 100주년 시즌에 초대되어 데뷔 리사이틀을 열었다. 1997년엔 아티스트로서는 러시아 정부 최고의 명예인 ‘트라이엄프상’ 받은 최연소자가 됐다.
2001년 맨해튼음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엔 러시아 최고의 음악상인 ‘쇼스타코비치상’을 수상했다. 이어 2005년 허버트폰카라얀 음악상을 받았다.
키신에 대해서 다른 음악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점을 알게됐습니다. 대부분의 유명한 예술가들은 야망이 끝이 안보일만큼 많은데, 그는 " 야망은 없다. 나 자신을 위해 연주할 뿐이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런 욕구다", "매 콘서트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 그의 이런 신념은 catharsis를 줍니다.
청중의 반응에 한 기분이 내키면 무려 12번의 앙코르를 했다는 사실도 믿어지지가 않는 일입니다. 그가 연주하는 브람스의 월츠를 좋아해서 듣곤합니다. 카타르시스를 또 느낍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