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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소더비 경매 '가셰 박사의 초상' 구매자는 누구?

NYT: 이탈리아 인베르니치 가문, 화가 김민정씨 소유 여부 논평 거부 

 

반 고흐, 고갱에게 "우리 시대의 가슴 아픈 표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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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imes: The Search for van Gogh’s Lost Masterpiece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도쿄, 암스테르담, 런던까지 반고흐 특별전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2월 17일자에서 34년간 행방이 묘연한 '가셰 박사의 초상화(Portrait of Dr. Gachet, 1890)'에 대해 심층보도했다. 

 

'반 고흐의 잃어버린 걸작을 찾아서(The Search for van Gogh’s Lost Masterpiece)'를 제목으로 한 이 기사에는 반 고흐가 자살 직전에 그린 이 초상화가 나치에 압수당하고, 큐레이터들에게 찬사를 받았으며, 여러 컬렉터들을 거쳐 1990년 5월 1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일본 거물 제지업자에게 8천250만 달러에 팔린 후 사라졌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그림의 가치가 3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살바도르 문디(Salvador Mundi)'는 201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 5천만 달러에 팔리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가셰 박사의 초상'은 1890년 6월 반 고흐가 가셰 박사의 정원에서 그렸다. 우울한 의사의 모습이 묘사됐다. 그해 7월 29일 반 고흐는 권총 자살(*논쟁 분분)로 밀밭에서 생을 마쳤다. 반 고흐의 마지막 시간도 가셰 박사가 돌보았다. 반 고흐는 친구 폴 고갱에게 이 그림이 "우리 시대의 가슴 아픈 표현(heartbroken expression of our time)을 담고 있다"고 편지에 썼다. 

 

이 그림은 20세기 대부분 프랑크푸르트의 슈테델 미술관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전시됐었다. 그러나, 1990년 크리스티 경매 이후 자취를 감추며 미술계 최대의 미스테리 중 하나가 됐다. 

 

반 고흐의 특별전을 기획하는 큐레이터들은 '가셰 박사의 초상'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슈테델 미술관은 작품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전용 팟캐스트까지 제작했다. 일본인 구매자인 거물 제지업자는 뇌물 스캔달로 파산한 후 형사 처벌을 받고 사망했다. 그의 소장품은 은행에 매각됐으며, '가셰 박사'는 오스트리아 금융가가 인수했다가 1998년 비밀의 컬렉터에게 비공개로 매각됐다. 그후 가셰 박사는 자취를 감추었다.  

 

 

오베르에서 보낸 2개월간 회화 74점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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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Portrait of Dr. Gachet 1, 1890, Oil on canvas, 67cm×56 cm(23.4in×22.0in), Private Collection

 

 

1888년 후반 반 고흐는 정신질환을 앓으면서 귀의 일부를 잘랐다. 이후 한달간 입원했지만 치유되지 않았다. 이듬 해 4월엔 생레미드프로방스(Saint-Rémy-de-Provence)의 정신병원에서 1년간 치료를 받았다. 1890년 퇴원한 후 동생 테오는 빈센트가 살 집을 찾고 있다가 화가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의 추천으로 오베르에 있는 가셰의 집으로 보냈다. 피사로도 가셰 박사의 환자였다. 

 

반 고흐는 1890년 5월 20일 파리 외곽의 마을 오베르쉬르우아즈 기차역에서 내렸을 때, 초가집이 있는 소박한 풍경에 매료됐다. 당시 37세의 화가는 신경 질환을 연구했던 의사 폴 페르디낭 가셰(Paul-Ferdinand Gachet (1828-1909)를 만났다. 25세 연상의 가셰 박사에 대한 첫 인상은 좋지 않았다. 그는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린 가셰 박사를절대 믿으면 안돼. 우선 그는 나보다 더 아프거든...장님이 다른 장님을 인도하면 둘다 도랑에 빠지지 않겠어? " 그러나, 이틀 후 여동생 빌헤미나에게 보낸 편지에선 "난 가셰 박사에게서 진정한 친구를 찾았어. 형재같은 존재라구. 우리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나 닮았어"라고 썼다. 두 사람은 예술에 대한 열정을 공유했고, 반 고흐는 곧 가셰의 정원에서 정물화와 초상화를 그렸다.

 

반 고흐는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2개월간 10일간 무려  '까마귀가 있는 밀밭(Wheat Field With Crows)'과 '오베르의 교회(The Church at Auvers)' 등 74점의 유화를 그렸다. 반 고흐는 가셰의 초상화 두 점을 그렸으며, 첫 번째 버전은 프랑크푸르트에 있었지만 사라진 것이며, 다른 하나는 가셰 박사에게 주었다가 현재는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 있다. 

 

 

멜란콜리맨 '가셰 박사의 초상': 유화 2점, 에칭 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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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Portrait of Dr Gachet with Pipe(L'homme à la pipe), May 1890 etching, 18.2x15 cm(7 3/16 x 5 7/8 in.),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가셰 박사의 초상을 동판화로도 남겼다. 반 고흐 유일의 에칭으로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 소장되어 있다.  가셰 박사는 아마추어 동판화가였고, 자신의 작품에 "반 뤼셀(Van Ryssel)"이라 서명했다. 그는 반 고흐에게 에칭 플레이트를 제공하고, 집에서 프레스를 사용하도록 배려했다. 반 고흐는 에칭 첫 작업에 만족했고, 테오에게 프랑스 남부에서 그린 그림들을 바탕으로 더 많은 에칭을 만들기 위해 가셰와 계속 협업하고 싶다는 편지를 썼더. 그러나, 7월 29일 숨을 거두고 만다.  

 

1890년 6월에 쓴 편지에서 반 고흐는 "가셰 박사의 초상화가 보는 이들에겐 찡그린 얼굴처럼 보일 수 있을지언정 나는 멜랑콜리한 표현으로 완성했다. 하지만, 나는 옛날의 차분한 초상화들과 비교할 때 오늘날 우리의 머리 곳에는 얼마나 많은 표현과 열정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갈망과 울부짖음이 있는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려야 했다"고 밝혔다. 

 

휴스턴뮤지엄 게리 틴테로 관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빈센트의 강한 인본주의적 충동과 사랑에 대한 그의 능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셰 박사의 초상'은 1990년 휴스턴뮤지엄 전시 후 크리스티 경매에 나왔다. 

 

반 고흐가 자살한 후 '가셰 박사'는 동생 테오에게 넘어갔고, 테오가 6개월 후 사망한 후엔 테오의 아내 요한나(Johanna van Gogh-Bonger)에게 넘어갔다. 요한나는 1897년에 이 그림을 300프랑(당시 약 58달러)에 팔았다. 1904년에는 독일 백작이 약 400달러에 샀다. 1911년 슈테델 미술관이 인수해 뒤러 등 거장들과 나란히 전시하며, 반 고흐를 널리 알렸다. 그러나, 1930년대 나치 집권 후 '퇴폐 미술'로 간주되었고, 슈테델 미술관 지붕 아래 보관되었다가 1937년 말 압수되어 베를린으로 보내졌다.

 

몇 달 후 '가셰 박사'는 제국원수 헤르만 괴링의 미술 대리인이 암스테르담에 사는 독일 은행가 프란츠 쾨니히스에게 팔았다. 이후 독일계 유대인 은행가 지크프리트 크라마르스키는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가져왔고, 수십 년 동안 크라마르스키 부부가 휴가를 가는 여름에 '무기한 대여'로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 전시되었다. 

 

 

NYT, 이탈리아 치즈회사 갈바니 소유했던 가문 '루가노 맨'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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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Portrait of Dr. Gachet 2, 1890, Oil on canvas, 67cm×56 cm(23.4in×22.0in), Musée d'Orsay, Paris

 

 

크라마르스키 부부는 이 그림을 1990년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았다. '가셰 박사'는 당시 회화 사상 최고가인 8천250만 달러(오늘날 가치로 1억 9,240만 달러)에  낙찰됐다. 구입한 인물은 다이쇼와 제지회사(Nippon Paper Industries Co.)의 명예회장 사이토 료에이(齊藤了英, 1916 –1996) 였다. 사이토는 이틀 후 소더비에서 르누아르의 회화 '갈레트의 무도회(Bal du moulin de la Galette, 1876)'를 7천810만 달러에 구입했다. 당시 75세였던 사이토는 자신이 죽으면 '가셰 박사' 그림과 함께 화장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사실 그가 죽으면, 이 그림에 대해 2천400만 달러의 세금을 내야 했기 때문에 자식들이 부담해야할 사망세를 피하기 위해 화장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1996년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사이토의 소장품은 채권자인 후지은행에 넘겼다. 후지은행은 1997년 '가셰 박사'를 오스트리아 금융가 볼프강 플뢰틀에게 팔게 된다. 그런데, 플뢰틀은 뉴욕으로 이주해 대통령의 손녀인 앤 아이젠하워와 결혼한 후 미술품을 사들이는데 열중했다. 그러나, 플뢰틀은 재정이 어려워지자 1998년 ㅅ더비를 통해 비공개로 판매했다. 가격도, 구매자도 공개되지 않았다. 

 

 

미술품의 수집가는 소장품을 공개할 의무가 있을까?

1990년 가셰 박사 경매에 참여했던 마이클 핀들레이는 소장품이 모든 사람의 소유는 아니라고 밝혔다. 한편, 반 고흐 학자 바우터 반더 빈은 “역사의 일부이지만, 현재 우리 삶의 일부이기도 하며, 그 그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미술 시장은 비밀을 중시하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지만, 소장가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조사하는 전문가(경매 전문가, 미술 고문, 아트 딜러 등)도 고용한다. 뉴욕타임스의 기자들(Michael Forsythe, Graham Bowley, Elisabetta Povoledo/ Nina Siegal, Alain Delaquérière)은 수년간 1998년 경매에 연루된 사람들에서 뉴욕 경매장, 갤러리, 그리고 스위스 루가노 호수의 빌라까지 조사,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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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화가 김민정씨가 뉴욕 아파트에서 뉴욕컬처비트와 인터뷰를 했다.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그럼, 누가 '가셰 박사'를 갖고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후보자로 이탈리아 파스타 재벌 귀도 바릴라(Guido Barilla)와 이탈리아 치즈회사 갈바니(Galbani)를 운영했던 인베르니치(Invernizzi) 가문을 꼽았다. 바릴라의 가능성은 배제됐다. 

 

NYT  기자는 스위스의 루가노 호수에 자리한 빌라로 찾아가 인베르니치 가족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인베르니치 가문은 아트 컬렉터였던 한스 하인리히 티센-보르네미사 남작의 루가노의 빌라를 2014년 9천40만 달러에 매입했다. 소더비 내부에선 루가노에 사는 아트 컬렉터(리날도 인베르니치)를 '루가노 맨(The Lugano Man)'이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바니는 1882년 에지디오 갈바니와 아버지 다비드가 설립한 유제품 회사다. NYT에 따르면, 1920년대 인베르니치 3형제(에르메네질도, 아킬레, 리날도)가 인수했고, 1989년 16억 달러에 매각했다. 당시 리날도의 아들 안토니오 인베르니치(Antonio Invernizzi)씨가 이사로 재임하고 있었다. 미술계 내부자들은 그해에 인베르니치 가족이 가셰 박사'를 구입했다고 믿고 있다. 

 

요하네스 니켈만(Johannes Nichelmann)이 2019년 제작한 다큐멘터리에서는 루가노 가족이 소유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가족은 부인했다. 뉴욕타임스는 안토니오의 아들 리날도 인베르니치(Rinaldo Invernizzi)와 몇년 전 사망한 안토니오 인베르니치의 부인이었던 한인 화가 김민정(Minjung Kim)씨, 가족의 대변인 마라 호프만(Mara Hofmann)과 변호사 가르도 페트리니(Gardo Petrini)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논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김민정씨는 1962년 광주에서 태어나 홍익대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 전공. 1991년 백송갤러리와 인제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후 밀라노로 이주. 밀라노의 브레라 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이탈리아, 스위스, 덴마크, 영국, 독일, 벤스 그리고 LA와 뉴욕 등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2004년 광주 비엔날레,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 파리국립도서관, 프랑스 콜마시립도서관 등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http://www.minjung-kim.com

 

 

*화가 김민정(Minjung Kim) 인터뷰, 2015

*2024-25 빈센트 반 고흐 글로벌 특별전 가이드: 서울, 대전, 도쿄, 오사카...암스테르담, 런던

*빈센트 반 고흐와 세자매: 안나, 엘리자베스, 빌레미나

*메트뮤지엄에 모인 빈센트 반 고흐 유화 17점

*빈센트 반 고흐의 드로잉전@모건라이브러리

*빈센트 반 고흐: 아이리스와 장미@메트뮤지엄, 2015

*뉴욕영화제 2018 화가 줄리안 슈나벨의 '영원의 문에서(At Eternity's Gate' ★★★☆

*위대한 음식 열정 <9> 빈센트 반 고흐: 감자와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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