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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 Food Obsession <3> 조지아 오키프의 '키친 컨피덴셜'  

오가닉, 슬로우 푸드, 모던웰빙 요리의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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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ainter’s Kitchen"(1997) by Margaret Wood/ "Dinner With Georgia O’Keeffe"(2017) by Robyn Rea 

 

코로나 팬데믹으로 뉴욕이 봉쇄되기 1주일 전, 3월 5일 소더비(Sotheby's)에선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조지아 오키프, 후안 해밀턴: 패시지(Alfred Stieglitz, Georgia O’Keeffe, Juan Hamilton: Passage)' 경매가 열렸다. 사진작가 스티글리츠와 그의 부인이었던 화가 오키프, 그녀의 조수였던 해밀턴의 사진, 그림, 도자기에서 물감, 파스텔, 결혼증명서, 수표, 의상까지 망라한 경매였다.

 

후안 해밀턴의 소장품에서 나온 아이템 중 주목을 끄는 것은 오키프가 손글씨로 쓴 레시피 300여개가 담긴 카드 묶음이었다. 낙찰 예상가격은 6천-8천달러였고, 예일대학교의 바이네키 희귀도서 및 원고 뮤지엄(Beinecke Rare Book and Manuscript Library)에서 구매했다. 2014년 소더비에서는 오키프의 회화 'Jimson Weed/White Flower No 1'(1932)이 4천440만 달러에 팔리며 여성작가 최고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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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ia O'Keeffe’s recipe cards Photo: Sotheby's 

 

조지아 오키프(1887-1986)는 위스콘신주의 선프레이리(Sun Prairie) 농장에서 태어나 자랐다. 1918년 뉴욕으로 이주한 후 23세 연상의 사진작가 겸 갤러리 주인 알프레드 스티글리츠(1864-1946)를 만나 작가로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스티글리츠와 오키프는 1924년 결혼으로 미술계의 파워 커플이 됐다.

 

"그녀는 수준급의 요리사야."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는 부인 오키프에 대해 요리 솜씨를 칭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스티글리츠가 사진작가 도로시 노만(Dorothy Norman)과 바람을 피우자 오키프는 우울증으로 입원했다가 뉴욕을 떠났다. 그리고, 뉴멕시코에 정착해 자연과 미술, 음식으로 새로운 삶을 구축하게 된다. 

 

오키프는 1928년 타오스(Taos)에 가서 운전을 처음 배우고, 포드 모델A를 구입해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1천년 이상 거주했던 뉴멕시코를 누비고 다녔다. 1945년엔 산타페(Santa Fe)에서 50여 마일 떨어진 아비키우(Abiquiu)에 스페인식민지시대 양식의 농장을 매입했다. 친구 마리아 샤봇(Maria Chabot)의 감독으로 4년간 보수공사를 거쳐 오키프의 보금자리 겸 작업실이 됐다. 1946년 스티글리츠가 사망하자 3년 후엔 완전히 뉴멕시코에 정착해 1986년까지 여생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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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ia O’Keeffe, My Front Yard, Summer, 1941(top)/ My Back Yard, 1937  

 

1972년 오키프는 85세에 황반변성(macular degeration)으로 시력을 손상했다. 이즈음부터 유화를 중단하고, 수채화 작업에 들어갔다. 이듬해 버몬트 출신 27세의 도예가 후안 해밀턴을 조수 겸 케어테이커로 고용했다. 1976년 해밀턴의 도움으로 집필한 자서전 'Georgia O'Keeffe'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1984년 쇠약해져 산타페로 이주해 살다가 1986년 3월 6일 세상을 떠났다. 그녀 나이 98세였다.  

 

오키프는 '모더니즘의 대모'였다. 아방가르드 화가였을 뿐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도 철저하게 모던한 여성이었다. 자신의 옷도 디자인했으며, 인터뷰 사진 촬영 때도 직접 의상을 골랐다.  2017년 브루클린뮤지엄의 특별전 'Georgia O’Keeffe: Living Modern'은  미니멀리스트 패셔니스타였던 오키프의 의상을 소개한 전시였다.

 

식생활도 앞서갔다. 자신의 정원과 과수원에서 수확한 채소, 허브, 과일과 인근 낙농장의 염소젖으로 요거트도 직접 만들어 억었다. 유기농과 슬로우 푸드를 실천한 식도락가였다. 이혼 후 홀로 선 여성 아티스트로 98세로 장수한 비결에도 그녀의 철저한 식습관이 기여했을 것이다. 오키프의 식생활과 레시피를 담은 책 '어느 화가의 부엌(A Painter’s Kitchen, 1997)'과 '조지아 오키프와의 저녁식사(Dinner With Georgia O’Keeffe, 2017)'도 나와 있다.  

 

 

#철저하게 모던한 오키프 Thoroughly Modern Georgia O'Keef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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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ia O’Keeffe, Apple Family 3, 1921/ Two Figs, 1923

 

1977년 90세였던 오키프는 24세의 마가렛 우드(Margaret Wood)를 조수 겸 케어테이커로 고용했다. 우드는 1982년까지 5년간 오키프를 돌보고 요리도 했다. 우드가 1997년 출간한 '어느 화가의 부엌(A Painter’s Kitchen)'은 전설적인 화가의 그림, 삶과 철학, 식생활과 레시피를 담았다. 

 

마가렛 우드는 이 책에서 오키프가 "전위적인 아티스트이자 식도락가였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늘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한 심플하고, 맛있는 음식을 주문했으며, 재료 준비와 조리 과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라고 까다롭게 요구했다. 오키프는 건강 문제에 열정적이었으며, 영양학 선구자인 아델 데이비스(Adelle Davis)의 추종자이며 '예방학(Prevention)' 잡지의 정기 구독자였다고 밝였다. 사실 오키프는 뚱보를 싫어했으며, 청년 조수 후안 해밀턴처럼 말라깽이를 좋아했다.  

 

우드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일하면서 오키프의 저녁식사와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오키프는 우드에게 러비지(파슬리의 일종), 베이질, 딜, 민트 등 허브를 고르고, 씻고, 말리고, 저장하는 법, 반드시 24시간 내에 조리해야 한다는 것까지 요리의 기본을 가르쳤다. 우드가 저녁 식사거리를 물으면, 오키프는 종종 "정원에 뭐가 익었는지 보자"고 대답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수퍼마켓의 편의식품을 좋아했던 반면, 오키프는 자신의 정원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졌다. 아비키우 자택의 커다란 정원에는 각종 채소, 허브, 꽃, 관목을 길렀다. 정원사를 두었지만, 오키프가 직접 배치하고, 심는 것을 감독했다. 정원 뿐만 아니라 과수원에는 뽕나무, 배, 사과, 앵두, 복숭아, 라스베리도 재배했다. 살충제 대신 금잔화나 마늘물(garlic water)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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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b Lotz, Georgia O'Keeffe House, Abiquiu, 2007. Georgia O'keeffe Museum 

 

오키프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야채를 무척 좋아해 시금치를 하루 세번씩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닭요리, 간쇠고기 엔칠라다, 스테이크도 즐겼다. 특히 유기농 고기와 곡류를 선호했다. 빵도 직접 만들어 먹었으며, 달걀과 꿀은 지역 농가에서 사왔다. 오키프는 통밀을 갈 수 있는 전기 분쇄기도 사용했다. 

 

야채는 주로 쪄서 먹었으며, 찬장에 박스나 캔 음식은 거의 없었다. 포커스는 올리브오일이나 후추의 종류가 아니라 음식의 질에 있었다. 간식으로는 인근 낙농장에서  염소우유를 사다가 집에서 만든 요거트나 통밀 배아바 혹은 신선한 과일을 즐겼다. 오키프는 술을 별로 즐기지는 않았다. 커피는 케멕스(Chemex) 브랜드의 카라페로 만든 푸어오버를 좋아했다. 

 

조지아 오키프는 작품처럼 식습관도 시대에 앞서갔다. 오늘날 유기농, 슬로우푸드 운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https://www.okeeffemuseum.org/store/products/books-media/georgia-okeeffe/a-painters-kitchen-revised

 

 

#조지아 오키프의 키친 컨피덴셜 Georgia O’Keeffe's Kitchen Confident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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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b Lotz, Georgia O’Keeffe’s Abiquiu House, The Pantry, 2007. Georgia O’Keeffe Museum 

 

아키텍쳐 다이제스트(Architectural Digest) 잡지에선 키친의 디자인을 소개했다.  

미니멀리스트 오키프의 부엌은 넓고,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아비키우의 자택과 고스트 랜치(Ghost Ranch)의 키친은 언제나 질서정연했다. 선반에는 커 메이슨 유리병(Kerr mason jars), 르 크루제(Le Creuset) 주물 냄비, 데이지 아토믹 로켓(Dazey Atomic Rocket) 수동 얼음 분쇄기, 양념통 등이 테마별로 진열되어 있었다. 수프를 좋아했던 오키프는 선반에 미니 석기 수프 보울을 2단에 걸쳐 배치했다. 신선하게 과일을 갈아 마실 수 있는 쥬서기 프록터-실렉스(Proctor-Silex Juicit), 70년대 토스터, 요거트 제조기 일렉트로매틱 터모 컬트(Electromatic Thermo-Cult)도 비치했다.  

 

식사시간도 당연히 중요했다. 다이닝 룸도 미니멀리스트까지는 아니지만 심플했다. 흰색조의 합판 식탁이 있었고, 흰색의 민무늬 자기 그릇, 자연색이나 밝은 색의 짚 매트, 레이스가 달린 흰색 면 내프킨, 스테인레스 실버 포크나이프로 설정됐다. 식탁 위로는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랜턴이 달렸으며, 폴 맥콥(Paul McCobb)의 나무 의자가 자리해 있다. 사리넨(Saarinen) 대리석 커피 테이블 위엔  조각 한점이 놓여있으며, 오키프는 맥킨토시(McIntosh) 스테레오에서는 클래식 음악만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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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d Webb, Georgia O’Keeffe Pouring Tea, 1962/ CHEMEX Pour-Over Glass Coffeemaker

 

마가렛 우드는 오키프가 유쾌한 목소리와 웃음 소리를 지녔고, 매너는 세련되었으며, 말을 늘 신중하게 선택했다고 회고했다. 또한, 가수 조니 미첼(Joni Mitchell), 시인 알렌 긴스버그(Allen Ginsberg) 등 손님이 있을 때도 항상 자신을 식사에 초대했다고 밝혔다. 우드는 후에 언어병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책은 샐러드/수프/야채/메인디쉬/빵/곡류&시리얼/디저트/음료로 나누어서 오키프가 즐겨 조리했던 레시피를 소개했다. 대표적인 요리로는 레몬 치킨(Baked Chicken with Lemon), 민들레 매쉬드 포테이토(Mashed Potatoes with Dandelion Greens), 아몬드 수프(Almond Soup), 워터크레스 수프(Watercress Soup), 프레시 애플소스(Fresh Apple Sauce), 노르웨이 애플파이 케이크(Norwegian Apple Pie Cake), 아토믹 머핀(Atomic Muffins),일 플로땅트(Iles Flottantes), 피칸 버터볼 쿠키(Pecan Butterball Cookies) 등이다. 

 

 

#시대를 앞서간 웰빙, 유기농 예찬가 오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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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Dinner With Georgia O’Keeffe" (Assouline, 2017) by Robyn Rea

 

한편, 20년 후 뉴욕의 아트북 출판사 애슐린(Assouline)에서는 로빈 리아(Robyn Lea)의 '조지아 오키프와의 저녁식사: 레시피, 미술과 풍경(Dinner With Georgia O’Keeffe: Recipes, Art & Landscape, Assouline)'이 출간됐다. 2017년 브루클린 뮤지엄의 'Georgia O’Keeffe: Living Modern'전에 맞추어 나온 이 책에서는 조지아 오키프의 회화, 빈티지 사진과 함께 레시피와 음식 사진이 실려 있다. 호주 출신 저자 로빈 리아는 2015년 잭슨 폴락의 요리책 'Dinner with Jackson Pollock)을 출간한 바 있다. 

 

오키프는 동생 클라우디아에게 호두, 대추, 밀 배아, 양조용 효모 등을 요청했고, 이웃의 프란치스코회 수사신부들로부터 염소우유를 조달받아 요거트를 만들었다. 옥수수는 정원에서 따기 전에 물을 이미 끓이고 있어야 하며, 빵은 유기농 통밀을 갈아 집에서 만들었다. 허브도 정원에서 따다가 말려서 사용했다. 또한, '비타민 A 칵테일' '타이거 밀크(Tiger Milk)', 야채쥬스, 스무디(smoothie) 등 건강 음료를 집에서 만들어 즐겼다. 

 

조지아 오키프는 음식이 작품 제작을 향상시킨다고 믿었다. 아침식사는 창조적인 작업과 표현에 힘을 준다고 생각했다. 오키프는 화가 존 마린(John Marin)이 3점을 그린 날 "아침에 무엇을 먹었냐?"고 물어본 일화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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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Dinner With Georgia O’Keeffe" (Assouline, 2017) by Robyn Rea

 

이 책은 수프/메인코스/빵/ 팬케이크/와플/수플레/ 샐러드/ 사이드/ 드레싱/ 소스/ 스위트/ 트리츠/ 음료 등 50여종의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주목을 끄는 레시피는 러시아 스타일 보르쉬트 수프(Brightest Borscht with Sour Cream & Fresh Dill), 중국식 닭죽(Chicken Congee with Ginger and Fresh Herbs), 냉 요거트-오이 수프(Chilled Yogurt-Cucumber Soup), 가즈파초(New-Harvest Gazpacho), 헝거리 스타일 치킨 파프리카(Hungarian-Style Chicken Paprika), 멕시코 스타일 에그 프리터(Tortas de Huevos Tradicionales), 매쉬드 포테이토와 민들레 샐러드(Mashed Potatoes with Dandelion Greens), 가을콩 샐러드(Autumn Bean Salad), 모로코식 스파이시레몬 드레싱(Moroccan Spicy Lemon Dressing), 인도식 감자 카레(Sukhe Aloo), 디저트 이사도라(Isadora), 타이거 밀크(Tiger Milk), 비타민A 칵테일(Vitamin A Cocktail) 등이다.  

https://www.assouline.com/products/dinner-with-georgia-okeeffe

 

 

*'모던 패셔니스타' 조지아 오키프의 옷장@브루클린뮤지엄

*뉴욕 스토리: 조지아 오키프의 뉴욕 

*조지아 오키프 하와이 가다@뉴욕 식물원 

*조지아 오키프의 여동생 화가 아이다 오키프의 세계@달라스 미술관

*Making Modern: 오키프, 하틀리, 도브, 마스덴, 쉴러@보스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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