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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전설의 화가 조지아 오키프와 도예가 후안 해밀턴

Legendary painter Georgia O'Keeffe and ceramic artist Juan Hamil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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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colm Varon. Georgia O’Keeffe and Juan Hamilton at Ghost Ranch, 1977. © Georgia O’Keeffe Museum

 

1972년 산타페 고스트랜치의 은둔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가 여생의 동반자 존 해밀턴(John Bruce Hamilton)을 만났을 때 그녀는 84세, 그는 27세였다. 이혼한 빈털털이 도예가 청년 해밀턴은 어느나르오키프의 산타페 집 배관을 수리하는 친구를 따라갔다. 그날 밤 오키프는 배관 수선공이 자신에게 붇지 않고 친구를 데려온 것을 꾸중했다고 한다. 이후 해밀턴은 포니테일 머리로 오키프의 집에 난로를 설치하러 갔다. 

 

1973년 노동절 주말, 고스트랜치에서 잡일을 하던 해밀턴은 오키프의 뒷문을 두드리며 도울 일이 있냐고 물었다. 오키프는 없다고 말했고, 해밀턴은 떠나던 중이었다. 순간 오키프는 "잠깐만!. 배송 박스 포장하는 걸 도와줄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그날 58세 차이 오키프와 해밀턴의 운명이 시작됐다.

 

해밀턴은 1986년 오키프가 98세로 사망할 때까지 그녀의 조수, 비서, 운전수, 정원사, 편집자, 큐레이터,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해밀턴은 오키프의 자서전 'Georgia O'Keeffe'(1976) 집필을 도와주었으며,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오키프와 뉴욕, 안티과, 과테말라, 모로코로 여행할 때 동반했다. 소년시절을 남미에서 보냈던  존은 '후안(Jua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 후안은 그녀를 '미스 오키프'라고 불렀다. 이들의 관계는 스캔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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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by Myron Wood, Myron Wood, © Pikes Peak Library District, 002-9157.

 

후안 해밀턴이 2월 20일 산타페에서 79세로 숨을 거두었다. 뉴욕타임스는 후안 해밀턴 사망기사를 냈고, 산타페의 조지아오키프뮤지엄에서는 추모사를 웹사이트에 올렸다. 

 

후안 해밀턴은 1945년 달라스에서 태어났다. 교장이자 장로교 선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에콰도르, 콜롬비아, 베네수엘라에서 살며 '후안'으로 불리웠다. 엄마는 후안을 동네 도예방으로 데려갔고, 소년은 점토를 만지면서 놀았다. 고등학교 시절엔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와 뉴저지 글렌록에서 살았다. 미술가를 꿈꾸던 해밀턴은 네브라스카의 해이스팅스대에서 스튜디오아트를 전공한 후 캘리포니아의 클레어몬트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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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by Myron Wood, Myron Wood, © Pikes Peak Library District, 002-9784-14. 

 

해밀턴은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와 장 아르프의 영향을 받았다. 일본 여행과 뉴멕시코의 어도비 건축의 전통에서도 영향을 받아 점토와 청동 조각 작업을 했다. 1978년 해밀턴은 뉴욕의 로버트밀러 갤러리(Robert Miller Gallery)에서 전시했고,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과 가수 조니 미첼이 참석했다. 그의 작품은 메트로폴리탄뮤지엄과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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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Hamilton, Juan 11-17-84, 1984, bronze, 16 1⁄2 x 19 in. (41.9 x 48.3 cm) diam.,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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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Hamilton's works,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Collection

 

그가 오키프를 만났을 때 그녀는 시력을 잃어가며 붓을 놓았다. 해밀턴은 오키프가 다시 붓을 들도록 격려했다. 오키프는 수채화나 목탄화 작업을 했고, 도예도 시작했다. 1980년 해밀턴은 오키프의 집에서 만난 안나 마리 어스킨(Anna Marie Erskine)과 결혼해 두 아들을 두었다. 해밀턴 가족은 오키프의 '솔이 솜브라(Sol y Sombra)' 집에서 살았다. 이 저택은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립자 폴 알렌이 매입했으며, 2023년 1천5백만 달러에 매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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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napshot of O'Keeffe from Hamilton's personal collection. Sotheby New York (*오른쪽은 후안 해밀턴의 부인과 아들로 추정)

 

오키프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해밀턴 가족도 오키프와 함께 산타페의 병원 근처로 이사했다. 오키프는 1986년 3월 6일(미켈란젤로의 생일, 1475)로 세상을 떠났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자식이 없던 오키프는 해밀턴에게 4천만 달러 가치의 작품과 5천만 달러 상당의 재산을 남겼다.

 

그러나, 오키프의 친척들이 유언에 이의를 제기했고, 맨해튼의 아트딜러이자 유산 집행자였던 도리스 브라이가 고소했다. 오키프의 여동생 캐서린 클레너트(Catherine Klenert,1895-1987)는 법정 증언에서 해밀턴을 "떠돌이일 뿐(nothing but a tramp)"이라고, 록사나 로빈슨의 전기 '조지아 오키프: 인생'(1989)에서 친척들은 그를 "지골로(gigolo, 기둥서방)"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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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d Mang Jr., National Park Service. Georgia O’Keeffe with Juan Hamilton in Abiquiu Studio, 1979. Color photograph, 8 x 10. Georgia O’Keeffe Museum. Gift of The Georgia O’Keeffe Foundation. Courtesy of the National Park Service.

 

그러나, 미술 비평가 바바라 로즈(Barbara Rose)는 해밀턴이 "오키프의 연인이 아니라 그녀가 갖지 못했던 아들"이었으며, "오키프가 전적으로 신뢰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썼다. 1987년 해밀턴은 오키프의 마지막 그림 6점, 드로잉과 수채화 15점, 그리고 고스트 랜치에 있는 자택과 몇가지 품목과 저작권을 갖는 것으로 합의했다. 해밀턴은 상속받은 오키프의 작품 일부를 조지아오키프뮤지엄에 기부했다. 

 

이후 해밀턴은 가족과 호놀룰루와 마우이에서 살며 농장 조경에 몰두했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잊혀진 인물이었다. 해밀턴의 부인은 후안을 둘러싼 이야기가 너무나 과장되어 사람들이 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그는 점점 더 환멸을 느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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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theby New York, Alfred Stieglitz, Georgia O’Keeffe, Juan Hamilton: Passage, 7 February - 5 March 2020 • New York

 

후안 해밀턴은 재산을 노리는 사냥꾼이었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는 수십년간 오키프로부터 물려받은 작품과 잡동사니를 간직했다. 2020년 2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뉴욕 소더비(Georgia O'Keeffe: A Force of Nature)에 오키프의 사진, 주소록, 옷, 레시피 상자, 미술 용품 등과 안셀 아담스의 사진, 자신의 조각품 등 100여점을 판매해 1천720만 달러를 벌었다. 그러나, 오키프의 대부분 작품, 오키프 남편이었던 사진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판화와 브랑쿠시의 드로잉은 내놓지 않았다. 

 

말년에 해밀턴은 제대로 걷지 못했다. 그는 침대에서 종종 아내에게 오키프의 작품을 가져오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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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ia O’Keeffe. Georgia O’Keeffe and Juan Hamilton, Post 1973. color photograph, 3 1/2 x 4 3/8. Georgia O’Keeffe Museum. Gift of The Georgia O’Keeffe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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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colm Varon. Juan Hamilton at Ghost Ranch, Pedernal in Background, 1977. © Georgia O’Keeffe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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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ia O’Keeffe. Untitled (From a Day with Juan), 1976-1977. Oil on canvas, 48 x 72 1/4 inches. Georgia O’Keeffe Museum.

 

The Georgia O’Keeffe Museum Remembers Juan Hamilton
 
March 6, 2025
 
The Georgia O’Keeffe Museum has released the following official statement on the passing of Juan Hamilton:
 
The Georgia O’Keeffe Museum sends its deepest condolences to Anna Marie Hamilton, their sons, and the entire Hamilton family after the passing of Juan Hamilton.
 
A talented artist, Mr. Hamilton’s ceramic and sculpture works are in the collections of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the Smithsonian, and many others, including the Georgia O’Keeffe Museum.
 
After coming to New Mexico in 1973, Mr. Hamilton had an undeniable presence in Georgia O’Keeffe’s life. For 13 years, he became a companion both at home and in travel, a studio assistant, and a trusted administrator of O’Keeffe’s business affairs. He served as a special consultant to the Museum’s Board of Trustees since the Museum’s inception in 1997.
 
After her death, he became an ardent steward of her legacy, generously gifting many of O’Keeffe’s personal belongings to the Museum, which remain significant pieces of O’Keeffe’s story as an artist and a person. These objects and her story continue to inspire the thousands of people who visit the Museum and the Home & Studio in Abiquiú each year. Juan will be remembered as a dear friend of the Museum and our namesake artist.
https://www.okeeffemuseum.org/news/the-georgia-okeeffe-museum-remembers-juan-hamil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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