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뉴디렉터즈/뉴필름스 개막작 '친숙한 터치(Familiar Touch)' ★★★★☆
New Directors/ New Films, 4/2–13, 2025
2025 뉴디렉터즈/ 뉴필름스 개막작 '친숙한 터치(Familiar Touch)'
어느날 치매가 왔을 때...그녀는 무엇으로 사나? ★★★★☆
"Familiar Touch" directed by Sarah Friedland
할리우드는 왜 좋은 영화를 만들지 않고 있나? 수많은 수퍼히어로 영화들, 속편에 속편의 연속...할리우드가 액션과 코미디 등 오락물에 치중하는 영화 공장이 된지 오래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2023년엔 배우들과 시나리오 작가들의 파업으로 직격탄을 맞았었다. 이제 브로드웨이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관람객수를 회복했지만, 할리우드는 여전히 분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작품성 있는 휴먼 드라마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청춘의 로맨스가 아닌, 노년의 위기는 흥미로운 소재가 아니다.
그다지 멀지 않은 옛날옛적 마이크 라이델 감독의 '황금 연못(On Golden Pond, 1981)'과 브루스 베레스포드 감독의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Driving Miss Daisy, 1981)'같은 노년의 이야기도 만들었던 할리우드다. 헨리 폰다의 유작이 된 '황금 연못'은 뉴잉글랜드를 배경으로 사이 나쁜 딸 제인 폰다의 아들 덕에 부녀 관계를 회복하는 따뜻한 드라마였고,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아틀란타의 괴퍅한 노파 제시카 탠디와 그의 흑인 운전사 모건 프리먼의 우정으로 인종화합을 모색한 할리우드다운 작품이었다.
"Familiar Touch" directed by Sarah Friedland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와 뉴욕현대미술관(MoMA)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2025 뉴디렉터스/뉴필름스(New Directors/ New Films, 4/2–13)의 개막작 '친숙한 터치(Familiar Touch)'는 치매 노인의 요양원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았다. 치매 이야기는 할리우드 궤도가 아니라 독립영화여서 가능했을 것이다.
미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Association)에 따르면, 2025년 현재 7백만명의 미국인들이 치매(Dementia: 인지 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태)의 일종인 알츠하이머(Alzheimer's disease, 뇌의 신경세포 손상 및 기능 저하로 발생하는 치매의 한 종류)를 앓고 있으며, 2025년경엔 인구의 고령화로 약 1천3백만명이 치매 환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누구에게라도 닥칠 수 있는 병이 치매다.
"Familiar Touch" directed by Sarah Friedland
사라 프라이드랜드(Sarah Friedland) 감독은 할머니가 치매환자였고, 치매 예술가들의 간병인으로 일했기에 치매 환경에 친숙하고, 무용영화를 연출했기에 신체 언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데뷔작에서 그녀는 진심의 카메라(촬영 Gabe C. Elder)로 친밀하게 다가간다. 영화는 옷장을 오래 뒤지는 여인의 뒷 모습으로 시작한다. 우리도 일상에서 종종 하는 행동이다. 마침내 그녀는 옷을 찾아낸다. 그녀는 85세의 우아한 노인 루스 골드만(Kathleen Chalfant 분)이다.
루스는 키친에서 꼼꼼하게 연어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연어, 사워크림, 딜을 따서 다지지만, 토스트를 그만 식기 건조대에 끼운다. 그녀는 치매 환자다. 루스는 집에 찾아온 중년 남자 스티브(H. John Benjamin)에게 샌드위치를 대접한다. 루스가 첫 데이트 상대처럼 상냥하게 대한 스티브는 그녀의 아들이다. 이날 스티브는 엄마 루스를 요양원 벨라 비스타(Bella Vista)로 모시고 간다. 그녀가 전에 선택했던 곳이다.
낯설은 요양원에서 그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나는 자식이 없어요"라고 부인하면서도 과자 집게를 머리에 꼽은 노인에게 지적하고, 보르쉬트 수프 레시피를 또박또박 읊어대는 할머니다. 식당에선 메뉴를 기대하고, 식사가 맘에 들지 않았던 루스는 문득 키친으로 들어가 익숙하게 맛깔스러운 과일 샐러드를 만들어 요양원 환자들에게 제공한다. 그녀는 전직 요리사였다.
"Familiar Touch" directed by Sarah Friedland
루스는 대부분 맑은 정신이지만, 어쩌다가 기억 회로가 단절된다. 그녀는 집보다 너무나 불편한 요양원의 규칙을 넘나들며 자신의 정체성을 붙잡고자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돌보미 바네사(Carolyn Michelle 분)와 진료사 브라이언(Andy McQueen 분)과도 티격태격하다가 마침내 진심으로 통한다.
베테랑 배우 캐슬린 찰판트의 섬세한 연기와 요양원 실제 입주자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빛난다. '친숙한 터치'는 2024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미래의 사자상'과 오리종티 (Orizzonti/ Horizons-메인 섹션과 별도) 섹션의 최우수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뉴디렉터스/뉴필름스 상영 후 6월 20일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올해로 제 54회를 맞는 ND/NF엔 세계에서 장편 극영화 24편과 단편 9편이 상영된다. 이 영화제엔 박종원 감독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임순례 감독의 ‘세 친구’,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 김소영 감독의 ‘나무 없는 산’ 그리고 리 아이삭 정(미나리) 감독의 '문유랑가보' 등이 상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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