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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에 대한 주목할만한 시선 Un Certain Regard on Hallyu 

백범 김구의 소원과 마틴 루터 킹의 꿈

 

이 에세이는 2025년 5월 1일 출간 예정인 저의 책, '33 Keys to Understanding the Korean Wave: Beyond BTS, Parasite, and Squid Game (한국어 제목: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방탄소년단(BTS),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 2023년 6월 지성사 출간)'의 에필로그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타이틀 'Un Certain Regard'는 칸영화제의 공식 부문 중 하나로 독창적인 시선과 새로운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입니다. 

 

글: 박숙희 Sukie Park

 

*Un Certain Regard on Hallyu: Kim Koo’s Desire and Martin Luther King Jr.’s Dream

 https://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4148462&mid=Z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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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미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의 한국문화 진열장/ 백범 김구 선생. 

 

늘날 세계인들은 한국인들의 노래와 춤, 영화와 드라마에 흠뻑 빠졌고, 한국산 화장품과 패션, 한식과 사우나에 열광하고 있다. BTS,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 K-문학, K-클래식 음악, K-오페라, K-발레, K-골프, K-게임, K-음식, K-화장품.... 한국문화가 지구촌 곳곳에서 환영받고 있다. 

 

한류의 부상은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한 세기에 걸쳐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꿈을 꾸었던 두 인물의 이상이 교차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백범 김구(白凡 金九, 1876-1949) 선생과 인종차별에 비폭력으로 저항했던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 목사가 오버랩된다.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 소원과 꿈을 갖고 연설했던 두 인물이다.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두 사람은 국가의 진정한 힘이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니라 도덕적 상상력, 곧 문화를 통해 사람들을 고양하고, 연결하며, 영감을 주는 능력에 있다고 믿었다. 대륙과 투쟁의 차이 속에서도 이들은 공통된 진실을 공유했다. 인간의 존엄성은 타고난 권리이며, 문화는 그것을 가장 깊이 있고 오래 지켜내는 수호자라는 것이다. 이들의 이상은 오늘날에도 울려 퍼지며, 진정한 힘이란 지배가 아닌, 공감과 평화, 그리고 공유된 인간성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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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민족주의자이며 사해동포(四海同胞)주의자였던 백범 선생의 '내가 원하는 우리 나라'는 오늘의 한류를 예견한듯 하다. 1947년, 암살되기 2년 전 김구는 자서전 '백범일지( 白凡逸志) 중 '나의 소원'에 이렇게 썼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만 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김구, 백범일지(1947), '나의 소원' -

 

백범은 일제 강점기 이후 한국인들에게 철학적 비전을 제시했다. 그의 소원은 21세기 강력한 울림이 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마틴 루터 킹은 1963년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 연설을 했다. 킹 목사의 꿈은 #BlackLivesMatter 시대에서 도날드 트럼프 시대로 전환한 미국에서 더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하는듯 하다. 

 

"...친구들이여, 오늘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절망의 골짜기에서 몸부림치지 맙시다. 우리가 오늘과 내일 역경에 직면할지라도 저에겐 여전히 꿈이 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에 뿌리 깊은 꿈입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일어나서 "우리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자명한 진실을 지지한다"는 신조의 진실한 의미를 실현하며 살게될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저의 네 어린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으로 평가받게 되는 날이 오는 꿈이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I Have a Dream, 1963-

 

킹 목사의 꿈 역시 권력이 아닌 정의를, 지위가 아닌 영혼을 추구했다. 문화란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하고 차이를 축복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범과 킹 목사의 비전은 지금 전혀 다른 공간에서 메아리친다. K-Pop 공연장의 함성 속에서, 잔잔한 K-드라마의 감정선에서, 영화 '기생충'의 초현실적 상징성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흡인력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한류는 단순한 유행이 아닐 것이다. 한류는 인류의 창조성과 연결을 기념하고, 기쁨과 정의가 공존하는 자리를 만드는 신드롬이다. 

 

한류는 백범이 말한 문화의 치유와 고양의 힘을 구현한다. 킹 목사가 꿈꾸었던 피부색이 아닌 정신으로 평가받는 세계를 반영한다. 한류를 단지 한 국가의 성취가 아니라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소원이다. 고통 속에서 태어나고, 회복 속에서 성장하며, 희망을 타고 비상하는 이 비전은 불의 속에서도 인간의 영혼은 춤추고, 꿈꾸고, 창조한다고 말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피부색을 넘어서 재능으로 평가되며 자민족우월주의에 기초한 미 문화제국주의의 지도를 바꾸고 있는가? 그것은 한류가 지구촌에 가져온 선물이기도 하다. 한류는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글로벌 드림'을 꿈꾼다. 

 

 

한류: 글로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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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9일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 팀이 무대에 올라서 기뻐하고 있다. Image: ABC-TV 캡쳐

 

도국이지만, 분단되어 북으로 갈 수 없는 자그마한 섬같은 나라, 한때 전쟁의 상흔에서 고전했던 한민족이 오늘 지구촌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한국은 이제 회복력과 창의성의 세계적인 상징으로 떠올랐다.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 한국은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은 활화산처럼 활기차고 파괴적이며 혁신으로 가득 찬 도시,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부상했다. 서울은 언젠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피렌체, 19세기의 파리, 제 2차 세계대전 후 뉴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예술과 지성의 등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류는 더 이상 덧없는 유행이 아니다. 전 세계의 서사를 재편하고 있으며, 한국을 문화적 상상력의 중심에 올려놓고 있다. 한류라는 이름의 역동적이고 광범위한 변화는 비전과 창의성의 지속적인 힘을 보여준다. 전 세계적 연결을 통해 발전해 온 한류는 우리 시대의 문화적 리더십이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를 새롭게 그려낸다. 

 

한류의 의미는 오락이나 찬사를 넘어선다. 그 핵심은 화합, 공감, 그리고 표현이라는 가치를 반영한다. 과거 위인들의 소원과 꿈을 반영하는 한류는 국경을 넘어 조용히 퍼져 나가는 꿈이다. 지배가 아닌 상상력을 통해 세계문화를 재편성해온 한류의 여정은 계속된다. 

 

서울과 뉴욕에서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로서 한류를 목격해온 저널리스트로서 필자는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하고 싶다. 5월 5일 출간될 '33 Keys to Understanding the Korean Wave'는 오늘날 분열된 세상의 소음 속에서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되기를 희망한다. 

 

 

박숙희 Sukie Park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수료. 사진, 비디오, 영화 잡지 기자, 대우비디오 카피라이터, KBS-2FM '영화음악실', MBC-TV '출발! 비디오 여행' 작가로 일한 후 199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Korean Press Agency와 뉴욕중앙일보 문화담당 기자를 거쳐 2012년부터 뉴욕컬처비트(NYCultureBeat.com)를 운영하고 있다.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방탄소년단(BTS),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게임을 넘어서'(2023)과 '33 Keys to Understanding the Korean Wave: Beyond BTS, Parasite and Squid Game'(2025)를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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