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s in the City
2013.05.13 18:36
메트뮤지엄 루프가든 임란 쿠레쉬 바닥화 설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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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f Garden Installation by Imran Qureshi
우리가 잊고 사는 폭력의 피바다
May 14–November 3, 2013
임란 쿠레쉬는 메트뮤지엄 옥상을 캔버스로 붉은 물감을 붓고, 세밀화를 그려 우리시대 폭력을 고발한다.
지난해 여름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의 옥상은 놀이터를 방불케했다.
뮤지엄 방문객들은 단화를 신고 메트의 루프가든의 우주선 같은 ‘구름 도시(Cloud City)’에 거울에 반사되는 비경을 즐겼다. 아르헨티나 출신토마스 사라세노의 ‘구름 도시’는 테마공원의 놀이기구처럼 인기를 끌었다.
2010년 뉴욕의 더그와 마이크 스탄 형제가 루프가든에 설치한 '빅 뱀부(Big Bambu)'도 방문객들이 대나무 작품을 타고 올라가 스펙터클한 전망을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올해의 메트 루프가든에서는 그와 같은 동심에 빠지지 못할 것이다. 낭만의 놀이터는 없다.
대신 피바다 같은 꽃 봉우리와 이파리의 바닥 위를 거닐며 칵테일 블러드 메리(*루프가든의 칵테일 메뉴에 있다면…)를 마시는 것이 제격일지도 모른다.
이슬람의 통치 하에 있던 무굴제국의 세밀화가 임란 쿠레쉬 작품의 뿌리다. 쿠레쉬는 도이치뱅크 '2013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2013 메트뮤지엄 아이리스&B. 제랄드 캔터 루프가든의 설치작가는 파키스탄 출신 임란 쿠레쉬(Imran Qureshi)다.
5월 14일 공식 개막되어 11월 3일까지 소개될 임란 쿠레쉬의 설치작에는 별 다른 이름이 없이 ‘루프 가든 커미션: 이란 쿠레쉬의 설치작(Roof Garden Installation by Imran Qureshi)’일 뿐이다.
잭슨 폴락의 액션 페인팅과 무굴제국의 세밀화가 만났다. Photo: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Hyla Skopitz
쿠레쉬는 메트의 옥상 8000스퀘어피트를 캔버스로 피빛을 연상시키는 붉은색 물감을 흩뿌리고, 장식적인 꽃봉우리와 이파리를 세밀화로 그렸다. 때로는 잭슨 폴락의 액션 페인팅처럼, 때로는 무굴제국 세밀화가들의 기법으로 옥상 바닥을 도배했다.
서쪽으로는 센트럴파크의 우거진 숲과 센트럴파크웨스트의 아르데코 빌딩 스카이라인, 그리고 남쪽으로는 미드타운의 모던 스카이라인의 스펙터클한 전망을 병풍으로 한 임란 쿠레쉬의 바닥화 작업은 무엇을 의미할까?
쿠레쉬의 붉은 물감과 작은 붓은 이 시대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력성에 대한 야유다. Photo: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Hyla Skopitz
녹음의 자연과 대조적으로 쿠레쉬의 붉은색 꽃잎들은 지구촌 곳곳 폭력으로 난무하는 세상에 대한 회화적 진술이다.
우리가 즐기고 있는 자연과 문명의 땅바닥에는 푸른 하늘과 대조적인 사람들의 피가 서려있다. 그의 붉은 회화는 총기 사건으로 얼룩진 미국의 초상일지도 모른다.
쿠레쉬는 붓질 하나하나를 통해 바닥에서 외치고 있는듯 하다. “절대로 이 세상의 구석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을 잊지 마세요!”
피로 얼룩진 옥상과 자연의 섭리. Photo: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Hyla Skopitz
하지만, 센트럴파크의 녹음과 옥상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을 보노라면, 죽음 대신 삶, 절망 대신 희망, 비극 대신 해피 엔딩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쿠레쉬는 자신의 붉은 꽃망울에서 희망을 노래한다.
그래서 쿠레쉬의 메트 루프가든 설치작은 놀이공원의 쾌락주의나 데이트 장소로서의 로맨티시즘과는 저 멀리 떨어진,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메트의 루프가든 카페에선 오전 10시부터 뮤지엄 폐관시간까지 샌드위치, 스낵, 디저트, 커피(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아이스티, 와인 비어 등을 판매한다. 칵테일 바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오후 5시 30분-8시)에 서비스한다.
☞Imran Kureshi
1972년 파키스탄 하이데라바드에서 태어났다. 이슬람 영향권 하에 있던 16세기말 인도 무굴제국의 세밀화 전통과 현대 미학을 통합한 스타일로 파키스탄 현대미술의 선봉에 섰다.
1993년 라호어의 국립미술대학교에서 미술을 전동한 후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2011년 아랍권 미술전인 샤자 비엔날레(Sharjah Biennial)에 피빛 꽃무늬 설치작 ‘내 사랑의 육지에 축복을(Blessings Upon the Land of My Love)’로 수상했다. 2013년 도이치은행에 의해 ‘올해의 작가’로 베를린의 도이치뱅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