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Contemporary Artists
2013.02.18 23:59
브루클린뮤지엄 엘 아나추이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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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소리없는 아우성에 귀를 기울여라
El Anatsui 'Gravity and Grace'
2/8-8/18, Brooklyn Museum
Earth's Skin, 2009, Aluminum and copper wire, 177 x 394 in. Photo: Sukie Park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세계 미술사에서 소외되어 왔다.
아프리카는 아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대륙이며, 인구도 10억이 넘는 거대한 땅 덩어리다. 아프리카엔 54개국이 있지만, 아프리카 대륙 자체가 한 국가처럼 패키지로 다루어져 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다시 선택한 미국, 노예해방을 주제로 한 할리우드 영화 ‘링컨’과 ‘장고 언체인드’가 경합하는 할리우드, 뉴욕의 뮤지엄에서도 현존하는 아프리카 작가를 초대할 시기가 온 것이다.
브루클린뮤지엄(Brooklyn Museum)이 조각가 엘 아나추이(El Anatsui)를 조명하는 특별전 ‘중력과 축복(Gravity and Grace: Monumental Works by El Anatsui)’을 2월 8일부터 8월 18일까지 연다. 원래 8월 4일까지였으나 2주 연장됐다.
Peak, 2010, Tin and copper wire, Three sections(중앙), Gravity and Grace, 2010, Aluminum and copper wire(오른쪽).
1944년 가나에서 태어나 나이지리아에서 활동하는 엘 아나추이는 서양의 개념 미술과 동 떨어진 작품을 추구하는 조각가.
병뚜껑을 소재로 한 대형 설치작으로 유명해진 엘 아나추이가 뉴욕 뮤지엄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이미 베니스 비엔날레(1990, 2007)와 광주 비엔날레(2004)에서 소개된 바 있다.
브루클린뮤지엄의 ‘중력과 축복’전에는 30여점의 금속과 목재 조각, 그리고 드로잉이 선보인다.
▶전시일정: 2월 8일-8월 4일
▶브루클린뮤지엄: 200 Eastern Parkway, Brooklyn. www.brooklynmuseum.org.
Gli (Wall), 2010, Aluminum and copper wire, Five pieces. SP
엘 아나추이의 작품 세계
Ink Splash, 2010, Aluminum and copper wire. SP
▶쓰레기에서 조각으로: 엘 아나추이는 쓰레기 하치장에 버려진 진, 럼, 위스키 병뚜껑을 모아 두드려 펴고, 꼬아서 연결해 대형 설치작을 제작하고 있다. 말하자면, 리사이클링 작품이다. 아나추이에게 쓸모 없는 것이란 없다. 그는 가장 값싼 오브제로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고, 대작을 만든다. 아나추이는 "싼 재료를 쓰면 미술가로서 ‘자유’를 얻는다"고 다큐멘터리에서 밝혔다.
Red Block, 2010, Aluminum and copper wire. SP
▶금속에서 섬유로: 병마개(bottle caps)라는 알루미늄 금속은 아나추이의 손에 의해 부드러운 실과 천처럼 변형이 된다. 모자이크 병마개들은 조각보와 퀼트처럼 이어져서 주름까지 만든다. 작고 단단한 것이 모여지면, 커다란 부드러움으로 승화하고 있다. 아나추이의 작품은 관람자를 명상에 빠지게 만든다. 세포에서 인간, 사회, 그리고 군중의 파워를 느끼게 하는 작품의 힘이다.
Ozone Layer, 2010, Aluminum and copper wire(뒤), Peak, 2010, Tin and copper wire(왼쪽). SP
▶가까이서, 멀리서: 엘 아나추이의 대형 조각은 멀리서, 그리고 가까이서 감상하며 다른 감동을 받게 된다. 멀리서 그것은 천정에서 바닥까지 이어지며 황금처럼 빛나는 대형 추상화다. 빨강, 노랑, 은색, 황금색이 어우러져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그 무늬는 지도처럼 보이거나, 우리 마음의 상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줌-인해서 클로즈업하면, 금속에 새겨진 Bakassi, Chelsea, Dark Sailor, Ebeano, King Solomon, Makossa, Top Squad 등 양주의 브랜드를 읽을 수 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어디서 누군가가 즐겁거나, 슬퍼서 마셨을 법한 술이다.
detail.SP
▶식민지 역사의 흔적: 1471년 아프리카 서해안의 황금해안(Gold Coast, 구 가나)에 포르투갈인들이 들어왔다. 이들은 황금을 도굴하면서 엘미나 성을 건설, 황금해안을 식민지화한다. 이때부터 금과 노예 장사에 뛰어들어 럼주와 총을 거래하기 시작한다. 무역이 번창하자 영국, 네덜란드, 프러시아, 스웨덴 무역업자들도 '황금 해안'에 몰려왔다. 그리고 열강들끼리 본격적인 노예 무역장사로 떼돈을 벌게된다.
영국인들은 1874년 가나의 부족 아샨티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황금해안을 식민지 소국으로 만들었다.
1957년 황금해안은 '가나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 중 최초로 독립한 나라가 된다.
detail. SP
그래서 위스키 병뚜껑은 아프리카 식민지의 슬픈 역사를 함축하고 있다. 양주 뚜껑은 그들의 눈물이 머금은 흔적일 것이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가나 출신인 엘 아나추이는 그 슬픔을 고이고이 접어서 꿰맸다. 그리고, 작품으로 아프리카의 부활을 상징화하게 된다.
신문지를 재활용한 조각 'Waste Paper Bags'에도 아프리카의 분쟁 뉴스로 얼룩져있을 신문을 거대한 종이 백으로 포용하고 있다.
Waste Paper Bags, 2004- 2010, Aluminum printing plates, paint and copper wire
☞엘 아나추이 El Anatsui(1944-)
가나(Ghana)의 아냐코에서 태어나 쿠마시의 과학기술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75년부터 나이지리아 은수카(Nsukka)의 나이지리아대학교에서 가르쳤으며, 은수카 그룹에서 활동했다.
조각가로서 초기에는 진흙과 나무를 그을려서 가나인들의 신앙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제작했다. 1980년대 매사추세츠의 커밍턴커뮤니티에서 거주 작가를 지내면서 드릴과 전기톱을 작품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 버려진 병뚜껑을 소재로 천 느낌의 대형 설치작으로 주목을 끌었다. 1990년과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했으며, 2004년엔 광주 비엔날레에 작품을 소개했다.
뉴욕엔 첼시 하이라인파크 인근에 ‘Broken Bridges II’가 설치됐으며, 런던의 로얄아카데미 외부와 암스테르담에도 설치작을 제작 중이다.
Gravity and Grace, 2010, Aluminum and copper wire. SP
@The Met Museum
엘 아나추이의 작품을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서도 볼 수 있다. 2층 컨템포러리갤러리를 들어서면, 아나추이의 대작
'Dusasa II'(2007)을 만나게 된다. Photo: Sukie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