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밀포드, 펜실베니아/ Milford, PA
경관이 좋기로 이름난 루트 6와 209이 지나는 밀포드엔 오토바이족들이 이어진다.
뉴욕에서 70마일 떨어진 밀포드(Milford)는 포코노 가는 길 뉴저지를 지나면 바로 닿는 곳에 자리한 펜실베니아 타운이다. 굳이 자동차를 타지 않고, 버스로도 갈 수 있다. 맨해튼 시외버스 터미널 포트 오소리티에서 버스를 타면 2시간쯤 걸린다.
남북전쟁 때부터 부자들의 리조트 타운이었던 밀포드는 빅토리아 양식의 집들과 골동품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고요한 마을이다. 2007년 여행 전문서 ‘아서 프로머(Arthur Frommer)’에서 펜실베니아의 톱 10 멋진 작은마을(Ten Coolest Small Town)에 2위로 선정했다는 밀포드의 매력은 무엇일까?
#1. 호텔 포셰르 Hotel Fauchère
호텔 포셰르
뭐니뭐니해도 지금 밀포드의 스타는 호텔 포셰르(Hotel Fauchère)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텔 포셰르는 2013년 세계 럭셔리 호텔과 레스토랑 협회 '를레&샤토(Relais & Châteaux)' 에 오른 미 호텔과 식당 34곳 중 하나다. 레스토랑으로는 퍼 세, 장 조지와 다니엘이 올라있으며, 호텔로는 리처드 기어가 운영하는 업스테이트 뉴욕의 베드포드 포스트 인(Bedford Post Inn) 이 선정됐다. 체인 호텔은 를레&샤토에 끼지 못한다.
그렇다고 호텔 포셰르가 어마어마한 럭셔리 호텔은 아니다. 역사와 함께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만족시켜주는 식당을 갖춘 우아한 부티크 호텔이다. 휴양지로 유명했던 밀포드의 호텔 포셰르엔 앤드류 카네기와 헨리 포드, 찰리 채플린에서 프란츠 리스트, 매 웨스트 등 유명인사들이 거쳐갔다.
이 호텔의 원래 주인은 스위스 출신 요리사 루이 포셰르(Louis Fauchère)였다.
15살 때 요리를 시작해 스위스의 호텔에서 수련했던 루이 포셰르는 28세에 뉴욕으로 건너와 델모니코(Delmonico’s)에서 마스터 셰프로 일했다. 1820년 월스트릿 인근에 오픈한 델모니코는 고급 요리를 제공한 미 최초의 레스토랑으로 델모니코 스테이크, 랍스터 뉴버그, 에그 베네딕트 등 메뉴를 창조해냈다.
라운지의 그림
1867년 포셰르는 밀포드로 이주, 아내 로잘리의 친척이 소유한 ‘프렌치 호텔(The French Hotel)’이라 불리우는 살롱(바)를 인수한다. 겨울엔 뉴욕에서, 여름엔 휴양지로 이름난 밀포드에서 호텔과 식당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포셰르는 이 살롱을 이탈리안 양식으로 개조해 1880년 24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 포셰르’를 오픈한다.
요리사로서 완벽주의자였던 루이 포셰르의 성격은 괴퍅해 ‘미치광이 프랑스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그의 창의적인 요리는 유명인사들을 끌기에 충분했다. 1893년 루이 포세르가 사망한 후 딸 마리 포셰르 티쏘가 운영하다가 1976년 팔게된다. 이후 호텔 문은 닫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듯 했다.
라운지
1997년 출판재벌 션 스트럽이 호텔 포셰르를 매입, 5년간 650만 달러의 공사비를 들여 모던하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개조했다.
호텔 포셰르엔 허드슨강 학파의 풍경화가 걸려있으며, 이탈리안 프레테(Frette) 침대보, 키엘(Kiehl’s) 목욕용품, 에스프레소 머신이 마련되어 있다. 키엘의 대표가 포셰르 단골이었다고.
투숙객에게 제공하는 델모니코 룸에서의 콘티넨탈 브렉퍼스트.
호텔 포셰르는 자그마한 부티크 호텔이지만,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하고 있다.
델모니코 룸(Delmonico Room)에서는 테이스팅 코스를 제공하며, 아침식사와 브런치도 즐길 수 있다. 게스트에게 제공하는 델모니코의 브렉퍼스트도 근사하다. 홈메이드 요거트, 옆의 빵집 '파티써리 포셰르'에서 만드는 머핀과 크롸쌍, 그레이프프룻 부륄레(Half a Brûléed Grapefruit)가 감미롭다.
바 루이
지하의 바 루이(Bar Louis)에선 홍합, 참치 샌드위치, 돼지갈비, 크랩 케이크, 샐러드, 데빌즈 에그 등이 모두 맛있다.
패티오로 나와 흔들 의자에서 와인 한 잔을 즐겨도 좋다. 바 루이는 말과 꽃을 주제로 한 흑백/컬러 사진의 모던한 인테리어에, 바 뒤엔 앤디 워홀이 존 레논의 뺨에 키스하는 사진이 걸려있다.
포셰르에 이틀간 머물고 와서 후회한 것은 참치를 올린 스시 피자(sushi pizza)를 시도하지 못한 것. 다음에 밀포드에 갈 기회가 있다면, 꼭 바 루이에서 그 유명하다는 스시 피자를 시도해봐야할듯. http://www.hotelfauchere.com
한밤중의 호텔 포셰르
#2 그레이 타워 Grey Towers
뉴포트(로드아일랜드)에 가면, 브레이커스나 마블하우스 등 맨션 투어가 필수이듯, 밀포드에서는 그레이 타워 투어가 필수. 가볍게 등산해서 맨션을 투어하기 좋다.
그레이 타워
그레이 타워는 미 삼림청의 창립자이자 두차례 펜실베니아주지사를 지낸 기포트 핀숏(Gifford Pinchot)의 부모 제임스와 메리 핀숏의 별장이었다. 제임스 핀숏은 벽지 사업가로 돈을 벌었다.
규모가 102 에이커에 이르는 그레이 타워는 프랑스 출신 핀숏 가문은 델라웨어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프랑스 양식의 병장을 지었다. 1963년 핀숏 가문은 삼림청에 그레이 타워를 기부했고, 1966년 미 사적지구로 등재된다.
그레이 타워 내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3년 9월 그레이 타워를 방문했으나, 2개월 후 텍사스에서 암살됐다. 메모리얼데이부터 10월 말까지는 맨션 투어도 할 수 있다. 4월 방문했을 때 투어 시즌은 아니었지만, 마침 친절한 가이드가 약식 투어를 해주었다. 아직 봄이라 앙상한 나무들이 많았다. 여름과 가을엔 풍경이 더 좋다고. http://www.greytowers.org
#3 칼럼스 뮤지엄(The Columns Museum)의 링컨 성조기
칼럼스 뮤지엄은 에이브라함 링컨 최후의 날 그의 머리를 감쌌던 성조기가 소장된 뮤지엄이다.
어떻게 워싱턴 D.C.에 있던 성조기가 펜실베니아주 밀포드까지 왔을까?
1865년 링컨은 워싱턴 DC의 포드시어터에서 ‘우리의 미국인 사촌(Our American Cousin)’이라는 연극을 보던 중 저격당했다. 그때 스테이지 매니저가 국기로 피가 흐르는 링컨의 머리를 감쌌고, 성조기를 다시 찾은 후 그가 ‘우리의 미국인 사촌들’의 주연이었던 딸에게 주었고, 딸은 밀포드로 이주한 후 외동 아들에게 유산으로 남겼고, 아들이 밀포드가 소속된 파이크카운티역사협회, 칼럼스 뮤지엄에 기증한 것.
칼럼스 뮤지엄은 1904년 뉴저지 호보켄의 데니스 맥로클린의 여름 별장이었다. 건축가 찰스 폴이 그리스 리바이벌 양식으로 설계, 24개의 방이 있는 별장의 둥근 포치에 서있으면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호텔 포셰르에서 50미터쯤 떨어져있다. 608 Broad St. 570-296-8126.
링컨룸
옛날 미장원 파마 기구도 있다. 고문장치처럼 보이지만...
#4 골동품 & 헌 책방 구경하기
영화인과 작가들도 밀포드에 몰려들었다.
무성영화 시대의 거장 D.W. 그리피스가 무성영화 ‘제보자(The Informer, 1912)’를 찍던 곳이기도 하다. 메리 픽포드, 릴리안 기쉬, 라이오넬 배리무어가 이곳에 머물렀다.
또한, 1956년엔 이곳에서 집필하던 공상과학(SF) 작가들 모여 첫 워크숍이 밀포드에서 열리기도 했다.
-밀포드 앤틱 Antiques of Milford
밀포드의 메인스트릿인 브로드 스트릿의 골동품 건물. 중국, 독일, 미국 골동품과 현대미술품도 있다. 어느 상인은 소프라노 조수미씨의 CD를 듣고 있었다. 216 Broad St.. 570-296-4258.
골동품 상회 건물
골동품 가게
-피어앨리 도서&판화 Books & Prints at Pear Alley
빌 클린턴 대통령이 밀크셰이크를 들고 경호원과 들어와 40분간 몇권의 책을 골라갔다는 서점.
중고서적치곤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쾌적하게 둘러보기 좋다. 빌 클린턴 방문 기사가 벽에 걸려있다. 액자로 걸어두기 좋은 판화, 3달러짜리 포장된 깜짝 미니 추리소설도 판다. 주인의 견공들도 손님을 반긴다. 220 Broad St. 570-296-4777.
헌책방
헌책들보다 미니 책꽂이를 사고 싶었지만, 비매품.
#5 빅토리안 주택 & 고목 셀프 투어
1733년부터 오늘까지 밀포드의 주택양식과 고목을 돌아볼 수 있는 가이드 지도가 브로드 스트릿 골동품가게 입구에 놓여있다. 이 지도를 들고 이 거리, 저 거리의 집과 나무들을 구경할 수 있다.
세인트패트릭처치의 스테인드글래스
#6 먹거리 Where to Eat in Milford?
-바 루이(Bar Louis) @호텔 포셰르 (Hotel Fauchère)
지하의 바 루이(Bar Louis)는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인기 메뉴 스시 피자, 크랩케이크 샌드위치 등을 즐길 수 있다. 호텔 옆의 빅토리안 하우스에 포세르 제과점(Pâtisserie Fauchère, 570-409-1246)에서 갓구어낸 크롸쌍, 머핀 등을 판다. 401 Broad St. 570/409-1212.
Crabwich(크랩 샌드위치) 사프론 홍합과 벨기에 맥주 쉬메이 & 오발
치킨 팟 파이(Hen Keeper's Pie) 타이 스타일 갈비 구이
-블랙 베어 카페 Black Bear Cafe
yelp의 리뷰가 좋아서 체크해두었던 멕시코 식당. 곰이 서있는 길가 안쪽의 판잣집같은 식당이 석연치않아서 고민하던 중 이 마을의 두 젊은 커플이 테이크 아웃해가면서 "맛집"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들어가본 결과 '뉴욕에서 가본 멕시칸 식당들보다 더 맛있는 곳'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특히 과카몰레의 아보카도가 신선하고, 부드러웠다. 치킨, 비프, 돼지고기 콤보 엔칠라다 (Puebla de Noche)도 환상적. 305 E Harford St. 570-409-6300.
과카몰레와 옥수수칩 콤비네이션 엔칠라다
-워터휠 카페 Waterwheel Café
물레방앗간을 개조한 식당 워터휠 카페는 베트남과 미국 요리 전문이다.
정어리 반미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의외로 맛이 있었다. 방앗간도 구경하고, 야외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150 Water St. 570-296-2383.
정어리 샌드위치(반미)
-프레타 이탈리안 델리 Fretta’s Italian Food Specialties
뉴욕에선 리틀 이태리의 디 팔로(Di Palo’s)나 브루클린 캐롤가든의 카푸토(Caputo’s)에서 종종 먹거리를 사지만, 밀포드에도 그 수준의 델리가 있었다.
1906년 오픈했다니 100년이 넘는 델리. 프레타 이탈리안 푸드 스페셜티에서 구경하다가 즉석으로 옆 테이블에서 피크닉을 했다.
경관이 좋은 도로 루트 209와 인근인 밀포드엔 오토바이족, 이지 라이더(Easy Riders) 들이 종종 지나가며, 이곳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쉬어가기도 한다. 223 Broad St. 570-296-7863.
프레타 피크닉
-밀포드 데어리 바 Milford Dairy Bar
브루클린 아이스크림 팩토리 인근에 산다고, 최고의 아이스크림을 즐긴다고 자부했건만 그것은 뉴요커로서의 자만심이었다.
주유소 근방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집 밀포드 데어리 바에서 추천해준 초콜릿 칩과 티라미수 아이스크림을 맛본 후에 깨달은 것. 307 West Harford St. 570-296-6337. http://milforddairybar.com
밀포드 거리의 악사들
그레이 타워 입구의 '애플 밸리' 사인을 단 나무할매(왼쪽부터). 블랙 베어 카페의 곰돌이, 블랙베어 영화제가 열리는 밀포드 시어터의 돌조각. 지난해 록펠러센터에 전시됐던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