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넛, 마카롱 열풍 다음의 히트 디저트? 카눌레(Canelé)에 중독되다
Canelés of Bordeaux
보르도에서 태어나 뉴욕에 상륙한 카눌레
나는 '카넬레', 미국인 친구는 '카나~알리', 셀린느는 '까눌레'~
요즈음에 홀딱 반한 카눌레(Canelé), 내키는대로 불러주세요.
카눌레는 은쟁반 위에서 더 빛을 발한다. 올 3월 세인트바트교회에서 열린 보르도 시음회에 게스트로 출연하다.
미니어처같은 앙증맞은 프렌치 디저트 카눌레(canelé).
처음 맛본 곳은 프랑스 제과점이 아니라 파리 바게뜨(Paris Baguette) 타임스퀘어점이었다. 2년 전 타임스퀘어에 입성한 한국 제과점 파리 바게뜨에 들렀다가 맛보려고 집어든 것이 미니어처같은 페이스트리, 탄듯한 갈색에 이름도 생소한 카눌레. 이탈리안 디저트 카놀리(cannoli)가 아니다. 프랑스에선 '카눌레'라고, 미국인들은 '카나알~리'라고 한다.
2013년 60스트릿 바스티유 축제에 나온 카눌레 바이 셀린(Canelés by Céline). 너무 작아서 무료 샘플로 착각하기 쉬웠다.
생각해보면, 최근 몇년 7월 맨해튼 60스트릿에서 열리는 바스티유 데이(Bastille Day) 축제에서 본 적이 있는 페이스트리였다. 다크 브라운색에 겉은 딱딱하지만, 쫄깃쫄깃하며, 약간 탄듯한 맛이 나지만, 속은 부드럽고 촉촉한 커스터드가 감미로운 카눌레, 한 입에 쏙 넣으면 너무 아쉬워 두번에 나누어 야곰야곰 먹게된다.
버르디 갈라 2015
카눌레를 더 잘 알게된 것은 지난 3월 파크애브뉴의 세인트바트 교회에서 열린 보르도 와인 시음회 BurdiGala에서였다.
입구에 빈티지별 보드도와 치즈, 햄 등 테이블이 있었고, 건너편엔 카눌레가 은쟁반에 가지런히 앉아 있었다. '셀린이 만드는 카눌레(Canelés by Céline)'라는 제과점에서 선보인 카눌레. 알고 보니 카눌레는 보르도에서 태어난 페이스트리였다.
보르도의 수도원에서 태어났지만, 와인보다는 커피, 코냑과 잘 어우러진다. 올 봄 세인트바트 교회 보르도 시음회에서.
그날 바닐라, 카라멜, 피스타치오, 트러플, 초콜릿 카눌레 트러플의 맛을 본 후 딱딱하며 쫄깃쫄깃한 겉과 부드럽게 촉촉한 속의 맛(이중성)에 반했다. 외유내강이 아니라 외강내유형의 디저트. 크렘 브륄레(Crème brûlée)와 맛은 유사하지만, 생김새도 식감도 다르다. '휴대용 크렘 브륄레(portable creme brulee)'로 불리우기도 하는 카눌레를 처음 먹을 때는 그 진미를 알아채기 어렵다. 야곰야곰 씹으면서 음미하다보면, 어느새 중독되어 간다.
앙증맞게 작은 사이즈가 디저트나 오후에 커피 혹은 차와 함께 마시면 좋다. 그런데, 아침 식사로도 그만이다. 파스텔조의 마카롱도 좋지만, 무언가 품격있는 페이스트리라고나 할까. 그러나, 동상이몽? 보르도와 함께 먹을 필요는 없다.
http://canelebyceline.com
얼마 전 한인타운 정관장 홍삼숍이 개조 후 G카페(315 5th Ave).도 오픈했다.
홍삼정을 사는데, 상냥한 판매사원이 제과점 홍보를 열심이었다. 한인 페이스트리 셰프가 맛난 케이크를 매일 키친에서 만든다고, 카눌레가 보이길래 그것도 직접 만드냐고 물었더니, 카눌레는 사온다고 했다. 어퍼이스트사이드냐?고 물으니, '어떻게 알았냐?며 맞다는 것. 바로 '카눌레 바이 셀린'에서 가져온 것이다.
카눌레 트리는 럭셔리. Canelés by Céline
카눌레를 아무나 잘 만드는 것은 아닌듯 하다.
뉴욕의 페이스트리 지도를 보자. '컵케이크의 여왕' 마그놀리아의 우세 속에서 춘추전국 시대를 맞은 컵케이크 부티크들, 크로넛 히트로 스타가 된 도미니크 안셀 베이커리, 나 홀로 크레이프 케이크로 수퍼 스타가 된 레이디 M 여사, 그리고 프랑스 베이커리 라이벌(메종 카이저/프랑소아 페이야르 베이커리/FPB)과 프랑스 제과 체인 피낭시에 등의 무혈전쟁이다. 이 틈에서 셀린(Canelés by Céline)은 분명 카눌레로 등장한 신데렐라다. 메종 카이저도, 프랑소아 FPB도 카눌레는 없다.
1애브뉴 82스트릿을 돌면...
얼마 전 디스카운트 쿠폰(그루폰)을 갖고 카눌레 바이 셀린(Canelés by Céline)을 찾아갔다.
어퍼이스트사이드의 1애브뉴 인근이니 머나먼 길이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 정문에서 걷는다면, 5애브뉴-매디슨-파크-렉싱턴-3-2-1애브뉴까지 무려 5개의 애브뉴를 지나야 한다. 86스트릿에서 버스를 타는 편이 낫다. 맨해튼 횡단하며 애브뉴를 걷는 것은 어쩐지 고역이다. 그루폰이 아니었다면, 갔을까?
Canelés by Céline, 바닐라, 럼, 카라멜, 라스베리의 맛이 일품이다.
카눌레의 다양한 맛
그루폰의 장점은 할인도 파격적이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바닐라, 초콜릿, 카라멜, 럼, 블루베리, 라스베리, 그리고 빅 사이즈 카눌레까지. 집에서 아침으로, 저녁 후 디저트로 며칠 동안 줄기차게 먹을 수 있었다. 보르도에서 태어났지만, 카눌레는 보르도 와인보다 커피나 코냑과 잘 어울린다.
문제는 카눌레는 만든지 2-3일 지나면, 바삭했던 겉도 촉촉해진다는 점이다. 카눌레는 만든지 이틀 안에 먹는 것이 좋다.
며칠 후 겉까지 부드러워지면 오븐에 넣고, 365F도에 5분 구운 다음 식혀서 냉동실에 5분간 넣었다가 꺼내거나 실온에서 15분 지난 후 먹어야 제맛이 난다는 것. 그러나, 이 과정이 복잡하니, 이틀 내에 다 먹는 것이 더 좋다.
올해도 바스티유 축제에 나왔다. 바스티유데이 디스카운트 스페셜 박스(15개/$20)는 동이 났다.
머나먼 1애브뉴@82스트릿까지 가기는 고역이다.
12일 60스트릿 바스티유 데이 축제에 나온 '카눌레 바이 셀린'에서 바스티유데이 스페셜 15개 디스카운트 박스($35->$20)을 찾았다. 그런데, 끝날 무렵이라서 라스베리는 없어서 아쉬웠다. 남은 바닐라, 카라멜로 박스 하나를 사왔다.
오,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
아침식사로 커피와 카눌레 3개면 족하다. 카눌레 생각이 날 땐 K-타운 홍삼정의 G카페에 가도 되니 즐겁다.
카눌레의 역사 History
바닐라, 럼, 카라멜, 라스베리 카눌레가 특별히 맛있다.
17세기 보르도 지방의 한 수도원에서 탄생했다. 보르도의 와인메이커들은 달걀 흰자로 불순물을 걸러왔다. 남은 노른자를 수도원에 기부했고, 밀가루, 버터를 넣어 심플하게 만든 디저트로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나누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100여년 후 카눌레가 보르도의 인기 디저트가 되면서 '카눌리에르(canaulier)'로 불리우는 공예가들이 청동 몰드를 만들어 카눌레가 지금의 모형이 됐다. 20세기에 이르러 이름없는 한 요리사가 카눌에 레시피에 바닐라 빈과 럼주를 첨가하면서 맛이 업그레이드되었고, 마침내 파리까지 카눌레가 알려지게 된다.
청동으로 만든 카눌레 몰드가 부티크에 진열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름진 틀(mold). 청동 카눌레 몰드에 왁스칠로 코팅해야 크런치한 겉도 살고, 빼기도 쉽다.
카눌레와 잘 어우러지는 것은 와인보다 에스프레소같은 진한 커피. 절반으로 잘라서 카라멜 소스를 뿌려 먹어도 좋다.
Canelé by Céline
변호사에서 카눌레 셰프로 변신한 셀린. 2015 바스티유 데이 축제에서.
2009년 파리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셀린은 스타 요리사 장-조지 봉거리첸을 만나 인생을 바꾸었다.
봉거리첸이 그녀가 만든 카눌레가 맛있다며,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물었기 때문이다. 몇달이 지난 후 셀린느는 요리를 늘 가르쳐온 아버지의 피와 열정을 살려 카눌레 회사를 차리게된 것.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자그마한 카눌레 부티크에선 피낭시에와 마카롱도 팔고 있다.
Canelé by Céline
400 East 82nd St, New York, NY
646-678-4124 http://canelebyceline.com
카눌레의 사촌? 포르투갈 디저트 '파스테이스 데 나타'
리스본의 어느 베이커리에서 바삭한 타르트와 촉촉한 에그 커스터드의 조화. 파스테이스 데 나타.
카눌레의 맛은 크렘 브륄레와 유사하나 휴대하기 편해서 '휴대용 크렘 브륄레(portable creme brulee)'로도 불리운다.
어찌 보면 카눌레는 포르투갈의 대표 디저트 파스테이스 데 나타(Pasteis de Nata, Custard Tarts)와 유사한 맛이다. 달걀 노른자에 헤비 크림을 넣어 만드는 타르트. 모양은 다르지만, 오무려 접어 구우면 카눌레와 닮을 것 같다.
탄생 비화도 유사하다.
카눌레가 17세기 보르도의 수도원에서 태어났고, 파스테이스 데 나타도 18세기 리스본 인근 벨렘이라는 타운의 제로니모 수도원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카눌레와 달리 파스테이스 데 나타는 수도원에서 옷에 풀을 먹이기 위해 흰 자위를 쓴 후 남은 노른자로 만들었다고 한다.
벨렘 제과점
1837년 설탕 공장 주인이 벨렘에 제과점 Pastéis de Belém을 오픈, 그 레시피로 유명해졌다. 2009년 가을 포르투갈을 여행하면서 파스테이스 데 벨렘에 가보았다. 따끈하게 바로 나온 '파스테이스 데 벨렘'의 맛은 천국이다.
레시피는 중국까지 건너갔고, 광동의 대표 요리 '에그 커스터드'가 된다. 뉴욕 차이나타운의 제과점 페이다(Fayda, http://fayda.com)에서 파는데, 타르트보다 파이처럼 만드는 것이 조금 다르다. 싸지만, 깊은 맛은 없다.
뉴욕의 포르투갈 레스토랑이나 뉴저지 뉴왁의 포르투갈/브라질 동네 '아이언 바운드'의 베이커리(Teixeira's Bakery, 186 Ferry St, Newark, NJ)에서 맛볼 수 있다. 위에 계피가루나 설탕가루를 뿌려 먹으면, 한층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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