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델리(Carnegie Deli) 폐업 초읽기

우디 알렌 샌드위치(콘비프+파스트라미) 테이크아웃

평일 저녁 9시 무렵 카네기 델리 줄은 길지 않았다.

Final Countdown.

카네기홀 인근의 맛집 카네기 델리(Carnegie Deli)가 오는 12월 31일로 문을 닫는다. 인근 57스트릿 억만장자의 길(Billionaires' Row)의 하늘로 올라가는 럭셔리 콘도 개발 붐이나 맨해튼의 로켓처럼 치솟은 렌트 때문이 아니다. 

126년 역사를 자랑하는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카츠 델리(Katz Deli)보다는 짧은 79살이지만, 미드타운의 유대인 델리로 명성을 누려왔다.  한때 '뉴욕 베스트 레스토랑 25'에 선정됐던 명물 유대인 델리는 왜 폐업이라는 주사위를 던졌을까?

파스트라미와 치즈 케이크로 인기를 얻은 카네기 델리.

 

카네기 델리의 운명은 멜로 드라마같다. 맨해튼에서 이름값을 살리지 못하고 자폭하는 카네기 델리의 비극. 

1937년 카네기홀 건너편에 문을 연 카네기 델리는 1976년 레오 스타이너씨가 매입하면서 뉴욕의 명소로 등극했다. 1939년 뉴저지 뉴왁에서 태어난 유대인 레오 스타이너는 소년기 부모가 운영하는 엘리자베스의 청과물상회에서 일했다. (1970년대 한인 이민자들이 유대인들의 주력업종이었던 그로서리업의 바톤을 이어받게 된다.) 1976년 스타이너는 밀턴 파커, 프레드 클라인과 카네기 델리를 사들인다. 

우디 알렌 감독이 '브로드웨이 대니 로즈'를 카네기 델리에서 촬영했고, 메뉴에 이름도 들어갔다. 델리 대표 마리안 하퍼 리바인과 우디 알렌 감독. 

스타이너는 특급비밀인 파스트라미와 콘비프 레시피에 유머로 손님을 사로 잡았다. 1984년 뉴요커 우디 알렌 감독은 영화 '브로드웨이 대니 로즈(Broadway Danny Rose)'의 오프닝 장면을 카네기 델리에서 찍었다. 그리고, 메뉴에는 '우디 알렌(파스트라미+콘드 비프 호밀빵 샌드위치)'을 올려 인기가 치솟으며, 유명인사들의 발길도 잦아졌다. 

카네기홀은 물론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가까워 관광객들의 발길이 쇄도했다. 레스토랑 벽에는 카츠 델리처럼 유명인사들의 사진으로 도배를 해놓았다. 실베스타 스탤론, 셀린 디온, 할리 베리, 데이빗 레터맨, 케이티 쿠릭 등 스타들이 '카네기홀 명예의 전당 벽'에 사진을 올렸다.

무려 4-5인치 높이로 고기를 쌓아주는 카네기 델리, 웨이터들이 무뚝뚝한 것도 유명하다.

카네기 델리의 트레이드마크는 5인치 높이의 샌드위치.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카츠 델리에서는 '우디 알렌' 파스트라미+콘드 비프 샌드위치는 콤비네이션을 즐겨 먹는다. 파스트라미는 원래 루마니아계 유대인들의 레시피로 알려져 있다. 쇠고기를 소금물에 절인 후 콘 비프(corned beef)는 삶고, 파스트라미(pastrami)는 대개 드라이 럽(dry rub, 향신료-소금, 고추가루, 마늘, 후추, 설탕, 머스타드 등)을 발라 훈제한다. 그러나, 카네기 델리의 서비스는 '불친절'이다. 일부러 무례한 태도로 뉴요커들을 내쫓고, 관광객들을 들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후문. 

감자 팬케이크와 크니쉬 등 유대인들이 즐겨먹는 메뉴에 콘 비프와 럽으로 발라 훈제해 시커먼 파스트라미.

세월이 흘러 레오 스타이너는 세상을 떠나고, 마리안 하퍼 리바인은 1976년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게 된다. 마리안이 유대인 샌디 리바인과 결혼했고, 카네기홀의 사업은 승승장구한다. 1995년 웨어(Where) 매거진에 의해 뉴욕 최고 레스토랑 25에 선정됐고, 지점을 확장한다.  2005년 라스베가스의 미라지 호텔, 2006년 뉴저지 식스 플래그스 테마공원, 그리고 폭스우드 리조트 카지노, 2009년 펜실베니아주 베들레헴의 샌드 카지노 리조트까지 진출했다.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샌디 리바인이 웨이트레스와 바람이 난 것. 유부남 사장과 웨이트레스의 밀애가 지속되면서 특급비밀인 파스트라미와 치즈 케이크 레시피를 알려주고, 아파트를 내주고, 방콕에 델리까지 오픈했다는 사실이 들통났다. 이에 아버지 사업을 말아먹으며, 공금을 횡령하고, 결혼까지 파경으로 몰고간 남편에 대한 복수로 이혼을 선언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2014년엔 종업원 체불임금 소송에서 져서 연방법원으로부터 체불임금 260만 달러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2015년 봄엔 6년간 불법으로 가스연결해 사용해온 것이 발각되어 4만달러의 벌금에  9개월간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다. 올 2월 다시 오픈했으며,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이 찾아가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즐겼다. 

1976년부터 소유해온 마리안 하퍼 리바인(65)씨는 9월 말 60명의 직원들에게 카네기 델리의 비보를 알렸다. 이후 뉴욕의 식도락가들과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얼마 전 폐업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카네기 델리로 갔다. 수요일 오후 8시 반 경 10여명이 기다리는 줄에서 20분쯤 기다리다가 안으로 들어가 15분 정도 더 기다렸다. 분명 손님들이 나갔고, 테이블도 두어개 났을텐데 자리를 주지 않았다. 왠일일까? 물어보니, 담당 웨이터가 휴식 중이라고... 카네기델리 피날레을 앞둔 블루스인가 보다. 테이블을 포기하고, 테이크 아웃으로 '우디 알렌'을 주문했다. 집으로 와서 리슬링 한 잔과 곁들이며, 카네기 델리의 비운에 안타까운 마음을 달랬다. 

카네기 델리는 죽지 않는다, 다만 7애브뉴 본점이 사라질 뿐이다. 매디슨스퀘어가든, 라스베가스의 미라지(The Mirage) 호텔과 펜실베니아주 베들레헴 샌드카지노 리조트, 뉴저지 식스 플래그스, 폭스우드 카지노 지점은 영업을 계속한다. 또한, 도매업은 온라인으로 지속한다. 

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Douglas MacArthur-

Carnegie Deli

854 7th Avenue (bet. 54th & 55th St.)

http://carnegiedel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