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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임/창가의 선인장
2015.11.04 16:36

(128) 이수임: 미안하다, 헤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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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선인장 (25) 회자정리(會者定離)



미안하다, 헤어지자



26울디.jpg

Soo Im Lee, break free, 2010, sumi ink on paper, 24 x 18 inches



디어 예상했던 날이 왔다.


“엄마 나 헤어졌어요.” 

“울디?"

“네.” 

하는 순간, 할 말을 잃고 화장실로 급히 들어가 내가 눈물을 짰으니! 무척이나 좋아했던 아이였는데. 


“너 새로운 여자 생겨서 헤어진 거야?” 

“아니요. 목을 조르는 것 같아서요. 결혼해서 롱아일랜드에 살자고 하잖아요. 결혼도 하기 싫고, 교외에서 살기 싫단 말이에요.” 

“엄마 괜찮아요?” 

“어떡하겠니. 네가 숨을 못 쉬겠다는데. 너 같은 바람둥이는 빨리 잊고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쥬이시 닥터 만나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은 아들은 큰 아이와는 달리 여자에게 차이기를 기다리는 듯한 자세로 데이트한다. 첫 번째 사귄 아이에게 차였을 때, 걱정했던 예상과는 달리 아이는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담담했다.


“엄마, 헤어지자고 해서 OK 했더니 일주일 후에 다시 만나자고 해서 OK 했는데 또다시 헤어지자고 해서 또 OK. 이번엔 한 달 후에 연락 와서 OK.”하고 만나고 있다는 우유부단 소리를 들은 것이 얼마 전인데. 


“엄마 헤어졌어요. 요번엔 내가 헤어지자고 했어요.”

“왜?” 

“무거운(heavy) 느낌이 들어서요. 나보다 11살이나 많은데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요."

“울디?” 

“네.” 


큰 아이와는 달리 슬픈 목소리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야. 만났다 헤어졌다. 그러다 이 사람과는 결혼해야겠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어. 이 집 저 집 정신 나간 듯이 뒤져보다가 ‘아! 이 집’ 하면서 기를 쓰고 달려들듯이.”    


처음 사귈 때는 서로의 다른 점을 보충하며 발란스를 맞혀가며 잘 사귈 거라더니 싫증 나니까 Choking (목을 조르는 느낌)과 heavy (무거운 느낌) 하다며 두 놈 다 헤어지자고 했으니. 못된 놈들 같으니라고!


예전에 내가 남자에게 차인 후 어두운 방에 앉아 울었듯이 내 아들의 여자 아이들이 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죄를 진 듯 아이들이 생각날 때마다 가슴이 뜨끔거리며 한숨이 절로 나온다.




Soo Im Lee's Poto100.jpg 이수임/화가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 전공으로 학사, 석사를 받았다. 1981년 미국으로 이주, 뉴욕대에서 판화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대학 동기동창인 화가 이일(IL LEE)씨와 결혼, 두 아들을 낳고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에서 작업하다 맨해튼으로 이주했다. 2008년부터 뉴욕중앙일보에 칼럼을 기고해왔다. http://sooimlee3.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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