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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스타셰프들 한국 발효음식, 사찰음식 관심"

푸드 칼럼니스트 오영제씨

 

IMG_3720.JPG 오영제씨 Photo: Michael Herrick

 

인터넷, 소셜미디어 시대 식문화도 현격하게 진화했다. '식도락가들의 성경'이었던 식당 평가서 '자갓 서베이'라는 태양은 졌고, 옐프(yelp.com)나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 등 네티즌의 리뷰가 식당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또한,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인스태그램으로 순식간에 요리 하나가 글로벌 이슈가 되는 오늘날, 네티즌들이 트로피처럼 여길 크로넛, 라멘버거, 블랙 아이스크림 등이 소셜미디어에 회자되면서 요식업체들은 인스태그램에 맞는 포토제닉한 요리로 경쟁도 하고 있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이곳에서 성공할 수 있으면, 어디서든 성공할 것이다"(New York, New York)라고 노래했다. '다민족의 샐러드볼'이자 '세계문화의 메카'인 뉴욕은 또한 '음식의 허브(Hub'이자 '음식의 UN'으로 불리울 정도로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뉴욕은 스타 요리사들의 치열한 각축장이며, 신인 요리사들이 도전하는 꿈의 전쟁터이다. 1년에도 무수히 많은 레스토랑들이 뉴욕에 문을 연다. 어떤 식당은 로켓처럼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르며, 오랜 역사를 간직한 식당조차 부동산 개발붐과 렌트 상승에 밀려 어느날 갑자기 폐업한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부침이 심한 곳, 뉴욕이다.

 

이제 뉴욕에서 서울까지 비행시간 14시간, 낮과 밤은 시차는 거의 무의미하다. 뉴욕의 명물 마그놀리아 베이커리, 셰이크 섁, 레이디 M 케이크가 이미 진출했고, 서울의 정식당은 맨해튼에 오픈한 '정식(Jungsik)'으로 미슐랭 2스타를 획득했다. K-팝, 영화, 드라마, 화장품까지 한류(Korean Wave)를 타고 뉴욕에서 한식은 쿨한 요리로 이제 우리가 자부심을 가져야할 우리의 자산이 되었다. 한때 이민자들이 부끄러워했던 김치는 이제 뉴욕의 주요 수퍼마켓 진열대에 피클과 나란히 진열되고, 김치와 고추장은 다니엘 불루, 에릭 리퍼트 등 미슐랭 스타 셰프들도 즐겨 쓰는 식재료가 됐다. 김치와 고추장 등 발효식품이 뉴욕 한복판에서 웰빙 음식으로 공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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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앤데루카(Dean and De Luca)에 진열된 마더인로(위)와 마마오 고추장.

 

2018년 뉴욕의 식문화 트렌드는 어떻게 흘러갈까?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음식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취재해온 푸드 칼럼니스트/프리랜스 저널리스트 오영제(Young Jei Oh, 38)씨로부터 뉴욕의 한식 현주소와 트렌드에 관해 들어보았다.

 

오영제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 불문과 졸업 후 2004년부터 여성동아, 레몬트리(중앙m&b 계열)의 푸드&라이프스타일 에디터로 10년간 일한 후 2014년 뉴욕으로 이주한 후 올리브, 여성중앙, 행복이 가득한 집 등 잡지에 기고해왔다. 오씨는 'Dining in Seoul: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13개국 1000여가지 미식 컬렉션(2011)'을 공동 집필했으며, 한복디자이너 이효재씨의즐겁게 살림하는 법을 소개한  '효재의 살림연장: 살림 좋아하는 여자의 30년 살림 기록(Hyojae's Kitchen Tools: 30 Years Living Diary, 2012)'을 기획했다. 올 2-3월경엔 뉴욕 스타일의 건강식을 소개하는 'New York Style Bottle Cooking(가제)'을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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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2스타 뉴욕 레스토랑 정식(Junsik)의 셰프 오너 임정식씨. 사진: 권보준/행복이 가득한 집

 

-일식, 중식, 타이, 베트남 음식과 비교할 때 지금 뉴욕의 한국 음식 위상은 어디까지 왔나요? 

 

오영제: 뉴욕에 온 후 3년여의 시간 동안 수백 곳의 레스토랑과 여러 셰프들을 취재하며 느낀 것은 요즘 뉴요커들의 한식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2016년 푸드 트렌드였던 ‘발효’의 키워드와 맞물려서인지 이전부터 즐기던 일식, 중식보다 오히려 더 핫한 요리로 여겨지고 있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유명 매거진인 리얼 심플(Real Simple)의 푸드 디렉터와 요즘의 푸드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녀 역시 한국 요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발효음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이전에 일하던 푸드 매거진인 '본 애페티(Bon Appetit)'에서도 한국의 부침개를 비롯, 여러 한국 요리를 소개한 적이 있고요.  

 

직접 만난 사람들 뿐 아니라 평소 생활하면서도 한식에 대한 위상이 달라졌음을 종종 느낍니다. 할리우드 스타 기네스 팰트로는 최근 발간한 그녀의 요리 책 'It's All Easy'에서 자신의 팬트리에 김치가 있다고 이야기했고, 이를 '본 아페티'의 푸드 캐스트에 나와 이야기하기도 했지요. 에이프릴 블룸필드와 같은 스타 셰프들 역시 그들의 책에서 김치와 같은 한국 요리와 식재료를 다루고 있고요. 블루 에이프런(BlueApron), 플레이티드(Plated)와 같은 음식 키트 배달(meal kit delivery) 서비스에서도 한국 식재료를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식재료 이름을 쓸 때 더이상 'Korean chili paste'가 아닌, ‘고추장(Gochujang)'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무척 고무적이고 중요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정식, 오이지, 아토보이 성공의 비결

 

-미슐랭 스타를 받은 뉴욕 한식 레스토랑(정식, 꽃, 단지) 등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왜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부엌에 못들어가게 했던 한국 '남자' 요리사들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을까요? 

 

오영제: 요즘 한식 레스토랑은 예전처럼 손맛에 의존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이지요. 정식(Jungsik), 오이지(Oiji), 아토보이(Atoboy) 등 성공한 한식 레스토랑의 셰프들만 만나보더라도 이들의 다른 점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요즘 모던 한식 레스토랑의 셰프은 모두 요리학교에서 체계적 교육을 받으며 기본을 다진 이들입니다. 그들은 원하는 맛 하나를 찾을 때도 여러가지를 실험합니다. 

 

예를 들어 미슐랭 2스타를 받은 정식의 임정식 셰프는 종종 음식 만드는 과정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하는데, 정말 노력이 대단합니다. 국물 맛을 위해 Batch 마다 재료와 양, 시간을 달리해 실험한 다음 가장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 내지요. 맛뿐만 아니라 프레젠테이션에도 신경 씁니다. 누구나 먹어 보고 싶은 근사한 요리, 가보고 싶은 멋진 공간을 만들어 내는 거죠. 마케팅 마인드 또한 탁월해 현지 미디어가 관심을 갖게 합니다. 이 모든 요인이 요즘의 모던 레스토랑을 성공하게 만드는 거라 생각합니다.  

 

-싸이를 비롯 K-Pop 등 한류가 뉴욕에서 한식 인기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오영제: 일부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한식을 알고 있었다면 한류는 이를 좀 더 대중화 하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들이 먹고, 입고, 바르는 것에 관심이 많으니까요. 싸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포장마차에 가보고 싶다, 드라마에서 보던 김치찌개를 먹어보고 싶다, 생각하게 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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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3스타 르 버나단의 김치국물 소스 홍어(왼쪽)와 초고추장 하마치.  Photo: NYCultureBeat

 

-르 버나단과 카페 다니엘 등 미슐랭 스타 셰프들의 메뉴에 한식재료 응용한 메뉴나 정통 한식 메뉴가 등장하는데요.  김치, 고추장, 된장 등 한식과 식재료가 뉴욕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요?

 

오영제: 몇해 전부터 발효가 푸드 트렌드로 꼽히면서 많은 스타 셰프들이 간장, 된장, 고추장과 같은 재료와 김치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식, 건강식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의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도 있고요. 일례로 르 버나딘(Le Bernadin)의 셰프 에릭 리퍼트는 그의 TV Show인 'Avec Eric'에서 우리나라의 정관 스님을 찾아갑니다. 정관 스님은 이미 Chef’s Table등 여러 방송을 통해 우리 사찰음식을 외국에 알리고 있지요. 에릭 리퍼트는 고추장을 재료로 하는 요리를 소개 하기도 했지요. 발효음식은 올해 역시도 푸드 트렌드로 꼽히고 있는 것 중 하나입니다.

 

-뉴욕 여행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식당은?

 

오영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업스테이트에 있는 셰프 댄 바버의 Blue Hill at Stone Barns 입니다. 직접 기른 식재료를 식탁에 올리는 Farm to Table의 대표격 레스토랑으로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것이 아니라 오감으로 체험하게 하지요. 농장에서 공수한 식재료에 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해내는 요리는 보고, 먹고, 즐기는 모든 재미를 갖추었습니다. 그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남은 채소 줄기를 장식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그래도 남는 음식 쓰레기는 천연 비료로 농장에 다시 사용하는 등 자연의 생태와 순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세계가 주목하는 푸드 트렌드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뉴욕 푸드 트렌드가 곧 서울 푸드 트렌드"

 

IMG_1983.JPG 오영제씨 Photo: Michael Herrick

 

-마그놀리아 베이커리, 레이디 M 등이 들어간 한국, 글로벌 시대, SNS 시대 뉴욕과 서울의 푸드 트렌드가 어떻게 다이나믹하게 적용되고 있을까요?

 

오영제: 온라인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은 그야말로 뉴욕의 푸드 트렌드를 동시간에 함께 서울에서 공유하는 게 가능합니다. 때문에 뉴욕에서 인기 있는 음식이 서울에까지 전달되는데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지요. 뉴욕의 푸드 트렌드가 곧 서울의 푸드 트렌드가 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뉴욕에서 인기 있던 매그놀리아 베이커리나 레이디 M과 같은 fancy한 디저트 외에 주스 클렌즈, 샐러드 레스토랑 등이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게된 게 아닐까요. 

 

-2018년 뉴욕의 푸드 트렌드를 어떻게 전망하나요?

 

오영제: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리얼 심플 디렉터인 던 페리와 앞으로의 푸드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뉴욕의 여러 매체에서 다룬 2018 푸드 트렌드 전망을 살펴 보았을 때 이전 저희가 이야기한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먼저는 푸드 테크의 약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 됩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최근 푸드 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지요. 이런 푸드 + 테크의 만남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Gut friendly 도 2018 푸드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인데요, 이런 면에서 보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계속 될 거라 생각됩니다.

 

식재료를 꼽으라면 단연 컬리플라워입니다. 탄수화물을 대체하는 식재료로 컬리플라워를 응용한 요리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이 밖에도 plant-based protein이 계속해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 10년간 요리 전문 기자로 일하면서, 또 뉴욕에 온 후 이곳의 관심사를 취재하며 느낀 것은 요 몇년 동안의 푸드 트렌드가 지역에서 나는 제철 먹거리, 그리고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요리로 귀결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해마다 조금씩 이름은 달리 하지만 서울과 뉴욕, 모두 같이 건강한 음식, clean eating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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