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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반 고흐가 사이프러스 나무에 매료된 이유는? 

메트로폴리탄뮤지엄 'Van Gogh's Cypresses'

 

May 22nd - August 27th, 2023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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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Gogh's Cypresses, May 22nd - August 27th, 2023,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Sukie Park

 

불꽃같은 삶의 화가, 미술관의 블록버스터 스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사이프러스 나무(cypress, 삼나무/실편백나무) 그림을 집중 조명하는 특별전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Van Gogh's Cypress)'가 5월 22일부터 8월 27일까지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서 열린다. 

 

반 고흐는 정신병원에 수용된 후 사망할 때까지 말년 2년간 하늘로 우뚝 치솟은 사이프러스 나무에 집착했다. 이 전시엔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간판 회화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1889)'과 메트뮤지엄의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Wheat Field with Cypresses, 1889)'이 1901년 파리 회고전 이후 처음 만났다. 둘다 사이프러스가 묘사되어 있는 회화다. 이외에도 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 런던 내셔널갤러리, 개인 소장가들의 그림 40여점이 소개된다. 올해는 반 고흐의 탄생 170주년이 되는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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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Gogh's Cypresses, May 22nd - August 27th, 2023,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Sukie Park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전은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제 1섹션 '발명의 뿌리(1888년 2월-1889년 5월(The Roots of his Invention: Arles, February 1888–May 1889)'은 반 고흐가 아를르에서 보낸 15개월간의 작품을 통해 그가 처음 사이프러스 나무에서 영감을 받았던 시기의 화풍을 조망한다.

 

제 2섹션 '대표적 모티프 만들기: 생레미, 1889년 5월-9월(The Making of a Signature Motif: Saint-Rémy, May–September 1889)'은 아를르를 떠나 생레미의 정신병원으로 옮긴 후 그린 밤의 걸작 '별이 빛나는 밤'과 낮의 걸작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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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Gogh's Cypresses, May 22nd - August 27th, 2023,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Sukie Park

 

제 3섹션 '스타일의 다변화: 생레미, 1889년-1890년 5월(Branching Out in Style: Saint-Rémy, October 1889–May 1890)'에선 생애 마지막 날까지 사이프러스에 대해 지속적으로 집착하면서 다양한 방식을 시도한 흔적을 찾아본다. 

 

빈센트 반 고흐는 27세에 붓을 들고, 37세로 삶을 마감할 때까지 회화 900여점과 드로잉 1천100여점을 남겼다. 그의 그림 속엔 별, 태양, 달, 나무, 들판, 꽃, 집, 촛불, 전등 등이 등장한다. 반 고흐는 왜 사이프러스 나무에 매료됐을까? 몇가지 궁금한 점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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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Gogh's Cypresses, May 22nd - August 27th, 2023,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Sukie Park

 

#사이프러스 나무에 대하여

 

한국에서 삼나무, 실편백나무로 불리우는 사이프러스는 사이프러스과(cypress family, Cupressaceae)에 속하는 침엽수로 바늘 모양의 상록수 잎과 도토리 모양의 씨앗을 갖고 있다. 어린 나무는 피라미드형이지만, 자라면서 기둥 모양으로 변한다. 대부분 600년까지 살며, 일부는 1천200년까지 생존했다. 사이프러스는 고대에 죽은 자의 제의식에 사용되는 애도의 나무였다. 이슬람과 기독교 신자들은 죽은 자를 악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묘지에 사이프러스 나무를 심었다. 심하게 베어내면 재생되지 않아 죽음과 관련됐다. 하지만, 죽음 이후의 영생을 상징하는 '생명의 나무(tree of life)'의 모티프로 종종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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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Gogh's Cypresses, May 22nd - August 27th, 2023,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Sukie Park

 

#반 고흐는 왜 사이프러스에 매료됐을까?

 

빈센트 반 고흐는 1889년 6월 말 생레미의 정신병원에 1년 동안 머물기 시작하면서 그렸다. 빈센트는 동생 테오에게 편지에 "여기 생활은 그날그날이 똑같다. 나는 밀밭이나 사이프러스 나무를 가까이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외엔 다른 생각이 없다. 사이프러스 나무들은 늘 내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그것을 소재로 '해바라기'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고 썼다. 반 고흐는 고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처럼 사이프러스의 선과 비율이 아름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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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Gogh's Cypresses, May 22nd - August 27th, 2023,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사이프러스가 있는 밤 풍경 '별이 빛나는 밤' (MoMA 소장)

 

MoMA가 소장한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De sterrennacht, 1889년 6월)'은 반 고흐가 생레미의 생폴드모솔 정신병원 동쪽 창문에서 포착했던 이미지다. 수도원을 개조한 이 정신병원은 부자들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반 고흐가 입원했을 때 수용 환자는 절반이 되지 않아 그는 1층은 회화 작업실, 2층은 침실로 사용할 수 있었다. 밤 하늘에 소용돌이 치는 달과 별과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마을의 풍경을 담았다. 마을의 뽀족한 첨탑이 있는 고딕 양식 교회와 왼쪽의 검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대조된다. 사이프러스는 세상과 불화했던 반 고흐의 자화상일까?

 

6월 초 어느날 빈센트는 테오에게 편지를 썼다. "오늘 아침 난 해 뜨기 훨씬 전 창문에서 커보이는 샛별(*금성) 외에 아무 것도 없는 시골 풍경을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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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van Gogh, The Starry Night, Saint Rémy, June 1889, Museum of Modern Art Collection

 

반 고흐는 1882년 아를르에 도착한 후 화가 친구 에밀 베르나르(Émile Bernard)에게 "우리는 별에 도달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고 편지를 썼다. 당시 반 고흐는 종교에 환멸을 느꼈지만, 내세에 대한 믿음은 견고했다. 1889년 11월 말 베르나르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별이 빛나는 밤'을 "실패작"이라고 언급했다. 

 

1889년 9월 반 고흐는 파리의 테오에게 '별이 빛나는 밤'과 9-10점의 그림을 보냈다. 빈센트는 이듬해 7월 29일 사망했으며, 테오는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이듬해 1월 25일 숨을 거두었다. 테오의 부인 요한나 반 고흐 봉허는 빈센트의 유산을 관리하며, 1900년 파리에서 시인 줄리앙 럴러크에게 팔았고,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1941년 MoMA의 소장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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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Gogh's Cypresses, May 22nd - August 27th, 2023,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Sukie Park

 

#사이프러스가 있는 낮 풍경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 (메트뮤지엄 소장)

 

반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 완성 직후인 6월말 경 정신병원에서 외출이 허락됐던 시점에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Wheat Field with Cypresses, 1889년 6월)'을 세점 그렸다. 그중 한점은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이 소장하고 있으며, 나머지 두점은 런던 내셔널갤러리와 개인 소장품이다. 이 그림은 정신병원 침실에서 알필 산맥으로 난 창문을 통해 본 풍경이다. 잘 익은듯한 황금빛 들판, 그 오른쪽엔 오벨리스크처럼 도도하게 우뚝 솟은 사이프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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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Gogh's Cypresses, May 22nd - August 27th, 2023,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Sukie Park

 

1889년 7월 2일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반 고흐는 "밀 이삭 몇점, 양귀비꽃 몇송이, 스코틀랜드의 격자같은 푸른 하늘이 있는 사이프러스 캔버스가 있다. 사이프러스는 몬티첼리(Adolphe Monticelli, *프랑스 화가) 그림처럼 두꺼운 임하스토로 칠했고, 태양이 이글거리는 밀밭도 무척 두꺼워."라고 썼다. 반 고흐는 이 회화를 자신 최고의 여름 그림 중 하나로 꼽았다고 한다. 

 

빈센트의 처제 요한나 반고흐 봉허는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을 화가(고갱의 친구) 에밀 슈페네커(Émile Schuffenecker)에게 팔았으며, 이후 여러 손을 거쳐 1993년 메트로폴리탄뮤지엄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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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Gogh's Cypresses, May 22nd - August 27th, 2023,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hoto: Sukie Park

 

#빈센트 반 고흐 최후의 숨결

 

1890년 7월 29일 파리 근교 오베르로 가는 도중 총상을 입은 후 숨을 거둔 빈센트 반 고흐는 "슬픔은 영원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반 고흐는 "예술이란 삶에서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한다면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것이다." "나는 점점 더 나 자신이 되려고 노력하고, 사람들이 지지하던 반대하든 상대적으로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등의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Van Gogh's Cypresses

May 22nd - August 27th, 2023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https://www.metmuseum.org

 

*빈센트 반고흐의 전설을 만든 요한나 반고흐-봉허 이야기

*빈센트 반 고흐와 세자매: 안나, 엘리자베스, 빌레미나

*메트뮤지엄에 모인 빈센트 반 고흐 유화 17점

*빈센트 반 고흐의 드로잉전@모건라이브러리

*빈센트 반 고흐: 아이리스와 장미@메트뮤지엄, 2015

*뉴욕영화제 2018 화가 줄리안 슈나벨의 '영원의 문에서(At Eternity's Gate' ★★★☆

*위대한 음식 열정 <9> 빈센트 반 고흐: 감자와 커피

*돈 매클린, 빈센트(Vincent)' 한국어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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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3.05.23 22:40
    반 고흐하면 친밀감이 나요. 컬빗이 2021년 5월 3일에 자세하게 그의 생애를 올려주셨고, 네덜란드에 갈때마다 암스텔담에 있는 고흐 미술관을 찾아가서 그의 그림을 보고 감상했기 때문입니다. 고흐가 친구같고 살아있지 하는 착각도 할 때가 있습니다.
    사이프러스 나무에 집착한 이유를 알았더라면 그 점을 집중적으로 봤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음에 가면 사이프러스 나무를 머리에 저장하고 그의 미술관을 찾겠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