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s in the City
2013.07.31 01:21
세계 미술시장 파워 No.1 여성 카타르 공주 알 마야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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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왜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에 주사위를 던졌을까?
#1 2007년 마크 로스코의 ‘화이트 센터(White Center)’ 7284만 달러 경매. *전후 미술 경매 최고가
#2 2007년 데미안 허스트의 ‘봄의 자장가(Lullaby Spring)’ 2280만 달러. *생존 화가 경매 최고가
#3 2011년 세잔의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The Card Players)’ 2억5000만 달러. *역대 경매 미술 최고가
알 마야싸 공주
미술 경매 시장에서 속속 최고 기록을 세우며 걸작을 거침없이 사들인 큰 손의 주인공은 카타르의 왕족이다.
중동 페르시아만의 자그마한 원유국 ‘카타르(Qatar)’ 왕족이 막강학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미술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사람들'을 무려 2억 5000만 달러에 구입한 통 큰 카타르 왕족의 중심 인물은 공주 셰이카 알 마야싸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Sheikha Al Mayassa Bint Hamad Bin Khalifa Al-Thani).
이제 서른살인 알 마야싸 공주는 카타르뮤지엄국장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알 마야싸 공주를 ‘세계미술 시장의 파워 넘버 1’으로 지목했다. 포브스지는 2012 파워풀한 여성 100위에 알 마야싸를 선정했다.
알 마야싸 공주는 2006년 카타르 국왕이었던 아버지에 의해 뮤지엄국장으로 임명됐다. 딸에게 '뮤지엄 왕국 프로젝트'를 맡긴 것이다.
공주는 2010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아버지는 종종 평화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서구인들은 중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의 머리 안엔 빈 라덴만이 있다”고 말했다.
2억5000만불짜리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
그러면, 카타르 공주는 왜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에 도박을 했을까?
피카소가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 부른 폴 세잔은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을 5점 그렸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 파리 오르세이뮤지엄, 런던의 코톨드미술관, 필라델피아의 반즈파운데이션, 그리고 딱 한점이 그리스 선박재벌 조지 엠비리코스 소장품이었다. 2011년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서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 특별전을 열었을 때 전시되지 못한 작품이 바로 이 그림. 그의 사망 후 걸작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된 것.
어느 뮤지엄이 소장하던간에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은 그 뮤지엄의 ‘모나리자’가 된다. 카타르 공주에겐 걸작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이 필요했다. 자금력으로 메트뮤지엄과 오르세이뮤지엄 같은 메이저급 뮤지엄으로 부상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마크 로스코의 '화이트 센터' 데미안 허스트의 6136개 약물 캐비넷 'Lullaby Spring' (디테일)
카타르뮤지엄국의 미술품 구매 예산이 연간 1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의 연간 미술품 구입비는 3900만 달러,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32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세계 최고의 가스 수출국이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걸작 컬렉션이 필요했다. 자금은 충분했다. 마감 시간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이를 계기로 카타르는 중동의 미술 메카로 비상할 꿈을 꾸고 있다.
2007년 카타르가 로스코의 ‘화이트 센터’를 7284만 달러에 사기 전, 로스코의 경매 최고가는 2005년 ‘마티스에게 오마쥬’로 2200만였다. 카타르가 이에 3배 넘는 가격에 입찰한 것. 세잔의 경우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은 이전 세잔 최고가를 4배를 호가하는 가격에 사들였다.
카타르는 이전에 프란시스 베이컨,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제프 쿤스 등의 특A급 작품을 구입했다. 카타르현대미술관에서는 리처드 세라, 제프 쿤스, 루이스 부르조아, 타카시 무라카미, 데미안 허스트 등 톱 클래스 미술가들의 전시회를 열면서 뮤지엄의 지명도를 높였다. 수도 도하를 아랍권 미술의 센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공주는 베르사이유궁전에서 열린 타카시 무라카미전을 도하에서 열었다.
카타르뮤지엄국은 최근 뮤지엄을 연달아 개관했다.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들의 설계는 물론이다.
2008년 루브르 피라미드 건축가 I. M. 페이 디자인의 이슬람미술관을 오픈했으며, 2010년엔 장 프랑소아 보댕 설계의 아랍현대미술관(AMMA)를 열었다. 또,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 장 누벨을 기용해 카타르국립박물관을 개조 중이다. 지난해 3월엔 글로벌 아트포럼을 열어 세계 미술계 엘리트들을 끌어 모았다. 뉴욕의 아트딜러에 따르면, 알 마야싸는 자국 내 20여개의 뮤지엄을 설립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알 자지라의 본부가 있으며, 미 조지타운, 텍사스 A&M,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중동 캠퍼스가 설립됐다. 도하가 미술 뿐 아니라 영화와 교육, 언론의 허브로 변신을 꾀하는 징조다.
이슬람미술관
아랍현대미술관 L'Autre Image Production
카타르국립박물관
페르시아만의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의 아부다비와 두바이도 중동의 문화 강국이 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아부다비엔 장 누벨이 루브르뮤지엄을 짓고 있다. 당초 2012년 완공 계획이 2015년으로 지연됐다.
또, 구겐하임 빌바오로 명성을 누린 프랭크 게리도 아부다비 구겐하임을 설계했다. 세계 구겐하임 중 최대 규모가 될 아부다비 구겐하임 역시 지연으로 2017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한편, 두바이엔 미래파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두바이현대미술관이 연내 완공을 앞두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기해 페르시아만이 뉴욕-런던을 잇는 세계 미술의 교차로가 되기를 카운트다운하고 있는 것이다.
Photo: Getty
☞ Sheikha Al Mayassa
1983년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 왕의 14번째 자손이다. 공주는 두 번째 부인 사이 모자 빈트 마세르 알-미씨데드에서 태어났다.
듀크대학교에서 정치학과 문학을 전공했으며, 재학 중 국제학생연합회의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뉴욕에 올라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수학하면서 트라이베카영화제의 인턴으로 일했다.
2003년 파리 소르본대학교와 파리정치학교에서 수학했다. 졸업 후 아시아의 자연재해 피해자들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비정부기구 ‘Reach Out To Asia’를 설립했다.
알 마야싸는 서구와 이슬람 문화를 조화하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때로 패셔너블한 수트 차림의 사업가처럼, 때로는 전통 블랙 망토 아바야를 입기도 한다. 영어, 프랑스어에도 능통하다.
뉴욕에 살면서 트라이베카 영화제의 인턴으로도 일했던 공주는 도하필름인스티튜트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그리고 트라이베카 영화제를 창설한 로버트 드 니로는 도하에 전초기지를 세웠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카타르의 문화 여왕’이라고 불렀다. 사촌인 셰이크 빈 압둘 아지즈 알-타니와 결혼, 세 아들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