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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DOC NYC (11/6-15)

Margiela In His Own Words ★★★★☆

패션계의 '미스테리 맨' 마르탱 마르지엘라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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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giela In His Own Words by Reiner Holzemer


칼 라거펠트, 장 폴 고티에, 캘빈 클라인, 랄프 로렌, 도나 카란, 미우치 프라다, 도나텔라 베르사체... 최근 20년간 패션계를 주무른 스타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만큼이나 얼굴이 널리 알려졌다.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의 패션쇼 마지막에 모델들과 함께 무대 인사를 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한때 아방가르드 패션의 선구자였던 마르탱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는 철저히 얼굴 없는 패션 디자이너였다. 패션계의 뱅크시(Banksy)'로 불리웠던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2008년 자신의 패션 하우스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의 20주년 패션쇼 직후 은퇴했다. 절정기에 쿨하게 패션사업에서 손을 털고 사라졌다.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그리고 래퍼이자 디자이너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도 마르지엘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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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giela In His Own Words by Reiner Holzemer


벨기에 출신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패션계의 스타덤에 올랐지만, 인터뷰나 사진 촬영을 거부해 익명으로 남았던 패션계의 이단아였다. '미스테리 맨'(The Mystery Man), '보이지않는 수퍼스타(Invisible Superstar)' 마르지엘라의 다큐멘터리 '마르지엘라 자신의 말(Margiela In His Own Words)'이 2019 뉴욕 다큐멘터리 영화제(Doc NYC, 11/6-15)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된다. 


독일 출신 라이너 홀츠머(Reiner Holzemer)가 연출한 이 다큐멘터리는 마르지엘라의 얼굴을 보여주리라는 기대를 배반한다. 하지만, 마르지엘라는 목소리로 자신의 어린 시절, 영감, 취미, 컬렉션, 왜 익명으로 남는지 그 이유를 시원하게 설명해준다. 이와 함께 패션계의 전설이 된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오리지널 컬렉션,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그의 천재적인 상상력은 어디서 오나? 왜 그는 유명인사가 되는 것을 거부했을까? 왜 그는 전성기에 패션업계를 떠났을까? 그는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나? 등 미스테리 맨의 얼굴만 제외하고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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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é Magritte, The Lovers, 1928, MoMA (left)/ 마르탱 마르지엘라 패션쇼의 얼굴 가린 모델들.


"익명으로 남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그건 내가 다른 모든 이들처럼 균형을 잡게 해준다. 나는 항상 내 이름이 내가 만든 제품과 연결되기를 원했지, 내 얼굴이 아니었다"라고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굵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는 자신의 패션쇼에서 허름한 차림에 야구 모자를 쓴 채 익명으로 관중 속에서 관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내 얼굴은 중요하지 않다. 내 작품이 내가 소통하고 싶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모든 것이 작품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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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giela In His Own Words by Reiner Holzemer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유행을 따르지 않고, 늘 다르게 생각하는(Think Different) 습관으로 패션계의 아방가르드주자가 됐다. 오버 사이즈에 비대칭, 의상을 해체하고 재구축했으며, 리사이클 의상을 선보였다. 군인 양말로 스웨터를, 티타월로 재킷을, 깨진 접시로 옷을 만들었으며, 비닐봉지 블라우스나 덕 테이프로 드레스를 제작했다. 또한, 일본 닌자에서 영감을 얻은 타비 부츠(Tabi boots), 가발 드레스, 풍선 드레스와 얼음 목걸이도 그의 기발한 컬렉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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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탱 마르지엘라의 도발적인 레이블(왼쪽)/ 타비 부츠.


그리고, 레이블도 0부터 23개의 숫자가 쓰인 천을 부착해 4개의 실밥만으로 보여주는 도발성을 발휘했다. 모델의 얼굴에 천을 뒤집어 쓰이거나, 눈을 가리며 의상 자체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또한, 패션쇼의 장소도 관습에서 벗어나 지하철역, 주차장, 구세군 회관, 빈민촌의 놀이터에서 진행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마르지엘라는 패션의 어휘와 언어를 개발한 디자이너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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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탱 마르지엘라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디자인한 에르메스 컬렉션.


그렇다고 마르지엘라의 반항적 기질이 하위 문화에만 머물렀던 것은 아니다. 1997년부터 6년간 에르메스(Hermè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가죽 컬렉션을 선보였지만, 비평가들은 우아한 미니멀리즘으로 일관한 마르지엘라적인 도발성과 독창성의 부재에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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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giela In His Own Words by Reiner Holzemer


그의 천재적인 독창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마르지엘라는 1957년 벨기에의 겐트에서 폴란드계 아버지와 벨기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이발사였고, 어린 마르탱은 이발소에 떨어진 머리카락에 매료됐다. 재봉사였던 할머니 곁에서 자투리 천으로 인형옷을 만들며 7살 때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게 된다. 


이어 안트워프의 종합 예술학교 로얄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파리로 가서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의 조수로 수련한 후 1989년 파트너 제니 메이렌스와 메종 마르지엘라를 설립했다. 2002년 디젤, 마니를 소유한 렌조 로쏘의 OTB 그룹에 팔렸으며, 2008년 20주년 컬렉션을 끝으로 패션업계를 떠났다. 그의 나이 50이 되기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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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giela In His Own Words by Reiner Holzemer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이후 '계절(season)이 없는 삶'에 만족하며, 회화와 조각 작업을 하며 살고 있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스포트라이트보다는 아무도 모를 곳에서 개인의 자유를 흠뻑 즐기고 있는 은둔자 아티스트 마르지엘라의 재능, 용기, 그리고 젠(zen)같은 삶은 영감을 줄 것이다. 벨기에 록밴드 데우스( dEUS)의 음악이 마르지엘라의 스타일과 잘 맞아 떨어진다. 예술을 하는 모든 이들이 볼만한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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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giela In His Own Words

Fri Nov 8, 2019, 9:15 PM | SVA Theatre

Thu Nov 14, 2019, 9:45 PM | IFC Center

 https://www.docny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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