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한국영화의 밤' 스케치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Parasite)'이 휩쓴
제 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이모저모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Parasite)는 단순히 오스카의 역사를 바꾼 것이 아니다. 90여년간 백인 남성의 편협주의와 나르시즘에 취해왔던 아카데미의 명성이 쇠락할 즈음 한국의 Bong Joon Ho가 구원한 것이다. 2020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언제나 흥행을 노려온 할리우드의 오스카를 흥행으로 이끈 수퍼히어로였다.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의 4개 부문을 휩쓴 역사적인 날. 한국영화사 101년의 개가, 미아카데미영화과학협회(AMPAS)를 뒤흔든 봉준호(Bong Joon Hon) 감독과 '기생충'(Parasite)의 제 92회 오스카상 이모저모를 되돌아본다.
# 오스카 각본상 수상
"이 트로피는 한국의 첫 오스카" -봉준호-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는 각본상(original Screenplay)으로 한국의 첫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시상자는 할리우드 멋쟁이 배우들인 다이앤 키튼과 키아누 리브스. 지난해 '킬링 이브'로 한국계 최초의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자가 된 샌드라 오가 객석에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샌드라 오는 이날 분장상을 시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는 작업은 고독하다. 한국을 대표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쓰지 않았지만, 이것은 한국의 첫 오스카다"고 소감을 밝혔다.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팀은 찾기 어렵지 않았다. 녹색 드레스를 입은 작사가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남편인 작곡가 로버트 로페즈와 함께 '겨울왕국 2' 오리지널 작곡상 후보) 앞줄이었기 때문에 눈에 잘 띄었다.
# 오스카 국제극영화상(외국어영화상) 수상
"오늘 밤 술 마실 준비가 됐다" -봉준호-
국제극영화상 시상자로 스페인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등장해서 긴장감이 돌았다. 1999년 페넬로페 크루즈는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함께 외국어영화상을 발표했었다. 크루즈는 "뻬드로!"라 소리치면서 '내 엄마의 모든 것(All About My Mother'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을 무대로 불렀었다. '기생충'과 함께 후보에 올랐으며, 반데라스에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알모도바르 감독의 '고통과 영광'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루즈는 봉투를 열고, 'Parasite'를 발견했다. 가장 놀란 인물일듯 하다. '기생충'의 수상은 예견됐었다.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상(BAFTA) 등에서 이미 수상했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제 밤새 술이나 마셔야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칸영화제부터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의 완벽한 통역을 담당한 샤론 최(Sharon Choi, 최성재, 25)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봉 감독이 '언어 아바타'라 부르는 샤론 최는 영화를 전공했으며, 이창동 감독의 '버닝(Burning)' 북미 지역 개봉 때 통역을 맡았다. 샤론 최는 이번 체험을 바탕으로 장편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오스카 감독상 수상
올 칸영화제 심사위원장 스파이크 리 발표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 울린 봉준호
거장 마틴 스콜세지(아이리쉬맨), 퀜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샘 멘데스(1917), 토드 필립스(조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스콜세지는 감독상 1회, 타란티노는 각본상을 2회 수상했지만, 아직 감독상은 받지 못했다. 스콜세지는 '택시 드라이버'(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성난 황소'등 걸작을 연출했지만, 오스카와 거리가 멀었다. 그가 2007년 오스카 감독상으로 호명한 이들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의 삼총사였다. 스콜세지는 무대에 올라 "혹시 봉투가 바뀌지 않았나"라고 물어서 화제가 됐다.
감독상 시상자는 스콜세지의 뉴욕대 후배 스파이크 리, 올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인물로 최근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한 LA 레이커스 농구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를 추모하는 24 재킷(보라, 노랑 by 구찌)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봉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영화 공부하던 시절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콜세지의 말을 가슴에 새겼다고 밝혀 스콜세지의 눈시울을 적셨다. 청중은 기립박수로 스콜세지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어 봉 감독은 미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때 자신의 영화를 지지해준 타란티노 (형님)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해 훈훈한 시상식으로 이끌었다.
#4 오스카 작품상 수상
외국어영화 최초 작품상 "상징적인 수상"
최우수 작품상 시상자로는 82세의 배우 제인 폰다가 은발 숏커트에 엘리 삽(Elie Saab) 레드 드레스와 코트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다시 한번 'Parasite'가 불리워지자 '기생충'팀은 환호하며 무대에 올랐다.
곽신애 바른손A&E 대표는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지금 이순간 무언가 굉장히 의미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여진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오스카상 수상자의 소감 발표 시간은 45초다. 마이크가 꺼지자 객석 첫열의 톰 행크스, 샬리즈 테론 등 아카데미 회원들은 두 팔을 들며 "마이크 업!"을 외쳤다. 이에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배급, 책임 프로듀서)가 소감을 영어로 밝히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나는 봉준호 감독의 모든 것이 좋다. 그 자신인 것에 감사한다. 그의 웃음, 그의 크레이지 헤어스타일. 말투, 걷는 방식 모든 것이 좋다. 특히 그가 연출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그는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자신을 조롱하며, 절대로 자신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봉 감독을 치하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꿈을 이루는데 도와준 남동생(CJ 그룹 이재현 회장)의 지지에 특별한 감사를 표하면서 이 자리에 서는데는 한국영화를 성원하며 질책해준 한국 관객들이 있다고 말했다.
제 92회 오스카 시상식은 한국영화 역사 101년만의 첫 승리이자, 외국어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거머쥔 역사적인 이벤트였다. 이날 3천400여석의 돌비 시어터를 뒤흔든 것은 백인 미국인들이 아니라, 한국 영화인들이었다.
#5 백 스테이지 & 온 스테이지
시상식 후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 곽신애 제작자와 오스카 트로피에 이름을 새겼다. 버라이어티지에 따르면, 봉 감독은 기술자에게 트로피가 너무 많아 미안하다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상식에 참석한 봉 감독의 부인 정선영씨가 눈물을 흘리며 감격의 포옹을 하는 장면이 트위터리언에 포착됐다.
# 소셜 미디어
*봉준호와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작품, 감독, 각본, 국제극영화)의 기록 해설
*'기생충'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
*'기생충'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할까? Variety & Hollywood Reporter
*'기생충' 한국 영화 최초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수상
*'기생충(Parasite)' 한국영화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뉴욕 영화제 2019 (8) 우리의 마음 속엔 기생충이 산다 '기생충(Parasite)' ★★★★☆
*사람들 사이엔 선이 있다: 흑백으로 다시 본 '기생충' ★★★★★
*'기생충' 2019 미 외국어 영화상 휩쓴다, 뉴욕비평가협회, 미비평가협회, AFI 특별상
*'기생충' 미비평가협회 작품상, 각본상(봉준호, 한진원) 수상
*뉴욕타임스 '기생충' 아카데미상 작품, 감독, 각본, 남우조연, 여우조연상 후보 예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