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와의 랑데부(3/5-15) (2) 마술같은 밤에(On a Magical Night) ★★★★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3/5-15)
2020 프랑스 영화와의 랑데부 <2> 마술같은 밤에 (On a Magical Night/ Chambre 212)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의 간판 영화제는 가을의 뉴욕영화제(New York Film Festival)와 봄의 프랑스 영화제(Rendez-Vous with French Cinema)다. 올해로 58회를 맞는 뉴욕영화제(9/25-10/11)는 정치적올바름(PC)의 시대흐름에 따라 집행위원장은 유진 헤르난데스(Eugene Hernandez), 프로그램 국장은 데니스 림(Dennis Lim)의 비백인 쌍두마차가 이끌게 된다. 한편, 제 25회를 맞은 프랑스 영화제(3/5-15)는 여전히 '불란서 영화' 신작 22편을 상영한다. 올해엔 관객상을 마련했다.
마술같은 밤에 On a Magical Night / Chambre 212 ★★★★
바람난 부인의 하룻밤 판타지
On a Magical Night / Chambre 212 by Christophe Honoré
2020 '프랑스 영화와의 랑데부'에선 중년의 위기를 다룬 영화들이 주목을 끈다. 줄리엣 비노슈가 남편을 조카에게 뺏긴 후 페이스북에 빠져 사고치는 '내가 누구인지 아니?(Who You Think I Am / Celle que vous croyez)', 장 뒤자르댕이 이혼 후 외딴 마을에서 사슴가죽 재킷을 사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사슴가죽(Deer Skin)', 그리고 카트린느 드뇌브와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의 딸 키아라 마스트로얀니가 가출녀로 나오는 '마술같은 밤에(On A Magical Night)'다.
올해 아카데미상 각본상에서 '기생충'과 경합했던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는 사실 이혼 이야기다. 뉴욕의 남자(아담 드라이버)와 LA의 여자(스칼렛 요한슨)이 살벌하게 싸우며 변호사들이 이혼 소송에 부채질을 한다. 프랑스 크리스토프 오노레(Christophe Honoré) 감독의 '마술같은 밤에'는 중년의 위기에 놓인 파리의 여교수 마리아(키아라 마스트로얀니 분)의 하룻밤 이야기다. 그 위기를 '결혼 이야기'식의 논쟁이 아니라 '불란서 영화처럼' 초현실적인 판타지로 이끌어간다.
On a Magical Night / Chambre 212 by Christophe Honoré
몽파르나스에 사는 법대 교수 마리아(키아라 마스트로얀니 분)와 피아니스트 리샤르(벤야민 비올레이 분)와 결혼한지 25년째지만, 성관계 없이 오누이처럼 산다. 이에 불만인 마리아는 아들 뻘의 학생들과 바람을 피워왔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남편이 부인의 빨래를 해주다가 마리아의 셀폰의 메시지를 보고 그동안 바람을 피운 것을 알게되고 대판 싸운다.
마리아는 "모두들 바람을 피운다!'며 정당화한 후 바로 짐을 싸서 가출하는데, 그녀가 짐을 푼 곳은 자신의 아파트 건너편의 호텔.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볼 수 있는 방 212호다. 프랑스 제목은 방 이름인데, 법에서 212이 부부간의 충절을 요구하는 조항이라고. 사실 이 '문'은 상징적이다.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를 나누는 장막이다.
On a Magical Night / Chambre 212 by Christophe Honoré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20대의 남편(뱅상 라코스테 분)이 등장한 것이다. 남편 리샤르의 청년 시절 모습에 빠진 마리아는 흥분해서 사랑을 나눈다. 그런데, 죽은 엄마가 나타나 마리아에게 그동안 바람피운 것을 지적하고, 외할머니가 등장해 엄마의 바람끼를 연쇄로 폭로한다. 여기에 2018년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 샤를르 아즈나블 닮은 이가 나타나 인생의 조언자를자처한다. 이로써 마리아의 호텔방 212호는 과거의 인물들이 집합하는 장소가 된다. 그동안 마리아와 바람 피운 14명의 청년들까지 모였다. 한편, 리샤르가 사춘기 때 피아노 선생 아이린까지 나타나서 우울증에 빠진 리샤르와 다시 잘해보려고 하며 소동이 벌어지는데...
On a Magical Night / Chambre 212 by Christophe Honoré
'마술같은 밤에'는 '만약에...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삶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가설로 과거가 현재로 편입된다. 우리 모두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를 갖고 산다. 오노레 감독은 잉그마르 베르히만, 우디 알렌, 베르트랑 블리에 등 선배 감독들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이야기를 풀어나았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 이들 감독의 이름을 밝혔다.
On a Magical Night / Chambre 212 by Christophe Honoré
이 로맨틱 코미디는 뿐만 아니라 브라질 브루노 바레트 감독의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두 남편(Dona Flor and Her Two Husbands)'도 연상시킨다. 마리아와 리샤르가 사는 몽파르나스 아파트에는 영화관 간판이 있다. 오노레 감독은 결혼의 위기를 시네마 판타지로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엔딩에 주제가처럼 흐르는 배리 매닐로우의 "Could It Be Magic"처럼 삶도 생각하기에 따라 마술이 될 수도 있다.
On a Magical Night / Chambre 212 by Christophe Honoré
프랑스 스타 카트리느 드뇌브(1943- )는 브리짓 바르도의 남편이었고, 제인 폰다의 남편이 될 로제 바딤 감독과 아들(크리스티앙 바딤)을 낳았다. 이후엔 이탈리아 간판 배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와 연인 관계가 됐다. 마스트로얀니는 막 미국 배우 페이 더너웨이와 헤어진 후였다. 마스트로얀니와 사이에 딸 키아라 마스트로얀니(1972- )도 배우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며,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에 출품된 '마술같은 밤에(On a Magical Night)'으로 최우수 연기상을 거머쥐었다. 리샤르 역의 벤야민 비올레이는 키아라 마스트로얀니의 전 남편이기도 하다. 불란서 영화같은 관계라고나 할까.
칸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은 황금종려상이 걸린 본 경쟁 부문 외에 혁신적이며 대담한 스타일의 젊은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부문이다. 2010년 홍상수 삼독의 '하하하', 2010년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이 대상을 수상했다. 87분. 3월 6일 오후 8시 45분-키아라 마스트로얀니와 Q&A, 3월 9일 오후 4시 15분.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20
March 5-15, 2020
Walter Reade Theater (165 West. 65th St.)
https://www.filmlinc.org/festivals/rendez-vous-with-french-cinema
*프랑스 영화와의 랑데부(3/5-15) (1)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The Truth/ La Vérité )' ★★★
*프랑스 영화와의 랑데부(3/5-15) (3) 사슴 가죽(Deerskin/ Le da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