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324 댓글 0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인종차별주의 

"존재하지 않았던 목가적인 나날들에 대한 노스탤지어"


by 재클린 스튜어트 시카고대 영화과 교수


00001.jpg

Gone with the Wind(1939) directed by Victor Fleming/ Professor Jacqueline Stewart


미국은 변화 중이다.

#BlackLivesMatter 운동으로 미 대도시의 인종차별주의자 동상과 남부연합기가 철거되고, 뮤지엄을 비롯 문화단체에서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적 관행을 비판하며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그 불똥은 죽은 백인 남성들의 동상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고전 영화에까지 튀었다. HBO Max가 6월 초 1939년 제작된 서사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의 스트리밍 카탈로그에서 제거했다. 


그러다가 24일 다시 올렸다. HBO Max의 대변인은 "이 영화의 인종차별적인 묘사는 그때도, 지금도 틀리다"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의 역사, 영화 역사 및 이 둘의 관계를 해석하는데서 깊은 상처를 드러내는 영화"라고 밝혔다.



3.jpg 

 Gone with the Wind(1939) directed by Victor Fleming


HBO Max는 대신 재클린 스튜어트(Jacqueline Stewart) 시카고대 영화과 교수의 해설(4분 30초)을 곁들였다. 스튜어트 교수는 흑인 여성임은 우연이 아니다. 스튜어트 교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제작 배경, 당시 평가 및 아카데미상 10개 부문 석권에 대해 소개한 후 논쟁거리였던 인종차별 시각에 대해 설명했다. 


"이 영화는 남북전쟁 이전 의 남부를 과거에 비극적으로 잃어버린 낭만적이며, 목가적인 배경으로 그렸습니다"라고 말한 후 그 중심부인 조지아주의 플랜테이션(농장)은 "당시 세계의 기반이었던  노예소유 제도의 잔인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우아하며 아름다운 세계로 등장합니다"라고 해설했다. 이와 함께 "부인할 수 없는 문화적 중요성 중 하나는 오늘날 언론과 사회에 지속되고 있는 인종적 불평등에 직접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스튜어트 교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는 것은 불편하고도,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고전 영화를 오리지널 형태로 보고 토론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 영화들은 제작 당시의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며, 지금 그 영화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숙고해 보도록 초대합니다"라고 맺었다.  



4.jpg

Gone with the Wind(1939) directed by Victor Fleming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940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 감독, 각본, 여우주연, 여우조연, 촬영, 편집, 미술상과 특별상, 기술성취상 등 10개 부문상을 석권했다. 미영화협회(American Film Institute)는 '시민 케인(Citizen Kane, 1941)', '카사블랑카(Casablanca, 1943)', '대부(The Godfather, 1972)'에 이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미국 영화사상 위대한 영화 4위에 선정했다. 


걸작으로 평가되어왔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80년 후 #BlackLivesMatter 시대에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일까? 재클린 스튜어트 교수는 6월 12일자 CNN에 기고한 6월 12일자 칼럼 '왜 우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외면할 수 없나?(Why we can't turn away from 'Gone with the Wind')에서 이 영화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그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노예제도를 자애롭고, 온화한 제도로 낭만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주류 관객에게 남북전쟁 이전의 남부와 전쟁 후의 재건 기간을 시각화하는데 지속적으로 심오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스튜어트 교수의 칼럼을 요약한 것이다. 



6.jpg

Gone with the Wind(1939) directed by Victor Fleming


이제까지 노예제를 소재로 한 대표적 드라마와 영화로는 미니 시리즈 '뿌리(Roots, 1977)'에서 오프라 윈프리가 출연한 '비러브드(Beloved, 1998), 스티브 맥퀸 감독 작 '12년간의 노예(12 Years a Slave, 2013)' 등 흑인의 관점에서 역사적으로 보다 더 정확하게 묘사하려는 노력이 보인 작품들이 제작됐다.  


하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대중문화에서 지탱해왔다. 이 영화는 육체적인 학대가 없는(비비안 리가 분한 스칼렛 오하라가 노예 소녀 프리씨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은 예외), 힘든 노동 및 이산 가족이 없는 노예제도에 관한 이야기다. 수십년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영화관에서 재개봉되고, TV에서 황금시간대에 방영되고, 화려한 패키지의 홈비디오로 출시되어왔다.   


HBO Max가 카탈로그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검열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것은 치유되지 않은 상처에 소금을 문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이 상처들은 반흑인 폭력행위, 일상에서 정의의 지연과 흑인들의 고통을 인정하는데 실패한 모든 것들과 함께 다시 열린다. 



000book.jpg

Gone with the Wind(book, 1936)/ Gone with the Wind(film, 1939) 


그러나, 이것이 바로 인종적 불공정의 패턴과 흑인들의 삶에 대한 무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방영되고, 분석되고, 토론되어야 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대중문화에서 백인우월주의 표현을 조사하기 위한 주요 교과서다.  마가렛 미첼(Margaret Mitchell)의 블록버스터 소설(1936)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남북전쟁 이전 남부 상류사회에 관한 오래된 신화를 이용한다. 이 영화의 화려한 의상, 웅장한 농장 세트와 획기적인 테크니컬러 활영은 스칼렛 오하라의 로맨스와 경제적인 고초를 웅장한 멜로드라마의 방식으로 만든다. 

  

제목이 시사하듯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존재하지 않았던 목가적인 나날들에 대한 노스탤지어로 회고한다. 멋진 옛날로 돌아가 귀를 기울임으로써 이 농장 드라마는 백인 관객들로 하여금 매력적이지만, 잘못된 혈통을 상상하도록 초대한다. 노동계층과 가난한 백인 관객들이 고귀한 백인 혈통과 동일시할 때, 그들이 흑인 노동계층이나 가난한 흑인과 유익한 동맹을 맺은 가능성은 희박하다.  



8.JPG

Gone with the Wind(1939) directed by Victor Fleming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중요한 배역을 맡은 흑인 배우들의 존재가 극도로 미미했던 시기 흑인 연기에 대한 귀중한 자료이자 증언이기도 하다. 영화사학자 도날드 보글(Donald Bogle)이 주장한 대로 이 영화에서 특히 매미 역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해티 맥다니엘(Hattie McDaniel)이나 코믹한 프리씨 역의 버터플라이 맥퀸(Butterfly McQueen)은 스테레오타입에 박힌 역할에 주목할만한 인간성을 가져온다. 너무나 종종 이 캐릭터들은 무해하거나, 해로운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매미와 프리씨에 대해 그저 당대를 반영하는 특성이나 할리우드의 고질적이며 널리퍼진 인종차별주의의 희생양으로 종종 읽혀진다. 그러나, 그들의 연기 스타일을 주의 깊게 본다면, 맥다니엘과 맥퀸은 독특한 얼굴 표정, 제스쳐와 목청 및 유머로 캐릭터에 뉘앙스를 주는 것을 알수 있다. 그들은 미리암 페티(Miriam Petty)의 말을 인용하자면, "할리우드 고전 영화 속에서 흑인 배우들이 어떻게 작은 역할의 영향을 최대화하며 관심을 독차지한다".   



1940_Hattie_McDaniel_Bainter.jpg

1940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흑인 배우 최초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해티 맥다니엘이 시상자 페이 베인터와 포즈를 취했다. Photo: AMPAS


동시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뚜렷한 인종차별주의가 어떻게 백인 동료들의 호의에서 우러난 노력뿐만 아니라 흑인들의 가능성을 제한했음을 보여준다. 제작자 데이빗 오 셀즈닉(David O. Selznick)은 해티 맥다니엘의 열연을 믿고 아카데미상에  후보 지명을 지원했다. 하지만, 셀즈닉은 애틀란타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에 흑인 배우들을 부르지 않음으로써 남부의 감성에 항복했다. 


그리고, 해티 맥다니엘이 오스카를 수상한 최초의 흑인 배우가 된 제 1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맥다니엘은 배우들에 둘러싸인 셀즈닉의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맥다니엘은 백인 전용 코코아넛 그로브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매니저의 특별한 허락을 받아야 했으며, 옆의 작은 테이블에 앉아야 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고전 영화가 우리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금 사람들은 인종적 재교육을 위해 영화를 찾고 있으며,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는 반인종차별주의와 인종적 불평등에 관한 책들이다. 만일 사람들이 정말로 과제를 하고 싶다면, 우리는 흑인들의 삶에 관한 가장 지적이고, 정직하며, 생산적인 범 국민적 대화를 영화와 영화 밖에서 해야할 것이다.  


재클린 스튜어트 교수는 스탠포드 졸업 후 시카고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고전영화 전문 케이블 TV TCM의 'Silent Sunday Night' 호스트로 발탁됐다. TCM 창설 25년 이래 첫 흑인 호스트다. 



000.jpg *'라이센스 투 킬' 경찰 규탄 시위 확산 #BlackLivesMatter

*역사 속으로 매장되는 인종차별 동상들

*뮤지엄 소수계 목소리 높아졌다

*MoMA 재개관 <5> 흑인작가 전성시대

*2019 아모리쇼: 흑인 파워의 부상 BLACK POWER RISING (1) 포커스 섹션

*2019 아모리쇼: 흑인 파워의 부상 BLACK POWER RISING (2) 블루칩 작가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