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톨리 김 원작, 카자흐스탄 걸작 '복수(Revenge, 1989)' ★★★★☆
죄악과 복수, 한(恨)과 구원의 오딧세이
칸영화제 초청, 디지털 복원 '복수(Revenge, 1989)' ★★★★☆
크라이테리온 채널(Criterion Channel) 제공
'Revenge/ Mest'(1989), screenplay by Anatoli Kim, driected by Ermek Shinabaev/ Anatoli Kim
2007년 미국의 거장감독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는 칸영화제에서 세계의 걸작영화 복원 사업을 펼치기 위해 세계영화재단(WCF, World Cinema Foundation)을 출범했다. 스콜세지 감독은 이후 2008년 김기영 감독의 '하녀(The Housemaid, 1960)'를 비롯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필리핀, 태국, 이란, 터키, 이집트, 세네갈, 카메룬, 멕시코, 쿠바, 브라질, 영국, 헝가리 등 세계 영화 40여편을 디지털로 복원해왔다. 덕분에 1931년 브라질 영화(Limite)에서 2000년 태국 영화 'Mysterious Object at Noon)까지 저주받은 걸작들을 선명한 화질로 즐길 수 있게 됐다.
WCF 복원작 중에서 김기영 감독의 '하녀'와 함께 주목을 끄는 영화는 1989년 구소련/카자흐스탄에서 제작된 에르멕 쉬나바예프(Ermek Shinabaev) 감독의 '복수(Revenge/러시아어 Mest, 99분)'다. 러시아의 한민족, 즉 고려인들의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문호로 손꼽히는 카자흐스탄의 한인 3세 소설가 아나톨리 김(Anatoli Kim)이 시나리오를 썼으며, 1991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s)' 부문에 초청 상영된 작품이다. 당시 제목은 '갈대 피리(La Flute de Roseau/ Reed Flute)'였다.
Martin Scorsese/ 'Revenge/ Mest'(1989), screenplay by Anatoli Kim, driected by Ermek Shinabaev
아나톨리 김은 에르멕 쉬나바예프 감독의 데뷔작 'My Sister Lucy(1985)'와 2번째 영화 'Out of the Forest, into the Glade, 1987)'의 시나리오를 썼다. '복수'는 이들의 세번째 협업 작품으로 2010년 아르마니, 카르티에, 카타르항공, 카타르뮤지엄의 후원을 받아 이탈리아 볼로냐의 Cineteca di Bologna /L’Immagine Ritrovata Laboratory에서 복원을 거쳤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영화관이 봉쇄된 후 집콕하는 이들에게 영화와 TV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 https://www.netflix.com )는 무려 구독자가 7천300만명에 달했다. 1개월 구독료는 $8.99-$15.99 선. 한편, 대중적인 콘텐츠의 넷플릭스와 달리 크라이테리온 채널(Criterion Channel https://www.criterionchannel.com )은 고전영화와 세계의 걸작 영화들을 보유하고 있다. 영화광들에게는 보물섬같은 서비스다. 월 구독료는 $10.99(무료 기간 14일).
'복수'는 이 크라이테리온 채널에서 우연히 발견한 보석같은 영화다. 모스크바 미술대와 문학대 출신 작가 아나톨리 김은 8개의 이야기에 담은 서사적인 복수극에서 한 가족의 이야기를 시적이며 철학이며, 회화적으로 담아냈다. 에르멕 쉬나바예프 감독은 촬영감독 세르게이 코스마네프(Sergei Kosmanev)와 함께 몽환의 회화같은 이미지로 고려인들의 삶을 그려냈다. 러시아어를 쓰는 한국계 배우들과 한민족의 의상이 생경하면서도 먼 나라에서 온 동화같은 느낌을 준다.
'복수(REVENGE/ MEST, 1989)'
'Revenge/ Mest'(1989), screenplay by Anatoli Kim, driected by Ermek Shinabaev
프롤로그는 조선시대 17세기를 배경으로 황제와 시인의 우정과 결별 이야기다.
어느날 왕자가 한 소년과 몸싸움을 하다 진 후 눈물을 짜며 황제에게 달려온다. 황제는 아들이 싸움에 진 것에 격분해 나라에서 가장 힘센 전사를 대령하라고 지시한다. 전사는 앞으로 20년동안 왕자를 나라의 최고의 전사로 만들라는 어명을 받게된다. 세월이 흘러 왕자는 황제가 되었고, 자신을 위대한 전사라고 생각한다. 황제와 어린시절 싸웠던 친구는 시인이 되어 왕궁에서 만난다.
어느날 황제는 예전에 자신을 쓰려뜨렸던 전사에게 복수심으로 처형하려고 한다. 시인은 황제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하지만, 황제는 그에게 시를 읊으라고 한다. 이에 시인이 왕궁을 떠나겠노라고 간청하자 황제는 시인을 아예 추방해버린다. 복수심에 가득했던 황제는 진실한 친구를 잃고, 시인은 방랑길을 떠난다.
프롤로그 후에는 "한국에선 구텐베르크보다 200년 전에 책을 출판했다. 세상의 첫 프로 시인들은 이 나라에서 나왔다."라는 자막이 뜬다. 소설가 아나톨리 김이 한국의 인쇄문화와 문인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문구다.
'복수'는 시인의 재능을 갖추었던 한 소년이 가족의 원수를 갚으려는 집념으로 평생을 고독하게 살다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1915년 한국의 작은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건너 뛰어 7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1 얀(Yan): 시골 헛간에서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던 포악한 선생 얀(Yan)이 한 소녀에 격분해 낫으로 죽이고 만다. 딸의 죽음을 알게된 아버지 차이/채(Tasi, 蔡)씨는 얀 선생에 복수를 맹세한다.
#2 차이/채(Tsai): 소녀의 아버지 차이는 친구에게 농토를 10년간 맡긴 후 얀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난다. 10년이 흘러 차이는 마침내 한 헛간에서 얀을 찾아낸다. 차이가 딸을 죽인 그 낫으로 복수하려는 순간, 한 여인(치료사)으로 인해 실패하고 만다. 게다가 차이는 이미 늙은 몸이었다. 얀은 그녀의 도움으로 도주하고, 차이는 집으로 돌아간다. 부인은 슬픔에 젖은 남편에게 첩을 들여 얀에게 복수해줄 아들을 낳자고 제안한다.
#3 벙어리(The Mute One): 가난한 과부의 벙어리 딸이 차이의 첩으로 들거가 아들 선구(Sungu)를 낳는다. 지극정성으로 키워진 소년 채선구는 시를 읊을 정도로 재능이 있었고, 선생은 그를 격려해준다. 어느날 차이는 죽기 전 아들에게 피 묻은 낫을 주며 이복누이의 복수를 다짐시킨다.
아버지의 죽음 후 선구는 초가 집 앞에서 땡볕 아래, 빗 속에서도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벙어리 엄마는 선구의 머리 위에 집을 지어준다. 얼마 후 얀이 부인과 마차를 타고 선구네 집 옆으로 지나간다. 차이의 죽음에 자유롭게 귀향한 것이다. 차이의 부인이 얀을 발견하고, 선구에게 복수의 상대가 그자라고 알려준다. 얀은 차이에게 아들이 있다는 석에 충격을 받고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4 승려(The Monk): 얀의 부인이 된 치료사가 옛일을 회상한다. 방랑 수도사가 된 선구의 선생이 그녀의 집에 머물게 된다. 여인은 갑자기 기절하고, 수도사는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가정을 버리고 사부가 있는 산으로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수도사는 그녀에게 병을 고치려면 가장 악한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10년 후 폭풍우가 치는 날 청년이 된 선구와 수도사가 된 선생이 만난다. 선구는 더 이상 시를 쓰지 않고, 수도사는 더 이상 학생을 가르치지 않는다. 선구는 여전히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복수심에 불타있다.
#5 루마니아인 엘자(Elza the Romanian): 선구와 엄마는 1945년 8월 해방을 맞아 러시아의 사할린으로 이주했다. 제재소에서 일하는 선구는 식당의 요리사 엘자네 집의 창문을 무료로 고쳐준다. 엘자는 러시안이 아니라 선구처럼 루마니아 출신 이방인이었다. 엘자는 선구를 유혹하지만, 선구의 바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선구가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성욕을 자제하는 메타포가 애잔하다.)
#6 복수(Revenge): 마침내 복수의 시간이 왔다. 기차에서 내린 선구는 아버지의 환영을 따라 살인자 얀의 집을 찾아가면서 죽은 이복 여동생을 만난다. 그리고, 벙어리 친엄마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선구는 낫을 들고 얀을 죽이려 한다. 그러나, 얀은 없고, 노파가 된 얀의 부인, 치료사뿐이었다.
부인은 쓰러진 선구를 지극히 보살피며 얀이 작년에 이미 사망했다고 이야기해준다. 평생 두려움에 시달려온 얀은 술고래가 되었고, 어린이들의 쥐불놀이에 말려 헛간의 건초더미에서 죽음을 맞았다.
#7 집(The House): 마지막 장에서 선구는 얀의 부인과 바닷가를 거닌다. 선구는 그녀의 아들이 되게 해달라고 간청하지만, 그녀는 거부하고 떠난다. 얼마 후 선구가 바닷가에 집을 짓는 동안 치료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선구가 그녀를 찾아가자 시신 옆엔 낫이 놓여있었다.
여인은 그 낫으로 자살하며, 남편과 자신의 구원을 기대한 것일까? 해변가에서 깨어난 순구는 황제를 태운 마차 행렬을 본다. 채순구는 17세기 조선 왕궁에서 추방당했던 옛 시인의 환생이었던 것일까?
에필로그는 해변에서 두 여인이 조개를 주우면서 한국말로 푸념을 내뱉는 장면이다. "하느님은 어찌하여 우리들에게 애들을 보내주었소. 우리가 행복하게 살라고... 난, 사랑에 대해 잊은지 오래라오... 한 인생을 살면서 무엇을 제일 두려워해야 하나. 바닷물... 난 가겠어. 어디든지..." 두 여인은 노을진 태양 아래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본다.
'Revenge/ Mest'(1989), screenplay by Anatoli Kim, driected by Ermek Shinabaev
영화 '복수'는 한인 2세대를 거친 복수의 오디세이다. 딸을 잃은 차이의 분노와 복수심은 한민족의 감성인 한(恨)과 연결된다. 차이는 외동딸을 살해한 얀 선생을 복수하기 위해 남은 생애를 바쳤고, 대를 이어 복수하기 위해 첩을 들였다. 그의 아들 선구는 복수를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차이 가족의 집념 또한 한민족의 끈기를 보여준다. 그들에게 정의는 곧 복수였다.
아나톨리 김의 시나리오는 그리스 신화처럼 서사적이며, 종교적인 메타포가 흐른다. 왕자와 시인, 좋은 선생(수도사)와 나쁜 선생(살인자 얀), 성모 마리아같은 치료사 그리고 복수를 위해 세상에 태어난 채선구의 비극적인 삶이 '카르마(Karma)'로 이어진다. 아버지 차이와 그의 부인, 벙어리 씨받이, 그리고 루마니아 이민자 엘자까지 등장인물들은 인간의 본성, 폭력과 복수와 구원의 은유로 보인다. 얀은 '십계명'의 '<6>살인하지 말라'를 거역했고, 평생 도망자로 두렵게 살다가 알콜중독에 빠져 헛간에서 최후를 맞았다. 선구는 '<5> 네 부모를 공경하라'를 따르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희생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삶은 업보로 수레바퀴처럼 돌고돈다.
'Revenge/ Mest'(1989), screenplay by Anatoli Kim, driected by Ermek Shinabaev
'복수'는 종교적인 테마와 상징성이 깔린 영화이기도 하다. 차이가 10년간 추적한 끝에 헛간에서 얀 선생을 발견하지만, 묘령의 나그네 여인 때문에 복수에 실패한다. 그 여인은 길을 걷다 지쳐서 신발을 구하려 했고, 한 남자가 그녀의 발을 씻겨준다. 고단한 나그네의 발은 삶에서 지은 일상의 죄이며, 세족식을 통해 안식을 취하게 된다.
차이는 죽기 전 아들 선구에게 "복수를 하기 전까지, 정의를 실현하기 전까지는 결혼도 하지 말고, 자식도 갖지 말고, 기쁨도, 슬픔도 느껴서는 안된다"는 유언을 남긴다. 선구가 제재소 일꾼으로 루마니아 여자 엘자의 집 창문을 고쳐주지만, 남자로서 사랑을 포기해야 했다. 선구가 결말에서 바닷가에 집을 짓는 모습은 그리스 신화에서 시지푸스(Sisyphus)가 거대한 바위를 가파른 언덕 위로 영원히 굴려야 하는 형벌처럼 보인다. 그의 집은 미완성이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러시아 작가로서 아나톨리 김은 구텐베르크에 앞선 조선의 인쇄술과 문인들에 경배를 표했다.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엔 한국문화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속담과 아이러니하게 1915년 시골의 헛간에서 우리말을 공부하던 소녀는 선생의 낫으로 살해당한다. 그 낫은 차이와 그의 아들, 그리고 치유사의 임종까지 이어지며 인간의 폭력성과 함께 한민족과 고려인들의 한, 분노의 메타포처럼 보인다.
'Revenge/ Mest'(1989), screenplay by Anatoli Kim, driected by Ermek Shinabaev
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1926)에서 낫은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일제강점기의 대학생 영진은 친일파 친구가 여동생을 겁탈하려 하자 낫으로 기호를 죽여 일본 경찰에 체포된다. 영화 '복수'에서 차이의 씨받이로 간택된 벙어리 여인은 나운규가 영화로 만들었던 나도향 단편소설 '벙어리 삼룡이'(1925)와 김동인의 단편소설 '감자'의 홀아비에게 시집가는 가난한 집 딸 복녀를 연상시킨다.
'복수의 오딧세이'에서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부로 묘사된다. 거대한 평원과 바닷가의 배경이나 곳곳에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동물들이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왕궁에서 느릿느릿하게 걷는 거북이를 지켜보는 황제가 "하찮은 거북이일지언정 목표가 있으니, 하물며 인간은..."하며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Revenge/ Mest'(1989), screenplay by Anatoli Kim, driected by Ermek Shinabaev/ 'Arirang'(1926) by Na-Woonlkyu
이 영화에서 선구의 목표는 이복 여동생의 원수를 갚고, 아버지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다. 시골 마을에 돌아다니는 고슴도치는 딸 자식을 잃는 채씨의 심정이자 황폐한 환경을 이중으로 은유하는듯 하다. 살인이 일어나는 헛간의 오리떼와 순진무구한 학생들의 장면, 청년이 된 선구는 사할린 바닷가에서 오리를 두고 러시아 동료에게 결혼을 언급한 후 개가 오리를 해치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얀 선생은 러시아 아이들의 쥐불놀이로 인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얀 선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쥐불놀이도 의미심장하다. 쥐불놀이는 한국에서 정월 첫 쥐날(上子日)에 들쥐와 메뚜기 등 해충을 쫓기 위해 논이나 밭에 횃불을 붙인 민속놀이다. 결국 얀은 평생 두려움에 살다가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던 헛간에서 화형식으로 더욱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인과응보, 사필귀정의 서사시 '복수' 속에서 차이와 선구 부자의 삶은 허무하기만 하다. 불타던 복수심은 피날레에서 바닷가의 잔잔한 물로 정화된다. 불은 죄와 벌을 연상시키며, 물은 구원으로 이어진다.
모스크바 미술대 출신의 화가이기도 한 아나톨리 김은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구원, 그리고 신의 현존함을 설파하는 것처럼 보인다. 얀 선생이 살인을 저질렀던 헛간에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조각들, 차이가 임종할 때 선구에게 유언하는 장면의 창문, 그리고 추운 겨울 날 벙어리 엄마가 학교로 찾아와 선구와 창에서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의 창은 마치 신의 공간처럼 초현실적이다. 영화 '복수'가 마술적인 리얼리즘의 동화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아나톨리 안드레예비치 김(Anatoli Andreyevich Kim)은 1939년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나 사할린 고교를 거쳐 모스크바 미술대학을 처쳐 모스크바 고리키 문학창작대학를 졸업했다. 1973년 단편소설 '수채화'로 등단한 후 '사할린의 방랑자들' '묘꼬의 들장미' '수채화' 등이 실린 작품집 '푸른 섬'을 출간했다. 이후 '네 고백' '꾀꼬리의 울음소리' '옥색 띠' 등을 펴냈으며, 1984년 다람쥐, 돼지 등 동물로 변신한 4명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첫 장편소설 '다람쥐'를 출간했으며, 1989년 '아버지의 숲'으로 러시아 문학계의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했다. 1993년 '켄타우로스의 마을'로 모스크바 시문학상, 2005년엔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엔 '다람쥐', '아버지 숲' '켄타우로스의 마을' '해초 따는 사람들' '신의 플루트' 등과 회고록 '초원, 내 푸른 영혼'이 번역 출간됐다.
그의 회고록 '초원, 내 푸른 영혼'에는 화가적 상상력을 지닌 소설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내 마음 속의 첫번째 풍경화는 카자흐스탄의 황색 구릉들의 모습이다. 예술을 직업으로 하는 나는 늘 색깔과 선, 그리고 미술적 이미지를 생각한다. 우리 영혼의 세계는 신이 우리에게 준 예술의 박물관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 마음 속에 여러 그림들로 가득 찬 화랑을 간직하고 있다. 내가 살아온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나는 완성된 그림으로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에르멕 쉬나바예프 감독은 1953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태어나 모스크바영화협회(VGIK)에서 연기와 연출을 전공했다. 1974년 배우로 시작해 국영 카자크필름 스튜디오에서 조감독으로 일하다가 1981년 음악영화, 단편 및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 1985년 아나톨리 김의 시나리오로 저예산의 장편영화 'My Sister Liusia'를 연출, 프랑스 에미앙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후 아나톨리 김의 시나리오로 'Out of the Forest and into the Glade'(1987)와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대된 '복수(Revenge, 1989)'를 만들었다. 'My Place on the Tricorne'(1993)으로 로카르노 영화제 대상인 황금표범상을 수상했다. 시나바예프는 카자흐스탄 뉴 시네마의 기수로 1997년 '카자흐스탄 예술 공헌상'을 수상했다.
고려인: 일제는 제 2차 세계대전 중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해 그들이 점령했던 사할린으로 끌고가 탄광이나 군수공장에서 착취했다. 일본은 패전 후 조선인들을 방치했고, 1937년 스탈린은 17만여명의 고려인들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6.25 전쟁 후엔 냉전으로 사할린의 한인들을 무국적자로 살아야 했다. 1991년 12월 소련이 붕괴하며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면적이 세계 9위이며, 한민족-'고려사람'(Корё-сарам)'은 10여만명에 달한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