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영화제 (4)'바닷가 옆 맨체스터' ★★★★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지 오래 되었다면, 극장 안에서 맘껏 울어 보시라. '바닷가 옆 맨체스터(Manchester by the Sea)'는 당신을 울음의 바다로 데려갈 것이다. 11월 18일 뉴욕 개봉.
2016 뉴욕영화제 (9/30-10/16)
상실의 시대, 트라우마의 고향으로
바닷가 옆 맨체스터 Manchester By The Sea ★★★★
Manchester By The Sea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지 오래 되었다면, 극장 안에서 맘껏 울어 보시라. '바닷가 옆 맨체스터(Manchester by the Sea)'는 당신을 울음의 바다로 데려갈 것이다. 벤 에플렉의 동생 케이시 에플렉이 주인공 리 챈들러로 분해 가슴을 뒤흔들만한 연기를 보여준다. 전처 랜디 역의 미셸 윌리엄스와 재회 장면은 목이 메이고, 가슴을 쥐어짤 정도로 압권이다. 여기에 조카 역의 신예 루카스 헷지까지 연기의 앙상블이 불꽃튄다. 명연기는 관객에게 스토리와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 배우는 관객의 가슴 속에서 오랫동안 캐릭터로 살아 숨쉬게 된다.
만일, 순간의 실수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다면 홀로 남겨진 삶의 존재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의 죄책감은 NYFF에 초돼된 다르덴 형제의 영화 '신원미상의 소녀(The Unknown Girl)'와는 다른 차원이다. 자신의 피붙이들이 사라진 고향, 리 챈들러(케이시 에플렉 분)는 보스턴에서 잡일을 하며 살아간다. 화장실 변기 수선에서 눈치우는 일까지 막일을 하는 그는 여자들의 유혹에 냉담하다. 늘 우울하고, 차갑고, 때때로 이유없이 격분한다. 리는 어느 추운 겨울날 형 조우(카일 챈들러 분)의 사망소식을 듣고, 홀로 남은 16세 조카 패트릭를 만나러 고향인 매사추세츠의 항구도시 맨체스터로 간다.
Manchester By The Sea
영화 시작 후 1시간 동안 우리는 리의 회상 속에서 전처(미셸 윌리엄스 분)와 아이들과의 소박했던 생활을 보게 된다. 그러나, 1시간이 될 때까지 리의 고통을 알지 못한다. 리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맨체스터를 떠나야 했다. 왜 리가 고향을 떠나야했는지 의문이 1시간 지나서야 풀리게 된다. 따라서 관객은 리의 내면을 이해하지 못한 채 1시간 기다려야 한다. Why? 도대체 왜? 왜? 왜? 그러나 그 비극을 목도한 순간부터 관객은 리의 가슴 속 깊이 들어가 앉게 된다. 그리고 리의 마음을 토닥거려주고 싶어진다.
케네스 로네건(Kenneth Lonergan) 감독은 원래 희곡작가로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할리우드 영화 '이것 좀 분석해봐 Analyze This'와 '뉴욕의 갱들(Gangs of New York)'의 시나리오를 썼고, 로라 리니와 마크 러팔로가 오누이로 출연한 '내게 기대봐(You Can Count On Me, 2000)로 감독 데뷔했다. 그의 세번째 영화 '바닷가 옆 맨체스터'는 무대의 에센스인 등장인물의 불꽃 튀는 대사와 갈등을 고조시키는데는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지만, 편집의 묘미를 살리지 못하고, 너무 질질 끄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두번째 영화 '마가렛'은 180분에 달했고, 흥행에 저조했다.
언론 시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켄트 존스 NYFF 디렉터와 케네스 로네건 감독. 로네건은 행인으로 카메오 출연한다.
인내를 요하는 1시간을 거쳐 비극적인 사건이 설명된다. 리는 벽난로에 불을 지핀 후 스크린으로 막는 것을 깝빡 잊고, 가게로 맥주 등 먹거리를 사러갔다. 돌아오니 집은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이때 흐르는 비장한 음악, 특히 장례식 장면에 종종 등장하는 "토마소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Albinoni Adagio In G Minor)"라 신파적인 느낌도 있지만, 관객은 비로소 리 챈들러의 깊은 슬픔에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가 냉담한 이유, 자기파괴적인 이유가 모두 설명된다. 그는 고통의 바다와 집이라는 궤도를 이탈해 자신에게 벌을 주며 살아온 것이다.
Manchester By The Sea
화재로 가정을 잃은 리는 어릴 적 알콜중독으로 떠나 아버지와 단둘이 살다 아버지를 잃은 조카 패트릭과 동병상련이 된다. 하지만, 맨체스터로 돌아가 패트릭의 후견인이 되기엔 트라우마가 너무 깊다. 가족을 잃은 고아 삼촌과 조카, 리와 패트릭의 말다툼 마라톤은 연극적인 즐거움을 준다. 아버지의 죽음에 냉담했던 패트릭이 냉동실에서 닭고기를 본 후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 또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땅이 얼어서 묘지에 매장할 수 없었던 아버지 시신이 냉동실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속수무책의 분노와 상실의 슬픔이 엉켜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낚싯배에서 어린 조카 패트릭과 노닐던 리의 정겨운 모습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는 배에 걸쳐서 망망대해, 상실의 바다를 보는 리와 패트릭의 뒷 모습을 잡는다. 인생의 도도한 바다에서 슬픔과 상처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치유될 것이다.
홀로 남은 삼촌과 조카, 서로 위안이 될 수 있을까? Manchester By The Sea
형 벤 에플렉보다 연기력이 한수 위인 케이시 에플렉은 호아퀸 피닉스의 소개로 동생 섬머 피닉스와 결혼했었다. 이 영화의 제작자가 형과 단짝인 맷 데이먼이며, 그들의 히트영화인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에서 케이시 에플렉이 단역으로 출연하며 기량을 쌓은 셈이다. 단연 내년 오스카상 남우주연상 후보감이다. 매튜 브로데릭이 패트릭 생모의 남편으로 카메오 출연한다. 하지만, 브로데릭의 스타성이 극의 흐름을 오히려 방해하는듯한 역효과 캐스팅. 137분. 10월 1일 오후 6시, 2일 오전 11시 30분, 11일 오후 9시 앨리스털리홀. 차후 미국내 개봉 예정. http://www.filmlinc.org/nyff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