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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길들이는 방법은 독버섯?

오스카 6개 부문 후보,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마지막 영화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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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 Thread 


*예고편 


올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 감독,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오리지널 작곡상, 의상 디자인상 등 6개 후보에 오른 '팬텀 스레드(유령의 실, Phantom Thread)'는 연기파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Daniel Day-Lewis)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대리인을 통해 '연기로부터 은퇴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역사상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트로피 3개(나의 왼발, 1989/피가 있으리, 2007/ 링컨, 2012)를 거머쥔 유일한 연기자, 우리 시대 최고의 배우가 스크린을 떠난다는 소식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링컨' 이후 5년만에 출연한 은퇴작 '팬텀 스레드'는 피가 있으리(There Will Be Blood)'의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감독과 두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195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한 패션 디자이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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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 Thread 

   

왕족과 상류사회 여인들의 의상을 제작하는 패션디자이너 레이놀즈 우드콕(다니엘 데이 루이스 분)은 성공했지만, 완벽주의자로 성격이 괴퍅스럽다. 누이 시릴(레슬리 맨빌 분)과 재봉사들과 런던의 맨션에서 럭셔리 패션하우스를 운영하는 그는 어느날 시골의 한 호텔 식당에서 웨이트레스 알마(비키 크리엡스 분)을 만나 한눈에 반한다. 그리고, 알마를 런던으로 데려와 조수 겸 모델이자 뮤즈로 만든다. 


그러나, 퉁명스러운 레이놀즈는 어느날부터인가 알마의 식사 소리마저도 거슬린다. 알마는 사랑하는 레이놀즈와 로맨틱해지려 하지만, 엄마의 환영에 시달리는 레이놀즈는 일중독에 빠져 알마를 무시한다. 어느날 알마는 벨기에 공주 웨딩드레스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레이놀즈에게 산에서 채취한 독버섯을 음식에 섞어주고 레이놀즈는 쓰러진다. 알마의 간호에 감동한 레이놀즈는 알마에게 청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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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 Thread 


#MeToo 이후 영화는 이전과 다르게 읽혀진다. '팬텀 스레드'도 예술가의 초상이나 러브 스토리보다는 남녀의 파워 균형으로 분석할 수 있다. 레이놀즈는 도시(런던) 상류사회에서 인정받는 성공한 패션디자이너이며, 알마는 시골 호텔의 웨이트레스다. 이들의 만남에서 동거, 그리고 결혼에 이르기까지 계급과 매너, 습관에서 종종 부딪힌다. 특히 아침식사 장면에서 알마가 버터를 자르고, 잼을 바르며, 차를 따르면서 내는 소리가 외골수 레이놀즈에게는 참을 수 없는 소음이었다. 


하지만, 레이놀즈가 알마를 만난 곳은 식당이었고, 줄줄이 식탐처럼 음식을 주문한다. 알마는 쪽지에 그를 'Hungry Boy'라며 놀린다. 레이놀즈는 1950년대 중국 랩상차(입산차)를 마시는 허영의 모닥불과 같은 인물이며, 알마는 현실적이며 로맨틱한 여성이다. 레이놀즈의 백색 저택 공간은 계급과 명예, 매너가 우선되는 상류사회이며, 알마의 초록 시골의 배경은 개인의 욕구가 사회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펼쳐질 수 있는 공간이다. 문명과 원시, 절제와 욕망이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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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 Thread 


알마는 레이놀즈의 삶 속에서 인형처럼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독버섯 요리로 레이놀즈를 무력화한다. 그리고, 병간호로 레이놀즈를 감화시켜 결혼에 이른다. 하지만, 레이놀즈는 알마를 들여온 것이 자신의 실수였다고 누이에게 고백하고, 그 말을 들은 알마는 다시 독버섯 전략(?)으로 레이놀즈를 조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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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가 레이놀즈를 위한 로맨틱 디너를 준비하면서 둘의 관계는 역전된다. 알마가 레이놀즈를 조종하기에 위에 서있다.


'팬텀 스레드'는 순진한 웨이트레스 알마가 이기적이며 자기도취에 빠진 남성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다. 그녀의 파워는 독버섯(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매혹당한 사람들(The Beguiled)'에서도 독버섯 살인이 등장한다)였다. 어쩌면, 폴 토마스 앤더슨은 결혼이란 자신을 포기하고, 아내의 치마 폭으로 순응하는 것이 해피 엔딩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결혼은 미친짓이다. 연애와 결혼은 독버섯에 길들여지는 것이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메소드 연기는 70mm 필름 스크린을 벅차게 만드는 울림이 있으며, 누이 시릴 역의 레슬리 맨빌은 냉담한 비즈니스 파트너 역으로 절묘하게 호흡을 맞춘다. 하지만, 알마 역의 비키 크리엡스는 공백과 침묵이 부자연스럽다. 이는 감칠맛 나는 대사가 부재한 탓이기도 하다. 프랑스 스릴러의 거장 클로드 샤브롤 감독 영화에서 젊은 이사벨 위페르 같은 카리스마는 부족하다. '팬텀 스레드'가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맞장을 뜨는 페미니스트 영화가 될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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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 Thread 


'팬텀 스레드'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와 올드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음악(조니 그린우드 작곡)이 인상적인 반면, 시나리오는 탄탄하지 못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시나리오는 레이놀즈와 시릴 오누이가 왜 그토록 냉혹한 성격이 되었는지,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려다가 중단해버린다. 또한, 상류사회 연인들과 레이놀즈의 관계가 피상적이며, 알마의 갈등과 고민에 대한 에피소드가 부족하다. 


한편,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은퇴 후 디자이너로 변신한다는 루머도 있다. 그가 1996년 극작가 아서 밀러의 딸 레베카 밀러와 결혼 후 5년간 할리우드를 떠나 이탈리아 피렌체(플로렌스)에 살며 구두 제작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갈망이 남아 배우의 길을 접고, 디자이너로서 (영화 속 배역이 아닌) 제 2의 삶을 갈 지도 모르겠다. '팬텀 스레드'의 시나리오 작업에도 적극 참가했다니 그의 새로운 변신에 기대해 본다. 프랑스 배우 이자벨 아자니와 사이의 아들 가브리엘 케인 데이 루이스가 모델로 활동 중이므로 흥미로울 것 같다.


*맨해튼 링컨스퀘어 13에선 70mm 프린트로 감상할 수 있다.

https://www.fandango.com/phantom-thread-206931/movie-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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