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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은 감독의 데뷔작 '혼자 사는 사람들'

나 홀로족에 대한 명상 'Alon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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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 (Aloners)' 예고편

https://youtu.be/6bp7NwAkN84

 

스마트폰의 영향일까? 1인 가구, 혼족(Aloners)이 급증했다. 혼자 밥 먹고(혼밥), 혼자 술 먹고(혼술), 혼자 쇼핑을 즐기며, 홀로 놀거나(혼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다. 로맨틱한 싱글족이나, 병적인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와는 달리 혼족은 인간관계 스트레스를 기피하는 나 홀로족이기도 하다. 1인 가구 소비문화를 지칭하는 신조어 '1코노미(solo economy)'가 나왔고, MBC-TV에선 '나 혼자 산다(Home Alone)'라는 프로그램도 방영되고 있다. 그러면, 혼족은 로망일까?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홍성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혼자 사는 사람들(Aloners, 2021)'는 혼족에 대한 이야기다. 진아(공승연 분)는 신용카드 콜센터의 직원이다. 칸막이가 쳐진 사무실에서 헤드폰을 끼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소비자의 불평하는 고객을 상대하는 일에 능숙하다. 점심도 홀로 식당의 바에서 국수를 먹는 진아는 상사 (팀장) 이외에는 거의 얼굴을 맞대지 않고 직장 생활을 한다. 그는 혼자 살며 편의점 스타일 도시락을 전자렌지에 데위서 TV를 보며 먹는다. 이웃의 젊은 남자가 말을 걸어도 차가운 말로 차단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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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Aloners, 2021)' Directed by Hong Sung-eun

 

진아의 가족관계도 분열됐다. 얼마 전 엄마가 세상을 떠났고, 17년 전 바람 나 가출했다가 돌아와 몇년간 엄마랑 살던 아버지는 엄마의 전 재산을 가로챈다.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이 있는 진아는 홈 카메라로 그의 일상을 감시한다. 갑자기 기독교인이 된 아버지의 일상을 관찰한다. 어느날 팀장이 신입 사원 수진(정다은 분)을 교육시키라는 지시를 받는다. 어느날 옆집 남자가 시체로 발견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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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Aloners, 2021)' Directed by Hong Sung-eun

 

늘 '우리'가 강조되어온 한국사회 집단주의가 개인주의에 앞서왔다. "밥 한번 먹자"가 친교적인 대화였다. 이제 그 집단주의 시대가 가고, 개인주의 시대가 확산되고 있는듯 하다. 진아는 바람났다가 돌아온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 등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여성으로 추정된다. 그녀는 연애에도 관심이 없고, 직장 동료나 후배와도 거리를 둔다. 나 홀로 먹고 자고, 직장의 전화와 스마트폰만으로 사람들과 대면하지 않고 교류하는 것이 편안한 유형의 인간이다.

 

한편, 신입 사원 수진은 목을 위한 스프레이를 딸에게 보내줄 정도로 아버지와 사이가 끈끈하다. 그것을 진아와 나눌 정도로 친절하며, 혼밥이 싫어 점심 먹으러 가는 진아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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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Aloners, 2021)' Directed by Hong Sung-eun

 

홍성은 감독은 진아의 혼족 생활, 그 고독의 느낌을 리얼하게 담아냈다. 공승연은 사람 경계심이 강한 진아의 심리를 절절하게 표현하며, 그녀의 트라우마를 한꺼풀씩 드러낸다. 한편, 진아의 아파트에 늘 켜져 있는 TV나 보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소리, 그리고 진아가 아버지 집에 설치한 홈 카메라를 통해 사실은 진아가 인간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디. 엄마의 상실, 아버지의 복귀...무언가 충격적인 사건들로 진아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잃고, 기대를 버리고, 마음의 벽을 쌓아올린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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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Aloners, 2021)' Directed by Hong Sung-eun

 

진아는 결국 수진과 옆집 새 남자에 의해 마음의 벽을 해체하기 시작한다. 포르노에 중독됐던 옆집 청년의 돌연한 죽음, 그의 아파트에 이사온 다리가 불편한 남자, 그리고 타임머신을 개발해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으로 돌아가겠다는 남자 소비자는 우리 시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나약한 인간성을 대변하는듯 하다. 2002 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열혈 한국인들의 모습... 태양처럼 뜨거웠고, 콘크리트처럼 단단했던 그 시절에 대한 갈망은 지금 모래성처럼 부서져버린 얼음처럼 차가운 인간관계를 비추는 타임머신이기도 하다.

 

혼족은 로망이 아니라고, 섬처럼 고립된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는 다리가 놓여져야 할 것이다. 홍성은 감독은 그 메시지를 나직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91분. 

https://www.justwatch.com/us/movie/aloners

 

-2022 시네아시아 영화제(CinemAsia Film Festival) 심사위원상 최우수 영화상 

-2021 금마상(Golden Horse Film Festival) NETPAC상-최우수 아시아 영화

-2021 토리노영화제(Torino Film Festival) 최우수 여우주연상(공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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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RS (2021)

Written & Directed by: Hong Sung-eun

Cast: Gong Seung-yeon, Jung Da-eun, Seo Hyun-woo, Park Jeong-hak, Kim Hannah

Produced by: Lee Seung-won

Cinematography by: Youngki Choi

https://www.justwatch.com/us/movie/alo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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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3.06.14 17:32
    혼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합니다만 석연찮은 구석은 있습니다. 자라온 과정이 순탄치 않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려서 부모가 이혼을 했다든가 계모와의 갈등 등이 큰상처로 남아 치유되지 않은 상태등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같습니다. 인간은 더불어 살때 삶의 깊이를 알게 됨을 확신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