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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F62(9/27-10/14): Maria ★★★☆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안젤리나 졸리 오스카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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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 by Pablo Larrain trailer/ 예고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그녀를 "오페라의 성경(the Bible of opera)"라 평했다. 20세기 위대한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의 삶은 전기, 연극(테렌스 맥낼리의 "Master Class"), 극영화, 다큐멘터리로 여러편이 나왔다.

 

1923년 뉴욕에서 그리스계 가정에서 태어난 마리아 칼라스의 본명은 마리아 안나 체칠리아 소피아 칼로제로풀러스(Maria Anna Cecilia Sofia Kalogeropoulos). 바람둥이 아버지와 드센 엄마는 늘 싸웠다. 엄마는 마리아가 13살 때 두 딸을 데리고 그리스로 이주했다. 노래를 잘했던 마리아는 수차례 오디션에서 낙방했지만, 몸무게를 80파운드나 감량하며 오페라 무대에서 '세기의 디바'로 군림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한창 전성기에 그리스 선박재벌 아리스토틀 오나시스가 JFK 미망인 재클린 케네디와 전격 결혼하며 공개적으로 버림받았다. 우울증에 빠졌던 마리아는 공연을 중단한 후 파리에서 은둔생활을 하다가 53세에 심장마비로 눈을 감았다. '마리아 칼라스'의 인생은 그리스 비극만큼이나 극적이고, TV 연속극(soap opera)만큼이나 통속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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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 by Pablo Larrain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Tosca)'의 아리아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 vissi d'amore)"처럼 살다간 전설의 소프라노의 삶은 2017년 톰 볼프(Tom Volf)이 다큐멘터리 "Maria by Callas: In Her Own Words(칼라스에 의한 마리아, *한국 개봉 제목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으로 맨해튼 파리시어터에서 상영됐다.

 

이 다큐는 제목대로 칼라스 자신의 '말'을 충실하게 담은 일기, 편지, 사진, TV인터뷰, 미출판 회고록, 16밀리 홈무비와 칼라스의 공연를 통해 마리아 칼라스의 공적이고, 사적인 삶을 다루면서 흥미거리인 오나시스와의 관계를 부각시켰다. 이 영화에서 마리아 갈라스가 인터뷰에서 한 말 "내 안에는 두 사람이 있어요. 나는 마리아가 되고 싶지만,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칼라스가 있지요"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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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ina Jolie with Director Pablo Larrain.  Photo: Pax Jolie-Pitt

 

2024 뉴욕영화제(NYFF62)의 스포트라이트 부문에 초청된 파블로 라라인(Pablo Larrain) 감독,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주연의 '마리아(Maria)'는 칼라스는 최후 일주일을 담은 극영화다.  

 

칠레 출신 파블로 라라인은 전기영화 전문 연출가다. 칠레의 민중 시인이자 사회주의 정치가였던 파블로 네루다의 삶을 그린 '네루다(Neruda, 2016)'를 만든 후 나탈리 포트만 주연,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전기영화 '재키(Jackie, 2016)', 그리고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 다이애나 왕세자비 이야기 '스펜서(Spencer, 2021)'에 이어 '마리아(Maria)'로 20세기 아이콘 여성 3부작을 완결한듯 하다. 세 여인 모두 화려했지만, 비극적인 삶의 주인공들이다. 

 

'마리아'는 1977년 9월 16일 파리의 호화로운 아파트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마리아 칼라스의 최후 일주일을 추적한다. 영화는 궁전의 볼룸같은 화려한 샹들리에가 달린 맨션의 열린 문에서 이동하는 카메라가 칼라스의 죽음을 '발견한 후' 플래시백으로 일주일간 칼라스의 행적을 회고한다.

 

이 '문(door)'은 상징적이다. 마리아의 언니 재키는 식당 장면에서 엄마와의 불화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마리아에게 "이제 그만 문을 닫아라!"라고 호통을 친다. 식당 테이블의 '빈 의자'는 엄마를 은유한다. 그 의자는 어쩌면 오나시스의 빈 자리일지도 모른다. 관객은 그 열린 문을 통해 '칼라스'가 아닌 '마리아'의 삶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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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 by Pablo Larrain

 

1977년, 한때 세계에 수백만명의 팬을 거드렸던 디바 마리아 칼라스는 4년 이상 공연을 중단한 채 파리 아파트에서 고립되어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처방약에 의존해 살고 있었다. 가족과는 일찌기 의절했고, 오나시스도 2년 전 사망했다. 칼라스 옆에는 집사(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Pierfrancesco Favino)와 가정부(알바 카테리나 로뤄처/Alba Caterina Rohrwacher), 그리고 오나시스가 선물했다는 개 두마리 뿐이다. 

 

안젤리나 졸리에게 칼라스 역은 일생일대의 기회일 것이다. 졸리는 7개월간 성악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사운드 트랙에는 간간이 졸리의 목소리가 칼라스와 혼합됐다.

 

오페라 '노르마(Norma)' 중 "정결한 여신(Casta Diva)"에서 '일 트리티코(Il Trittico)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중 "지난날이여 안녕(Addio del passato)”, '카르멘(Carmen)' 중 "사랑은 반항하는 새(L'amour est un oiseau rebelle)", '토스카(Tosca)' 중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 Vissi d'amore)', '나비 부인' 중 "어떤 개인 날(Un Bel Di Vedremo)", '청교도 (I Puritani)' 중 '여기서 그의 목소리가(Qui la voce sua soave)'와 '안나 볼레나(Anna Bolena)' 중 광란의 장면까지, 그리고 코러스로 '나부코(Nabucco)'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Va Pensiero)"과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 중 "대장간의 합창(Anvil Chorus)" 등 오페라 명곡들이 사운드트랙을 장식하기에 오페라 팬들에겐 성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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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ina Jolie in Maria/ Cecil Beaton, Maria Callas, 1956

 

전기영화는 연기자들은 물론, 아카데미상도 선호하는 장르다. 전기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캐스팅이다. 배우의 외모가 실존인물과 어느 정도는 유사해야 하고, 연기력이 출중해야 하며, 분장으로 유사성이 보완되어야 한다. 그런데, 흥행성을 위해 스타를 캐스팅하면 캐릭터를 압도한다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차라리 무명 배우가 주연을 맡는 것이 유리하기도 하다.  

 

'마리아'에서 '스타 파워'가 강력한 안젤리나 졸리는 종종 마리아 칼라스라는 캐릭터와 팽팽하게 접전을 벌인다. 관객은 졸리의 페르소나와 칼라스라는 캐릭터 사이에서 종종 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졸리는 나탈리 포트만의 재키나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다이애나와 달리 용모 뿐 아니라 노래까지 연기해야 하는 이중삼중의 도전에서 무방하게 마리아를 연기했다. 그러나, 엔딩에 이어지는 마리아 칼라스의 사진과 영상은 안젤리나 졸리가 칼라스 자체의 카리스마를 압도하지는 못했다는 인상을 받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젤리나 졸리는 내년의 아카데미상 여우주연 후보로 지명될 것임이 분명하다. 에디트 피아프 역의 마리옹 코티야르(라 비엥 로즈, 2007), 마가렛 대처 역의 메릴 스트립(철의 여인 The Iron Lady, 2011), 주디 갈란드 역의 르네 젤위거(Judy, 2019), 그리고 태미 파예 역의 제시카 채스테인(The Eyes of Tammy Faye, 2021)이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갔듯이 아카데미는 졸리의 노력을 보상해줄 가능성이 크다.

 

'마리아'는 올 베니스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되어 8분 기립박수를 받았다. '마리아'는 11월 27일 북미 극장 개봉 후 12월 11일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될 예정이다. 상영시간 122분. 

 

 

MARIA

September 29, 6:30 PM/ September 30, 2:15 PM/ October 5, 6 PM/ October 13 12 PM 

*Q&A with Pablo Larraín, Angelina Jolie, Alba Rohrwacher, Ed Lachman, Guy Dyas, and Sofia Subercaseaux on Sept. 29 & 30

https://www.filmlinc.org/nyff2024/films/maria

 

 

*마리아 칼라스 다큐멘터리 'Maria by Callas: In Her Own Words' (2017) ★★★★

https://www.nyculturebeat.com/?mid=Film2&document_srl=376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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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4.10.03 10:18

    마리아 칼라스하면 선박왕 오나시스와 재클린 케네디-이 셋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삶의 폭이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는 곡예사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 칼라스는 우리에게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란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고 성악가로서 예술계를 빛냈습니다. 반면에 재클린 케네디는 돈에 눈이 어두운 한 여인에 지나지 않아 때로는 안스럽습니다. 미국 대통령 중에서도 대통령인 케네디의 부인으로서의 행동이 쓴 감정을 자아냅니다.
    칼라스는 오나시스를 사랑했고 평생을 함께 할려고 했는데 재클린 케네디란 대통령의 미망인이 나타나서 오나시스를 빼앗아 가서 졸지에 가련한 여인이 됐습니다. 배반을 당한 마리아 칼라스의 심정을 어찌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그런 일만 없었더라면 좀더 오래 살아서 더욱 빛나는 노래를 세계의 음악 애호가들에게 들려 줄텐데하는 커다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몸무게를 감량하기위해 설사약까지 복용했다고 하는데 정말이라면 위대하다는 표현을 서슴없이 하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