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의 맛 (2) 브루클린 검보 브라더스(The Gumbo Bros)
The Gumbo Bros, Brooklyn
뉴올리언스(NOLA)의 맛 <2> 브루클린 검보 브라더스
검보(왼쪽)와 새우 포보이 샌드위치 Photo: Grumbo Bros
우리 동네 브루클린 하이츠엔 사실 맛집이 별로 없다. 브루클린 보로청과 법원 직원들이나 이곳에 업무차 온 사람들을 위한 다이너와 그저그런 식당들이 즐비하다. 물론 브루클린 브리지 아래 덤보(Dumbo)로 내려가면, 리버카페, 그리말디 피자리아가 있지만, 하이츠는 식당의 사각지대같다. 그래서 동네 식당에 가는 일이 드물다.
그런데, 지난해 모처럼 신선한 뉴스가 들려왔다. 엄밀하게 브루클린 하이츠가 아닌 보름힐(Boreum Hill) 지역이지만, 아틀랜틱 애브뉴 선상이라 가깝게 느껴지는 곳에 오픈한 검보 브로스(Gumbo Bros)다. 재즈의 고향, 마르디 그라의 도시 뉴올리언스와 루이지애나주 음식 전문 식당이다. 미국 토박이 음식 중에서 가장 우리 입맛에 잘맞는 검보(Gumbo)와 잠발라야(Jambalaya), 밥이 들어간 매콤한 양념 덕에 김치 없이도 완전한 음식, 루이지애나 음식이 브루클린에 당도한 것이다.
뉴올리언스 사람들이 없이 못산다는 검보와 포보이. The Gumbo Bros, Brooklyn
테이크 아웃해 집에서 맛있게 먹은 후 식당에 두번 가보았고, 두번은 테이크아웃을 했다. 언제라도 검보와 포보이 샌드위치, 뉴올리언스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가사도 모르는 카펜터스의 노래 '잠발라야(Jambalaya)'를 흥얼거리면서도 음식 이름인줄은 몰랐다.
"잠발라야, 크로피시 파이, 그리고 필레 검보~ Jambalaya, crawfish pie and fillet gumbo/ 오늘 밤엔 내 애인을 만나러 갈꺼야~ For tonight, I'm-a gonna see my ma cher a mi-o/ 기타를 들고, 열매단지를 채우고, 화사하게~ Pick guitar, fill fruit jar and be gay-o/멋진 녀석, 우리는 베이유 늪에서 재미난 시간을 가질꺼야~ Son of a gun, we'll have big fun on the bayou"
*The Carpenters - Jambalaya (On The Bayou)
*Hank Williams - Jambalaya (On the Bayou)
2016년 12월 루이지애나주립대 동문 두 청년이 의기투합해서 브루클린에 검보 브라더스를 오픈했다. 루이지애나주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난 클레이 불웨어(Clay Boulware)는 자전거광이자, 영화광이다. 알라바마주 모바일에서 태어나 국제요리학교(전 French Culinery Institute)에서 수학한 셰프 아담 레이탄(Adam Lathan)은 고조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검보 레시피를 자부하고 있다.
The Gumbo Bros, Brooklyn
검보 브로스는 대부분의 식재료를 루이지애나와 그 인근에서 공수해온다. 포보이 샌드위치용 빵은 뉴올리언스의 라이덴하이머 프렌치 브레드(Leidenheimer French Bread) 공장에서 일주일마다 가져온다. 이 회사는 1896년 독일 이민자 조지 라이덴하이머가 창립했다. 크로피시는 루이지애나주 아치토체스, 캣피시는 유니온타운에서 잡아오며, 맥주 아비타(Abita)는 루이지애나주 아비타 스프링에서 양조되며, 핫소스는 메테어리, 에버리 아일랜드에서 제조된다. 앙두이 소시지는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만든다. 한편, 마요네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그린빌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Fried Green Tomatoes): 남부지방 여성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1991)를 보았을 때 궁금했던 건 녹색 토마토 튀김의 맛이 어떨까였다. 바삭한 튀김옷에 새콤한 피클 튀김(fried pickle)을 워낙 좋아하게 되었다. 검보 브로스에서 본격적으로 맛본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라이덴하이머 빵가루, 버터밀크, 핫소스에 버무린 토마토를 튀긴다. 그리고, 타르타르 소스와 유사하지만 카얀 고추가루를 가미해 매콤한 리물레이드 디핑 소스가 함께 나온다.
케일 슬로(Kale Slaw): 프라이드 치킨과 함께 소울푸드 식당에 나오는 우거지 비슷한 콜라드 그린 대신 케일 슬로는 반찬으로 잘 어우러졌다.
# 내니의 해물 검보(NANNY’S SEAFOOD GUMBO): 케이준 치킨&소시지 검보(CAJUN CHICKEN & SAUSAGE GUMBO)도 맛을 보았지만, 검보는 뭐니뭐니해도 씨푸드 검보. 진흙에 빠진 새우같은데, 중독적인 매콤한 해물잡탕밥이다. 진갈색을 내는 것은 필레(file) 시즈닝. 셰프 아담 레이탄의 고조할머니 내니의 비밀 레시피. 사실 씨그릴의 마르디 그라 디너에 나온 검보보다 깊은 맛이 있다. 아쉽게도 들어갔다는 블루크랩의 맛을 느끼지는 못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글루텐 프리 검보 저브(GUMBO Z’HERBES, 그린 검보)는 선택. 셰프이자 음식 비평가 데이빗 로젠가르텐(David Rosengarten)은 "내가 맛본 최고의 검보를 뉴욕에서 찾았다"며 검보 브로스의 검보를 극찬했다. 검보는 보울과 컵 사이즈 중 선택할 수 있다.
# 후라이드 오이스터 & 슈림프 포보이(FRIED OYSTER (left) & SHRIMP Po Boy): 굴튀김 포보이는 한 입 물었을 때 굴의 진액이 바다의 향미다. 걸프만 새우를 버터밀크, 핫소스에 재워두었다가 튀겨 매콤하고 바삭하며, 이제까지 먹어본 샌드위치중 가장 맛있는 빵. 바삭하며 고소하다. 루이지애나에서 일주일마다 공수해온다는 귀한 빵이다. 파이어크래커 슈림프 포보이(Firecracker Shrimp Po Boy):는 달착지근하며 매콤한 소스를 가미한 샌드위치.
# 홈메이드 베니에(Homemade Beignets): 바람이 불던 겨울 날 오크라 튀김, 검보 한 사발, 오이스터와 새우 포보이에 맥주까지 포만했지만, 디저트 베니에를 포기할 수 없었다. 눈(파우더 슈거) 덮힌 네모 도넛을 한입 베어 물으니, 따끈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씨그릴의 베니에보다 맛있는 도넛. 달지 않아 6개까지도 먹을 수 있을듯.
검보 브로스에서 아쉬운 점은 초기의 잠발라야가 레귤러 메뉴에서 사라진 것(하지만, 케이터링 메뉴에는 올라있다) 그리고 오이스터 포보이는 스페셜인 점이다. 따라서 오이스터 포보이가 있는 지 확인 전화하고 가면 된다. 비행기 타고 뉴올리언스까지 가지 않고도, 브루클린 우리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맛난 검보와 포보이를 언제나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 게다가 샘 쿡 등 1960년대 노래 'Oldies but Goodies'가 흘러나오니 음악에 취해 식사 후에도 자리를 뜨고 싶지 않았다. 고백하자면, 브루클린에서 피자리아 루칼리(Lucali) 다음으로 좋아하게된 식당이 검보 브라더스다. PBS-TV에서 방영되는 뉴올리언스 셰프 케빈 벨튼(Kevin Belton)의 NOLA 쿠킹 쇼도 찾아 보게 됐다.
The Gumbo Bros
224 Atlantic Ave
Brooklyn, NY 11201
https://www.thegumbobros.com
뉴올리언스 음식 Cuisine of New Orleans
뉴올리언스는 미국에서 가장 프랑스풍이 많이 남아 있는 도시다. 1803년 미국령이 되기 전까지 루이지애나주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식민지였다. 멕시코만으로 흘러들어가는 미시씨피강 덕분에 해산물을 이용한 조리법이 발달했다. 케이준과 크레올은 뉴올리언스의 양대 산맥이다. 하지만, 케이준과 크레올 요리에 관한 구분은 닭과 달걀처럼 모호하다. 뉴올리언스 요리에서 성 삼위일체(holy trinity)는 양파, 피망, 셀러리를 말한다. 이 세가지 식재료는 검보, 잠발라야, 에투페 등을 만들 때 베이스로 사용된다.
# 케이준(Cajun): 프렌치 캐나다계 이주자들. 1760-70년대 영국의 마리타임에 의해 캐나다 노바스코시아(아카디아)에서 추방되어 루이지애나로 남부의 시골에 정착한 프랑스계 이주자들과 후손을 지칭한다. 케이준 요리는 프렌치 테크닉을 로컬 식재료에 적용한다. 크레올보다 생선 대신, 갑각류, 돼지, 사냥고기를 위주로 셀러리, 피망, 양파, 마늘, 필레파우더 등을 사용한다. '시골 음식(country food)'으로 불리운다.
# 크레올(Creole): 루이지애나주에 정착한 유럽인들(프랑스/스페인)과 그의 후손으로 아프리카/카리비안/인디언 원주민과의 혼혈까지 통칭한다. 따라서 음식도 퓨전이다. 크레올 요리는 어패류 위주로 양파, 피망 셀러리, 오크라, 고추, 크림, 버터, 후추, 마늘 등 향신료를 듬뿍 쓴다. 케이준과 달리 요리에 토마토를 사용하며 '도시 음식(city food)'로 불리운다.
뉴올리언스 주요 요리
에투이(왼쪽부터), 크로피시찜, 킹케이크, 스노우볼 https://www.neworleans.com
-앙두이(Andouille): 훈제 소시지. 프랑스 이민자들이 루이지애나에 정착하면서 전해졌다. 돼지어깨살 구이에 마늘,과 향신료를 넣어만든 소시지로 검보와 잠발라야의 재료로도 쓰인다.
-부댕(Boudin): 돼지고기와 쌀에 케이전 향신료를 넣어 만든 소시지. 부댕볼은 튀겨서 이탈리아 아란치니(주먹밥)같다.
-더티 라이스(Dirty rice): 전통 케이전, 크레올 요리로 쌀에 닭과 각종 야채에 카이옌과 후추를 뿌린 밥.
-에투페(Étouffée): 치킨이나 주로 크로피쉬, 새우, 게 등 갑각류를 버터에 오래 조리해(smothering) 밥과 함께 제공한다. 일종의 해물 덮밥.
-크로피시(crawfish/crayfish): 늪지대에 사는 '미니 랍스터' 크로피시(crawfish, crayfish)를 옥수수, 감자, 매콤한 향신료와 함께 찐다.
-검보(Gumbo): 고기나 갑각류 생선에 셀러리, 피망, 양파, 오크라 등을 넣어 조리한 수프. 밥에 말아먹는다.
-잠발라야(Jambalaya): 치킨, 새우, 소시지, 야채에 크레올 향신료를 넣고 조리한 밥. 스페인의 빠예야와 유사하다.
-오이스터 로커펠러(Oysters Rockefeller): 생굴에 버터, 파슬리, 허브, 빵가루를 올려 구워낸다. 1889년 뉴올리언스의 안투안(Antoine's) 식당에서 처음 만들었으며, 이름은 당시 미국 제일 부자 존 D. 록커펠러의 이름에서 따왔다.
-포보이(Po' boy): 바게트에 새우, 굴, 캣피시 등 해물튀김과 상치, 토마토, 레이멀라드 소스를 바른 샌드위치. 1920년대 뉴올리언스의 세인트 클로드 애브뉴에서 전차 운전자 출신 클로비스와 벤자민 마틴 형제가 처음 만들었다. 이름은 Poor Boy에서 왔다고.
-콩과 밥(Red beans and rice): 케이준 향신료, 햄, 야채를 넣고 조리한 강낭콩, 흰쌀밥과 함께 나온다. 뉴올리언스에선 월요일에 콩을 하루 종일 조리한 후 먹는다고. 재즈 트럼펫주자 루이 암스트롱은 종종 편지 끝에 "Red beans and ricely yours"라고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우 크레올(Shrimp Creole): 토마토, 양파, 피망, 셀러리 등에 케이샨 양념이나 매운 고추 소스를 넣고 조리한 요리로 흰쌀밥과 함께 제공한다.
2018 브루클린 거리축제 아틀랜틱 앤틱에서 검보 브로스가 악어구이를 내놓았다.
-악어 구이(Grilled Alligator): 남부지방에서는 악어를 구워 먹고, 꼬리는 튀겨 먹는다. 닭고기 맛과 유사하다고.
-거북이 수프(Turtle soup): 거북이 고기에 크레올 향신료를 넣고 조리한 수프.
-바나나 포스터(Bananas Foster): 바나나에 흑설탕, 계피, 럼주, 바나나 리커로 조리해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서브한다. 1951년 뉴올리언스의 브레난(Brennan's) 레스토랑에서 폴 발랑제가 개발한 디저트.
-베니에(Beignet): 네모난 도넛으로 파우더 슈거를 뿌려준다. 베니에는 대개 치코리를 가미한 카페 오레(café au lait)와 함께 제공된다.
-브레드 푸딩(Bread pudding): 빵에 우유, 달걀, 설탕을 넣어 만든 푸딩으로 위스키 소스, 럼 소스나 카라멜 소스를 뿌려 낸다.
-킹 케이크(King cake): 브리오쉬 반죽에 계피를 넣고, 자주색, 녹색, 황금색 설탕 프로스팅으로 장식한다. 케이크 한에는 플라스틱 아기 인형이 들어있다. 뉴올리언스에서 마르디 그라 카니발 시즌에 먹는다. 유럽에선 동방박사 세명이 아기 예수를 만나러 베들레헴을 찾은 것을 기리는 공현 대축일(1월 6일)의 빵이다.
-스노우볼(Sno-ball): 얼음을 간(shaved ice) 빙수에 과일향미 시럽을 얹는다.
-허리케인(Hurricane): 럼주, 패션프룻시럽에 레몬쥬스를 혼합한 칵테일.
뉴올리언스
뉴올리언스는 1718년 프랑스의 식민지로 설립됐다. 1762년 루이 15세가 루이지애나를 카를로스 3세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1800년 나폴레옹이 스페인으로부터 탈취했으며, 1803년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이 나폴레옹으로부터 1500만 달러에 루이지애나를 매입했다. 2009년 '트래블+레저' 잡지의 '미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 조사에서 뉴올리언스가 1위를 차지했다. 라이브 콘서트, 스타일리쉬한 부티크 호텔, 칵테일바, 공동품과 빈티지숍, 카페, 레스토랑, 행인들 구경하기, 주민의 친절도, 다민족 음식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https://www.neworleans.com
*뉴올리언스의 맛: 마르디 그라 디너@씨그릴 Mardi Gras Dinner@Sea Gr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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