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노스의 맛' 카네기홀 인근 그리스 식당 수블라키 그릴(Souvlaki GR)
하루키가 '상실의 시대'를 썼던 그리스 섬
'미코노스의 맛' 수블라키 그릴(Souvlaki GR)
Souvlaki GR near Carnegie Hall
카네기홀(Carnegie Hall) 인근에는 유난히 그리스 레스토랑이 꽤 많다.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를 사랑하는 러시아인들을 위한 레스토랑(러시안 티 룸/ Russian Tea Room, 페트로시안 카페/Petrossian Cafe)와 같은 이유일까? 마리아 칼라스라는 전설적인 소프라노를 배출한 민족이니 그럴 법도 하다. 카네기홀에서 1-3 블럭 내에 에스티아토리오 밀로스(Estiatorio Milos, 125 West 55th St.), 몰리보스(Molyvos, 871 7th Ave.@55th St.), 밀로스 카페(Milo's Cafe, 135 West 56th St.), 로이 에스티아토리오(Loi Estiatorio, 132 West 58th St.), 그리고 수블라키 그릴(Souvlaki GR, 162 West 56th St.)까지 무려 5곳에 이른다.
아테네에 본점이 있는 에스티아토리오 밀로스는 우아한 분위기이며, 계열 밀로스 카페는 카네기홀이나 시티센터 공연 전 요거트와 샐러드 등을 가볍게 먹기에 좋다. 몰리보스는 밀로스보다는 캐주얼하다. 수블라키 그릴은 콘서트 후 출출할 때 안성맞춤이었다. 16일 카네기홀 발코니석에서 앙코르 3곡까지 가슴 벅차게 예브게니 키신 리사이틀을 본 후 수블라키 그릴로 향했다. 밤 10시 30분 경이었다. 친구가 카네기홀 회원이라 10% 할인받을 수 있는 식당이기도 했다.
Santorini(left), Paros(right), August 2010.
수블라키 그릴은 로어이스트사이드의 본점을 지날 때마다 흰 벽에 파랑색 문과 장식이 로맨틱하게 산토리니를 연상시켜서 언젠가 가보고 싶었던 식당이었다. 2010년 여름 산토리니와 패로스섬을 여행하면서 그리스 음식과 아써티코(assyrtiko) 와인에 폭 빠졌다. 어느새 미드타운 이스트에 이어 카네기홀 인근 미드타운 웨스트점까지 오픈했다.
수블라키(Souvlaki, σουβλάκι)는 그리스식 꼬치구이로 담백한 피타 브레드와 먹는다. 수블라키 그릴은 "미코노스의 작은 맛(little taste of Mykonos)"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산토리니(Santorini)와 함께 인기있는 관광지 미코노스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살면서 '상실의 시대'를 쓴 섬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Souvlaki GR near Carnegie Hall
화이트와 블루는 그리스 국기의 색이며, 산토리니와 미코노스 등 그리스 섬들의 주택 벽과 지붕 색이기도 하다. 한밤중 가로등에 비친 수블라키의 블루와 화이트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창문이 열려 있어서, 외국어 대화가 들려서 더욱 산토리니를 떠올렸다. 세계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뉴욕은 곳곳에서 옛 여행지의 추억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레스토랑은 오른쪽에 바와 테이블이 있고, 안으로는 기차길처럼 좁은 골목 양쪽으로 테이블이 있는데 통로가 좁아서 서버들이 다니기에도, 고객에게도 불편했다. 미코노스섬 기념품들이 담긴 액자들이 걸린 하얀 벽이 상냥하게 느껴진다. 계단참을 오르면, 대여섯명이 아늑하게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 하나가 따로 있다. 인테리어에 미코노스 분위기를 담으려고 디테일하게 신경을 썼고, 음악까지 그리스풍이라 산토리니의 한 식당에 가있는듯한 기분좋은 착각에 빠졌다.
Souvlaki GR near Carnegie Hall
키친이 11시에 닫는다고 매니저가 경고했다. 하우스 와인(White)로 아써르티코를 주문했다. 와인 잔 대신 두꺼운 유리컵이라 실망했지만, 넘칠까 걱정될 정도로 가득 나왔다. 아써르티코는 상큼하고, 드라이해서 식욕을 돋구었다.
# 비프테키 피타(Bifteki Pita, $5.50) & House White ($10)
전통 그리스식 햄버거로 원래는 석탄구이 미트볼(패디)을 피타 빵 안에 넣고, 토마토, 양파, 마늘 차치키를 끼워 일본식 데마키처럼 말아서 나온다. 따로 내달라고 주문해서 분리됐다. 옆에 프렌치 프라이와 페타치즈 스프레드 '티로카프테리(tyrokafteri)'가 곁들여진다. 미국식 햄버거보다는 건강식 버전이며, 값도 저렴하다.
# 아르니 피타 Arni(Lamb) Pita ($8.75)
그리스식 버거는 이렇게 피타 브레드에 말아 먹는다. 아르니 피타는 양고기 버거로 토마토, 적양파를 끼워 프렌치 프라이, 요거트 딥 '차치키(tzatziki)'를 곁들인다.
# 지간테 Gigantes ($13)
대형(giant) 콩 요리. 화이트빈을 토마토, 양파, 올리브오일, 파슬리 등으로 졸여낸다. 페타 치즈, 피타 브레드와 곁들이면 야간 스낵으로 안성맞춤. 예전에 아스토리아의 그리스 수퍼마켓 타이탄(Titan Foods, https://www.titanfoods.net)에서 통조림으로도 먹어봤는데, 출출할 때 비상식품으로 좋다.
주요 그리스 요리
아테네 밀로스(Milos)의 테이스팅 메뉴.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허무스, 샐러드, 레드 멀렛, 안초비, 문어구이, 토마토 샐러드. SP
▶그릭 샐러드(Greek salad): 상치, 토마토, 올리브, 시큼한 피타 치즈에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
▶차치키(tzatziki): 그리스 요거트에 허브 딜(dill)을 뿌린 것. 빵에 찍어 먹는 딥(dip).
▶돌마다키아(dolmadakia): 포도 잎사귀 안에 야채 혹은 고기와 밥을 넣은 포도잎말이(stuffed grape leaves).
▶지간테(gigantes fournou): 대두에 토마토, 당근, 셀러리를 넣고 조리한 콩요리.
▶문어구이(oktapodi scharad): 지중해에서 잘 잡히는 문어를 약간 말려서 굽는다.
▶무싸카(mousaka): 그리스식 라자냐. 가지, 감자, 양고기, 쇠고기 등을 쌓아 소스로 구운 요리.
▶지로(gyros): 긴 원통에 구운 고기를 피타빵에 넣어 야채를 넣고, 자치키 소스에 뿌린 샌드위치
▶수블라키(souvlaki): 꼬치 구이
▶아르니 수블라키(arni souvlaki): 양고기를 주사위 크기로 썰어 토마토, 피망, 양파와 함께 꼬치에 끼워 구운 요리.
▶스파나코티로피타(spanakotiropita): 시금치와 페타 치즈를 넣은 만두 같은 파이.
▶사가나키 티리(saganaki tiri): 치즈를 프라이팬에 올려 구워 활활 타오르게 한다. 서브할 때 ‘오빠!(opa!, 감탄사)’라고 외친다.
▶바클라바(baklava): 호두를 끼워 꿀을 발라 구운 파이. 지중해 식단에서 디저트로 인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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