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 바그인가, 과대평가일까? 2018 뉴욕타임스 2위 레스토랑 '프렌쳇(Frenchette)'
뉴욕타임스 2018 최우수 뉴 레스토랑 2위
발타자르, 미네타 태번 동문의 프렌쳇(Frenchette)
Frenchette, NYC
프랑스 식당은 여러 종류로 나눈다. 비스트로, 레스토랑, 브라써리...어떤 차이가 있을까?
비스트로(Bistro)는 홈스타일 프랑스 요리을 제공하는 작은 규모의 캐주얼 식당, 레스토랑(Restaurant)은 프랑스 음식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을 메뉴에 올리며, 가격과 분위기도 천차만별이다. 브라써리(Brasserie)는 하루 종일, 밤늦게까지 정통 프랑스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으로 천장이 높으며, 시끄러운 편이다. <French Today>
올 4월 오픈 후 뉴욕타임스, 뉴욕 매거진, Eater.com 등 비롯 식당 비평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찬사를 보낸 프렌쳇(Frenchette)은 트라이베카에 자리한 프렌치 비스트로(French Bistro)다. 뉴욕타임스의 피트 웰스는 올 7월 리뷰에서 별 3개를 준 후 12월 12일자에서 올해 최우수 뉴 레스토랑 10 중 아토믹스(Atomix)에 이어 2위에 프렌쳇을 선정했다. 올 여름 최고의 인기 레스토랑으로 화제였던 프렌쳇은 이후 예약이 더더욱 힘들어졌다.
프렌쳇의 셰프 겸 공동 오너 리아드 나스르(Riad Nasr, 53)와 리 한슨(Lee Hanson, 51)은 미슐랭 스타 다니엘(Daniel) 키친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997년 뉴욕 프랑스 식당계의 거물 키스 맥낼리(Keith McNally)의 소호 프렌치 비스트로 발타자르(Balthazar)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의 패스티스(Pastis),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쉴러즈 리커 바(Schiller's Liquor Bar), 그리고 웨스트빌리지의 미네타 태번(Minetta Tavern)에서 공동 주방장(co-executive-chefs)으로 키친을 총 지휘했다. 모두 가본 식당으로 분위기, 음식, 서비스 모두 수준급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2013년 키스 맥낼리와 16년만에 결별하게 된다. 그리고, 기나긴 공백 끝에 올 봄 맥낼리의 트라이베카 식당 오데온(Odeon)에서 4블럭 떨어진 곳에 프렌쳇을 오픈한 것. 이로써 사부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프랜쳇은 청출어람(靑出於藍)일까?
Frenchette, NYC
오래 전 예약한 프렌쳇, 점심에 가보았다.
프렌쳇은 키스 맥낼리가 2016년 로어맨해튼 비크만 호텔에 오픈한 그의 14번째 프렌치 비스트로 오거스틴(Augustine)처럼 입구에 바가 자리해 있고, 다이닝 공간은 약간 올라간 위층과 아래층으로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여느 프렌치 비스트로처럼 타일 바닥이 아닌 나무바닥이라 소음이 확산되지 않으며 온화한 분위기였다. 주말 점심 때라서 그런지도. 한편, 저녁 때는 소리질러 대화해야할 정도로 소음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형적인 프렌치 비스트로처럼, 풍수(Feng Shui)를 중시하는 중국식당처럼 벽엔 대형 거울이 세개 걸려있어서 실제보다 더 넓어 보인다. 프렌치풍 샹들리에 대신 쌍쌍으로 달린 형광등들이 병원처럼 새하얀 대신 세피아톤 조명으로 빈티지 분위기를 풍긴다. 거울 테두리의 할러데이 꽃 장식도 흔한 적녹색이 아니라 브라운톤으로 컨트리풍 빈티지 스타일을 강조한다. 아르데코 디자인의 빨간 소파가 설치된 부스, 열린 키친 밖의 흰벽엔 꽃 대담하게 드로잉으로 적적함을 보완했다. 프렌치, 아르데코와 뉴욕 모더니즘이 절충적으로 믹스앤매치된 인테리어는 Springs Collective의 디자인이다. 식당 이름은 데이빗 조한슨(David Johansen)의 1978년 노래 제목 'Frenchette'에서 따왔다. 프렌치 비스트로에 안성맞춤인 이름이다.
You call that love in French, but it's just Frenchette
I've been to France, so let's just dance
I get all the love I need in a luncheonette
In just one glance, so let's just dance
I can't get the kind of love that I want
Or that I need, so let's just dance...
Frenchette, NYC
프렌쳇은 '홈스타일 프랑스 요리을 제공하는 작은 규모의 캐주얼 식당'이라는 비스트로의 정의에서 약간 벗어나 트위스트한 포괄적 메뉴를 구비하고 있다. 스파게티 카보나라, 돈까스(Pork Schnitzel)처럼 이탈리아, 독일 요리도 포함해 정통 프렌치보다는 누벨 프렌치 비스트로처럼 다가왔다. 우리는 점심을 간단하게 먹을 요량으로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를 생략하고, 프랑스 전형적인 메뉴인 스테이크 프리츠(바베트 오 푸아브르, Bavette au Poivre, $36)와 로티써리 치킨(풀레 로티 Poulet Roti, $24/$66)을 주문했다.
Frenchette, NYC
와인 한잔을 곁들이려는데, 와인을 잘 아는 친구에게조차 메뉴가 생소했다. 뉴욕타임스에서 '내추럴 와인(Natural wines)'이라며 추켜세운 메뉴다. 웨이트레스에게 자문을 얻어 로스트 치킨에는 부르고뉴 화이트 Isabelle & Bruno Perraud($22)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산 레드 Joan Ramon Escoda($18)을 주문했는데, 음식과 잘 어울렸다. 와인 한잔(실상 반잔)에 20달러 가까이 지불하기는 아까왔다. 찾아보니 인디 와인, 아방가르드 와인 등으로 불리우는 무명의 와인들이다. 인터넷(wine-searcher.com, cellertracker.com) 등에 오르지 않은 희귀 와인들이 아니라 시음 노트도, 가격도 없어서 실상 부르는게 값인 와인들이다. 대부분 식당이 주류 판매로 수익을 올리는 것을 감안한다면 와인 디렉터 호르헤 리에라(Jorge Riera)의 리스트는 프렌쳇 수입에 큰 공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스테이크 프리츠(Bavette au Poivre) Frenchette, NYC
식전에 나온 버터는 부드럽고, 고소해서 기분좋게 빵에 발라 먹을 수 있었다. 냉장고에서 바로 나온듯 차갑고 딱딱한 버터로 시작하면 식욕이 저하된다. 바베트 오 푸아브르는 비스트로 스테이크 부위를 구워 소스(알후추, 코냑, 헤비크림, 머스타드 등)를 뿌려서 내는 요리로 워터크레스가 곁들여졌다. 미디움 레어로 시킨 스테이크는 단 4조각이었는데, 스테이크 나이프로 잘려지지 않아 자세히 보니 거꾸로 기능했다. 여느 나이프와 반대로 직선이 칼날인 속임수였다.
스테이크의 가장자리는 바삭했고, 육질은 부드럽고, 고소했지만, 힘줄이 질겨서 삼키기 곤란했다. 소스는 후추의 매콤함이 거의 없이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프렌치 프라이는 여느 셰이크섁 프라이와 차이가 없었다. 지난 10월 파리와 샤르트르의 프랑스 식당에서 먹은 프렌치 프라이는 눅눅해서 뉴욕의 셰이크 섁이 그리울 정도였다. 웨스트빌리지의 스파티드 피그(Spotted Pig)의 구두끈처럼 가늘고, 로즈마리가 들어간 프렌치 프라이가 훨씬 맛도 향미도 좋다. 마요네즈와 함께 나왔는데, 케찹을 요청하니 1인용 하인즈 케첩 미니 병을 가져왔다. 케첩이 병에서 나오지 않아 케첩 병 안에 찍어 먹었다.
앙상한 닭다리가 나온 로스트 치킨, 풀레 로티(Poulet Roti, 위)와 교체된 풀레 로티. Frenchette, NYC
문제는 로스트 치킨이었다. 오렌지색 캐스트아이언(무쇠) 르 크루제(Le Creuset) 안에 담겨 나온 반쪽 치킨은 아프리카 기아 치킨의 다리처럼 날씬했다. 오리 다리같기도 하고, 말라 빠진 다리 모양이 돌연변이 닭다리같았다. 웨이트레스에게 말했더니 주방으로 가져갔고, 매니저가 와서 정중하게 사과하며 다시 조리해서 내오겠다고 했다. 그동안 프렌치 프라이를 먹으며 기다리니, 신경을 써서 제대로 닭가슴살로 만들어왔다. 바닥엔 바게트가 깔리고, 닭 옆엔 마이타케(잎새) 버섯과 워터크레스가 프티트샐러드 이름을 달고 나왔다.
그리고, 프렌치 프라이까지 다시 한 사발 따로 가져와서 돌려보냈다. 풀레 로티는 노매드(Nomad)의 트러플과 푸아그라가 들어간 치킨이나 코크 르 리코(Coq le Rico)의 족보있는 닭과는 다르지만, 부드럽고, 촉촉하고, 소스도 감칠맛이 있었다. 단 닭 두조각 구이에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르 크루세 용기 가격이 프리미엄으로 들어갔는지도. 풀레 로티에 흡족한 친구는 다음엔 2인용을 주문하겠다고.
Frenchette, NYC
소문난 프렌치 비스트로 프렌쳇에서의 첫 식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두 가지 요리로 단정하긴 어렵다. 게다가 과감하지 못하게 정통 프렌치 메뉴를 주문한 탓도 있을 것이다. 프렌쳇의 스테이크 프리츠는 발타자르와 오거스틴의 스테이크 프리츠에 비하면 실망스러웠다. 분위기는 아늑한듯 하면서도 어색했다. 맥낼리의 발타자르나 오거스틴처럼 본토 파리의 식당 느낌이 아니라 뉴욕의 빈티지 다이너 풍의 혼혈 인테리어라 색다르지만, 형광등 조명은 입맛을 앗아갔다. 음식 가격은 비싼 편이며, 와인 리스트는 생경하고 또한 비싸다. 하지만, 서비스는 빈약한 음식을 보완할 정도로 나무랄데가 없었다.
저녁의 프렌쳇 분위기는 훨씬 생동감이 있다지만, 시끄러워서 소리질러 대화해야 한다고. 프렌쳇은 부자 동네 트라이베카, 그들만의 리그에서 핫한 레스토랑인 것은 아닐까? 아니면, 파워 홍보회사의 기술일까? 프렌쳇이 과대평가된 것인지, 한때의 유행일지, 아니면 프렌치 비스트로의 누벨 바그(Nouvelle Vague, New Wave)팡파레인지는 한두번 더 식사를 해보거나, 시간이 흐른 뒤에나 알게될 것 같다.
Frenchette
241 West Broadway, nr. White St.
https://www.frenchettenyc.com
*미슐랭 1스타 미네타 태번(Mineta Tavern)의 블랙 레이블 버거
*르 코크 리코(Le Coq Rico), 족보있는 로스트 치킨
*알랭 뒤카스 프랑스 식당 베누아(Benoit) 100주년 5코스 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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