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뉴욕 뮤지엄 전시 톱10: 마그리트, 호퍼, 터렐, 아나추이, 황금의 나라...
TOP 10 NYC MUSEUM SHOWS
2013년이 저물어가면서, '세계 미술의 메카' 뉴욕에 살고 있다는 것이 다시 감사하게 느껴진다.
피카소와 마티스, 에드워드 호퍼 등 거장들이 색, 선, 구도 등 미술이라는 화두를 두고 분투한 흔적을 보는 일, 르네 마그리트의 비상투적인 시각과 가나 출신 조각가 엘 아나추이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아프리카의 함성도 잊혀지지 않는다.
뉴욕에서 우리 신라의 국보와 보물을 보는 일도 흥분되는 일이었고, 30년만의 뉴욕 외출이라는 '진주 귀고리를 단 소녀'를 만난 것도 스릴감 있었다.
올해 잊혀지지 않는 전시, 다시 보고 싶은 전시 10가지를 플래시백해본다.
1, 유럽 회화(1250-1800) 갤러리 재 오픈@메트로폴리탄뮤지엄
파리 루브르뮤지엄과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 그리고 마드리드의 프라도뮤지엄에 가보았을 때 마치 미술 이론 클래스에 들어간 것처럼 작가별, 시대별로 정리가 잘 된 미술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의 유럽 회화관(1250-1800, 19세기 회화가 아니라!)에 들어가면, 미궁에 빠진 듯 어리둥절해졌다.
메트가 올 5월 2년간의 야심만만한 보수공사 끝에 베일을 드러낸 유럽 회화관은 성공작이었다. 작가별로 나라별로 정리가 잘 되었고, 산만했던 베르미르의 방도 따로 마련했다. 서양 미술사가 혼돈에서 정돈으로 회귀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메트 유럽회화: 톱 10 갤러리 & 톱 10 회화
http://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2965690&mid=Art
2. 르네 마거리트@MoMA
1926년부터 제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1938년까지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마그리트: 보통의 미스터리(Magritte: The Mystery of the Ordinary, 1926–1938)'를 통해 마그리트는 단순한 미술가가 아니라 철학자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는 현실을 뒤집어보고, 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무너트리며, 인간의 본능과 지성에 야유를 보낸다. 그러면서도 유머를 잃지않는 마그리트는 사실 '단순 반복적인' 앤디 워홀보다 위대해보인다.
*르네 마그리트: 현실을 뒤집어 보는 시선
http://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2915136&mid=Art
3. 에드워드 호퍼 드로잉전@휘트니뮤지엄
캔버스가 고독에 절어 울고 있는듯한 그림. 마크 로스코도, 잭슨 폴락도 흉내낼 수 없었던 지존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다. 영화에 매료되었고, 워싱턴스퀘어파크의 스튜디오에서 캔버스와 씨름했던 호퍼가 한점의 유화를 위해 얼마나 수많은 스케치 작업을 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수학적으로 치밀한 컬러 계획까지 드러나는 휘트니뮤지엄의 드로잉전은 걸작이 탄생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소외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 드로잉전@휘트니뮤지엄
http://www.nyculturebeat.com/?mid=Art&document_srl=2869475
4. 황금의 나라, 신라@메트로폴리탄뮤지엄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갔던 경주, 직장 다니면서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 홀려 대학 친구와 갔던 경주...그러나 내가 본 것은 신라 문화의 빙산일각에 불과했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이 '한국미술 5000년전' 이후 30여년만에 여는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은 한국인이라면, 감동에 젖고, 자부심을 느낄 만한 전시다.
국보 83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의 우아한 자태와 미소, 황남대총 발굴 금관의 화려함, 동방의 작은 나라 신라의 국력과 예술성을 가늠할 수 있는 '황금의 나라, 신라'전엔 국보 10점, 보물 14점 등이 화려하게 외출했다.
5. 제임스 터렐@구겐하임 뮤지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무덤에서 튀어나와 제임스 터렐을 포옹이라도 할 것 같다.
서부의 조명 설치작가 제임스 터렐이 빛으로 채색한 구겐하임 뮤지엄의 인테리어는 선(Zen)의 엑스타시로 인도한다. 뉴욕의 소음과 일상의 탐욕에서 벗어나 그레이, 베이지, 핑크, 그린, 블루, 퍼플, 핑크, 레드의 스펙터클 스펙트럼 쇼 안에서 명상의 세계로 빠져들면, 정신의 사우나를 한 기분이 들게 한다. 흑백의 조명 설치작은 더욱더 우리의 원초적인 감각을 건드린다. 제임스 터렐이 뉴요커들에게 선사한 멋진 신세계!
*빛과 공간의 변주곡: 제임스 터렐전
http://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2884097&mid=Art
6. 엘 아나추이@브루클린뮤지엄
브루클린뮤지엄이 남성보다 여성, 서구보다, 제 3세계, 메이저보다는 마이너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아무리 '미술의 메카' 뉴욕일지라도 현대 미술이 돈과 시류에 영합하기 쉽기 때문에 편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에도 위대한 미술가가 있음을 입증시키는 전시가 가나 출신 나이지리아 조각가 엘 아나추이(El Anatsui) 특별전이었다. 위스키 병마개를 모아 커튼처럼, 쓰레기를 예술로, 금속을 부드럽게 승화하는 정신이 스며있다. 추상의 이름으로 게으름을 놓지않고 있는 리처드 세라는 엘 아나추이를 '사부'라고 불러야할지 모른다.
*엘 아나추이: 중력과 축복
http://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1747642&mid=Art
7. 진주 귀고리를 단 소녀@프릭컬렉션
300년도 안되는 미국의 열등감 중의 하나가 루브르나 내셔널갤러리, 프라다, 우피치가 소장한 걸작이 거의 없다는 점이 아닐까?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워싱턴 DC에 '지네브라 초상화'가 있지만, 무뚝뚝하다) 라파엘로 등의 마스터피스가 부재하다는 것. 35점 내외가 전해지는 요하네스 베르미르의 작품이 메트에 5점, 프릭컬렉션에 3점이 있지만, 소설과 영화, 오페라까지 나온 '진주 귀고리를 단 소녀'의 인기와 견주지는 못한다.
그녀가 왔다. 그 '진주 귀고리를 단 소녀'가 프릭컬렉션을 방문하면서, 흩여졌던 베르미르 3점도 나란히 모였다. 이것만으로도 감동적인 특별전이 '베르미르, 렘브란트와 할스: 마우리츠하위스에서 온 네덜란드 거장들의 걸작'전이다. 지난해 도교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 전시가 세계 최고의 흥행 특별전이었다고.
*'진주 귀고리를 단 소녀' 뉴욕 오다
http://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2923858&mid=Art
8. 마티스@메트로폴리탄뮤지엄
'마티스: 진정한 회화를 찾아서(Matisse: In Search of True Painting)'는 '컬러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가 한 점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거쳐간 과정을 통해, 선과 컬러라는 회화의 본질적인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선과 색을 끊임없이 탐구한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전시였다. 마침 같은 시기 이웃의 구겐하임에서 '피카소의 흑과 백'전시에서 컬러를 배제한 전시를 열었다. 선과 구도를 강조한 피카소전과 함께 그림을 보는 법을 가르쳐준 전시이기도 했다.
*마티스는 어떻게 '색채의 마술사'가 되었나
http://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1112393&mid=Art
9. 피카소 흑백전@구겐하임뮤지엄
또, 피카소야?
구겐하임의 '피카소 흑과 백(Picasso Black and White)'은 달랐다.
다작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를 주제로 무궁무진한 전시가 열렸지만, 구겐하임의 피카소전은 파리와 바르셀로나의 피카소뮤지엄에서도 상상할 수 없었던 테마였다. 마티스와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피카소의 흑백 회화 속에서도 그의 다이나믹한 화풍을 감지할 수 있었다.
*피카소의 흑과 백
http://www.nyculturebeat.com/?mid=Art&document_srl=953300
10. 인상주의 패션전@메트로폴리탄뮤지엄
패션이 뮤지엄 안으로 들어온 것이 최근의 일은 아니다. 1999년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구겐하임에서 회고전을 열 때만해도 반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2011년 메트뮤지엄에서 알렉산더 맥퀸전은 블록버스터가 됐고, 이어 프라다와 스키아파렐리 특별전도 열렸다.
올해엔 프랑스 인상주의와 당대의 파리 패션을 매치시킨 ‘인상주의, 패션, 근대화(Impressionism, Fashion, and Modernity)'전은 마네, 모네, 드가, 르노아르, 제임스 티소, 알프레드 스티븐스, 마리 카삿 등의 회화와 패션을 탐구할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당대를 배경으로 한 프랑스 영화를 더불어 볼 수 있었으면 금상첨화였을 것 같다.
*‘인상주의, 패션 & 근대성’ 특별전
http://www.nyculturebeat.com/?mid=Art&document_srl=180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