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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페르시아 레스토랑 소프레(SOFREH) ★★☆

체리밥은 어디에? 가지 스프레드의 감칠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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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REH, Brooklyn

 

이란과 이라크, 그리고 북한은 9/11 이후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불렀지만, 솔직히 이란과 이라크의 차이를 잘 모른다. 이란은 호메이니옹, 이라크는 사담 후세인 정도의 상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편할 때가 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영화가 되면서부터는 다른 나라 종교나 이데올로기에 무관심해졌다. 영화 속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모두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다. 예전에 읽었던 황석영 소설가의 북한 방문기 '사람이 살고 있었네'를 실감한 것은 올 초의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었다.

 

1993년 홍콩국제영화제에서 이란을 처음 발견했다. 아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 감독의 영화를 대여섯편 상영했는데, 어린이들이 나오는 영화 '숙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에'를 보면서 단순하고, 시적이며, 오래 여운을 남기는 그의 영화에 반했다. 뉴욕에 와서는 첼시에서 열린 그의 사진전에 가보고, 아바스키아로스타미가 단순한 영화감독이나 사진가가 아니라 시인이자 철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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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에'(1987, 왼쪽)와 '체리의 맛'(1997).

 

뉴욕에서 '가베(Gabbeh)' '살롬 시네마'의 모센 마흐말바프(Mohsen Makhmalbaf), '하얀 풍선'의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 '별거'의 아스가 파르하디(Asghar Farhadi)라는 이란 거장들의 영화를 통해 본 이란 사람들은 소박하고, 담백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이들이었다.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 이창동 감독 등의 한국영화가 세계에서 뜨기 전, 이란 영화는 국제영화제를 풍미했다. 그러다가 9/11 이후 이란 영화는 특히 미국에서 기세를 잃었다. 마침 지금 MoMA에선 이 유명감독들의 영화를 도맡아서 촬영한 마흐모드 칼라리(Mahmoud Kalari, 9/14-30)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이란은 원래 '페르시아'로 불리우다가 1935년 팔라비 왕조에서 국호가 바뀌었다.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千一夜話, One Thousand and One Nights, كتاب ألف ليلة وليلة)의 나라인 만큼 다른 문화도 화려할 것 같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과 브루클린뮤지엄의 아랍/중동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페르시아 도자기의 푸른색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9/11 직후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메트와 브루클린이 보수한다며 중동 갤러리를 거의 10년 가까이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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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REH, Brooklyn

 

9/11 17년, 지나 올 6월 브루클린에 오픈한 이란 레스토랑  소프레(Sofreh)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2주 전 쯤 주간 '타임아웃 뉴욕'에서 뉴욕 베스트 레스토랑 50 중 50위에 선정했으며, 뉴욕타임스의 비평가 피트 웰스는 우연인지 9월 11일자 리뷰 '이란의 세련된 요리 팬들에게는 환호할 이유가 있다(For Fans of Iran’s Sophisticated Cuisine, a Reason to Cheer)'며 별 4개 만점에 2개라는 후한 점수를 주었다. 한국계 소설가 수잔 최의 남편인 피트 웰스는 파크 슬로프에 산다더니, 브루클린 식당 리뷰를 종종 쓰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대서특필됐으니, 소프레는 이제 테이블 잡기가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그 동네에 사는 친구의 추천으로 뉴욕타임스 리뷰 사흘 전에 가보았다. 이전에 이란 식당은 딱 한번 가보았다. 한 15년 전쯤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이란 식당 페르세폴리스(Perepolis, http://www.persepolisnewyork.com)에 가서 케밥의 맛은 잊엇지만, 체리밥(cherry rice)의 맛을 잊혀지지 않았다. 누가 쌀밥에 시큼달콤한 체리를 넣을 생각을 했나? 그런데, 그 달달한 맛이 떠오르며 침이 고인다.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에게 1997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영화 '체리의 맛(Taste of Cherry)'에서는 자살을 꿈꾸는 남자에게 뮤지엄 경비가 "체리의 맛이 그립지 않을까요?"하고 묻는다. 인생을 포기하기에는 체리의 맛이 너무 좋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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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REH, Brooklyn

 

소프레(Sofreh)는 브루클린아카데미오브뮤직과 바클레이 센터(Barclay Center)에서 한 정거장 거리인 버겐 스트릿(지하철 2,3)에 자리해 있다. 프로스펙트 파크에 이웃한 이 동네는 농구와 콘서트를 하는 스태디움 바클레이 센터 오픈 이후 셰이크 섁(Shake Shack)과 도넛 플랜트(Donut Plant) 등 명물들이 속속 문을 열었다. 소프레는 이란어로 '테이블보' '진수성찬'을 뜻한다고 한다. 소프레는 모던, 미니멀리즘으로 화이트가 주조를 이룬 인테리어가 차분하다. 

 

이란 식당임을 알려주는 것은 아름다운 페르시아어가 써있는 커다란 액자와 아마도 '소프레'의 이란어 종이 테이블 매트와 메뉴 뿐이다. 그러나, 화장실 인테리어는 와일드하다. 우리나라 50-60년대 멜로, 액션영화같은 울긋불긋한 이란영화 포스터로 도배되어 있다. 바닥은 콘크리트로 차가운 느낌인데, 나무를 깔았다면 아늑한 분위기가 되었을 것 같다. 첫 느낌에 미슐랭 스타를 갈망하는 인테리어라는 인상을 주었다. 브루클린에서, 더구나 이란 식당이 미슐랭 별을 따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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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REH, Brooklyn

 

소프레의 메뉴는 인테리어처럼 심플했다. K-타운 한식당의 사전적인 메뉴와는 달라 선택의 폭이 좁았다. 애피타이저 6종, 샐러드와 곡류 4종, 메인디쉬 5종(치킨, 양고기, 생선, 가지, 쇠고기), 그리고 밥, 빵, 피클, 요거트 등 7종, 디저트 4종, 샤벳(Sharbat) 4종 뿐이다. 혹시 와인 BYOB가 되냐고 물었더니, 코키지가 $45이라고 했다. 차이나타운은 $10, 키쉬캐쉬는 $25이었는데, 소프레는 도도했다. 그래도 소박한 와인 리스트를 보니 가격은 비싸지않은 편이라 안도했다.

 

 

A Dinner at SOFREH, Persian Restaurant

 

# 애피타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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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teh(from left), Eggplant Spread, Yogurt & Shallot Dip

 

-코프테(Kofteh): 쇠고기 미트볼에 사프론 양념, 요거트 토핑. 이탈리아나 스웨덴 미트볼과는 달리 약간 밋밋한 맛이라 실망스러웠다. 이란에선 비싼 식재료인 사프론(saffron)을 즐겨 쓰는데, 굳이 미트볼에 사프론이 필요한지는 의문. 

 

-가지 스프레드(Eggplant Spread): 구운 가지를 갈아 양파, 호두, 민트유로 혼합한 스프레드로 오묘하고, 깊고, 감칠맛이 풍부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 함께 나온 반쪽짜리 넙적빵(flat bread)는 쫄깃하고 고소한 맛에 하나 추가로 주문했다. 그런데, 키친 안의 팔에 문신을 하고 검은 셔츠를 입은 요리사가 눈에 걸렸다. 동료 요리사와 장난치며 말하는 모습, 자신의 셀폰을 보는 모습이 모두 눈에 들어왔다. 그가 빵은 손으로 집어서 카운터에 놓는 것이 위생에 둔감한 키친임을 보여주었다.

 

-요거트 & 샬롯 딥(Yogurt & Shallot Dip): 그리스와 터키가 자부심을 갖는 요거트, 애피타이저 메뉴에 두종이 올라가 시켰는데, 집에서 아침식사로 늘 먹는 그리스 요거트 파예(Faye)보다 소프레의 수제 요거트가 한수 위라고는 할 수 없겠다. 게다가 메뉴에 페르시아 샬롯(양파)이 요거트에 섞였는데, 부추(chive) 토핑 맛만 감지할 수 있었다. 역시 넙적 빵이 제공됐다. 

  

 

# 메인 디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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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b Shank                                                                                Saffron Basmati Rice   

 

-양고기 정강이살 찜(Lamb Shank):  페르시안 요리에서 유명한 메뉴라고 한다. 로즈워터, 사프론, 와인, 튜머릭, 카다먼, 큐민, 타임 등 강종 허브와 마늘, 파바콩을 넣고 오래 조리하는 음식이다. 바삭한 양파를 올려서 나왔는데, 고기가 부드러웠고, 국물 맛도 좋았지만, 고기 전체에 양념이 스며든 것같지는 않았다. 

 

-사프론 바스마티쌀밥(Saffron Basmati Rice): 소프레 웹사이트엔 체리밥(Albalu Polo)이 소개되었고, 기대도 컸지만 정작 메뉴에는 없었다. 그래서 사프론 바스마티밥을 주문했는데, 인도쌀 바스마티 위에 노란 사프론(오일?)이 뿌려져서 나왔다. 사프론의 오묘한 맛을 느끼기엔 양이 부족해 보였다. 

 

와인은 하우스 와인(로제와 카버네 소비뇽, 글래스 $11)을 곁들였다. 음식 가격은 맨해튼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와인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며칠 후 뉴욕타임스 리뷰에 나온 사진에는 사프론이 계란 노른자처럼 넉넉하고, 예쁘게 뿌려져서 기분이 상했다. 문신을 드러내며 맨손으로 셀폰을 만지다가 빵을 집어든 요리사는 뉴욕타임스 사진에서 파란색 장갑을 끼고 있었고, 우울한 표정으로 거닐던 식당 대표 겸 요리사 나심 알리카니(Nasim Alikhani)씨는 배우 출신처럼 예쁘게  단장한 모습으로 나왔다. 

 

소프레에서의 첫 식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체리쌀밥이 없었던 점, 미트볼과 요거트, 양고기정강이찜은 다시 주문하고 싶은 요리는 아니다. 하지만, 가지 스프레드는 뉴욕에서 맛본 중동지역 음식 중 최고의 맛이었다. 소프레는 페르세폴리스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조만간 페르세폴리스로 체리쌀밥과 케밥을 먹으러 가야할 것 같다. 

 

다음에 소프레에 갈 기회가 있다면, 뉴욕타임스의 피트 웰스가 추천한 요리들 바베리(크랜베리 일종) 치킨 반마리(Half Chicken), 사프론, 로즈워터, 피스타치오를 넣은 전통 페르시안 아이스크림(Traditional Persian Ice Cream), 라임쥬스에 쌀국수를 얹은 '페르시안 로즈워터 소벳(Persian Rosewater Sorbet) 그리고 블랙 티(Black Tea)를 맛보고 싶다. 그러고 보니, 소프레의 특기가 디저트인듯 싶다. 디저트를 생략한 첫 식사였다. 끝이 좋아야 다 좋은 것.  

 

 

주요 이란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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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밥(알발루 폴로)

 

이란은 우리처럼 쌀밥을 즐기며, 누룽지도 정식 요리에 쓴다.  육류는 돼지고기를 제외한 양고기, 닭고기, 생선, 가지 등각종 야채와 호두, 피스타치오 등 견과류에 자두, 석류, 건포도, 퀸스 등 과일과 허브, 그리고 사프론과 요거트를 가미하는 건강식 요리가 주종을 이룬다. 인도와 그리스, 터키 요리의 영향을 받았다.

 

▶바르바리(Barbari): 넙적한 빵

▶쉬라지 샐러드(Shirazi salad): 오이와 토마토를 넣은 샐러드

▶코프타(Kofta): 사프론을 넣은 페르시아식 미트볼

▶페제난(Fesenjan): 으깬 호두와 석류시럽에 사프란을 넣고 조리한 닭요리

▶코레쉬트 베 알루(Kohresht Beh Aloo): 양고기, 퀸즈 요리

▶알발루 폴로(Albalu Polo): 신 체리를 넣고 지은 쌀밥

▶바갈리 폴로(Baghali Polo): 딜,파바콩, 구은 마늘을 넣은 쌀밥

▶사브지 폴로(Sabzi polo): 부추, 딜, 파, 파슬리 등 허브를 넣은 쌀밥

▶카밥 쿠비데(Kabab Koobideh): 간 양고기나 쇠고기 바비큐

▶주제 카밥(Juje kabab): 닭구이

▶코레쉬 바뎀잔(Khoresh bademjan): 튀긴 가지와 양고기나 쇠고기, 토마토, 포도쥬스, 라임, 튜머릭 등을 넣고 조리한 가지 찌개

▶타친(Tahchin): 페르시아 스타일 떡. 쌀, 요거트, 달걀, 사프론 소스에 데친 쌀을 섞어 구워낸 케이크로 육류, 치킨, 야채를 넣기도 한다.  

▶타디그(Tadig): 요거트나 빵, 감자 위에 올린 누룽지

▶샤르바트: 과일과 사프론, 로즈워터 등이 들어간 이란 소벳, 셔벗(sherbet)

 

SOFREH

75 St Marks Ave, Brooklyn, NY

646-340-0322 http://www.sofrehny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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