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피라미드, 워싱턴 DC 내셔널갤러리 동관을 설계한 중국계 건축가 I. M. 페이(1917. 4. 26-2019. 5. 15)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102세. https://www.nytimes.com/2019/05/16/obituaries/im-pei-dead.html

할리우드 키드에서 세계적인 건축가로

루브르 피라미드 건축가 I. M. 페이(I. M. Pei)

루브르뮤지엄의 입구 유리 피라미드를 설계한 중국계 건축가 I. M. 페이, 오는 4월로 102세가 된다.

"건축가들은 은퇴하지 않는다. 그들은 좋은 와인처럼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일한다"고 말한 이가 있었다. 중국인 건축가 I.M. 페이를 두고 한 말인듯 하다. 

이름부터 알아봤을까? “내가 페이야(I am Pei)”라고 말하는 것 같은 I. M. 페이(Ieoh Ming Pei, 1917-)는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다. 파리 루브르박물관 앞의 유리 피라미드 입구로 명성을 쌓은 페이는 워싱턴 D.C. 내셔널갤러리의 동관(East Building)을 설계했다. 뉴욕에선 제이콥 K. 재비츠 컨벤션센터, 57스트릿의 포시즌 호텔, 그리고 유엔 한국대표부 건물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페이의 모던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맨해튼 57스트릿 포시즌 호텔(1993) 전경, 위에 Moon Gate가 중국스럽다.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으로 불리우는 I. M. 페이는 오는 4월 26일로 102세가 된다. 

그는 1917년 광저우에서 태어났다. 중국 이름은 페이 여밍(貝聿銘, Bèi Yùmíng, 패율명). 홍콩과 상하이에서 성장한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중국 소저시의 정원으로 알려져 있다. 상하이는 당시 ‘동양의 파리’로 불리웠던 글로벌 도시다.

맨해튼 제이콥 재비츠 센터(Jacob K. Javits Convention Center, 1979)와 유엔 한국대표부 건물(Republic of Korea Permanent Mission to the United Nations, 2000)도 I. M. 페이의 설계작이다. 

  

세인트존중학교 시절 페이는 당구장에 다니고, 버스터 키튼과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를 보는 것을 즐겼다. 영어 실력을 키워준 것은 영어 성경과 찰스 디킨스의 소설이었다. 열세살 때 어머니가 암으로 사망하자 아버지는 에일린이라는 이름의 여성과 결혼, 뉴욕으로 떠났다. 

페이가 영국 대신 미국 유학을 결심한 것은 순전히 할리우드 영화 때문이었다. 빙 크로스비에 매료된 페이는 1935년, 열일곱살의 나이로 배에 몸을 싣고 태평양 건너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필라델피아에 왔다.

이타카 코넬대학교의 허버트 존슨 미술관. 갤러리의 파노라마 창문이 시원하다.

I. M. 페이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 등록했다가 바로 MIT로 전학했다. 건축학도로서 페이의 불만은 두 학교가 모두 ‘보자르(Beaux-Arts) 건축’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페이는 독학으로 스위스 출신 혁신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에 대한 연구를 했다. 르 코르뷔지에는 훗날 모더니즘 건축의 선구자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또한 구겐하임뮤지엄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영향도 받았다. 1938년 I. M. 페이는 라이트를 만나려고, 위스컨신주 스프링그린의 테일스핀의 별장까지 운전해갔다. 2시간을 기다려도 라이트는 만날 수 없었다. 라이트는 이곳에서 폭포가 떨어지는 별장 ‘폴링워터’와 구겐하임뮤지엄이라는 불후의 명작을 만들어낸다.

워싱턴 D.C.의 동관(East Building) 전경(위)와 내부.

1930년대 후반 페이는 웰슬리대 여학생 아일린 루를 만났다. 루는 하버드대 조경건축과에 들어갔고, 페이는 하버드대학원 디자인과 교수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아일린 루와는 1942년 결혼한다. 루는 2014년 세상을 떠났다. 하버드대학원으로 진학한 I. M. 페이는 유럽에서 온 건축가들과 사귀었다. 바우하우스스쿨의 창립자이며 독일 건축가 월터 그로피우스와 헝가리 출신 모더니즘의 마스터 마르셀 브라우어의 영향을 받았고, 페이의 모더니즘 철학은 굳건해진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조교수로 후학을 가르치다가 1948년 뉴욕의 부동산회사 웹&냅의 건축부장으로 일했다. 그리고, 1960년 자신의 건축회사 ‘I. M. 페이&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이후 콘크리트나 유리를 씌운 날카롭고, 기하학적인 구조물은 페이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I.M. 페이가 설계한 보스턴의 JFK 도서관&뮤지엄(왼쪽)과 홍콩의 뱅크오브차이나 타워.

1964년 케네디 가문의 설계 위임을 받아 재정 문제로 1979년에서야 보스턴에 존 F. 케네디 도서관&뮤지엄(John F. Kennedy Presidential Library and Museum)을 완공했다. I. M. 페이는 이 커미션이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1973년 이타카 코넬대학교의 허버트 F. 존슨 미술관(Herbert F. Johnson Museum of Art)을 설계했으며, 이 건물로 1975년 미건축가협회(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의 명예상을 수상했다. 1978년 워싱턴 D.C.의 내셔널갤러리(National Gallery) 동관(East Wing)을 설계했다. 동관 앞에는 유리 피라미드 조형물도 설치됐다. 주간 타임지는 "동관은 몰(Mall)의 걸작"이라고 찬사를 보낸 반면, 아트포럼의 리처드 헤네씨는 "쇼킹한 놀이집 분위기"라고 악평했다. 

 루브르뮤지엄의 역피라미드

그리고, 1981년 프랑소아 미테랑 대통령의 위임으로 루브르 뮤지엄의 입구로 유리 피라미드(Pyramide du Louvre)를 설계했다. 1989년 3월 29일 루브르 피라미드가 공개됐을 때 파리 시민들은 "거대하고, 파멸적인 장치"이며 "눈에 가시"라고 비난했다. 프랑스 언론과 건축 비평가들도 이구동성으로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페이도 후에 "루브르 이후로는 어떤 프로젝트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루브르 피라미드는 파리 시민과 관광객들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1983년 클리블랜드에 피라미드 모티프에 큐비즘 양식의 록큰롤 명예의 전당 빌딩(The Rock and Roll Hall of Fame), 1986년엔 유리 건물 맨해튼  제이콥 K. 재비츠 컨벤션 센터(Jacob K. Javits Convention Center), 2008년엔 카타르 도하의 이슬람미술관(Museum of Islamic Art)을 설계했다. 

클리블랜드의 록큰롤 명예의 전당(The Rock and Roll Hall of Fame) Photo: MusikAnimal/Wikipedia

I. M.  페이의 건축 스타일은 큐비스트 테마를 변주하는 모더니스트다. 전통적인 건축 요소에 단순한 기하학적 패턴을 가미하고 있다. 페이는 1983년 건축가들의 노벨상으로 불리우는 ‘프리츠커상(Pritzker Prize)을 수상한다. 1979년 첫회에 필립 존슨, 이후로  리처드 마이어, 오스카 니마이어, 안도 다다오, 렘 쿨하우스, 장 누벨, 자하 하디드 등이 받은 상이다. 1992년엔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상을, 2003년엔 뉴욕 쿠퍼휴이트내셔널디자인뮤지엄의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루브르 피라미드 Pyramide du Louvre

 *I.M. 페이 설계 루브르 피라미드 30주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