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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ony Bourdain Hommage

A Dinner at La Brasserie, 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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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키친 컨피덴셜(Kitchen Confidential, 1999)'/ La Brasserie

 

세계인들에게 눈과 입맛을 열어주고, 변방의 식문화를 글로벌 무대에 데뷔시켰던 셰프, 작가 겸 TV쇼 호스트, 세계 최고의 식객(食客) 안소니 부르댕(Anthony Bourdain, 1956-2018)이 떠난 지 4년이 넘었다. 

 

미국 TV에서 유일하게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안소니 부르댕이 진행했던 '미지의 세계/ Parts Unknown'(CNN, 2013-2018)와 '예약 필요없음/No Reservations'(Travel Channel, 2005-2012) 이었다. 부르댕은 쇼킹하게 스스로 목숨을 마감하며 세계 무대에서 사라졌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디오피아 출신 셰프 마커스 사무엘슨(Marcus Samuelsson)은 '여권 필요없음/No Passport Required'(PBS, 2018-2020)과 배우 스탠리 투치(Stanley Tucci)는 '이태리를 찾아서/Searching for Italy'같은 맛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지만, 역부족이다. 부르댕을 능가할 맛여행 호스트는 전무후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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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니 부르댕(오른쪽), 동생 크리스토퍼와 아버지 피에르/ 안소니 부르댕의 부모

 

컬빗이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됐을 때 읽은 두번째 책이 그의 '키친 컨피덴셜(Kitchen Confidential, 2000)'이었다.(첫번째 책은 잭 쿠리악의 'On the Road') '키친 컨피덴셜'은 1999년 뉴요커지에 실렸던 칼럼 "이것을 읽기 전엔 먹지 말아라(Don't Eat Before Reading This)"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후 부르댕이 회고록으로 출간,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을 끌었던 것은 부르댕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토니' 부르댕은 1956년 6월 25일 맨해튼에서 태어났다. 그의 엄마 글래디스 색스만은 유대계로 뉴욕타임스의 편집자였으며, 아버지 피에르 부르댕은 프랑스계 카톨릭 신자로 카메라숍 영업사원에서 훗날 컬럼비아 레코드의 간부가 됐다. 토니 부르댕은 뉴저지주 레오니아에서 성장했다. 

 

부르댕은 '키친 컨피덴셜'에서 자신이 진정 음식을 즐긴 첫 경험은 어린시절 가족과 뉴욕에서 프랑스 셸부르로 가는 크루즈에서 체험했다고 썼다. 그는 배 안에서 웨이터가 은색 그릇으로 서브했던 다진 부추로 장식된 차가운 리크감자 수프 비시추아즈(Vichyssoise)에 홀딱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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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절의 토니/ 셰프 안소니 부르댕

 

또, 하나의 기억은 그에게 아마도 트라우마를 주었을 법한 일이다. 어느날 부모는 파리 외곽 비엔의 호텔 안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라 피라미드(La Pyramide)'에서 식사를 하면서 안소니와 동생 크리스토퍼를 자동차 안에 3시간 동안 내버려두었다. 이에 대해 부르댕은 "음식이 중요할 수 있으며, 이벤트가 될 수 있다, 그건 나름 비밀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부르댕은 그날 이후 부모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음식을 이해하려는 악의에 사로 잡혔다. 그것은 이유있는 반항이었을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가장 쇼킹한 가치는 내가 선택한 음식이었다." "이것은 내가 희미하게 악의적으로 알고 있었던 마술이었다. 나는 꽂혔다. 부모님의 전율, 내 동생의 혐오감과 경악의 표정은 나를 남자가 되도록 강화시켰다, 나는 온갖 모험을 했으며, 금지된 과일들의 맛을 보았다. 약물, 섹스, 새로운 감각이든 어리석고 자기파괴적인 추적은 이 순간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회고했다. 

 

어릴적 낯선 나라에서 동생과 함께 자동차 안에 가두어져 고급 식사를 하고 있는 부모를 기다리면서 어린 토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의 삶은 그날 그 저녁식사 때 자신을 방치했던 부모에 대한 반항의 마라톤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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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첫 직업은 디쉬워셔였다. 안소니 부르댕은 그때 요리사들이 신(gods)같은 대우를 받는 것을 알게됐다. "그들은 나에게 어린 왕자와 같았고, 나는 여전히 접시닦이에 불과했다. 요리사의 삶은 모든 관습적 도덕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면서 모험과 약탈을 하고 돈 버는 삶이었다"고 썼다.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꾼 것은 프랑스에서 굴을 먹으면서였다고 한다. 

 

안소니 부르댕은 2012년 음식잡지 '본 애프티(Bon Apetite)'에 아버지의 날을 맞아 칼럼을 기고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난 빌리지의 술집에서 생굴을 핥아먹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빠르게 다가가고 있는 나이 57세였다. 난 내가 점점 더 닮아가고 있는 아버지와 나이 먹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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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Parts Unknown' 베트남 하노이 편에서 오바마 전대통령과 식사를 하는 부르댕. Photo: CNN

 

부르댕은 강인한 여성들에게 빠졌다. 고교시절 만난 선배 낸시 푸코스키(1985-2005)를 따라 바싸대학에 진학했고 결혼했다. 이혼 후엔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출신으로 무술을 하는 오타비아 부시아(2007-2016)와 결혼했다. 이혼 후엔 20세 연하의 이탈리아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와 사귀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탈리아 호러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다. 아시아 아르젠토는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를 #MeToo로 고발했지만, 자신이 미성년자를 성폭행 것으로 #MeToo 당했다. 부르댕은 그녀를 위해 38만 달러의 보상금도 지불해주었다. 

 

록스타같은 인기를 누리던 안소니 부르댕은 2018년 6월 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셰프 에릭 리퍼트와 묵고 있던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르댕은 'Parts Unknown'을 촬영 중이었고, #MeToo 스캔달에 휘말렸던 아르젠토는 사망 즈음에 프랑스 기자와 거리에서 키스하며 데이트하는 모습이 타블로이드를 장식했다. 부르댕은 파파라찌의 사진이 인터넷에 뜬지 5일만에 자살했다. 부르댕은 부시아와 사이에 딸 아리안(2007-)을 남겼다. 부르댕의 엄마 글래디스는 2020년 85세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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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Brasserie

 

코로나 팬데믹을 겪지 않고, 홀홀히 떠난 안소니 부르댕에게 오마쥬를 표하는 저녁식사가 6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맨해튼 파크애브뉴의 프렌치 레스토랑 라 브라써리(La Brasserie)에서 열렸다. 라 브라써리는 원래 '레알(Les Halles)'이라는 이름의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파리 퐁퓌두미술관 인근 중앙시장이 있었던 제 1지구 이름을 딴 레알은 한때 로어맨해튼, 마이애미, 워싱턴 DC, 도쿄까지 지점을 냈다가 2017년 파산으로 폐업했다. 부르댕은 1998년부터 레알에서 일했고, 베스트셀러 '키친 컨피덴셜'의 표지사진도 이곳에서 찍었으며, 유명인사가 된 후에도 레알에 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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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Brasserie 

 

2018년 6월 부르댕 사망 후 추모자들이 앞에 모여들었다. 2021년엔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로드러너(Roadrunner: A Film About Anthony Bourdain)'이 개봉됐다. 이후 브라써리 레알은 팝업 스타일로 단기간 오픈해 프렌치 오니온수프, 스테이크 프리츠 오푸와브르와 디저트의 3코스 정식을 제공했다. 그러다가 올 4월 '라 브라써리'로 이름을 바꾸어 공식 오픈했다.

 

우리는 27일 저녁 부르댕 데이 스페셜 메뉴를 찾아 라 브라써리로 갔다. 부르댕 데이 메뉴는 점심과 저녁식사에 3코스($55)였다. 애피타이저는 푸아그라, 메인디쉬는 스테이크 프리츠, 디저트는 모듬치즈와 초콜릿케이크 중 선택할 수 있었다. 

 

 

BOURDAIN DAY MENU @La Brasserie, June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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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뮤즈 부셰 (Amuse-Bouche)

푸아그라 오 토르숑 (FOIE GRAS AU TORCHON): date lemon chutney, balsamic reduction, country toast

첫 코스는 거위간(foie gras)이었는데 토르숑(torchon)은 프랑스어로 디쉬타월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푸아그라를 타월에 감싸서 요리한다고. 상금한 레몬 처트니와 발삼식초 엑기스에 토스트, 그리고 미니 샐러드가 나왔다. 식전에 나온 바게트와 부드러운 버터를 먹은 후 입맛을 돋구기에 안성맞춤이다.  

 

와인은 저렴한 코트뒤론(Côte du Rhône)을 주문했다. 푸아그라와는 Ferraton "Samorens" 2017, 스테이크 프리츠와는 Domaine de la Janasse Reserve 2019이 무난하게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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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 요리 (La Grillade) 

스테이크 프리츠 (STEAK FRÎTES): NY strip steak, Béarnaise sauce, house made French frîtes, watercress

프랑스의 대표 요리. 스테이크와 프렌치 프라이의 콤비네이션이다. 스트립 스테이크는 소의 등심에서 잘라낸 스테이크로 안심만큼은 아니지만, 부드러운 편이며, 고유의 마블링으로 씹는 식감과 향미가 좋다. 스테이크는 작았지만,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베아르네즈 소스는 황란, 버터, 화이트와인, 식초, 샬롯, 태라곤 허브를 넣어만든 소스로 스테이크의 풍미를 돋군다. 

 

스테이크 프리츠에 곁들일 야채로 그린빈(Haricots Verts, $13)을 주문했다. 가격 대비 양이 적었지만, 적당히 익혔고, 간도 맞았다.  

 

 

#디저트 (Les Desse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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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URLESS CHOCOLATE CAKE: House made caramel ice cream, toasted almonds, raspberries

밀가루를 쓰지 않은 초콜릿 케이크에 구운 아몬드를 얹은 카라멜 아이스크림 디저트가 훨씬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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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듬 치즈 (ASSIETTE DE FROMAGE): Selection of delicious French cheeses

메뉴에는 프랑스 치즈 3종이라고 했지만 콩테(Comté), 브리(Brie)에 미국산 치즈 체다(cheddar)가 나왔다. 실망스러운 치즈 코스.  

 

라 브라써리는 3일간의 안소니 부르댕 스페셜 이후에도 레귤러 메뉴에서 부르댕에게 오마쥬를 표하는 스테이크 프리츠(HOMMAGE A ANTHONY BOURDAIN " STEAK FRITES")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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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니 부르댕 '키친 컨피덴셜' 10가지 

"이것을 읽기 전엔 먹지 말아라(Don't Eat Before Reading This)" 1999

 

1. 생선 스페셜은 건너 뛸 것: 요리사들은 금요일 아침 주말을 위한 해산물 주문을 한다. 월요일의 생선이 신선할까?

2. 외식은 주중에 할 것: 평일은 주민을 위한 것, 주말은 관광객과 극장 관람객을 위한 식사다.

3. 잘 익은(well-done) 고기를 주문하지 말 것: 질기거나 오래된 부위이므로.

4. 닭고기보다 돼지고기가 안전하다: 닭은 부주의하게 다루면 빨리 상하고, 살모넬라균을 퍼뜨린다.

5. 대부분 식사에는 버터 한 조각이 포함된다: 식당 음식이 홈쿠킹보다 퇴폐적으로 맛있는 이유는 바로 버터.

6. 빵은 재활용된다: 이건 관행이다

7. 홀란데즈 소스를 경계할 것: 주방에 몇시간씩 앉아 있으니까. 

8. 할인 스시를 피할 것

9. 홍합은 건너뛸 것: 대부분 키친에서 역겨운 냄새가 나는 바닥에 뒹군다.

10. 웨이터에게 예의를 지킬 것: 웨이터는 주방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다. 

 

La Brasserie

411 Park Avenue South,

New York, NY 10016

(212) 567-8282

reservation@staubnyc.com

https://www.labrasserienyc.com/menus/#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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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2.07.05 20:15
    셰프 안소니 부루댕을 잘읽었습니다. 컬빗이 제일 좋아했던 TV프로였다니 얼마나 멋진 프로였나하는 궁금증이 떠오릅니다.
    부루댕을 컬빗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그의 생애를 읽어보니까 곡예사 같은 삶을 살았네요. 62세에 자살로 죽음을 택한 것도 말입니다. 그의 요리맛이 맛을 보진 않았지만 예술과 어울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밀가루를 쓰지않고 만든 초코렛 디져트를 맛보고 싶네요. 착한 가격이($55) 마음을 당깁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