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175 댓글 1

봄부터 초가을까지 차이나타운의 별미

뉴욕 누들타운 소프트셸 크랩

The Best Salt Baked Soft Shell Crab in NYC 

 

IMG_5408.jpg

The Great NY Noodletown

 

"5년 후 나는 내가 1994년에 무엇을 먹었나 생각해본다면, 아마도 솔트 베이크드 크랩을 제일 먼저 생각할 것이다. 지금 이걸 쓰면서도 내 이빨은 육감적인 게의 심장으로 뜨거운 껍질로 돌진한다. 통통하고, 촉촉한 살, 그윽하고 달착지근하며, 버터처럼 부드러우며, 고소한 코팅 안에 달라붙은 살. 나는 희미하게 짭쪼름한 양념에 저항하는 해물의 향긋한 맛과 위에 흐트러진 고추채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 감각의 향연으로 고요한 경의를 표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또한, 나는 "그래서 이게 소프트 셸 크랩의 진정한 맛이야!"라고 기억할 것이다." 

-루스 레이첼-(뉴욕타임스, 1994)-

 

 

매년 늦봄에서 초가을까지 입맛을 돌게하는 물렁게(소프트셸 크랩, soft shell crab) 시즌이다. 연한 껍질과 탱탱한 속살로 유혹하는 소프트셸 크랩. 매달 차이나타운 그레이트 뉴욕 누들타운(The Great NY Noodletown)으로 가서 바삭, 고소하고, 부드럽고 통통한 게살로 칼슘도 보충하는 시즌이다. 코로나 팬데믹 중에도 테이크아웃해서 식은 물렁게 구이를 먹었다. 

 

 

z1.jpg

The Great NY Noodletown

 

뉴욕 누들타운의 물렁게 구이는(Salt Baked Soft Shell Crab)은 얼핏 보면 튀긴 것 같다. 원래 salt baked 조리법은 소금과 계란 흰자를 섞어 크랩에 옷을 입혀 재운 후에 오븐에 굽는다고 한다. 누들타운 셰프의 조리법은 아무래도 이를 응용한 것일듯. 튀긴듯 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장 조지(Jean-Georges Vongerichten)의 잔뜩 멋낸 소프트 셸 크랩, 말레이지아 식당 패티 크랩(Fatty Crab)의 상큼한 소스가 맛있는 소프트 셸 크랩, UN 본부 앞 일식당 메구(Megu)의 크림(마요?) 소스를 얹은 소프트 셸 크랩, 차이나타운의 베트남 식당  나 트랑(Nha Trang)의 파와 야채로 볶은 소프트 셸 크랩도 맛보았다. 그러나, 누들타운의 소프트 셸 크랩이 라이벌 없는 명작이다.

 

그런데, 2022년은 잔인한 물렁게 시즌이었다. 우리의 단골 식당 누들타운이 봄부터 보수 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6월 초 오픈에서 7월 초로 연기되었다가 마침내 9월 첫주 노동절 연휴가 지난 후에야 진짜 문을 다시 열었다. 소프트셸 크랩 시즌이 저물어가는 9월, 어느날 밤 누들타운으로 갔다. 전화로 소프트셸 크랩을 예약했다. 혹시나 갔을 때 매진되며 허무하니까. 와인은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캘리포니아 피터 마이클 소비뇽 블랑 2016년산(Peter Michael 'L'Apres-Midi' Sauvignon Blanc)을 가져갔다. 누들타운에선 코키지료가 무료다.  

 

 

IMG_5384.jpg

The Great NY Noodletown

 

바워리와 베이야드 스트릿 코너의 누들타운은 간판도 그대로였지만, 식당 앞에 재개업 축하 화환들이 놓여있었다. 뉴요커들의 누들타운 사랑이 느껴졌다. 테이크아웃 줄에 예닐곱명, 테이블을 기다리는 이들이 입구를 가로 막고 있었다. 깨끗한 흰 벽에 붙여진 '한자어와 영어로 쓰여진 '소프트셸 크랩 시즌" 사인과 익숙한 웨이터들을 보니, 안도감이 밀려왔다. 10여분 후 기다렸다가 원탁 테이블에 앉았다. 낯선 고객들과 함께 앉는 자리다. 

 

 

IMG_5389.jpg

 

IMG_5396.jpg

The Great NY Noodletown

     

우리가 소프트셸 크랩 2개, 솔트 베이크드 슈림프(salt baked shrimp), 두묘 볶음(豆苗, peashoot, 완두콩 어린싹) 시키니 옆에 홀로 식사하던 중년 백인 남성이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도 새우 구이와 가지 마늘볶음을 먹고 있었다. 그는 키친 옆 테이블을 가리키며 "난 여기 30년 단골, 저기가 에드 카치 시장이 늘 앉아 먹던 곳이예요"라고 했고, 친구는 "예전에 내가 시타렐라 수퍼마켓에서 에드 카치를 만났을 때 누들타운을 추천했어요"라고 응답했다. 누들타운의 허리가 굽으신 노인 셰프가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물렁게의 맛은 변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IMG_5406.jpg

The Great NY Noodletown

 

상추 위에 갈색과 오렌지색 물렁게가 송송 썰은 고추로 장식되어 나왔다. 그토록 기다려온 바로 그맛이다!

소프트셸 크랩 시즌이 끝나기 전 한번 더 갈 결심을 하며 나왔다. 그리고, 칼슘 보충한 스태미나로 브루클린 브리지를 걸었다. 한가위가 이틀 지나서 약간 일그러진 보름달이 휘영청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The Great NY Noodletown
28 Bowery@Bayard St. 212-349-0923
http://greatnynoodletown.com

 

 

*화가 강익중의 차이나타운 맛집 

profile
© NYCultureBeat.com | Big Apple, Small Bites: Across the City

All rights reserved. Any stories of this site may be used for your personal, non-commercial use. You agree not to modify, reproduce, retransmit, distribute, disseminate, sell, publish, broadcast or circulate any material without the written permission of NYCultureBeat.com.

?
  • sukie 2022.09.21 21:28

    꽃게가 물렁게지요? 껍질이 부드러워서 물렁게라고 불리우나 봅니다. 영덕 게, 킹 크랩, 꽃게는 많이 먹었습니다. 지금 꽃게가 한창 나올때지요. 찜통에 쩌서 소금을 약간 뿌려서 먹으면 간이 베어서 양념이 필요없어요. 제철에 나오는 생선이나 과일은 싱싱하고 제맛을 그대로 내기 때문에 될수록 많이 먹어둘려고 합니다. 물렁게 먹는 철이 왔는데 그만 깜박하고 지나갈뻔 했는데 칼럼에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