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e Great Food Obsession  <14>  그 마지막 저녁식사 메뉴에 대한 상상

예수님과 열두명의 제자들은 그날 무엇을 먹었을까?

 

000The_Last_Supper.jpg

Leonardo da Vinci, The Last Supper, 1498, Santa Maria delle Grazie, Milan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저녁식사는 예수가 주도한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일 것이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혀 최후를 맞기(성 금요일, Good Friday) 전날 열두명의 제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들 중 한명이 그를 배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만찬의 시간은 충격과 혼란과 절망의 시간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면, '최후의 만찬'은 정확히 언제 어디서 열렸을까?

마태복음(Gospel of Matthew, 누가복음(Gospel of Luke), 마가복음(Gospel of Mark), 요한복음(Gospel of John) 등 복음서에 최후의 만찬이 기록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후의 만찬'은 서기 33년 4월 1일 목요일 저녁, 장소는 (마태복음과 마가복음에 의거) 예루살렌 외곽의 게세마네(Gethemane)로 추정된다.   

 

 

00Giotto_-_The_Last_Supper.jpg

Giotto di Bondone, The Last Supper, circa 1305,  Scrovegni Chapel, Padua/ Gethemane location www.blueletterbible.org

 

'최후의 만찬'하면 누구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The Last Supper(Il Cenacolo/ L'Ultima Cena, 1498)를 떠올린다. 하지만, 다 빈치 이후는 물론 이전에도 '최후의 만찬'은 르네상스 화가들이 즐겨 그리던 소재였다. 지오토, 로렌제티, 프라 안젤리코, 미켈란젤로의 스승 지란다이오, 라파엘로, 페루기노, 비평가로 더 유명한 바사리, 틴토레토도 '최후의 만찬'을 그렸다. 

 

다빈치의 그림에서 예수와 12 사도는 직사각형 식탁에 일렬로 앉았지만, 이는 다빈치가 구도를 위해 각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은 당시의 로마의 관습대로 바닥에 쿠션을 깔고 기대어서 먹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르네상스 화가들의 '최후의 만찬'은 예수와 테이블을 중심으로 다양한 구도로 묘사됐다. 또한 저녁식사지만, 조명은 대낮처럼 밝다. 

 

 

Fra Angelico.jpg

Fra Angelico, The Last Supper, 1442, Museo di San Marco dell’Angelico, Florence

 

성경에 따르면, 성체성사와 성만찬 의식은 이 최후의 만찬에서 시작됐다. 예수와 그의 12 제자들은 그날 무엇을 먹었을까? '최후의 만찬'의 메뉴는 무엇이었을까?

 

마태오 복음서, 마르코 복음서, 루카 복음서, 코린토 1서 복음서에 따라 '최후의 만찬'에 대한 기술은 조금씩 다르다. 

 

 

#빵과 포도주

 

Domenice Ghirlandaio, Last Supper, c. 1486, fresco, 400 x 800 cm, San Marco, Florence.jpg

Domenice Ghirlandaio, Last Supper (detail), c. 1486, fresco, 400 x 800 cm, San Marco, Florence.jpg

Domenico Ghirlandaio, The Last Supper(detail-below), 1480. Cenacolo di Ognissanti, Florence

 

"그들이 음식을 먹을 때에 예수는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시며 "받아 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하시고, 또 잔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리시고 그들에게 돌리시며 "너희는 모두 이 잔을 받아 마셔라, 이것은 나의 피다.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내가 흘리는 계약의 피다. 잘 들어두어라. 이제부터 나는 아버지의 나라에서 너희와 함께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결코 포도로 빚은 것을 마시지 않겠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찬미의 노래를 부르고 올리브 산으로 올라갔다."

-마태복음 26장 26-30절-

 

최후의 만찬 식탁에 오른 빵은 누룩을 넣지 않은 빵으로 알려졌다. 왜 발효제인 누룩을 넣지 않았을까?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성찬식의 본질이 빵 속의 누룩 여부에 따라 동서방에서 다르게 생각됐으며, 11세기에 격렬한 토론의 대상이 됐다"고 썼다. 

 

누룩 없는 빵에 대해서는 출애굽기(Exodus 12:39)에서 이스라엘 이집트를 떠나는데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고, 서둘러 반죽을 구웠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예수와 제자들이 빵과 포도주를 마셨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빵과 와인 외에 무엇이 식탁에 올랐을까?

 

 

#지역 특산물: 올리브 오일, 꿀, 말린 무화과 

 

Pietro Lorenzetti.jpg

Pietro Perugino, 1493–1496, Convent of Fuligno, Florence

 

신명기(Deuteronomy)에는 예수의 고향을 "올리브 기름과 꿀이 가득한 땅, 빵을 부족함 없이 먹게될 땅"으로 묘사되어 있다. 지중해 인근 갈릴리 지방의 나사렛(Nazareth)는 포도, 무화과(figs), 석류 등이 자라지만, 초봄에는 신선하게 구입할 수 없는 식재료들이었다. 따라서 4월 1일 열린 저녁식사엔 올리브 오일, 꿀과 말린 무화과가 올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켈란젤로의 스승 도메니코 지란다이오가 그린 '최후의 만찬'엔 빵과 포도주, 그리고 마른 무화과(dry figs)가 올려져 있다.   

 

 

#하로셋(charoset), 촐른트(cholent), 우슬초(hyssop) 올리브

 

Raphael, The Last Supper, 1518-19.jpg

Raphael, The Last Supper, 1518-19, Raphael Loggia, Vatican Museums, Rome

 

2017년 이탈리아의 초기 기독교 역사학자 제네로소 우르치울리(Generoso Urciuli)는 토리노의 이집트뮤지엄의 고고학자 마르타 베로그노(Marta Berogno)와 공동으로 연구한 '예수살렘: 최후의 만찬(Gerusalemme: l'Ultima Cena (Jerusalem: the Last Supper)'를 펴냈다.

 

이 연구에서는 '최후의 만찬' 식탁에는  전형적인 로마의 생선 소스인 치르(tzir), 양고기, 피스타치오와 쓴 허브, 데이트 하로셋(charoset), 그리고, 호두 페이스트가 올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월절에 먹는 하로셋은 다진 사과, 호두, 잣, 건포도, 계피, 꿀, 와인 등을 배합하여 만든 소스로 이집트에서 진흙으로 벽돌을 만드는 고된 노역에 시달린 것을 기억하기 위한 음식이라고 한다.

 

그외에 각종 콩(pinto beans, red kidney beans, white beans 등)낮은 온도에서 익힌 콩스튜 촐른트(cholent), 박하같은 허브 우슬초(hyssop, 성스러운 허브)가 들어간 올리브 등 당시의 일상 음식도 최후의 만찬에 제공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고기 논쟁

 

Giorgio Vasari, The Last Supper, 1546 -.jpg

Giorgio Vasari, The Last Supper, 1546. Museum of the Basilica of Santa Croce, Florence

 

우르치울리와 베로그노의 논문은 양고기가 올랐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2007년 교황 베네딕토 15세는 '최후의 만찬'에 양고기가 제공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베네딕토 교황은 최후의 만찬이 예수 시대 유월절(Passover) 전통이었던 어린 양의 속죄와 희생 제사 전에 열렸으며, 희생양을 대신한 사람이 예수라고 말했다. 

 

 

# 장어구이와 오렌지 슬라이스?

 

000eel-orange.jpg

Leonardo da Vinci, The Last Supper(*reproduction)/ Leonardo da Vinci, The Last Supper(detail), 1498

 

2008년 미술사학자 존 바리노(John Varriano)는 저서 '가스트로노미카(Gastronomica)'에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식탁에 장어 구이와 오렌지 슬라이스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997년부터 시작되어 21년만에 완성된 '최후의 만찬' 프레스코 복원 과정에서 장어구이와 오렌지 슬라이스가 발견됐다. 예수의 왼쪽으로부터 네 번째 안드레아(Andrew)와 오른쪽 세 번째 빌립(Philip) 앞 큰 접시에 담긴 음식이 잘게 썬 뱀장어 구이로 알려졌다. 장어구이와 오렌지는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인기있는 요리였으며, 다빈치의 식료품 쇼핑 목록에도 등장했다. 

 

르네상스 화가들이 그린 '최후의 만찬'은 화가 자신들이 상상으로, 당대에 재해석한 그림이다. 고고학자들은 고증을 통해 예수와 12 사도의 저녁식사 메뉴가 팔레스타인에서 구하기 쉬운 음식들이었을 것으로 추정했을 뿐이다.  

 

 

Jacopo Tintoretto, The Last Supper, 1594.jpg

Jacopo Tintoretto, The Last Supper, 1594. San Giorgio Maggiore, Venice

 

 

*와인광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밀라노 포도밭 관광지로

*메트뮤지엄 바티칸 소장 '세인트 제롬' 특별전

profile
© NYCultureBeat.com | Big Apple, Small Bites: Across the City

All rights reserved. Any stories of this site may be used for your personal, non-commercial use. You agree not to modify, reproduce, retransmit, distribute, disseminate, sell, publish, broadcast or circulate any material without the written permission of NYCultureBeat.com.

?
  • sukie 2021.05.21 23:16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상에 오른 음식을 완벽에 가깝게 조사해서 올려주셨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성경도 많이 찾아 보셨음을 알겠습니다. 최후의 만찬을 여러 화가가 그렸는데 유독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다른 화가들이 그린 것을 제치고 독야청청하는 이유는 뭘까를 샹각해 봤습니다. 예수님과의 마지막 식사자리를 다빈치가 가장 장엄하게 분위기를 만든 느낌이었을까? 생각했을 뿐입니다.
    최후의 만찬은 빵(효소-누룩을 넣지않은)과 포도주외에 귤, 물고기(뱀장어)가 있습니다. 보통 유월절에는 어린양의 정강이뼈, 쓴나물, 소금물, 양상추, 삶은 달걀등등을 먹는다고 합니다. 컬빗에서 다 언급한 음식들을 다시 적었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