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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ke and the City <2> 프로스펙트 파크

공원 속 낙원: 바비큐 피크닉, 드럼 축제, 스모가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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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그랜드아미플라자의 개선문, 미자연사박물관의 로고, 녹색건물은 리처드 마이어 설계 콘도(왼쪽), 시티바이크의 프로스펙트 파크 지도. 자전거 스탑과 자전거 보유 현황. 빨간색은 0, 주황색은 1-5대 정도. 녹색은 여유 있음 표식. 



옛날 옛적 10대에 여의도에서 탔던 자전거, 교통이 복잡한 뉴욕에서 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예전에 롱아일랜드의 셸터 아일랜드에 놀러가 한적한 거리에서, 차들이 느긋하게 다니는 플로리다 키웨스트에서 친구와 자전거를 탔었다. 하지만, 뉴욕에선 무모한 일, 목숨 걸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전에 런던에 갔을 때 곳곳에 바클레이 은행 이름을 단 자전거(Barclays Cycle)들을 보고 부러웠는데, 뉴욕은 2013년에서야 시티바이크(Citi Bike)가 론칭했다. 이따금씩 수트에 자전거 탄 남성, 원피스 자락을 날리며 타는 여성이 맨해튼을 쌩쌩 달리는 모습을 우러러 보았다. 자전거를 타는 이들은 모두 아스파라거스처럼 날씬했다. 내겐 '그림의 떡'이라 생각했던 자전거, 이젠 나도 뉴욕에서 타고 있다. 아직 공원을 맴도는 수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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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만발한 봄날,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시티바이크로 브루클린 프로스펙트 파크를 한바퀴 돌았다.


올 봄 뉴욕 스토리 홍영혜님의 칼럼 '새 친구들: 기타와 돌멩이와 자전거'를 읽으면서 영감을 얻었고, 친구네 저녁식사에서 뉴요커들이 '시티바이크'에 집착하는 대화에서 자극을 받았다. 중년의 위기 증상 중의 하나가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진다'고 했던가. 더 늦기 전에 자전거를 타야만 했다.


지난 4월 21일 시티바이크에서 '지구의 날(Car Free Earth Day)'을 맞아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준다는 정보를 보고 신청했더니 이메일로 코드가 왔다. 공짜라서 부담없었다. 우리 집 길 건너에 시티바이크 정거장이 있으니, 이보다 더 편할 수도 없다. 


시티바이크 멤버인 친구가 가이드로 테스트 라이딩을 했다. 언덕 아래 브루클린아이스크림팩토리까지 내려가는 뉴욕시 첫 바이킹 주행 연습이다. 앞장 서서 달리는 보호자 친구를 따라 안심하며 내려가고 나니 큰 성취감을 느껴 뿌듯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1/2 갤런을 사갖고 씩씩하게 걸어 올라왔다. 신선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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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린도 기둥이 멋진 그레시언 셸터(Grecian Shelter)에서 바비큐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


다음날 일요일엔 친구와 브루클린식물원으로 벚꽃구경을 갔다. 오후에 그랜드아미 플라자의 골드스타(Gold Star)라는 맥주집에서 크래프트 비어를 마신 후 자전거 타기에 발동을 걸었다. 프로스펙트 파크는 너무도 방대해서 한번도 공원 한 바퀴를 걸어서 돈 적이 없다. 


미자연사박물관의 로고는 두팔을 든 사람의 모습에 떨어져 있는 미완성의 고리다. 프로스펙트파크도 늘 전체 그림이 머리에 잡혀지지 않는 공원이었다. 공원 한 바퀴를 돌아보고 싶었다. 마치 전망대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보듯이. 전날 언덕을 내려간 솜씨 하나 믿고 달려보기로 했다. 친구의 시티바이크 키를 빌려서 이번에는 나 홀로.


그랜드아미플라자의 개선문(Soldiers and Sailer's Arch) 옆 벚꽃이 만발한 곳에 시티바이크 정거장이 있다. 힘센 친구가 안장을 내려주어 올라타고, 프로스펙트 파크로 들어갔다. 고리(Loop)에서 자전거는 일방통행이다. 오른쪽 프로스펙트 파크 웨스트 방향으로 내려갔다. 


셀레브레이트 브루클린(Celebrate Brooklyn!) 음악제가 열리는 밴드셸을 지나, 뉴욕필하모닉 콘서트가 열리는 롱 메도우, 예전에 구가무가(GoogaMooga) 음식축제가 열렸던 잔디밭을 지나면서 공공 조각들도 보였다. 옆으로 딱 달라붙는 유니폼을 입은 아스파라거스들이 쌩쌩거리며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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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펙트파크의 이름이 따로 없는 레이크(LAKE). 오리들이 산책을 한다. 


이윽고, 넓은 호수가 나타났다. 예전에 인근 지하철에서 내려 구경한 적이 있는 아름다운 호수다. 이름도 따로 없이 LAKE. 잠시 내려서 오리 한 마리가 거니는 모습을 보았다. 저기 멀리 보이는 작은 섬이 Duck Island라고. 아직은 앙상한 가지들로 겨울의 여운이 남아있는 평화로운 일요일, 프로스펙트 파크는 곳곳이 포근한 드로잉이었다. 


프로스펙트 파크(526 에이커)는 1857년 센트럴파크(843에이커)를 설계한 건축가 프레데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조경가 칼버트 보(Calvert Vaux)가 10년 후 완성한 공원이다. 센트럴파크가 인공적이라면, 프로스펙트파크는 야성적이다. 


언덕을 내려가며 슝슝 달린 후에는 다시 힘들게 올라야 하는 언덕이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 올라가기는 참으로 어렵지만, 내려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낑낑거리다가 내려서 자전거와 나란히 나란히 걸었다. 


참 시티바이크는 1회가 45분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일단 반환한 후 다시 대여해야 한다. 15분 경과마다 벌금($2.50)이 붙는다. 얼마 안되는 벌금이지만, 가능한 지키려고 한다. 그래서 때론 마감에 쫒기는 기자처럼, 때론 신데렐라처럼 시간을 체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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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게 피었던 자목련이 떨어지던 어느 봄날의 오후. 김영랑의 '찬란한 슬픔'이 떠오르는 풍경이다.

     

마침 언덕길엔 자목련들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산들바람에 꽃들이 푸르르 날아다녔다. 모리타 요시미츠 감독의 '소레카라'에서 꿈결같은 벚꽃 날리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도 자전거 없이는 놓쳤을 것이다. 


다시 그랜드아미플라자에 돌아가 자전거를 반환했다. 45분을 넘기지 않았고, 한번도 넘어지지 않았다. 공원 한 바퀴를 돌았다는 자긍심에 가슴이 뿌듯했다. 개선문을 올려다 보며 '다시 오마. 자주 보자'하고 다짐을 했다.


뉴욕에서는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이 필수다. 다음날 유니온스퀘어의 파라곤 스포츠(Paragon Sports)로 갔다. 헬멧의 종류도, 가격도 천차만별. 저렴하고, 맘에 드는 하얀색 헬멧을 샀다. 쿠션 안장에 패딩 반바지, 장갑... 자전거 액세서리가 그토록 다양한지 그전엔 몰랐었다. 초보가 액세서리에 욕심을 내선 안될 터인데, 스포츠 장비도 신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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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드러머들의 즉흥 연주. 예전에 친구와 딸랑이 같은 악기 마라커스(Maracas)를 들고 찾았던 드럼 그로브다.


이후로 프로스펙트 파크에서 자전거를 탈 때면, 마지막 고리의 힘든 언덕을 올라가는 대신 이스트 드라이브 회전목마 옆문으로 빠져나갔다. 브루클린식물원 후문 근처에 자전거를 반환한 후 식물원을 산책하면서 플랫부시 애브뉴 정문으로 나간다. 그러면, 브루클린뮤지엄 지하철 정거장. 여기서 집으로 오는 여정이다. 자전거와 공원과 식물원의 1석3조.


일요일 프로스펙트 파크엔 볼 거리가 더 있다. 호숫가 근처의 드럼 그로브(Drum Grove)에선 뉴욕의 퍼커션 주자들이 반원을 그리고 앉아서 즉흥 연주를 한다. 예전에 친구와 딸랑이 악기 마라커스를 들고, 이들 사이에 끼었던 적이 있다. 1968년 콩고 스퀘어 드러머들이 이곳에 만나 연주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아프리카 민속 의상을 입은  뮤지션들이 콩고, 봉고 등 다양한 퍼커션을 가지고 와서 재즈처럼 재밍을 한다. 사물놀이도 끼면 좋을 것 같다. 장구라도 칠 수 있다면...


고교시절 드러머였던 친구와 봉고 드럼을 갖고 조인할 기회가 있으리라.  연주가 무르 익으면 춤꾼도, 아이들도 가담하면서 한 바탕 축제의 마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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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펙트 파크 먹거리 시장 스모가스버그는 공원 깊은 곳에 자리에 걸어가기 어려웠지만, 자전거로는 식은 죽 먹기.


또한, 브루클린 먹거리 시장 '스모가스버그(Smorgasburg)'가 토요일엔 윌리엄스버그, 일요일엔 프로스펙트파크의 브리즈 힐 이스트 드라이브(Breeze Hill East Drive)에서 열린다. 야키소바에서 볼리비아 음식까지 다민족 벤더들이 많다.  


그리고, 주말 프로스펙트 파크 곳곳에선 바비큐 피크닉이 벌어진다. 아마도 가장 멋진 피크닉 장소는 프로스펙트파크 남단에 자리한 그레시언 셸터(Grecian Shelter, 일명 Croquet Shelter)일 것이다. 맨해튼 펜스테이션(철거), 컬럼비아대 로우 도서관의 맥킴, 미드 & 화이트(McKim, Mead & White)가 설계한 멋진 건축물이다. 


1972년 미사적지구에 등재된 고린도 기둥 건축물 안에서 주민들이 바비큐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한 여름 바비큐 연기가 코를 간지르는 공원의 소박한 정경, 프로스펙트 파크의 가을 단풍도 기다려진다.



100.jpg https://www.citibikeny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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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h77 2018.08.10 20:57
    아누시카 샹카 공연을 보러 얼마전 처음으로 프로스펙트파크에 가 보았어요. 그 땐 그랜 아미플라자에서 밴드셀까지만 걸었갔었는데 이글을 읽으니 자전거를 타고 구석구석 돌아 보고싶네요.
  • sukie 2018.08.10 22:12
    저도 그날 콘서트에 갔었습니다^^
    센트럴 파크와 프로스펙트 파크를 설계한 프레데릭 로 옴스테드와 칼버트 B. 보 콤비는 사실 프로스펙트 파크를 그들의 걸작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네요. 완성된 공원이 흡족스러웠나 봅니다.
    프로스펙트 파크의 가을 단풍도 참 아름답습니다.
    http://www.nyculturebeat.com/?mid=FunNY&document_srl=2929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