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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 허병렬: 웃음은 힘이 세다
은총의 교실 (89) Laughter is the Best Medicine
웃음은 힘이 세다
https://emojis.wiki/laughing-emoji
"우와~. 13살인 내가 한번 크게 웃으면 12살이 되어요?"
"그럼 한살 어린이가 한번 웃으면 어떻게 되어요?"
학생들이 제각기 떠들기 시작하였다.
"뜻을 제법 잘 이해하였어요. 하지만, 한살이 젊어지려면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크게, 얼마나 강하게 웃어야 할까?"
"그래도 한번 웃으면 얼마나 젊어지는지 알고 싶어요."
이에 대한 바른 답은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웃음의 종류에 따라 그 만큼 젊어진다고."
학생들이 어리벙벙한 표정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웃음'이 사람을 젊게 만든다는 것이니 한번 믿어보라고 말하고 수업을 계속한다.
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한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한자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 싶겠지만 한국어의 70%가 한자와 관계가 있음을 상기하면, 한국어를 더 잘 알기 위해 한자공부를 할 필요가 있음을 알게된다. 특히 소리를 알리는 한글이나 영자와는 당리, 뜻을 말하는 한자의 다름은 하나의 놀라움이 된다. 그 연장선에서 한자숙어 몇 마디를 가르치면서 '일소일소'(一笑一少)를 소개한 것이다.
"웃음에도 종류가 있어요?" 질문이 나왔다. 웃음에 따라 젊어지는 폭이 정해질 것이라는 설명 때문이다. 우선 웃음소리의 종류를 생각하자. "하"자 줄을 따라가며 '하하, 허허, 호호, 후후, 흐흐...' 등이 있지 않은가. 거기에 웃음의 성격에 따라 깔깔 웃음, 허털 웃음, 폭소, 미소, 조소 등 다채롭다. 우리를 젊게 만들어주는 웃음이 이중에 섞여 있다. 그 기준을 마음을 밝게 하며 새 에너지를 주는 웃음이다.
웃음은 힘이 세다. 강철도 녹이는 힘이 있다. 얼키고 설킨 갈등도 한방에 날려 보낸다. "하하하, 우리 그 일을 잊어버립시다." "후후후, 잘 몰라서 생긴 일이에요." "흐흐흐, 내 장난이 지나쳤어요." "호호호, 혼내려고 하다가 내가 당했네요." "하하하, 아빠 엄마가 놀랐다. 네가 그것을 혼자 해결했으니..." "호호호, 잠깐만, 우리가 왜 싸우고 있지요?" "하하하, 글쎄?" 이게 사는 모습이 아닌가.
쓰나미는 무섭지만, 좋은 일이 그렇게 한번에 쏟아지면 어떨까?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말이 있다. 웃은 집 문으로 갖가지 복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뜻이다. '웃는 집'이란 웃음이 끈이지 않는다는 뜻일게다. 아니면 온 가족이 터뜨리는 웃음의 함성일까. 하여튼 가정에 웃음이 가득하면 좋은 일이 쏟가져 들어온다니 실험해 볼만하다. 우선 '웃는 집에 복이 온다'고 써붙인다. 다음에 대문이나 방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한바탕 웃으며 새날 맞이를 하는 것이다.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촉각까지 다섯가지 감각만을 지녔다면 얼마나 쓸쓸할까. 자극을 받아 감각이 일어나 무엇을 깨닫거나, 어떤 생각을 하거나,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웃음'이란 기쁨, 즐거움, 재미를 느낄 때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그래서 많이 웃으려면 삶을 즐기는 것이 첫째 조건이다. 가끔 궂은 일이 섞이더라도 있을 만한 일로 처리하며 오래 간직하지 않는다. 밝은 일, 감사할 일, 다행한 일, 즐거운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삶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리고 웃음을 참거나 억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사람들은 더욱 많이 웃고 싶어한다. 한국에서 개그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웃음 제조기의 도움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 삶을 재미있게 느끼는 일이다. 가장 순수하고 효과적인 웃음은 이런 태도로부터 나온다.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